아호대의 화상 9 /좌선의 지침[坐禪銘] 9
比如靜坐不用功하면 何年及第悟心空가 急下手兮高着眼하야 管取今生敎了辦이어다
만일 조용히 앉아서 공력을 쓰지 않는다면
어느 해에 급제하여 마음의 공한 것을 깨달을 것인가.
급히 손을 쓰고 눈을 높이 떠서 철저하게 공부하여
금생에 마치도록 하라.
해설 ; 피나는 정진 끝에 깨달음을 성취하는 일을 세속의 일에다 비유하면 장원급제하는 것과 같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좌선의 지침에서도 마음이 공하여 급제(及第)하는 일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렇다. 깨달음이란 어떻게 보면 장원급제하는 일이며 고등고시에 합격하는 일이다. 그런 뜻에서 수행하는 곳을 선불장(選佛場), 즉 고시에 합격한 사람을 뽑듯이 부처를 뽑는 곳이라고 표현한 선원의 편액이 많다.
세속에서 고시공부를 하여 합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요즘에는 거의가 대학교 재학시절에 끝낸다. 혹 졸업을 하고 공부를 더 하더라도 불과 2, 3년이다. 5년을 넘기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제는 10년 이상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은 없다. 참선을 하여 깨달음을 얻는 일도 5년 이상을 더하면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그날이 그날이다. 그런데도 30년, 40년을 계속하고 있다. 한 집안에 10년 이상 고시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집안은 벌써 망한 집안이다. 즉 패가망신한다.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참선에도 그와 같다. 만약 선원에서 살아가는 생활이 좋아서 한다면 모르겠으나 깨닫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처음 5년의 공부에서 더 이상 바라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물며 다음 생에야 어찌 기약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급하게 손을 써서 안목을 높이고 잘 살펴서 빨리 해 마치라고 하는 것이다.
출처 : 염화실
[출처] 직지심경 176 /아호대의 화상 9 /좌선의 지침[坐禪銘] 9|작성자 단장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