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6-3 아버지의 뜰 - 목련화

[패랭이꽃]

아버지의 뜰

목련화

해마다 이맘때면 옥수숫대 기어오른

오이가 오수를 즐기고

보라색 가지며 푸른 고추들이 주렁주렁

7월 볕을 즐기던 그곳.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 ‘그림자’의 음률이

우리들의 단잠을 깨우던 새벽 아침,

아버지는 하루아침도 집앞 뜰을 가꾸는 일을 거르는 법이 없었다.

강낭콩, 완두콩, 케일이며 상추, 여름 열무 등

아버지의 손깃을 거친 것들 속에

벌레들도 함께 상생의 삶을 즐기던 아버지의 너른 뜰.

거기서 자란 푸성귀로

우리집 식탁은 늘 여름이었다.

뜰도 베란다도 없는 답답한 아파트.

쏴아 쏴아 -!

아버지의 시원한 조로의 물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상추쌈을 우겨 넣으며 서로 눈 마주쳐 웃던

아버지의 그 여름 뜰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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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뜰> 제목이 좋습니다. 우리는 모두 아버지의 뜰에서 뛰놀고 자랐기 때문인 듯합니다. 

부지런하시고 좋은 가장이셨던 아버지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집앞 뜰’, ‘아버지의 너른 뜰’, ‘아버지의 그 여름 뜰’ 등에서 넓은 밭이 딸린 자연 속의 고향집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감상했습니다.

“옥수숫대 기어오른 오이” 넝쿨과 가지와 고추들이 열린 밭, 거기에서 하루아침도 거르지 않고 밭을 가꾸시던 아버지. 가꾸시던 채소의 품종도 많습니다. 강낭콩, 완두콩, 열무와 상추. 그리고 우리의 토종 채소는 아니지만 이미 익숙해진, 영양가가 많다는 외래 채소 케일, 상당히 넓은 밭이어야 하고, 근면한 농부의 농업기술과 능력이 없으면 가꿀 수가 없을 만큼 다양한 농작물입니다. 나도 겁 없이 농사에 잠깐 손을 대어보았더니 끊임없는 손길이 필요하고 잡초와 벌레야 하루도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이십니다. 나는 문득 “이분은 참 성실하시고 책임감이 투철한, 훌륭한 공무원이셨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늘 한결같으셨던 아버지, 이제 나이 들어가는 자식의 눈에 드디어 아버지의 모습이 아무런 장식도 보태지 않고 그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 4연에서 “뜰도 베란다도 없는 답답한 아파트.”라는 말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돌연 튀어나와서 시골집이 아파트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근래에는 시골에도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할 때, 그 위의 표현들이 혼란스러워져서, 아마 필자가 지금 살고 있는 자기 집을 끼워 넣었을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 부분을 보충하는 표현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습니다.

갈수록 시와 산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데 무조건 시의 본질을 무시하고 산문으로 쓰는 시들이 많습니다. 시는 산문의 형식을 좇아가고 있으며 산문은 시의 표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산문이 시적 표현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시를 산문적으로 쓸 때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랑이 있습니다. 첫째는 어느 형태로든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그 리듬이 우리 전통의 리듬이든 자기 고유의 숨결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구절과 구절 사이, 행과 행간에 뛰어넘어야 문턱, 상상력을 동원할 만한 경계가 잠복해 있어야 합니다. 또 산문으로 쓰다보면 표현이 거칠어질 수도 있으니 그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시가 부두러워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결론은 내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운으로 남기라는 것입니다.

목련화의 위 시를 예로 든다면 첫 번째로 “아버지는 하루아침도 집앞 뜰을 가꾸는 일을 거르는 법이 없었다.”를 들 수 있습니다. 산문적인 설명이어서 시적 표현을 위한 고민이 부족한 듯한 문장입니다. 특히 “집앞 뜰을 가꾸는 일을”은 목적격 조사 ‘을’이 중첩이 되어서 그런지 청각적으로도 걸립니다. 위의 부분은 얼마든지 더 줄일 수도 있고 압축이 가능합니다.

“아버지의 시원한 조로의 물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도 그렇습니다. ‘조로’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표준말인가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표준말이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이 없네요. “물뿌리개”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만...

나도 살아갈수록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목련화의 시를 읽으면서 목련화의 아버지를 만나뵈었습니다.

[유향순]

교수님! 논평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는고흥군 농촌지도소 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그래서 농작물에 대한 지식이 남들보다는 더 있으셨습니다.
고흥군내에 있던 저희 집 앞 텃밭이 백 여평 정도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텃밭을 가꾸시고 나서 출근하셨으니 아버지의 부지런함을 저희는 발치도 못 따라갈 정도였습니다.
일 욕심도 많으셔서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일을 하시다가 그렇게 갑자기 쓰러지셔서 그만 일어나지 못하셨구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매끄럽게 표현하기가 아직도 많이 서툴고 어렵습니다.
계속 노력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 논평이 있어 살 맛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프리지아]

이버지의 인품을 존경하고 그 진정한 가치를 흠모하는 딸이 있으니 아버지는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셨네요. 나는, 세상이 다 떠받들어도 자식들이 모르고 등돌리면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향순]

네! 교수님!
너무 일찍 떠나셔서 가슴에 통한으로 남습니다.
자식된 도리를 더 잘하기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