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는 연애한다고 쉬는 날 내내 밖으로만 뱅뱅 돌고 있다. 그렇다고 어찌하겠는가? 딸의 인생인데, 아이가 다치지만 않는다면 지켜보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딸이 경험을 통해 좋은 답을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들은 우리에게 참 관대한 부모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사실은 참고 있는 것 뿐일 것이다. 속으로는 딸내미한테 적당히 좀 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해도해도 너무 하는 것이 지난주에도 4일씩 휴가를 내서 대전 태수네 집에 가서 보내고 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동두천까지 데려와 우리에게도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주에 또 만나 아예 부모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며칠씩 붙어 다닌다. 아직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고, 나이도 어리고, 경제적으로도 독립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닌데 무슨 뱃짱인 지 모르겠다. 이 아이들은 바람난 개새끼들 모양 그냥 현실적인 것은 다 무시하고 있다. 딸이 부모에게 솔직하게 얘기는 다 한다지만 대책이 없어서 좀 답답해진다.
열정적인 우리 딸, 초등학교 때부터 꾸던 꿈을 이룬 우리 딸, 분명 운명이 될 좋은 사람을 알아볼 우리 딸.
아들은 거의 지혜네 집에서 동거생활을 하지만, 자기 집이라고 따로 얻었던 반지하 원룸전세를 이제 8월에 정리하고 집에 들어오겠다고 한다. 말은 그렇지만 이것은 그냥 짐만 집에 가져다놓겠다는 이야기임을 눈치챈다. 그래도 서서히 아들방 정리를 시작해야겠다.
아들은 공부를 많이 하고 있고 활기가 있어서 우리에게 도움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준다. 한편으로는 귀찮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힘이 되는 면이 훨씬 많다. 아들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삶이 좋은 쪽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둘만 단촐하게 지내다가 아들이 오니 잠자는 시간 등 생활패턴이 달라 안방에 갇혀살게 된다. 음식도 젊은 아들과 중년인 우리의 소화력과 식욕이 차이가 난다. 색다르고 맛이 있긴 하지만 아들이 하는 요리는 고기 위주로 기름진 음식이어서 소화를 잘 시켜야 한다. 요즘 직장을 다니지 않아 아들도 생활비가 빠뜻해 고기를 자주 먹지못했다고 한다. 아들이 먹고싶은 것을 본가에 와서 먹고가니 우리 마음도 흐뭇해진다. 거기다 자기 먹을 음식은 자기가 요리해서 부모까지 함께 먹게하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동네헬스장에 들려 이거저것 꼭 활용해야할 운동기구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갔다.
알뜰하게, 어떻게 하든 잘 살아낼 것 같아 걱정되지 않게, 귀찮을 텐데도 우리가 농사 지은 청량고추, 오이고추와 껍질을 까서 랩에 싼 양파 몇 개도 들고갔다.
치밀한 우리 아들, 알뜰한 우리 아들, 야무진 우리 아들, 똑똑한 우리 아들, 분명 자기의 꿈을 이룰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