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자주 보입니다. 여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이란 1차적으로 부모와 자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가까운 친지로 확대됩니다. 아무튼 일단 혈연공동체로 시작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범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쉽게 말해서 ‘이웃사촌’이라고 하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 정도의 범위까지도 넘어서니 말입니다. 오래도록 가까이 살던 이웃도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한 관계입니다. 그리고 가족화 되어가는 것입니다. 가까워져서 가족이 된다기보다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되어가는 것이지요.
우리말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특히 우리나라 사람에게 유독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많은 나라와 민족이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이 그런 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성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눈에 보이는 형편이 안타까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도우려는 마음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지요. 허리 굽혀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약간의 돈이라도 건네줍니다. 특히 아이들이 배고파하는 모습을 보이면 누구의 아이라 따질 것도 없이 사 먹여주려 합니다.
그 아비는 사기꾼이 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갇힙니다. 어미와 아이들이 쫓겨나 경찰서 입구에 나란히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나 몰라라 그냥 지나쳐도 그만입니다. 일단 자기 차를 타고 지나칩니다. 그런데 도저히 그 모습을 보고 그냥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와 차창을 열고 부릅니다. 차에 타라고 합니다. 어찌 됐든 자신의 일터에 창고라도 있으니 그곳에라도 머물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데리고 옵니다. 밥을 차려주니 아이들이 얼마나 잘 먹습니까. 더구나 삼겹살, 고기를 먹게 되다니, 아이들에게 체면이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 모습에 더욱 마음이 찡해지지요. 또 그렇게 잘 먹어주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겠습니까.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가 잘 구비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은 웬만한 가정집의 모습보다도 더 고급스러운 곳도 있습니다. 아니 호텔의 화장실보다도 더 품위 있게 꾸며진 곳도 있습니다. 그냥 용변만 보고 지나칠 곳이 아닙니다. 유명 맛집에 버금가고 관광지보다 더 예쁘게 꾸민 곳도 있고 풍경이 절경인 곳까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집보다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저 침실이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니 따로 집이 없는 이들 가족에게는 오히려 단칸방이나 쪽방살이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휴게소 공터에 텐트를 치고 자면서 휴게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2만원만 빌려주시면 돌아가는 대로 온라인으로 송금해드리겠습니다. 여행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큰돈도 아닙니다. 그다지 악하게 보이지도 않고 아이들도 있는 것을 보며 딱하게 생각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뜻(?) 빌려줍니다. 성실하게 온라인 계좌번호까지 받아둡니다. 한번은 중고가구점을 하는 여사장님을 만납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처량하게 보여 2만원 외에 5만원 지폐를 아이들에게 덤으로 건네줍니다.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말해줍니다. 깍듯이 인사하는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얼마 후 휴게소에서 바로 그 남자를 또 보게 됩니다. 그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게 상습범이구나 싶었지요.
‘기우’는 평범한 젊은이였습니다. 남들처럼 사랑하고 결혼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차근차근 저축하며 날을 기다리다 그만 불행히도 가진 것 다 날립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부동산 사기, 투자사기 등으로 집 잃고 거리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구제방법을 찾느라 노력하고 있지만 일단 그 때의 절망감을 이겨내려면 인내와 용기 그리고 가족의 격려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기우 가족은 고속도로를 택하였습니다. 얼만 오래 그렇게 지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환경 안에서 나름 밝게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러다 그만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강제 이산가족이 됩니다.
한 가정 안에 낯선 사람,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한 가족이 껴든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나 한 사람의 마음 같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그 안에서 또 갈등을 빚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집 안에서 먹고 잘 수 있다는 사실에 안정과 평안을 느끼며 삽니다. 더구나 10살이나 된 딸은 원하던 학교까지 갈 수 있게 됩니다. 환경은 분명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그리운 것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어쩌면 아빠도 그 환경 속에 같이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하는 이야기입니다. 아프고도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고속도로 가족’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하루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