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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0억원 기부’ 따거 주윤발 “제게 필요한 건 쌀밥 두 그릇”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주윤발
신정선 기자
입력 2023.10.05
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기자
“전 재산 기부요? 전 하기 싫다고 했는데, 아내가 결정한 거예요. 아니, 제가 힘들게 번 돈을 그렇게 줘버리다니.”
만면에 웃음을 띤 ‘큰형님’의 농담에 기자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홍콩 영화의 전설인 ‘따거(大哥·큰형님)’ 주윤발(68)은 5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회견에서 시종일관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 답변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기부 답변을 곧바로 진지하게 이어가며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기 때문에 갈 때 아무것도 안 갖고 가도 상관없다”면서 “제게 필요한 것은 점심·저녁 먹을 흰 쌀밥 두 그릇뿐”이라고 했다. 그는 2010년 “사후(死後)에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8억5600만홍콩달러(약 1400억원)였던 재산은 2018년엔 56억홍콩달러(약 9600억원)로 불었다. 부동산에 밝은 아내 진회련(陳薈蓮·64)의 투자 덕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때도 꽃분홍 드레스를 입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등으로 1980·90년대 홍콩 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1973년 방송국 배우 훈련소에 입소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1974년 TV 드라마 구경꾼 역으로 출발해 영화 100여 편을 찍었다. 액션, 멜로, 코미디,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아시아 최고 스타가 됐다. 노점상 홀어머니와 살며 공장의 임시 직공, 우편배달부, 웨이터를 거친 인생 역정(歷程)은 2003년 홍콩 스타 최초로 교과서에까지 실렸다.
홍콩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영화 '영웅본색'(1986)에서 열연한 주윤발. 쌍권총을 휘두르며 의리를 위해 싸우는 사나이로
이후 한국 영화에도 큰 영향을 줬다. /부산국제영화제
배우 인생 50년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는 수퍼스타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그야말로 보통 사람”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선 제가 스타고 여러분은 기자지만, 이 자리만 벗어나면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도 보통 사람처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허름한 맛집을 자주 찾아 시민들의 인증샷이 인터넷에 뜨곤 한다.
이제는 ‘홍콩의 상징’이 된 그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 학생 시위대를 공개 지지했다. 2019년 홍콩 정부가 집회·시위 때 복면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자 검은 복면을 쓰고 거리에 나와 ‘진정한 영웅본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럴수록 가짜 뉴스도 따라붙었다. 지난 7월엔 그가 코로나에 걸려 혼수상태라는 루머가 중국 본토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날마다 있는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곧 홍콩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이번에 부산 와서 이틀 내내 달리기를 했고, 내일 오전에도 10㎞를 뛰겠다”고 건강을 과시했다.
연기와 삶의 공통된 철학은 “현재를 살아라”. “후회하지 않아요. 해봤자 소용없는 후회 대신, 매 순간 지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도 했다. “어떤 감독이 제게 노인 역할을 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하겠다”며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게 당연한데, 무서울 것이 없다”고 했다. 또 “제가 공부를 많이 못 했는데 영화 연기를 하며 인생을 배웠다”며 “영화가 없었으면 주윤발도 없다”고 했다.
한국과의 수십 년 인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1980년대 한국 촬영 때 스태프들이 모두 양식 먹을 때도 전 매일 갈비탕에 김치를 먹었고, 남대문시장에서 야식으로 번데기를 사다 먹었다”고 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가 가고 한국 영화가 뜬 경쟁력으로는 자유를 꼽았다. 그는 “홍콩 영화는 규제가 심해 어려움이 있는데, 한국 영화는 가끔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창작의 자유가 풍부하다”며 “그래서인지 굉장히 좋은 작품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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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를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영웅본색’ ‘와호장룡’(2000)과 5년 만의 신작인 코미디 영화 ‘원 모어 찬스’(2023) 등 3편을 상영한다. 이날 오후 영화의전당 건물에 기념으로 걸어둘 핸드프린팅을 만든 주윤발은 “저의 핸드프린팅은 홍콩에도 없는 것인데, 한국을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저도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고 연기도 계속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부지런히 운동해서 다음에 제가 부산에 오면 바닷가에서 달리기하다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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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per Fi
2023.10.05 21:08:16
이 사람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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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cowboy
2023.10.06 04:02:23
시황제의 눈치나 보던 재앙정권이 사라지니 따거 주윤발도 한국에 오네. 세상 좋아졌네..
피에니
2023.10.06 03:15:42
경상도놈들이 좋아하는 짱궈도 있네
신세계1
2023.10.06 00:56:21
..... < 주윤발과 이영애의 공통점은 .... 영화 배우이며 / 인물도 뛰어 나고 / 기부 천사이며 / 국민들이 우러러 보는, 인성이 훌륭한 점이다 ! >
늘샘
2023.10.05 22:39:30
누구는 저수지에 엄청 묻어 놓고 정권 잡으면 나중에 실컷 쓸라고 하다가 들킨 늠도 있다
신세계1
2023.10.05 22:17:26
.... 주윤발, 이영애, 신영균 .... 이 세상에 정말, 귀감이 되는 영화 배우이자 / 인간이다 !
산미테
2023.10.05 21:10:08
멋진 영화배우네요. 쉽지않은 기부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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푀이멘
2023.10.05 21:12:38
대형교회 목사들은 보고 배워라.. 이것들은 세습까지 해요.. 세금 한 푼 안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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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cked_JJ
2023.10.05 21:16:40
<정우성>씨 보고있나? 국가돈으로 난민받으라는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니 재산으로 난민 지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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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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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2023.10.05 21:16:01
최고의배우.이시대의영원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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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민초대장
2023.10.05 21:20:53
영화인으로서가 아니라..삶을 득도한 사람이다..공수래공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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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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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재
2023.10.05 21:23:11
깨달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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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2023.10.05 21:18:53
유명 연예인이기에 앞서 참 인간이다 갈비탕과 김치는 기호식품이다 전재산 기부 더할말이 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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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3.10.05 21:22:46
말과 행동이 늘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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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2023.10.05 21:14:01
역시 주윤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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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동탄
2023.10.05 21:20:52
문죄명이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그동네에는 개똥쇠들이 안 사는가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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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부거리
2023.10.05 21:27:47
大哥最好/따거쬐이하오~~!!/정말멋진인생/훌륭한배우/남달리득도하신분같습니다/우리의영원한영웅본색/최고의신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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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
2023.10.05 21:23:33
20대때 영웅본색이 너무 재미있어 3번을 본 기억이 새록새록! 진짜 영융이군요 ! Respect!
Danny
2023.10.05 21:38:15
송강호, 정우성은 좀 본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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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옹
2023.10.05 21:43:03
훌륭하다. 그럼 한국판 주윤발은 누구일까? 나는 당당히 이영애씨를 천거한다. 주윤발 못지 않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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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이
2023.10.06 04:29:25
신영균씨도 그 못지않습니다
immortalis
2023.10.05 21:35:42
사후에 전 재산의 99%를 기부한다는 주윤발의 무욕(無慾)은 어떤 말보다도 그의 성품을 대변한다. 평생의 無知·無識을 한마디 구호를 빌어 개념 배우로 포장하려는 외식자(外飾者)들과 달리 주윤발의 솔직하고 소탈한 성품은 인생의 달관과 철학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기부를 많이 하는 몇몇 배우가 있지만 필요한 것은 흰 쌀밥 두 그릇뿐이라는 그의 서민적 소탈함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기부가 늦어지더라도 그의 건재함이 오래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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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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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1
2023.10.05 21:43:36
주윤발! 영화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시민으로도 정말 멋있는 사나이군요 ^~^ 그런데, 한국엔 수백,수천억 재산가라며 은근히 부를 자랑하는 연예인들의 기부를 보자면 헛웃음만 나오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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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ou
2023.10.05 21:29:49
주윤발 영화는 별로 안봤지만 오래전부터 이 양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는 알고 있었고 지금도 현존 세계 최고 연예인임을 지지한다. 그는 우리나라 장동건 이효리 ......등을 보리씨나락감 정도로 만들 내공을 가졌다. 우리나라 유수의 연예인들이 부동산 몇백억 이익 챙겼다고 자랑할 때 늘 고무신에 기부를 떠들고 다녔다. 잘난 인물, 천문학적 재산을 하찮게 여기는 내공을 우리나라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 한계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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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빛
2023.10.05 22:08:14
大人이란 바로 이런 주윤발과 이영애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 시시하게 남에 카드로 스시, 소고기 사 먹는 사람과 감히 견줄 수 있을까? 한국의 정치인들아, 재산 신고서에 쓸까 말까 망설이지 말고 번 돈 과감하게 기부해라. 다 죽을 때 빈 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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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시러
2023.10.05 21:40:08
윤발이 형 오래 살아~~~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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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골 새댁
2023.10.06 01:14:07
최고의 찬사입니다. 이런 사람 오래 살아야 되는데.
leeyoonho
2023.10.05 21:48:01
중국 사람은 전체적으로 음흉한데 따거 주윤발씨는 전혀 드르다. 동남아인 피가 흐르는 것 같다. 돈에 자유한 주윤발 부부는 인간미가 넘친다.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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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련골 새댁
2023.10.06 01:15:10
주윤발도 주윤발이지만 그의 아내분이 정말 대단하네요.
신세계1
2023.10.05 22:19:04
..... 주윤발, 이영애, 신영균 .... 이 세상에 정말, 귀감이 되는 영화 배우이자 / 인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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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10.05 21:19:49
“저는 수퍼스타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외래어 표기법>superstar[바른 표기]슈퍼스타 [잘못된 표기]수퍼스타 <우리말샘>수퍼스타(superstar)⇒규범 표기는 ‘슈퍼스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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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신난다
2023.10.05 21:28:22
형 우리 같이 100세까지 재밌게 함 가 보아요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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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1
2023.10.05 22:09:26
.... 명성 만큼 ... 정말 훌륭한, 인간이자, 배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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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재규어
2023.10.05 22:02:22
공수래공수거!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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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길
2023.10.05 22:07:12
진짜 자유인이네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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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창패거리사냥꾼
2023.10.05 21:42:40
주윤발 선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습근평에게 꼬박 꼬박 쉬진핑인지 쉰진핑인지 원발음을 불러주면서 주윤발 선생에게는 왜 조선식 발음인가. 또한 주윤발 선생은 기부할때 중공령토외에서 기부하시길 권고드린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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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대수호인
2023.10.05 22:02:39
한화 김승연 회장은 제발 보고 조금이라도 배우길 바랍니다. 그 끝없는 욕심만 채우려 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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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양
2023.10.05 21:56:39
주윤발 다운 말이다. 또 그의 말에 한점 틀린게 없다.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는 사내다. 이 세상 떠나서도 좋은 대접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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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향
2023.10.05 21:42:00
한국에도 주윤발 같은 진정한 보수 野黨이 있으면 좋으련만...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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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날흉흉할꺼까지얌
2023.10.05 21:40:16
리즈 시절, 젤 처음으로 영화 보고 마음 홀딱 뺏겨 "주윤발 앓이" 했지,, 첫 나홀로 여행도 그래서 홍콩이었고,, 배우님 현 시점 깊이 있는 느낌만큼~나도 그렇게 유하게 늙고 싶음이로세..^^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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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한다
2023.10.05 21:57:45
멋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