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농사 끝~!!!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열사흗날
어제 저녁에는 마치 여름날 비가 내리는 듯했다.
천둥, 번개에 거센 빗줄기가 한참 후드득거렸다.
아마 한 두어 시간 비가 이어졌지 싶다. 16mm
내렸다고 하니 짧은 시간 꽤 많이 퍼부은 것이다.
이제 봄까지는 비가 오든 말든 별로 상관이 없다.
가을채소를 끝으로 모든 농사의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무리도 아주 시의적절하게 잘 했다.
타이밍이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해야겠지?
무우, 배추, 청갓을 수확하여 갈무리를 했고 또한
밭설거지를 마친 다음에 비가 쏟아졌으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 또 비가 내린다. 예보에는 잠시
내릴 것이라 했는데... 안개인지 운무인지 뿌옇다.
이제 별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 비가 잦은 건 싫다.
비가 내려 그런지 기온은 꽤 높은 편, 영상 7도다.
오늘은 김장 준비를 해야하는데...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큰밭에 길게 한 이랑 심은
무우를 뽑는 것으로 가을채소 걷이를 시작했다.
힘드니까 무청 분리하는 것이나 하라고 했더니만
"나도 손맛 봐야할 것 아니야?" 라며 무우를 하나
쑤욱 뽑아들었다. 진잎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리
하여 밭에 버렸다. 마르고 썩어 거름이 될테니까.
손수레로 두번 싣고 날랐다. 아내는 칼로 무우와
무청을 분리했다. 이서방이 올라와 수영장 밑쪽
밭에 심은 무우를 뽑았다. 가장 먼저 심은 것인데
아주 형편없다. 이상하게 올해는 무청은 튼실한데
무우는 너무 엉망이다. 도대체 원인을 모르겠다.
무청이라도 잘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배추는 더 엉망이라서 너무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뿌리혹병에 그나마 이 정도 수확을 할 수 있음이
다행이구나 싶다. 뿌리채로 뽑아서 자르고 진잎을
다 떠어내고 다듬어보니 완전히 알배추 수준이다.
그동안 시나브로 뽑아다가 쌈배추로 먹기도 했고
겉절이와 배추국으로 먹기도 했으니까 이 정도의
배추를 거두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아내는 "꿋꿋하게 버텨낸 배추가 참 기특하구만!"
이라고 하며 웃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보기 좋았다. 아무래도 김장용 배추로는
수준 미달이라 결국 마을에서 몇 포기씩을 샀다.
일을 하다말고 마을 아우네에 내려가 튼실하게 잘
기른 배추를 차에 싣고 올라와 아내와 함께 각자
주문한 만큼씩을 나눠 각 집으로 날라놓았다.
천둥, 번개가 치고 이내 비가 쏟아질 것 같으면서
날이 어두컴컴하여 몸도 마음도 바빴다. 이서방과
무우도 나르고 무청은 바베큐장에 가져가 널었다.
두어 달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잘 마르면 영양좋은
무청시래기가 될 것이다. 이서방에게 맡겨놓고서
올라와 밭설거지 마무리했다. 밭설거지라고 해야
별 것 없다. 이미 이전에 해놓아 가을채소 심었던
자리 몇 이랑 멀칭비닐을 벗기는 것 뿐이라서 금새
끝내고 내려가 이서방과 함께 무청을 널었다.
이렇게 하여 올해 산골 촌부네 농사는 다 끝났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받은 농사 성적표는 다양하다.
성적이 좋은 것도 많았지만 마지막에 가을채소의
성적이 변변찮아 쬐끔 실망스럽기는 했으나 올해
전체적인 농사 성적은 그런대로 꽤 괜찮은 편이다.
벗겨놓은 멀칭비닐은 마을 수거장에 갖다놓으면
되고 오늘 준비하여 내일 김장을 하게되면 올해의
겨울채비도 모두 다 끝나게 된다. 이젠 뭐하지?ㅎ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무우를 쑤욱~뽑는
손맛과 무청 잘린 향이
신선하네요.
양평쪽에는 배추잎을
뚫을 기세로
알사탕만한
우박이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일년 농사 좋은 성적
축하드립니다.
무우 뽑는 손맛이나
무청 널어놓는 기분은
농부가 아니면 못느끼는
짜릿함이랍니다.ㅎㅎ
올해는 이상하게
다들 가을채소 농사가
별로라고 하는군요.
기후탓인지 뭔지?
저희는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을 얻어
만족한 농사였고
마무리를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김장도 하시고 무청도 말리시고
넉넉한 겨울 맞으시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내일 김장을 하려고 합니다.
땔감용 장작은 오래전에 일찌감치
마련을 해놓았고, 밥맛좋은 햅쌀도
사놓아 겨울채비는 완벽입니다.
넉넉하고 따뜻한 겨울을 위하여...
즐거운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겨울에는
눈내린 창밖을 바라보며
독서도 하시고 많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해마다 그랬듯이
겨울에는 책을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겨울베짱이 얻어먹으러가유
ㅎㅎㅎㅎㅎ
그러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