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일본 후지산 자전거 여행 4
가마쿠라에서 기차를 타고 도쿄 신주쿠로 들어왔습니다.
열차에 자전거를 담은 가방과 패니어백2개, 핸들바백까지 들고,
일반 열차에 탔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요코하마, 가와사키에서 만원 열차가 되는 바람에,
큰 짐때문에 어찌나 미안한지요. 일본인들은 잘 참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신주쿠역, 나리타에서 기차타고 이 역에서 내려
버스 타고 후지산 갈 때 와 봤던 곳이라 나름 익숙한 느낌이네요.
여러 사람에게 물어 물어 캡슐 호텔을 찾고 짐을 맡겨두고
도쿄 한 복판을 자전거 타고 나섭니다.
도쿄는 길 양 옆으로 이렇게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표시를 해 두어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엄마가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씩씩한 엄마로 보기 좋았습니다.
이 자전거는 아이들이 타는 좌석이 있고 지붕도 있고, 벨트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꼭 헬멧을 씌우지만 정작 엄마는 쓰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덴노가 산다는 그 곳입니다.
네모 반듯 반듯, 큰 거리, 깨끗함, 웅장한 느낌의 도쿄입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제국’이라는 말, 파쇼의 느낌적 느낌,
일본의 거리의 기준, 니혼바시(일본교)의 기린상입니다.
일본 소설 ‘기린의 날개’에서 읽은 바로 그 다리에 와 있네요.
이 곳을 기점으로 제국의 날개를 펼치려 했겠죠? (물론 소설은 다른 내용이지만.)
갑자기 소나기 쏟아져 빌딩 아래 비를 피했습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정말 딱 5분만에 그쳤습니다.
이후 몇 번이나 비가 오고 그쳤다 했지만 걱정 없었습니다.
5분만 여유롭게 기다리자.
니혼바시에 비를 피하고 정처 없이 내려가다가
저 아래 도로에 차는 없고 사람들이 많아서 뭘까 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앞 도로처럼
무슨 집회가 있는 것이 아닐까 했지요.
여기는 긴자 거리였습니다.
아마 주말에만 차 없는 거리인 모양입니다.
마음껏 물건을 사라는 뜻이겠지요.
긴자 거리 이토야 라는 문구점에서
아들을 위한 만년필 하나를 샀습니다
다음 찾아간 곳은 야스쿠니 신사입니다.
참배하러 간 것은 절대 아니고,
어떤 곳이 호기심에 찾아간 것입니다.
웅장하게 거대하게 잘 꾸며 놓았더군요.
일요일이라 문은 닫혀서 못 들어갔지만
바깥만 보아도 일본이 이 곳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 쪽에 짧은 머리스타일에 나이 많이 분 3명 모여 있는 걸 보고,
혹시 극우주의자들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일본은 제국과 군국주의, 식민지배를 그리워하고 있는게 맞구나 생각되었습니다.
오줌이 마려 화장실에 갔더니 소변기가 야스쿠니 신사 반대편에 있군요.
건축가의 배려(?)인가요?
돌아서 나오다보니 작은 동상이 보입니다. 신사를 보고 있습니다.
일본어는 못 읽지만 출정이라는 한자는 읽힙니다.
전쟁터에 가는 아들을 보는 부모와 아내, 자식의 동상입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내내 생각해봅니다.
저 동상은 도대체 무얼 의미할까?
전쟁터에 보낸 가족들은 진정 어떤 생각으로 야스쿠니를 볼까?
다음날, 숙소에서 나와 또 자전거 타고 나섭니다.
이번에는 바닷가로 갑니다.
도요스수산시장, 어제 자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가보는 것입니다.
물어물어 바닷가에 오기는 했으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부산 광안대교같은 곳을 건너야 한다는 것입니다.
“얏바리 무리데스”
결국 자전거는 세워두고 전철을 타고 갑니다.
뭐, 볼게 없더군요. 견학코스로 갔지만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것으로
장은 끝나버려 아무 것도 없어서 허탈하게 돌아나왔습니다.
그러나 멋진 사진 한 장은 건졌습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도쿄는 도쿄타워지, 라는 생각에
자전거 타고 나섰습니다.
그렇군요. 저렇게 우뚝 솟아있군요.
별 감흥 없음.
돌아가는 길에 어쩌다 보니 일본 국회로 가게 되었습니다.
거대하고 권위적이고 안정적인 삼각구도, 일본 정치의 상징이 아닐까.
우리나라 국회나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광화문광장 앞은 이 곳과 어떻게 다를까.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주장을 펼친다.
시위하고 집회하고 농성하는 사람들이 진을 친다.
그런데 이곳은 떠들 수 없을 것 같이 조용하다.
민주주의는 문턱이 낮고, 가깝고, 누구나 말할 수 있어서 시끄러워야 되는게 아닌가,
사람들이 해자를 건너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습니다.
TV에서 본 덴노가 산다는 그 곳과 가까운 곳이라서 사진 찍어 보았습니다.
일본은 섬이고, 도쿄 한복판에 해자로 둘러싸인 섬에 살고 있는 덴노는
행복할까?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네번째 일본 자전거 여행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부록,
내가 먹은 것들.
무사히 잘 도착해 김해공항에서 그만 떨어뜨려 후드가 찌그러진 내 불쌍한 라이카 ㅠㅠ
펜치로 겨우 벌여놓았습니다. 후드가 얼마인데…, 빛에 지장을 많이 받을까요?
첫댓글 죽이네요 사진
라이카의 힘! ㅎㅎㅎ
만연필은 추가요금 주면 각인까지 해줍니다
히가시신주쿠도 주말이면 차없는거리로 시민들이 도로에 다니고 하죠
그런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봅봅니다
각인도 가능하다고 알려주셨지만 하루가 걸린다고 해서요.
차 없는 거리 정말 좋더군요. 우리도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 차가 안 다니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은 넓고 보는 시선도 가지가지구나 하는 느낌.
모처럼 맘에 와닿는 여행기를 읽었습니다. 혹시 책으로 출간한게 있으면 댓글에 붙여주십시오.
대략 40년전쯤에 처음 일본 갔을 때 긴자 4정목 이토야에서 가죽 필통을 산 기억이 나네요. 맘에 드는 물건들이 많았는데 그땐 돈이 없어서......
한마디로 버릴게 하나도 없는 멋지고 재밌는 여행기였어요, 저에게는.
책이라니요. 그런거 없어요.
가죽 감성 좋지요. ㅎㅎ.
저도 가죽 필통, 가죽가방, 가죽만년필케이스, 가죽안경통 등등
선생님의 댓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일본자전거여행해보고싶은데 용기가 나지않습니다
여행기 너무나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림을 잘그리시는데요 ...
나중에 책하나 내셔도 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