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니시리즈 기획안
‘49 일(가제)’
극 본 소 현 경
연 출 조 영 광
<기획의도>
‘인간은 모두 죽는다.’
한번 태어난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윤회부터 천당과 지옥을 비롯한 여러 종교들의 사후세계론을 포함, 다양한 가설들이 있지만 그 무엇도 증명된 것은 없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 이후의 행보를 모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궁금증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죽었을 때, 내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내 죽음 앞에서 가족은, 친구들은, 지인들은... 어떤 슬픔을 보일까?
그들은 나를 두고 어떤 말들을 할까?...
그 속내는 결국 ‘나’라는 인간이 어떤 평가를 받는가가 궁금한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죽음에 관한 이러한 인간의 두려움과 궁금증이라는 두 가지 마음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아주 작은 예로, ‘층간 소음, 주의하고 있나?’ 라는 설문 조사에서
‘우리 가족은 그렇다’가 75% 인 반면 ‘이웃이 그렇다’ 는 대답은 38.8%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나는 괜찮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남의 눈 속에 티는 보여도 내 눈 속에 대들보는 못 본다.’ 라는 속담처럼
자기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야박한 게 인간의 본성 아니던가?
그래서 살다가 뜻하지 않은 큰 불행을 당하거나, 젊은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하늘을 원망한다.
“왜 하필 나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여기에 그런 여자가 있다.
큰 죄를 지은 적도 없다. 남한테 나쁜 짓을 한 적도 없고, 남을 무시한 적도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기 삶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던 ‘신지현’ 이라는
여자가 행복의 정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되고,
다시 이승으로의 삶에 돌아가기 위해서 ‘혈육을 제외하고,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눈물’이 있으면 회생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 받는다.
세 사람!... 세 사람의 눈물?...
스물일곱 해를 살면서 맺어진 인간관계가 몇 명인데 설마 세 명도 없겠어?
하지만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했던 그녀는 약혼자와 친구의 배신을 시작으로 해서, 살아있을 때 보지 못했던 자기 삶의 이면과 처절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게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서,
잘못된 삶을 바로잡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눈물나게 고군분투하면서
새롭게 삶을 배우고, 인간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지현을 통해서...
시청자들도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되돌아보게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다.
과연 지현은 ‘세 방울의 눈물’을 얻어서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이 있습니까?...”
<등장인물>
1. 신지현 (여, 27세)
*신일식 사장의 무남독녀 외동딸. 강민호의 약혼녀. 한강의 첫사랑.
*드라마의 외형적인 주인공.
유복한 가정환경에 다감한 엄마와 딸이라면 끔찍한 든든한 아버지, 그런 부모님의 충만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 생명의 은인인 남자와의 운명적인 멜로에 이어 일주일 후 결혼식을 앞둔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인물.
4월 오전 열시의 햇살 같은 여자. 단순, 순수, 명랑, 쾌활하다.
부잣집 무남독녀 외딸로 부모님 사랑도 듬뿍 받고 자랐다.
유복한 환경에다 타고난 천성이 낙천적이고 정이 많아 대책 없을 정도로 인심이
좋다. 퍼주는 게 장기고 급한 성질에 덜렁대는 게 특기다. 그래서 잘 넘어지고 실수도 많지만 사과는 또 어찌나 잘하는지... 뒤끝도 없다.
여느 부자 집 딸처럼 깍쟁이도 아니고 도도하지도 잘난척하지도 않으며,
털털하고 소탈해서 옷이든 구두든 가방이든 예쁘고 맘에 들면 그뿐, 동대문 시장 물건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너무 갑작스런 불행을 만났을 때... 자기 자신을 돌아봐도 썩 괜찮게 살았던 인물이며, ‘내가 뭘 잘못해서? 내가 뭘 그리도 잘못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하고 하늘을 원망할 자격과 권리가 충분히 있는 인간형이다.
하지만 만약 유능한 아버지 딸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정 많고 모질지 못한 탓에 여기저기 돈 꿔주고 못 받는 맘고생 좀 했을 거고, 평범한 두뇌와 욕심 없는 성격 탓에 어중간한 대학 나와 취업 준비에 맘 끓이는 청년 백수 동참자가 됐을 확률 87퍼센트지만... 그런 자신을 떠올려볼 필요도 없을 만큼 풍족한 환경 탓에 자기 조건을 감사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진해에서 살다가 서울로 본사를 옮긴 아버지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억지로 서울로 끌려서 이사 왔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친해진 인정, 서우와 세 자매처럼 붙어 지내서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끔찍하다. 인정이 집안 형편 때문에 서울로 대학을 오지 못하게 됐을 때 먼저 나서서 인정을 자기 집에서 살게 했던 그녀다.
완전 선머슴에 왈가닥 같았던 여고 2학년, 서울에서 전학 온 반항아 한강과 묘하게 자꾸 엮여 싸우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를 좋아하게 됐었는데... 표현은커녕 대판 싸우고 화해도 하기 전에 그녀는 서울로, 곧바로 한강은 미국으로 떠나면서 헤어졌다가 약혼자인 민호의 미국 유학 시절 후배로 한강과 재회했다.
자신에 대한 한강의 마음은 전혀 눈치 못 채고, 한강이 자신을 싫어하는 줄로만 알고 있다가 송이경의 몸을 빌려 한강의 와인 바에 있으면서 한강의 새로운 모습과 그녀에 대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된다.
무엇 하나 아쉽지 않던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완벽한 행복만이 남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은 상황에서 어마 어마한 천만톤급 뒤통수를 맞는다.
결혼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상태를 맞게 된 것인데... 문제는 그녀의 죽음이 예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
뜻밖의 돌발 상황에서 인간의 죽음을 수습하는 꽃미남 스케줄러 이수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혈육을 제외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을 찾아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회생 조건을 듣는다.
겨우 세 명?... 처음엔 코웃음을 칠 정도로 쉬운 숙제였다.
결혼을 앞둔 민호와 절친 인정과 서우, 너무나 확실한 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49일까지 갈 것도 없어, 이제 죽음 따윈 두렵지 않아! 끔찍했던 유체이탈도 한편 재미있게도 느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영혼 상태지만 완전히 사망한 귀신이 아니라서 영화에서처럼 물체 통과도 못한다는 것. 그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니 어딜 가려면 열린 문 사이로 슬며시 버스 타고 전철 타거나 걷거나 뛰거나 해야 한다는 이수 말에 김이 새지만 그래도 어디야? 내가 안 보이면 인정이나 서우나 기타 친구들 몰래 내 얘긴 어떻게 하는지, 누가 제일 먼저 날 위해 순도 100프로의 진정한 눈물을 흘리는지 알아도 보고... 재밌겠다!
그런데...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남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약혼자 민호와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친구 인정이 연인 관계이고, 그 뿐만 아니라 자신과 민호의 운명적 만남부터가 자기를 이용해서 아버지 회사를 집어 삼키려는 두 사람의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까지 알게 된다.
가장 믿었던 두 사람의 배신을 알게 된 순간 그녀의 회생 조건에서 두 방울의 눈물이 사라졌다는 절망도 잠깐, 우선 그들의 계획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암을 앓고 있고,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딸 때문에 수술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는... 어떡하든 살아야 한다. 살고 싶다.
아빠 때문에 살아야 하고, 뒤늦게 사랑하게 된, 참 좋은 남자 한강 때문에도 더
간절히 살고 싶어지는데...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세 방울의 눈물이 없다...
2. 한 강 (남, 27세)
*지현의 첫사랑. 강민호의 후배. 미국 명문대 출신의 건축 설계사.
연마되기 전의 거칠고 투박한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남자.
말수가 별로 없고 내뱉는 말투도 시니컬하고 무뚝뚝하다. 거기에 눈빛은 서늘하며 몸태 자체가 도도해서 건방지다는 말은 기본으로 듣고, 좋다 싫다 곧바로 표현하는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괴팍하고 성질 더럽다는 말도 꽤 듣는다.
좀처럼 웃지 않아 별명이 데드마스크지만, 도리어 그런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돼서 따르는 여자들이 줄줄이고 그녀들 중 누군가와 필요할 때 일회용 데이트를 하기도 하지만 두 번 만나는 여자는 없다.
미국에서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돌아와서 직접 설계 건축한 건물 1층에 와인 바를 2층에는 설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인맥 학맥이 전혀 없는데도 그의 탁월한 예술적 설계 재능을 증명하는 건물 덕에 여기저기에서 설계 의뢰가 많이 들어오지만, 그 날의 기분이나 상대방에 대한 그 순간의 느낌으로 일을 맡기도 하고 단칼에 거절하기도 한다.
때문에 동종업계에선 왕따지만, 일단 일을 맡으면 반짝 반짝 눈에서 광채가 나게 설계에 몰두한다.
현재 민호가 추진하는 섬 휴양단지의 A구역 펜션 단지 설계를 맡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막 사춘기가 시작됐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엄마와 살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작스레 엄마 손에 끌려 엄마 고향인 진해로 내려왔다.
부모님의 이혼을 엄마 탓으로 오해하고 폭풍 같은 사춘기에 반항심까지 겹쳐서 할 수 있는 모든 반항을 온 몸과 마음으로 해대던 시절이었다.
엄마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기 위해서 고향인 진해로 온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채...
안 그래도 미운 엄마가 시골 촌구석으로 끌고 온 게 너무 화가 나서 할 수 있는 어깃장은 다 부렸다. 학교 빼먹기, 싸움질하기, 집에 안 들어가기, 학교생활 엉망으로 하기...
그러자 엄마가 그를 더 견디기 힘들다며 미국에 있는 아빠한테 보내 버렸다.
어느 날 불쑥 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아버지 손에 강제로 끌려 그날로 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LA에 도착해서야 부모님의 이혼 사유가 아버지와 재혼해서 살고 있는 여자와 아버지의 오래된 외도 때문임을 알고 충격 받았지만 한편 그런 말도 안 해주고 아버지한테 보낸 엄마가 더 미워서 연락도 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엄마가 암이었고 엄마의 죽음을 아들 혼자 겪게 할 수
없어서 떠나보냈고, 혼자서 쓸쓸히 죽었다는 것을...
이후 죄책감과 자책, 자괴감으로 인한 상처가 너무 커서, 자기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채 위악적인 모습으로 살아왔다. 시니컬하지만 장난기가 포함됐고,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고 열정 가득한 그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혼자서 외롭게 죽어간 엄마가 있는 곳. 또 한 사람, 신지현!... 아릿한 그리움이고 아쉬움인 아이, 지현이 있는 곳...
진해로 전학 온지 일주일도 안돼서 그의 건방짐으로 인해 토박이 아이들과 시비가 붙던 날, 도와준답시고 대책 없이 자전거로 돌진했던 왈가닥 지현에게서 인상적인 첫 느낌을 받고 엄마한테 못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들키면서 자꾸 엮이다가 그의 첫사랑이 된 지현. 신지현은 그에게 아릿한 그리움이었고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자리를 잡고 지현을 찾아보려던 순간 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친해진 민호 형의 약혼자로 지현과 재회한다.
지현을 제외하고 그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형, 민호의 여자가 된 지현에 대한 자기 마음을 감추기 위해 냉하게 지현을 대해서 그가 진해 시절부터 계속 지현을 싫어하는 걸로 오해하게 만든다.
그때는 그랬다, 뭐 어떠랴? 나 같은 놈을 뭐라고 생각하든 무슨 상관인가? 신지현이 행복하면 그만인 거지... 그녀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그랬는데...
지현의 사고 이후, 송이경을 와인바에 취직 시켰다가 점점 지현이 느껴지는 이경에게 끌리면서 혼란을 겪다가 결국 제일 처음으로 송이경의 몸에 들어가 있는 게 지현의 영혼임을 확인하는 한편 지현에 대한 자신의 마음도 확인하게 된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는 둘째 치고, 중요한 건 지현은 살아있고 내 곁에 있다!!...
좀처럼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 지현이지만, 스스로 확신한 순간 휴화산 같았던 그의 뜨거움이 되살아난다.
엄마처럼 두 번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속수무책으로 보낼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현을 대신해서 민호를 저지하고 지현부의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뛰고, 지현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지현과 가슴 아픈 사랑을 키워 나가는데...
3. 강민호 (남, 30세)
*지현의 약혼자이자 인정의 연인. ‘신일’의 기획 본부장.
뱀처럼 차가운 심장에 양털처럼 보드라운 미소를 가진 남자.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 일등을 놓쳐본 적 없는 수재.
서울대를 거친 미국 MBA 출신이다.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수려한 외모에 유쾌하고 다정다감한 성격까지 갖춰 겉만
보면 최소 준 재벌 2세쯤은 돼 보이게 귀족적이지만...
평생 한탕주의를 모토로 허무맹랑한 사업에 도박으로 살다가 급기야 사기까지 당하고 감당 못할 빚만 남기고 화병으로 세상을 뜬 아버지 때문에 엄마 손에 끌려 야반도주한 게 열 세살... 그 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버지 무덤을 찾은 적이 없다.
땅 한 평 없는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온갖 허드렛일로 극악을 떨며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를 보며 이 악물고 공부만 했다.
이 시궁창 같고 처참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성공 뿐, 이 진창에서 보란 듯이 내 능력으로 기어오르리라, 더 오를 데 없는 꼭대기까지 오르리라... 결심했다.
불공평한 신이 정해준 환경 따위에 지지 않기 위해서,
밝고 당당하면서도 따뜻한 미소에 너그럽고 다감한 성격까지도 스스로 연출해서
만들어 낼 정도로 비틀린 자기애와 자존심이 강하다.
자기 관리도 철저해서 등산, 자전거, 조깅 등 돈 안 드는 운동치고 못하는 게 없고,
술도 절대 취할 만큼 먹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욱해서 화를 내는 따위의 속을 드러내는 일도 절대 하지 않는다.
서울 대 졸업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고생하신 김에 조금만 더 해달라고, 한꺼번에 다 갚겠다며 엄마를 설득, MBA를 고려하던 중 인정을 알게 만나 사랑하게 됐다.
예쁘고 학벌 좋고 거기에 성북동 대저택 집 딸인 인정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인정의 무서운 제안을 받는데... 이 남자, 인정의 제안보다 더 큰 계획을 세운다. 신이 자신에게 내려준 이 불공평한 환경을, 내 손으로 바꾸리라...
단순 발랄한 지현을 단 한순간도 여자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심심하고 맹탕 같은 아이여서 인정을 버리고 지현을 갖는 걸로 진짜 신일식의 사위가 될 생각은 꿈에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지현부가 결혼을 서둘렀다.
아직 계획 달성을 못한 터라 거절은 못하고 결혼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서두르다가 지현의 사고라는 암초를 만난다.
지현이 그의 계략을 알게 된 후, 그에 대한 적개심과 모멸감으로 자기를 우습게 대하는 줄도 모르고 송이경에게 끌리고 그녀를 갈망하다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맹렬히 갖고 싶은 여자가 송이경이라는 껍데기를 빌린 지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데...
4. 신인정 (여, 27세)
*지현의 베스트프렌드. 민호의 연인. 지현부의 비서.
이지적이고 총명하다. 인상 좋은 외모에 세련된 화술과 교양의 소유자.
자존심이 강하고 지기 싫어해서 성적도 늘 상위권이었다.
남의 과수원 소작농인 아버지에 위로 오빠와 언니, 밑으로 여동생이 둘이다.
방 세 칸 중 하나에서 여자 형제 넷이서 고물거리며 지냈지만 그래도 과수원집 딸이었다.
지현이네가 훨씬 부자이긴 했지만 지현에게 꿇릴 것도 크게 아쉬운 것도 없었다. 교복을 입으니 옷으로 비교할 일도 없었고 먹어봤자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쫄면이었으며 시내 나가봤자 영화 한편에 패스트푸드 정도였으니까... 더구나 그녀는 지현 보다 얼굴도 예뻤고 공부도 더 잘했으며, 무엇보다 지현은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다는 사춘기 시절에 모든 속내까지 공유했던 인정 인생 최고의 친구였고 정말 사랑하는 친구였다.
아직은 순수한 열아홉 살 때까지는...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한 건 서울로 대학을 올 욕심에 지현의 집에 얹혀살고 나서부터였다. 스무 살, 성인이 돼서 처음 만난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속의 세상은 그 전까지와 180도 달랐다.
세상도 사람들도 순수하지 않았으며 돈으로 이미 계급이 정해져 있는 사회였다.
지현의 서울 친구들은 지현네 수준이었고 지현도 어느새 서울 분위기에 맞게 입고 쓰고 먹고 노는 격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지현은 아버지가 사준 차로 등하교를 하고, 그녀가 부족한 학비 때문에 장학금을 타기위해 밤새며 시험공부를 할 때 지현은 심심하다며 영화를 보러 가거나 피부 관리를 받았다.
지현 집에 온 손님들이 공짜로 딸 친구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사람 좋은 지현부모를 치하하는 얘기를 번번이 듣다가 어느새 자기 방은 자기가 치우기 시작했으며 자기 빨래도 가정부에게 맡길 수 없었다...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 것.
그녀를 바래다주던 남자친구는 친구 집이라는 말에 역력하게 실망을 표시했고, 우연히 마주친 지현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게 자존감 강한 인정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들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정에게 같이 쓰자며 완전 개방해 준 지현의 옷장에서 옷을 빌려 입지 않게 됐으며, ‘예쁘다’ 는 말 한마디에 너무나 선선히 ‘이뻐? 그럼 너 가져’ 하는 지현의 말도 고깝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현은 전혀 변한 게 없이 여전히 정 많고 인심 좋은 아이였지만, 인정의 눈에는 그 착하고 정 많은 성격조차도 아빠 잘 만난 주제에 나오는 잘난 척으로 보였다.
조건 좋은 남자들이 주위에 즐비한데 운명적 사랑을 만나야 한다느니, 마음이 중요하다느니 하면서 지현부가 소개하는 남자들을 안 만나려고 하는 지현의 배부른 투정은 더 기가 막혔다.
다 지 아빠 덕인 줄도 모르고!... 그랬다, 아빠 덕...
상류층 아버지가 아니었어도 니가 그럴래? 그럴 수 있어?...
지현을 끌어내리고 싶었다. 자신과 동등한 입장에서, 아니 완전 바닥인 상태에서 부모 덕 없이 오롯이 자기 능력으로 이 무서운 세상에서 지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때도 니가 지금처럼 착하게, 순수하게, 인심 좋게 살수 있는지...
그렇게 지현에 대한 비틀린 적개심이 극에 달했을 무렵... MBA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대기업 기획 팀장으로 자리를 잡은 민호한테 자신이 신일식 사장의 딸 신인정이 아니라는 걸 들키자, 민호에게 무서운 제안을 하게 된다.
“오빠한테 필요한데 나한테 없는 게... 돈이지?”
지현 집 부근에서 그녀를 지현으로 착각한 납치범들의 납치 시도에서 구해준 민호에게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졌다. 그 덕에 그토록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신일식’ 문패가 붙어있는 지현의 집을 당연히 ‘신인정’인 그녀의 집으로 아는 민호에게 친구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어려운 형편에 힘들게 MBA 과정을 선택한 민호의 유학비용도 보탰다. 대학원을 포기하고 지현부 비서로 취직해서 번 돈을 탈탈 털어서... 그렇게 민호를 사랑했고, 갖고 싶었다... 어떤 보장도 계산도 없이 맹목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순정이 있었던 그녀, 한편으로는 성공을 향한 민호의 활화산 같은 욕망을 알았기에 더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현은 물론 지현부의 비서로 일하는 터라 지현부의 사고방식부터 습관, 성격 뿐 아니라 회사 돌아가는 사정까지 빠삭하게 알아서 생각보다 손쉽게 민호와 계획을 이루어가던 중 지현이 사고를 당한다.
충격이었다, 가슴도 아팠다...
그런데... 그렇게 깔아뭉개고 싶었던 지현을 지현인 줄도 모르고 민호가 사랑하게 되는 부메랑을 맞는다.
5. 송이경 (여, 28세)
* 스케줄러 송이수 생전의 연인. 편의점 파트타임 직원.
*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 역할.
분명 사람인데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무생물처럼 살고 있는 여자.
사람을 피해 새벽 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혼자만의 생명만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녀를 1년 넘게 짝사랑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그녀를 볼 핑계로 같은 물건을 사러 오는 남자가 있지만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5년 전, 송이수의 사망 이후부터였다...
같은 해 2월에 각각 고아원 앞에 버려져서 원장 성을 따서 송이수와 송이경이 된 후 혈육처럼 의지하며 자라서 연인이 됐던 이수였다.
갓난아기 때 버려져서 혈육이 뭔지조차 모르던 둘이어서 서로가 혈육이고 친구면서 보호자로 살았다. 같은 대학 호텔 관광학과를 들어갔고, 번갈아 휴학하며 서로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유능한 호텔리어로 성장해서 악착같이 돈 모아서 전국에서 제일 싼 땅을 사서 ‘이월에’ 라는 민박을 차려 예쁜 아이들 낳고 평화롭게 살자는 미래를 꿈꾸면서...
그런데 음악을 좋아하던 이수가 가수를 꿈꾸면서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점점 갈등이 쌓이던 중, 잘난 이수 주변의 여자 문제를 오해해서 다투다가 홧김에 헤어지게 됐다. 그리고 그 짧은 이별 기간 동안에 이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것... 그녀에게 이수의 죽음은 단지 연인의 죽음이 아니라, 여자로서도 버림받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었다.
혈육 이상 이었던, 보호자였던, 연인이었던, 그리고 앞으로 내 아이들의 아빠였을 이수였기에... 이수 외에는 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었던 고아였기에...
그녀가 싫다고 떠났다가 하루 만에 이수가 죽어버린 후, 이수 없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고 이수 없는 삶을 꿈꿔본 적도 없었던 그녀는... 혼자서 살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죽지 못하고 사는 생활을 하다가 결국 이수의 5주기 때, 이수가 사고로 사망한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짝사랑남의 저지로 실패하고 대신 지현이 예정에 없던 교통사고를 당하게 만든다.
그러한 사정으로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잠들어 있는 자신의 육신을 지현에게 내주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내 방에서 내 몸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샴푸 냄새, 뭔가 변한 듯한 머리스타일, 조금씩 달라진 물건의 자리들, 음식 알러지 흔적까지...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몽유병?...
도대체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 알 수 없는 일들이... 절대 잔물결조차 없이 죽은 바다 같았던 그녀를 흔들고 깨우더니, 꿈에도 생각해 본적 없는 놀라운 상황 앞에 그녀를 던져 놓는데...
6. 스케줄러 송이수(남, 23세)
*송이경의 연인.
웬만한 아이돌은 울고 갈 쭉 뻗은 몸매의 꽃 미남 스케줄러.
미리 예정돼 있는 인간들의 사망 일정에 따라 사망 현장에서 막 육신을 떠난 영혼들을 사후 세계로 넘겨주는 게 그의 일이다.
최신 유행 청바지에 아이폰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최신 음악을 듣는 신세대 스케줄러. 평상시에는 멀쩡한 젊은 남자 모습이라 여자들의 시선도 받고, 때로는 불쑥 지현 옆에 나타나기도 한다.
5년 전 사망한 송이경의 연인이지만 전생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무언가를 위해 스스로 스케줄러를 자원한 건 알고 있지만, 워낙 중책인지라 이미 전생이 된 생전의 기억은 전혀 못하고 단임제 스케줄러 임기인 5년을 무사히 마쳐야 그 소원을 이루고 완전히 후생으로 갈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껄렁껄렁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충동적이며, 상당히 솔직하고 기분파였던 생전
송이수의 성격 그대로다.
워낙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해서 이 세상에 관심도 많고 호기심도 넘쳐서
‘스케줄러 100배 즐기기’를 모토로 임기 5년의 스케줄러 생활을 한껏 즐기고 있다.
그렇다고 본업을 등한시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자기 할 일은 칼같이 하고 지킬 건 지킨다. 대신 자기중심적인 현대 젊은이 출신답게 일도 딱 할 만큼만 한다.
아이폰으로 그의 담당 구역 내 일주일치 사망 스케줄을 전달 받으면, 그 스케줄에 따라 사망 예정 장소에 5분 전 도착, 사망자에게 친절히 상황 설명 후 중천 행 엘리베이터에 태우면 임무 끝, 다음 스케줄까지 가수들 공연도 보고 홍대 클럽도 다니면서 자유시간을 즐기는 그였다.
그런 그에게 제일 골치는 자살자들. 예정된 사망과 상관없이 갑툭튀인 자살자들 때문에 스케줄이 꼬이는 걸 제일 싫어한다. 아니 왜!!! 질서를 지키지 않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자살자들은 쨉도 안되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바로 ‘신지현’ 돌발 사망 사건!!...
그의 임기 5년 간 단 한번도 없었던 대형 사고가 임기종료 50일 전에 일어나서
제대만 기다리는 말년 병장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그의 임기 말년을 정신없게
만든다. 이번에도 트러블 메이커는 어떤 여자의 자살 시도!...
그의 잘못도 아니지만 예정 사망자가 아니었던 신지현도 피해자인지라 투덜대면서도 위에서 지시한 대로 그녀와 원인제공자 송이경이라는 여자를 연결해주는데...
이 여자 신지현, 툭하면 찾아오고 호출하고 난리도 아니다.
‘인간사에 절대 관여하지 말 것!!!’ 이 스케줄러가 지켜야 할 제일 중요한 철칙인데, 울며불며 별별 얘기 다 하면서 어떻게 하냐? 어떡하면 좋으냐? 귀찮게 굴어댄다.
나 더러 어쩌라고?!!!
서울 담당 스케줄러들과의 정기 보고회에서 예정에 없던 돌발 사망 사건 회생 사례에서 ‘세 방울의 눈물’을 받아 회생한 사례가 9프로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약혼자하고 절친의 배신? 그 정도는 눈도 깜빡 안할 상황인데... 그 뒤로도 구구절절 듣다보니 이 여자, 참 딱하긴 하다...
이미 이승에서 사선(死線)을 넘으면서 인간적인 감정은 배제된 그였는데... 스케줄러로 인간들 곁에 5년여를 머물면서 동화된 탓인지 자꾸 신지현 상황에 말려들게 된다. 결국 절대 철칙을 슬쩍 어기기도 해서 그 덕에 된통 혼쭐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지현이 유일하게 속을 트고 대화하는 인물로 지현과의 티격 태격으로 코믹하게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
뒤에 결국 지현이 이경의 물건 속에서 그의 사진을 발견함으로써 ‘송이경, 신지현, 송이수’가 엮이게 된 게 모두 어떤 이유가 있었으며 그와 함께 그가 스케줄러로 자원하게 된 이유가 밝혀지는데...
7. 지현부 신일식 (남, 50대 초반)
*지현의 아버지. 주식회사 ‘신일’ 사장.
부친이 하던 작은 샷시 공장을 물려받아 성실과 진심, 신용과 뚝심으로 사업을 키웠다. 대기업이 진출하기 전까진 창호업계의 일인자였다.
단순하고 우직하며 소탈하고 털털하다.
그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딸 지현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사내로서 처자식 건사는 기본이어야 하며, 딸자식은 곱게 키워 좋은 남자 만나 시집가서 사랑 받으며 사는 게 여자로서 행복이고,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게 애비로서 최선의 역할이라고 생각, 지현을 마냥 곱게 키웠다.
한편으로는 평생 키운 회사를 물려줄 아들이 없는 게 은근히 아쉽기는 했었다.
그러던 중 딸 지현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민호가 비록 홀어머니에 집안은 가난하지만 탁월하게 머리 좋고 능력 있고 인물도 좋고 거기에다 성품까지 좋아보이자 민호를 사윗감으로 욕심낸다.
새로운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까지 지현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결혼을 시키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위암 판정을 받는다. 생존 확률 40프로라는 말에 딸을 아무런 걱정 없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결혼시키고 싶어서 결혼을 서둘렀다.
지현이 무사히 신혼여행까지 마치고 돌아온 이틀 후로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지현이 뇌사상태에 빠지자 그 수술마저 미루다가 날짜가 갈수록 지현의 회생이 불가능해지자 자신의 전 지분을 민호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미리 작성한다.
8. 지현모 (여, 50대 초반)
*지현의 어머니.
지현조부 공장 시절 여직원으로 일하다가 신일식과 눈이 맞아 결혼했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형. 남편이 하늘이고 딸이 전부다.
인정을 낳고 몇 년 후 자궁근종으로 자궁을 적출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런데도 구박 없이 바람 한번 안 피우고 마누라로 존중하며 데리고 살아주는 남편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남편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이고 무조건 오케이다.
능력 좋은 남편 덕에 평생 집안 살림만 전담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인정을 예뻐하고 신뢰하는 남편과 달리 이상하게 인정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다.
9. 박서우 (여, 27세)
인정과 함께 지현의 트리오 친구.
평범한 집안에 성적도 평범해서 서울로 대학을 가지 못하고 지방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직해 다니다가, 민호와 인정이 지현네를 망가뜨릴 계획을 세운 후 지현 집을 나오기 위한 인정의 꼬임에 신나서 서울로 올라와서 인정과 함께 살고 있다.
한강의 와인 바 근처 네일샵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귀여운 푼수 끼에 다혈질 기질이지만 성품은 곱고 착하다.
콩 한쪽도 삼등분해서 나눠먹을 만큼 지현과 인정을 혈육처럼 생각했는데...
유학 후 돌아온 한강을 짝사랑하고 있다가 한강이 지현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나마 지현이 믿고 있던 한 방울의 눈물마저 위태로워진다.
10. 오해원 (남, 48세, 와인 바 주방장)
와인 바의 주방장이자 총 매니저. 한강의 유일한 혈육 같은 존재이자 조언자.
과거 한강의 엄마가 다니던 절의 스님이었으나 현재 아내인 방화준을 만난 후 파계한 파계승. 강의 엄마가 운영했던 술집 주방장을 했던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졌다.
한강의 엄마가 죽기 전까지 곁을 지켰고, 한강에 대한 애정이 속으로 각별하다.
우락부락한 외모에 말투도 투박하지만 아내 앞에만 서면 온갖 유치닭살로 백팔십도 변할 만큼 금술이 좋다.
변치 않고 한결 같은 사랑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상적 인간형.
11. 노경빈 (남, 32세, 신경정신과 의사)
이경의 짝사랑 남. 이수가 죽은 후 이경이 다녔던 신경정신과 의사.
결혼 한 지 6개월 만에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고 페인처럼 살았던 시절이 있어서
같은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인 이경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었다.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고 사라졌던 이경을 1년 전 자신의 동네 편의점에서 재회하고 더 악화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이경을 연민으로 지켜보다가 사랑하게 된다.
지현의 영혼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이경의 상담자 역할.
12. 차진영 (남, 30세, 민호의 고등학교 동창)
민호의 어릴 적 환경뿐만 아니라 현재 민호 엄마의 상태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 민호의 그림자 같은 인물.
13. 방화준 (여, 54세, 와인바 주방장의 아내)
신내림을 치료하려고 찾은 절에서 만난 스님이었던 오해원을 파계하게 한 장본인.
자신을 구해준 남편에 대한 사랑이 한결 같고 지극정성이다.
아직도 약간의 신기가 남아 있어서 이경의 모습을 한 지현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다.
14. 기준희 (남, 20대초, 와인바 알바 생)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한 상태로 한강의 와인바에서 일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열혈 청년.
어떤 환경도 개인의 성품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해주는 인물.
15. 마순정 (여, 30대초, 예명/마수진, 와인바 직원)
열세번의 연애를 실패하고도 결혼에 실패한 이혼녀.
사랑에 있어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서 남녀 관계 감정 눈치가 도사급이다.
겉으론 사랑 따윈 없다며 시니컬하지만 여전히 외로운 여인.
16. 고미진 (남, 29세, 신일의 홍보실 직원)
팔랑귀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소심한 인간형.
지현이 사고 후 이경에게 회사에 관한 연락망 역할을 하게 된다.
17. 그 외 회사 관계자, 지현 집 입주 도우미 등...
<줄거리>
-1회-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지현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결혼식 만들기 위해 정신이 없다.
결혼식은 그림 같은 풍광이 배경이 되는 양평 별장 정원에서, 외국 영화에서처럼 신랑 신부 친구 두 명씩 들러리를 세우고, 결혼식 후에는 역시 외국 영화처럼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친구들과 밤새 파티를 하고, 아버지 하객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적어도 그녀의 친구들은 축의금 봉투 대신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고른 ‘선물’을 가져와야 하고...
일생에 한번인 결혼을!!! 사진사 따라다니며 웨딩촬영하고, 남들 다 하는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결혼식 올리고 끝나자마자 알록달록 꽃장식한 웨딩카 타고 공항으로 직행해서 신혼여행 떠나는, 그런 전형적이고 데칼코마니 같은 결혼식 따위는 절대 할 수 없는 지현이었다.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약혼한지 보름 만에 한 달 후에 결혼을 하라니!... 언제는 약혼자 민호가 진행하고 있는 새 프로젝트 준비가 끝난 후에 결혼하라더니 갑자기 바빠지기 전에 결혼을 하는 게 낫겠다며 결혼을 서두르는 아빠한테 툴툴거리면서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혼 빠지게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현.
결혼 기념 셀프 비디오 작업만 해도 이게 어디 보통 일인가? 엄마 아빠의 축하 멘트부터 그녀 인생의 절친 인정과 서우의 인터뷰도 하고 자신의 생명의 은인으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민호와의 러브스토리도 설명하는 등 수선을 피운다.
한 가지 골치 거리는 민호의 절친 후배 한강이었다. 신랑 측 들러리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 야멸친 녀석이 딱 거절이다. 비디오 인터뷰도 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한 때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비록 그 몇 개월 동안 한강과 주구장창 싸우기만 하다 헤어졌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자신을 싫어하다니... 한강이란 놈, 진짜 쪼잔하고 못돼 먹은 녀석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강이 밉지 않고 싫지 않은 지현이었다.
다음 날, 결혼식에 입힐 친구들의 들러리 드레스를 고르러 갔던 지현은 약혼자 민호에게 건네줬던 서류 중에서 인감증명서를 빠뜨린 걸 발견한다.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휴양 단지 개발을 위한 서해 단독 섬 매입을 위해 지현 명의의 땅을 잔금으로 대체하기 위한 인감증명서였다.
마침 입고 있던 들러리 드레스도 인정에게 보여줄 겸 회사로 향하는 지현.
그 시간... 이경은 연인 이수의 5주년 기일을 맞아 이수가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현장을 찾는다. 이수에게 바치는 꽃 한 다발을 들고 달리는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차도로 몸을 날린다. 막 몸을 날리는 이경을 다급하게 어떤 남자가 뛰어들어 잡아 채지만,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이경을 본 운전자는 기겁해서 확 핸들을 꺾는다. 그 바람에 그 차가 중앙선을 침범하고... 중앙선 너머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끽!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그 바람에 연이은 급정거 사태와 추돌 사고가 발생하는데... 딴 생각에 빠져서 운전하던 지현이 뒤늦게 바로 앞에서 급정거하며 미끄러져 쓰러진 오토바이와 운전자를 발견한다.
기겁해서 핸들을 돌리지만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날아가듯 가로등을 쾅! 들이 받는 지현의 차. 순간 앞 유리창이 산산 조각 나고 그 사이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지현. 지현과 함께 옆 좌석에 놓여있던 인감 증명도 밖으로 휘날려 나온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바닥에 동댕이치듯 쓰러져있던 지현은 구급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는데 다행히 사지가 멀쩡하다.
구급차 몇 대와 엉켜있는 차들로 어수선한 도로. 그런데 자기 차 주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모여 서있고 구급대원들이 달려오고 있다.
탄식과 비명 섞인 사람들 반응에 비칠비칠 다가간 지현은 운전석에서 머리에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있는 지현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믿기지 않는 광경에 충격 받고 멍해 있는데 구급 대원들이 자신을 들것에 옮긴다.
어?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보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고 만지려 해도 만져지지 않는다.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는데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수와 시선이 마주친다.
저 남자는 날 알아보네? 다급한 마음에 이수에게 달려가려던 지현은 구급 대원이 자신의 육신을 구급차에 태우자 우선 자신의 몸을 따라 구급차에 올라탄다.
이미 사망한 것 같다는 구급대원들끼리의 말에 경악해서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녀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구급 대원들 반응에 미칠 것 같은 지현.
내 몸은 저기 있는데 나는 여기 있어, 그런데 아무도 날 보지도 못하고 내 목소리도 못 들어... 이런 상황... 영화에서 봤는데... 이건... 죽은건데?... 스스로 사태 파악하고 경악하는 지현.
병원에 도착하고 응급실에서 자신의 육신을 보면서도 지현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데 응급실 다른 환자 병상 옆에 서서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는 이수를 발견한다. 조금 전 사고현장에서 봤던 남자다!... 반색하는데 그 순간 이수가 지현을 쳐다본다.
확실히 자신을 알아보는 이수가 말할 수 없이 반가운 지현은 그에게 달려가서 ‘나 보이죠? 보이죠?!’ 하며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사람들한테 말 좀 해달라고 이수를 잡아끄는데 도리어 이수가 ‘야!!! 신지현!!!’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어서 숨쉴 틈도 안주고 어떻게 된 거냐고, 뭐하다 사고 냈냐고!!! 너 땜에 이 사람이 못 죽었잖아!!! 옆 병상의 남자 환자를 가리키며 화를 내는 이수.
심장병을 앓던 40대 남자가 운전 중에 심장발작으로 사망하게 돼 있었고 그를 수습하는 게 오늘 이수의 스케줄이었는데 지현의 사고로 인한 교통 체증으로 죽음의 시간이 뒤로 미뤄진 것. 사후 스케줄에도 문제가 생겼지만 오늘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 지현 사고도 그가 처리해야 할 큰 문제였다.
이수의 반응에 벙해서 있던 지현은 뒤늦게 이수가 자기 이름을 ‘신지현!!’ 이라고 불렀던 걸 기억해 내는데 응급 치료를 받던 이수 담당 남자가 숨을 거둔다. 그 순간 남자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고 이수가 그를 사후 세계의 문을 통해 이승에서 내보낸다.
마치 꿈같은 영화 같은 장면을 보면서 이수 정체를 느끼는 지현.
“그럼 너... 니가 저승사자야?...” 떨려서 물어보는데 펄쩍 뛰는 이수, 절대 저승사자가 아니고 ‘스․케․줄․러!!!’란다.
“촌스럽게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시대착오적 대사를 날리냐?”
“어쨌든 내가 죽었다는 거 아냐!!!...” 눈물이 그렁해서 이수를 보는 지현.
“그래 죽긴 죽었는데...” 스케줄에 없었던 지현을 난감하게 보는 이수.
그런 이수의 심상치 않은 기색을 눈치 채고 따지고 몰아 부친 끝에 이수로부터 그녀가 오늘 죽을 예정이 아니었으며 오늘의 사태는 사망 인구 백만명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돌발 사태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뒤늦은 충격과 억울함에 이수를 붙잡고 길길이 뛰는 지현에게 시달리던 이수는 핸드폰 통화로 윗선에서 지시를 받더니 지현에게 회생의 조건을 내세운다.
사망 예정은 아니었지만, 사고 당시 지현의 영혼이 육신에서 너무 멀리 튕겨져 나왔기 때문에 그냥 회생할 수는 없다면서, 49일 안에 지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이 있으면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즉, 생사의 질서를 뒤집고 돌아가게 해 줄만큼 가치 있게 살았냐는 것인데...
그 증거물은 지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흘리는 진정한 순도 100프로의 눈물 세 방울!... 단, 그 대상에서 혈육은 제외란다.
‘눈물 세 방울? 순도 100프로?’ 무슨 소린지 몰라 황당해 하는 지현을 낯선 장례식장으로 데리고 간 이수는 장례식장에서 울어대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여준다.
운다고, 눈물을 흘린다고 모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건 아니었다.
의례적인 눈물도 있고 슬픔 속에 자기 설움이 담긴 눈물도 있고, 친구의 죽음으로 자신이 위안 받는 눈물도 있고, 동정의 눈물도 있었으며 심지어 속으로 통쾌해하는 가짜 눈물도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순도 100프로 진심의 눈물은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지현은 한 방울, 혹은 한 줄기 눈물에 섞인 인간들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을 신기하게 볼뿐 자기 상황에 대입하진 못한다.
자신에게는 운명적으로 만나 자기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민호가 있고 혈육 그 이상인 친구 인정과 서우가 있다. 그뿐인가? 단 한번 말다툼조차 해본 적 없는 고등학교 친구들에 대학 친구들 미경, 지선, 성희, 윤주에다 20년을 가족처럼 살아온 가정부 아줌마와 운전기사 아저씨 등도 있다. 기타 등등 알고 지낸 지인이 스무 명도 넘는다.
다 그만두고라도 민호와 인정, 서우에 대해 100프로 자신 있는 지현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자신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사색이 돼서 달려와 고통스런 눈물을 흘리던 민호를 봤고 인정, 서우의 고통스런 몸부림도 봤던 터였다.
뇌의 극히 일부만 살아있는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뇌사 상태에 빠진 지현의 육신 앞에서 혼절해 쓰러진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그래봤자 며칠이다. 49일? 그때까지 갈 것도 없어!!! 며칠이면 세 방울의 눈물을 받을 수 있다며 큰소리 뻥뻥 치고 이수가 걸어주는 눈물 목걸이를 거는 지현.
이수가 지현을 데리고 간 곳은 이경의 편의점 앞.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편의점 유리 안으로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이경을 가리키면서 아이폰으로 다운된 이경의 신상 명세를 알려주는 이수.
<이름, 송이경. 나이 28세. 춘천 ‘한사랑 보육원’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명전문대 호텔관광학과 졸업, 서울 호텔에서 2년 근무, 23세 4월에 호텔을 그만 두고 1년 백수를 거쳐 편의점을 전전, 현재 새벽 2시에서 아침 9시까지 근무> 하고 있다는 저 여자가 앞으로 지현이 49일 동안 몸을 빌리게 될 여자란다. 그것도 그녀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만...
미용실은 언제 간 건지 손질 안 된, 귀신같은 치렁치렁한 머리에 화장기만 없는 게 아니라 핏기 하나 없는 이경을 심란하게 보는데 이수가 추가 조건을 말해준다.
앞으로 49일 동안 지현은...
첫째, 절대로 자신이 신지현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티를 내서도 안 된다. 발설하는 순간 곧바로 저승행 특급 열차 탑승이란다.
둘째, 송이경의 잠든 시간만을 이용할 것. 즉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이용가능 하다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밤 12시까지는 이경의 집에 돌아와야 한다.
초과하는 시간만큼 49일에서 빠진단다. 남은 시간은 영혼 상태인 지현으로 알아서 시간을 때우라는 이수.
셋째, 송이경의 몸을 빌려서 사는 동안 필요한 돈은 벌어서 쓸 것.
다음 날 아침, 지현은 일을 마치고 들어와 잠든 이경에 몸에 들어가 눕는다.
잠시 후... 눈을 뜨고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일으킨다.
움직여진다... 잠들어있는 이경의 영혼을 바라보며 신기하게 일어서는 지현, 거울로 간다. 거울에 비치는 송이경의 모습을 어색하게 바라보는 지현...
-2회-
그렇게 이경의 몸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된 지현 앞에 나타난 이수는 자신과의 통신용이라며 아이폰과 4만 9천원을 쥐어주고는 이 돈도 일해서 갚으라며 쌩하니 오토바이를 타고 가버린다.
그 황당한 모습에 뭐 저런 저승사자가 다 있어?... 나 지금 이거 꿈꾸는 거 아냐?... 하지만 쇼윈도에 비치는 모습은 자신이 아닌 낯선 송이경이라는 여자다.
그렇게 해서 生과 死의 갈림길에서 하루 14시간은 송이경으로, 10시간은 영혼 상태인 자신으로 살아가게 되는 지현.
송이경이 된 지현은 병원에 간다. 그동안 한시도 병원을 떠나지 않은 듯 처음 병원에 달려온 양복 차림 그대로인 민호의 초췌한 모습을 본다. 도리어 아빠가 집에 가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고 오라고 하는데도 꿈쩍을 안한다.
“지현이 옆에 있겠습니다... ”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으로 목까지 잠겨서 내뱉는 비통한 한마디! 그 감동적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민호가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눈물이 말라버려 울지도 못하는구나... 그렇게 민호의 사랑을 확인하고 감동하는 지현.
한편 지현의 사고 소식에 말할 수 없이 큰 충격 상태에 빠져있는 한강 앞에 불쑥 송이경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구인 광고를 내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찾아와서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달라는 이경.
이경의 조건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지현이 송이경이 호텔 관광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한강의 와인 바를 찾아온 것...
한강의 와인바는 민호와 한강이 선후배이고 한강이 한때나마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걸 계기로 인정, 서우, 지현과 민호가 거의 날마다 드나드는 단골 아지트였었다.
비록 한강이 나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낯선 곳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 속에 섞여 지내는 것 보단 한강이 백배 나았다. 뿐만 아니라 이 곳에 있으면 한강을 통해서라도 주변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민호와 친구들도 볼 수도 있다...
뭣보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할 자신도 없었다.
내막을 모르는 한강은 당연히 알바가 필요 없다며 거절하는데 이경이 형편이 어렵다며 사정을 한다. 그런 이경을 황당하게 보던 한강의 눈에 무안한 듯 소매 끝을 만지작거리는 이경의 손동작이 보인다. 지현과 똑같은 버릇... 그리고 몇 년을 입었는지 낡아빠진 소매 끝에 이어 한눈에 봐도 곤궁한 형편이 짐작되는 이경의 행색이 한강 눈에 들어온다.
신지현... 교복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선머슴 말괄량이.
남자애들 다섯이 둘러싸고 있던 자신을 구해 주겠다며 자전거로 돌진했던 겁 없는 아이. 녀석들의 아버지가 지현부 회사에 근무하는 탓에, 사장님 딸이라서 도망가주는 줄도 모르고 의기양양 했던 귀여운 정의의 사도.
아들에게 마지막 생일 미역국을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도 모르고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로 찾아온 엄마를 매몰차게 거절했을 때, 그 도시락을 받아와서 억지로 먹게 했던 아이. 그래서 엄마한테 가장 미안한 일을 안 하게 해준 아이...
아무 곳에도 정붙이지 못하고 헤매고 다닐 때 관심을 보여준 아이. 그랬는데 끝내 오해만 남기고 헤어져서 아주 작은 가시처럼 가슴에 박혀있던 아이가 신지현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면 부록처럼 딸려서 떠오르는 이가 지현이었다. 지현의 그 대책 없는 해맑음...
한눈에 봐도 곤궁해 보이는 이경의 행색과 지현에의 기억이 섞여 한강은 지현을 파트타임 직원으로 고용해 준다.
그런데 호텔 관광학과를 나오고 별 다섯 개짜리 서울 호텔 레스토랑 경력 2년이라는 여자가 수준은 완전 쟁반 한번 안 들어본 생 초짜처럼 기본도 모르고 실수투성이로 사고 연발이다. 황당하고 기막힌 한강, 버럭 화를 낸다.
한강으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은 지현은 이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모르면 배우라는 타박만 듣는다. 궁리 끝에 민호와 자주 갔던 호텔 레스토랑을 떠올리는 지현.
호텔 커피숍에서 직원들의 서빙법 등을 눈 동냥하는데 이거 참 신기하다.
보는 대로 머리에 쏙쏙 박히듯 들어온다.
신기한 마음으로 커피숍을 나오던 지현은 로비로 들어오는 민호를 온다. 너무 반갑지만 첫날 한강의 가게에서 만났던지라 아는 척을 못하고 숨는데 민호가 객실 엘리베이터를 탄다. 저걸 왜 타지?... 하며 엘리베이터가 멈춘 15층을 확인하고 의아해 하고 있는데 막 다가온 여자가 옆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는데 인정이다!...
민호에 이어 연이어 등장한 인정 모습에 의아해 하던 지현은 인정이 탄 엘리베이터를 따라 탔다가 인정도 15층에 내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는다... 뭐지?... 왜 이 점심시간에 민호도 인정도 호텔 객실을 가는 거지?... 그런데 15층에 내린 인정이 민호가 문을 열어주는 객실로 들어간다.
인정이 민호와 호텔방에서 만나는 걸 보고 충격 받는 지현, 그 순간 자신의 사고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
사고가 나던 날... 민호에게 서류를 가져다주러 회사로 향해 가다가 회사 인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에 반대 편 차선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민호의 차를 발견했던 지현, 반색하는데 민호 옆 좌석에 민호를 향해 웃으며 앉아있는 인정.
그리고 그런 인정의 뺨을 만지던 민호. 연인의 스킨십을 하는 둘을 보고 충격 받고 도로에 차를 세워둔 채 있다가 뒤늦게 핸드폰 위치 추적으로 민호의 차를 뒤쫓던 반 패닉 상태였던 자신, 그리고 벌어진 사고...
뒤늦게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경악하는 지현...
-3회~10회-
민호와 인정이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걸로 모자라 내가 이 꼴로 누워있는데도 호텔방을 찾아 밀회를 즐기다니... 하지만 민호와 인정은 밀회를 위해 만난 게 아니었다. 지현 사고로 인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겪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던 지현은 이수가 위급시에 누르라는 단축 버튼을 눌러 이수를 호출한다. 지현의 첫 번째 호출이라 빛의 속도로 짠, 나타난 이수에게 왜 내 사고 원인을 말해주지 않았냐며, 넌 알고 있지 않았냐고 따지는 지현.
물론 알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알게 됐던 사실이지만, 아직 지현이 사선(死線)을 넘지 않고 이승에 남아있는 이상 죽음에 관한 것을 포함, 모든 것은 천기누설이라는 이수, 도리어 이깟 거 물어보려고 비상 버튼 눌렀냐며 타박만 하고 쌩 사라진다.
한편 한강은 출근 시간을 훌쩍 넘겨 나타난 지현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딱 한마디 하고 돌아서는데...
“호텔에... 복습을 하러 갔다가...요... 인, (정하려다가) 친구를 봤어요”
“호텔에서 친구 만난 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요?”
“약혼자도 봤어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경.
며칠 되지도 않은 가게 사장인 자기에게 그런 말을 털어놓는 이경이 황당하지만
이경이 당한 상황이 짐작되는 한강, 이경에게 집에 가서 쉬고 내일 출근하라는 말로 해고를 취소하는데 이경이 거의 실신할 듯 주저앉는다.
할수 없이 이경을 2층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소파에 눕히고 나오는 한강, 기분 참 묘하다.
가족도 없나? 저 여자?... 하다가 아니 약혼자도 있었으면서 꼴은 왜 저래? 싶다.
약혼녀는 저런 행색으로 살게 해놓고 약혼녀 친구하고 호텔?... 뭔지 모르지만 이경이 측은해지는 한강.
한편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민호와 인정 두 사람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지현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찍 이경의 몸을 돌려주고 영혼 상태로 퇴근한 인정을 뒤쫓는데 인정이 지현의 집으로 간다.
도대체 우리 집에는 왜 간 걸까?... 비록 영혼 상태이지만 완전히 사망한 귀신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물체 통과도 안 되는 지현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인정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30분도 안돼서 나온 인정이 나오자마자 난감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한다.
“못 찾았어, 오빠. 지현이 방에 못 들어가게 하셔, 지현이 어머니가...”
저게 무슨 소리야? 뭘 못 찾았고, 엄마가 왜 인정일 내 방에 못 들어가게 해? 숨어서 인정의 통화를 듣는 지현은 답답하기만 한데 인정이 “무슨 수를 써봐야지... 만나서 얘기 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차를 타고 가버린다. 오빠? 인정이 오빠? 인정이 오빠는 진해에 사는데?... 그리고 지 오빠한테 왜 내 얘길 해?...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는 지현은 혼란스런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하는데 민호는 여전히 병상 옆의 자신을 지키고 있다.
여전히 초췌하고 여전히 슬픔에 잠긴 얼굴로 아버지와 함께 있는 민호... 그리고 지현이 사고를 당한 이후 아예 회사도 안나가고 병실만 지키고 있었던 민호에게 회사를 나오라고 설득하고 있는 아버지. “지현이가 저러고 있는데요... 지현이 깨나면요...” 그런 민호 모습이 기막히고 혼란스러운데 아버지가 오늘은 내가 지현이 옆에 있고 싶다며 집에 가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내일 아침에 나오라며 민호를 억지로 보낸다. 아버지와 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민호 뒤를 따르는 지현, 민호의 집까지 뒤따라 들어가는데... 민호 집 안에 인정이 있었다.
그리고 둘의 대화를 통해 인정이 자신의 인감도장을 찾고 있었으며, 그 뿐이 아니라 처음부터 인정과 민호가 철저하게 계획해서 지현에게 접근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1년 전, 서우의 실연을 핑계로 마음 털기 등산을 유도했던 인정. 그래놓고 당일에 빠졌던 서우. 산에서의 폭우... 어느 순간 뒤에서 안 보였던 인정... 인정을 다시 찾으러 올라갔던 자신, 그러다 길을 잃고 헤맸던 공포의 순간에 구세주처럼 나타났던 민호... 탈진한 자신을 부축하고 업고 상처까지 입는 등 갖은 고생을 하며 안전하게 하산하게 해놓고 119 구급차까지 불러주고 바람처럼 사라졌던 민호... 서로 이름도 아무 것도 모르는 채 헤어졌던 생명의 은인...
그리고 일주 일 후, 영화관 약속에서 아버지 회사 일을 핑계로 약속을 펑크 냈던 인정. 그 순간 역시 약속 펑크 낸 친구와의 통화 목소리와 산에서의 상처로 지현이 먼저 알아봤던 민호... 그 감격스런 해후... 그 날 각각 친구에게 바람맞은 지현과 민호는 같이 영화를 봤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현도 지현부도 민호를 신뢰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집안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현을 구해주고, 다시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 지현부는 집안은 어렵지만 유능하고 인간성까지 훌륭한 민호를 인정했으며 지현은 생명의 은인이면서 두 번째 재회까지, 그 운명적인 만남에 마음이 휙 기울었었다.
그랬는데... 그 모든 게 처음부터 의도된 일이었다니... 경악하는 지현.
지현과 민호의 연애를 지켜보던 지현부는 인정의 권유로 민호의 뒷조사까지 해보고 민호를 회사로 스카웃했다. 물론 뒷조사 담당은 지현부의 비서인, 가장 믿을만한 인정이 담당했다
샷시 등 창호 전문 업체로 이미 자리를 잡을 만큼 잡 은데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까지 가세해 더 이상의 회사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레저산업 쪽으로 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던 터였다.
민호를 영입하고 그 프로젝트를 맡겼고, 민호는 애초 지현부의 구상 범위 보다 투자 금액이 배 이상 드는 서해안의 단독 섬 개발을 진행했다.
섬 전체를 가족 중심 휴양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워낙 대규모 개발이라 공동 투자를 위한 합작 회사를 설립했지만 실상은 지현부의 창호 회사를 탐내는 경쟁 회사와 뒷거래가 있었다. 파트너는 지현부 회사를 넘겨받고 민호는 휴양 단지를 갖는 것.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이중 계약을 통해 섬 매입비용을 조작해서 지현부 회사의 자금난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섬 매입 자금 잔금으로 지현이 조부에게 물려받은 부동산만 넘겨받으면 끝나는 상황에서 지현의 사고가 터졌던 것...
다행히 지현부는 지현의 사고 날 모든 계약이 마무리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떡하든 지현의 인감증명을 떼서 지현네의 자금줄이 바닥나야 원래 계획대로 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지현의 인감도장을 찾아야 한다. 지현이 사망하기 전에...
지현이 만약 이대로 죽으면 민호는 지현부에게 남이 된다. 지현부가 민호에게 전적으로 맡겨놨던 사업에 관여하게 되면 부지매입 이중 계약도 들통 날 게 뻔한 일...
하지만 일이 뜻밖의 곳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지현의 인감도장을 찾으려고 지현의 집에 갔던 인정을 지현모가 막아선 것. 아직 우리 지현이 죽지도 않았는데 마치 죽은 사람처럼 딸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게 싫다고 했던 지현모.
둘의 대화를 바로 옆에서 오롯이 들으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더 미칠 것 같은 지현. 그런데... 불쑥 회생 조건이 떠오른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눈물... 중에서 제일 확실하다고 믿었던 두 사람이 사라진 것... 자신이 사고를 당한지 어느새 5일이 지났다. 그런데 그녀의 목에 걸린 눈물 목걸이는 텅비어있다.
예상 못했던 두려움을 느끼는 지현, 이제 어떡하지?...
비로소 자기 앞에 놓인 무서운 현실에 정신이 멍해지는 지현, 정말 생사에 갈림길에 섰다는 실감이 난다. 너무 무섭고 두렵고... 외로워진다.
충격 속에 갈등하느라 다음날 지현은 또 한강 가게에 지각을 하는데 한강이 아무런
도리어 몸은 괜찮냐고 툭 내뱉는다. 밥도 안 먹은 얼굴인데 밥 먼저 먹으라는 말에 울컥하는 지현, 강에게 저런 면도 있었구나... 나한테는 저랬던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쟤는 날 정말 싫어했구나... 나대는 거 꼴불견이라고 그러드니...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이렇게도 하는 구나... 그러면서도 그런 한강이 의지가 되는 지현, 무인도에 뚝 떨어졌다고 해도 이보다 더 무섭고 두려울까?...
그런데 그 날 저녁 서우가 가게에 찾아온다. 지현은 눈물나게 서우가 반가운데 뒤이어 인정이 온다. 그대로 얼어붙는 지현, 그들 앞에 나서지 못한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려고 밖으로 나오다가 뒤이어 오는 민호와 마주친다. 저 가증스런 인간... 순간 온갖 분노와 배신감으로 레이저빔 쏘듯 민호를 일갈하고 휙 지나친다.
한강의 가게에 취직한 첫날 한강을 만나러 왔던 민호가 반가워 호들갑을 떨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온갖 친절을 거듭 거듭 베풀었던 지현이었다. 그런 지현을 잘난 남자에 대한 대책 없는 호의로 생각하고 쌩 무시했었는데 그랬던 여자가 이번엔 묘한 시선만 탁 던지고 아는 척도 안하고 지나치자 빈정이 상하는 민호.
인정과 민호가 서우를 만난 건 서우를 이용해서 지현모를 집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였다. 지현의 사고로 충격 받고 몸져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지현모였다.
민호는 서우에게 지현모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예약을 해뒀으니 병원에 모시고 가 달라는 부탁을 한다. 어리숙한 서우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하고...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던 지현은 정신이 번쩍 난다.
내 인감도장을 찾으려는 작전을 저것들이 엄마까지 이용해서 해?? 니들 죽었어!!!
단순하고 낙천적인 특유의 성격으로 지현은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급한 건 저것들의 계획을 막는 것! 내가 죽고 사는 문제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뒤에 생각하자... 방법을 찾아 궁리하던 지현은 자기 집을 찾아가서 지현의 대학 친구라며 엄마를 만난다.
일주일 사이에 십년은 늙어 보이는 엄마... 엄마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로 위로를 하는 지현. 딸 지현에게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친구인데 지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이경이었고, 눈물 어려 딸아이가 했던 엄마 아빠에 대한 얘기들을 전하는 이경의 진심에 마음이 쏠리는 지현모. 지현에게 빌려줬던 디카를 찾으러왔다는 말에도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지현 방에서 찾아가라고 한다.
드디어 자기 방에 들어간 지현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캥거루 인형 주머니에서 인감도장을 꺼낸다. 민호가 선물해 줬던 인형이었다. 인정이 생일에 주려고 준비해뒀던 자기 것과 똑같은 디카도 들고 나온다.
그 시간 인정과 서우도 지현 집을 향하고 있었다. 저만치 지현 집이 보이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지현 집에서 나온다. 누구지? 하는데 인정 차를 알아본 지현이 서둘러 반대 방향으로 가버린다.
지현모에게서 지현의 대학 동창 ‘박정은’ 이라는 친구가 찾아왔었고 지현에게 빌려준 디카를 찾으러 왔다는 말에 의아한 인정. 지현의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디카를 빌려주다니? 지현이가 디카가 없어서 친구한테 빌려?... 뭔가 이상하지만 자신들과 연관된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우선 서우와 함께 지현모를 설득해서 서우와 병원으로 가게 한다. 집 앞에서 지현모와 서우를 배웅하고 다시 지현 집으로 들어간 인정은 마음 놓고 지현 방을 뒤지지만 어디에도 인감도장이 없다... 유독 인감 도장만 숨겨놓을 이유가 없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인감도장... 낭패스러운 인정, 후에 지현의 졸업 앨범에서 ‘박정은’의 사진을 확인하고 이경을 의심하게 된다.
한편 인감 도장을 숨겨 둘 장소를 찾지 못해 좌불안석인 지현. 이경 집에 놔두자니 집 주인 이경 눈에 띌 수도 있고, 지하철 보관함에 놔두자니 들고 다녀야 할 열쇠도 걱정된다. 이수한테 맡아 달라고 했다가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잔소리만 또 듣고 말았다.
무서운 사람들 민호와 인정이 절대 찾아내지 못할 장소가 어딜까?... 고민하던 지현은 한강을 선택한다. 건물 3층 옥상에 위치한 한강의 집... 그 곳엘 대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출근하던 지현은 꽃집에서 장미를 사들고 나오는 한강과 마주친다. 친구 병문안을 간다고 한다. 친구 병문안? 핑크 장미?... 핑크 장미는 지현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었다.
병실로 자신의 모습을 보러 갔을 때마다 꽂혀있던 핑크 장미가 떠오른다.
그럼 그 꽃을 한강이 갖다 놨던 거야? 왜?...
한꺼번에 두 가지 생각은 못하는 지현은 궁금증은 뒤로 하고 한강이 병원에 간 사이에 열린 창문을 통해 한강 집에 들어가서 도장을 숨겨 두고 나온다.
아싸! 이제 안심이다! 제법 큰일을 해냈다는 안도감에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으며 바에 가는데 민호가 와있다. 인감도장 문제로 심란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러 왔던 민호는 생글거리며 들어오다가 자기를 보자마자 웃음을 싹 거두는 지현이 또 거슬린다. 그의 경험으로... 한눈에 봐도 뻔한 형편의 여자가 잘나가는 남자 앞에서 티 나게 구는 건 딱 하나, 관심을 끌기 위한 것뿐이다.
안 그래도 지현의 인감도장을 못 찾아 부글거리던 참이었다. 지현을 불러 앉혀서 속 다 보이니까 헛수고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민호. 그런데 지현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일어선다. 한마디 대꾸도 없이 일어나서 가버리는 지현 반응에 한방 먹고 벙한데 지현은 천연덕스럽게 직원으로서 민호의 테이블 시중을 든다. 그런 지현에게 약도 오르면서 자꾸 신경 쓰이는 민호.
한편 한강은 언뜻 언뜻 이경에게서 느껴지는 지현의 모습에 혼란을 느낀다. 파스타를 먹는 습관부터 말투, 습관적인 몸동작이 너무나 지현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이경이었다. 처음에는 부모 형제 없는 고아에 약혼자와 친구한테 배신까지 당한 이경의 상황이 너무 딱했다. 그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마음을 써줬는데 순간순간 지현으로 착각이 될 만큼 비슷한 이경에게 자꾸 관심이 간다.
그런 자기 모습에 화가 나는 한강은 이경에게 까칠하게 굴고, 힘든 상황에서 태도가 변한 한강이 서운한 지현.
그런데 그런 한강의 눈에 민호가 눈에 들어온다. 가게에 올 때마다 이경을 트집 잡는 민호의 모습에서 이경에 대한 관심을 눈치 챈다.
민호는 지현의 약혼자다!... 생사를 알 수 없이 누워있는 지현의 병실에 이틀에 한번씩 장미꽃을 갈아주고 얼른 일어나라 신지현, 얼른 깨나라 신지현... 이라는 애타는 격려 밖에 해줄 수 없었던 그였다.
민호에게도 이경에게도 화가 나는 한강은 이경이 또 다시 실수를 하자 그걸 핑계로 이경을 해고한다. 지현의 약혼자인 민호 옆에 이경을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 이경에게 느껴지는 지현 모습에 자꾸 끌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해고당한 지현은 하늘이 무너지게 놀란다. 49일이 아니라 돈 없이 하루하루를 지낼 수 없다는 걸 뒤늦게 체험하며 깨달았던 지현은 한강에게 사정사정한다. 이런 상황에 다시 어디 가서 일자리를 구한단 말인가?... 그뿐인가? 어느새 한강은 그녀가 마음으로 의지할 유일한 사람이었다. 절박한 지현은 서빙 말고 설거지나 청소라도 시켜달라고 매달리고 한강은 매몰차게 거절하는데... 그 광경을 봤던 민호가 절망감에 가게를 나오는 지현을 불러 세운다.
일자리 필요하면 자기 집 도우미를 하라는 민호. 돈 필요하다며? 설거지 청소라도 한다며? 우리 집 일 해, 돈 줄게. 갖다 버려도 주워 입을 사람 없게 생긴 행색을 하고도 그를 무시하는 듯한 이경에게 약 오르고 화가 나면서도 계속 깔짝깔짝 신경이 쓰였던 민호였다. 이미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이경에게 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녀에게 모멸을 줌으로써 입장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제안을 한건데 뜻밖에 이경이 일당 얼마 줄 건데요? 하더니 선불로 달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민호 집에 갈수 있으면, 아버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어떤 거라도 발견할 수도 있고 민호라는 인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엇 보다 돈도 벌어야 했다.
다음날부터 민호의 오피스텔로 가는 지현, 청소 빨래는 뒷전으로 두고 민호의 책상 서랍을 뒤져보려는데 서랍이 잠겨있다. 별수 없이 우선 해보지도 않았던 집안 일을, 그것도 민호의 뒤치다꺼리를 하는데 불쑥 민호가 들어온다.
참 묘하게도 그럴 생각으로 이경을 집에 들인 게 아니었는데 이경이 자기 집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 마음이 집으로만 달렸던 민호. 메모에 써놓은 일을 제대로 했는지 체크하러 왔다는 말에 황당해하던 지현은 저녁 준비 위해 장보러 가야 한다는 자기를 따라 나온 민호가 억지로 끌고 식당으로 가자 그제서야 민호의 감정을 눈치 챈다. 설마... 설마... 너 강민호... 나를, 아니 송이경을 좋아하는 거야?... 기막힌 지현.
다음날 다시 민호의 집 구석구석을 뒤지던 지현은 옷장 속에 숨겨져 있는 금고를 발견하지만 열 방법이 없다. 어떡하든 열어보려고 끙끙대다 금고 옆에서 인정과의 오랜 연애사가 담긴 둘의 앨범을 발견한다. 이렇게 오래 됐던 거야?... 기막혀 보는데 인정이 민호 집을 건사하러 들어왔다가 이경을 본다. 한강 바 직원이었던 이경을 알아보고 놀라는 인정. 여기서 뭐해요? 아니 여기 왜 있어요?...
그러시는 그쪽은 누구신데요? 시침 뚝 떼고 물어보는 지현.
민호가 불러서 도우미로 왔다는 말에 충격 받은 인정은 민호에게 따져 묻고 민호는 불쌍한 앤데 한강이 해고해서 도와주는 거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인정이 누구던가? 온 촉수가 민호를 향해 살아왔던 인정은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한강에게 왜 이경을 해고 시켰냐고 묻는다. 민호와의 관계가 극비에 부쳐져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인정을 통해 지현이 민호 집에서 도우미로 일한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 받는 한강.
지현을 위해서 지현의 약혼자인 민호 옆에서 이경을 떼어놓으려고 했는데 민호형 집을 드나들어? 단숨에 민호 집에 달려가서 지현을 데리고 나오는 한강.
짤라 놓고 무슨 상관이냐고 뻗대는 지현에게 내 친구 약혼자라고, 민호 형은! 벼락 같이 화를 내는 한강, 다시 와인 바에서 일하라고 지현을 끌고 온다.
그 일을 통해 지현은 자신이 한강의 첫사랑이었고, 늘 지현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던 한강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랬었구나... 그 순간 지현은 안도감을 느낀다. 외롭고 두렵고 무서웠던 상황에서 내 편인 친구 한 사람은 있었구나... 한강! 고마워... 니가 좋은 사람이어서 고마워... 울컥하는 지현, 마치 보호자가 생긴 듯한 안도감이었다.
반면에 한강은 새로운 당혹감을 느낀다. 지현의 약혼자인 민호 형을 보호하려는 생각도 분명 있었지만, 송이경이라는 지현을 닮은 여자가 다른 남자 집에 드나드는 게 싫었던 감정도 분명 있었다. 나는 저 여자한테 끌리고 있다...
한강 옆에서 안정을 되찾은 지현은 남아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쩌면 이렇게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우는 사람이 없는 거야? 아직 죽은 게 아니어서 그런가? 별별 생각을 다하다가 나름 묘책을 생각해낸다.
자기 집에서 들고 나온 디카를 들고 대학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지현. 내 생각을 하게 해야 감정이 나오지!... 인감도장 때 엄마에게 써먹었던 친구 작전으로 대학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지현의 뇌 활동을 돕기 위해 친구들 동영상을 찍어서 보여줄 거라며 인터뷰를 부탁한다.
신지현하고 추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신지현에게 제일 고마웠던 일은?... 등등으로 나름 긍정적 감정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예상대로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과 지인들. 그런데 그 눈물 중에 단 한 사람도 지현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흘리는 순도 백프로의 눈물은 없었다.
도리어 인터뷰가 끝나고 ‘세상에 끝까지 잘 나가는 사람은 없나봐’ 부터 ‘어지간히 착한 척 하드니...’ 라는 충격적인 말부터 결혼식 하기 전이라서 어쩌면 더 다행이다, 약혼자는 어쩌고 있냐? 인공호흡기 빼는 게 낫지 않냐... 등의 호기심 섞인 뒷담화 까지 듣는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뜻밖의 반응들에 충격 받는 지현, 절망감에 이어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살았던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난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크게 잘못한 거 없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진심으로 인정 받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나는 이제... 살아날 수 없다...’ 절망하는 지현.
그 시간 인정은 지현부를 찾아온 주치의를 통해 지현부가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다. 지현 사고로 수술 날짜를 미뤘던 지현부가 다시 수술 날짜를 잡을 생각을 안 하고 있자 답답한 마음에 직접 만나러 온 것.
하지만 지현부는 지현이 깨날 때까지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수술해도 생존 확률 40프로... 만에 하나 수술 중에 자신이 잘못되면 어쩌나? 것도 열어봐야 안다면서! 혈압이 높아서 수술 도중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만에 하나, 만에 하나 수술 받다 죽으면... 지현이가 깨나기 전에는 절대로 수술 받지 않겠다는 지현부.
몇 번의 시도에도 지현의 인감도장을 찾지 못하자 뒷거래를 한 합작회사와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었던 민호는 인정을 통해 지현부가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수술까지 미루셨어? 지현에 대한 애정이 그 정도셨던 거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지현이가 깨나길 기다릴 정도로 지현에 대한 깊은 사랑을 알게 된 민호는
지현부를 찾아간다.
지금 정도 상태면 지현부는 회사 일에 정신을 쏟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지현의 인감증명을 받지 못해서 매입 계약에 차질이 생겼다며 문제를 수습해달라고 한다. 지현이 때문에 너무 힘든 부모님한테 사업 문제까지 말할 수가 없었다며 회사도 그만 두겠다는 민호. 지현이가 아니었으면 옮기지도 않았을 회사였고 회사 일에 몰두할 정신적 여력이 없다, 회사를 그만 두고 지현이를 보살피고 싶다는 민호에게 민호의 계산대로 감동하는 지현부.
내 딸에 대한 사랑이 저리도 극진한 녀석...
최근 지현의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살아있는 뇌용량이 계속 줄어들어 뇌사로 가고 있었던 것. 민호의 말은 지현이 세상을 떠나면 자신과 지현부의 관계도 끊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현부는 지금까지 민호가 맡아왔던 섬 개발 프로젝트까지 맡아서 할 정신적 여력이 없었다. 이미 아들처럼 믿고 있었던 민호... 지현이 아니더라도 능력으로 보나 됨됨이로 보나 회사를 물려줘도 충분할 녀석이었다. 게다가 이미 자신은 수술을 받더라도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민호가 회사까지 그만 두게 되면 회사도 큰일이다...
지현부는 민호를 불러 회사에 민호가 꼭 필요하다며 유언장을 작성하겠다고 한다.
지현부의 수술 연기 소식을 듣고... 지현의 인감증명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중 계약까지 파헤칠 정신이 없음을 간파하고 승부수를 던졌던 민호였다.
그런데 이건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지현이 사망하면 회사 전 지분을 자신에게 상속한다니... 이건 또 웬 뜻밖의 수확이란 말인가?... 쾌재를 부르는 민호.
한편 한강은 지현의 사고 이후 벌어지는 이상한 주변 변화들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진다. 첫째로 송이경... 자꾸 그녀가 지현으로 느껴진다. 사소한 말투 습관 등에 이어 바로 오늘, 자신의 생일 날 이경이 미역국을 끓여줬다. 아니 끓여준 건 아니다. 누구에게도 생일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미역국을 끓였다며 가져다 줬는데... 엄마의 미역국이었다. 고기 넣은 미역국을 싫어해서 늘 고기 대신 홍합을 넣어 끓여줬던 엄마의 미역국. 말도 안 되는 상상인데, 지현이는 병원에 누워있는데 왜 나는 이경이 지현이처럼 느껴질까?
또 하나는 민호였다. 민호는 지현을 사랑했던 걸까? 바에 올 때마다 이경을 눈으로 쫓는 민호 형. 그리고 도우미 사건이 있던 날, 인정은 어떻게 민호형 집에 들어가서 이경을 봤던 걸까?... 그동안은 철저히 지현의 약혼자로, 회사 상사로만 민호를 대하던 인정이었는데...
한강이 그런 여러 가지 의혹 속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지현모에게서 소식을 들은 서우가 달려와 한강에게 지현부의 유언장 작성 소식을 전한다.
둘에게 커피를 갖다 주다가 얘기를 들은 지현은 경악해서 쟁반을 떨어뜨리고...
그동안 회생에 대한 절망감으로 우울한 며칠을 보냈던 지현은 끔찍한 유언장 소식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예전의 자기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속고 있는 아버지한테 어떡하든 사실을 알리고 싶은 지현은 급한 마음에 한강에게 사실을 말하려 하는데 목걸이의 유리 펜던트가 빨갛게 달궈진다. 곧 깨질 듯 뜨겁게 달아오르는 펜던트의 경고에 입을 다무는 지현.
지현은 이수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여태 그래왔듯이 인간사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거절하는 이수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지현. 그동안 틈만 나면 달려와 종알종알 대는 지현 때문에 지현 상황을 다 알고 있던 이수는 마음이 안 좋지만, 애써 외면하고 가버린다.
다급한 지현은 영혼 상태로 아버지 회사로 달려간다. 자필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는 아빠 옆에서 애타게 호소하고 또 호소하지만 듣지 못하는 지현부. 영화에서 본 것처럼 아빠 책상에 자기 사진이라도 건드려서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를 친다.
그런 지현의 애타는 호소가 전혀 전달되지 않은 채 지현부가 유언장을 다 작성하고 도장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지현 사진이 툭 넘어진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는 지현부와 변호사. 지현도 놀라서 돌아보는데 이수였다.
멀쩡하던 지현 사진 액자가 엎어져버리자 지현부는 아직 살아있는 지현의 호소 같아서 유언장 도장 찍는걸 보류한다.
지현부의 갑작스런 마음 변화에 제일 낭패스런 사람은 민호였고, 인정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쉰다. 송이경의 도우미 사건을 계기로 민호의 흔들림을 역력히 느끼고 있었던 인정이었다.
민호가, 지현에게도 꿈쩍 안했던 남자가 송이경이라는 여자한테 빠져들고 있는 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인정이었다. 미칠 듯이 화가 나지만 민호에게 아는 척도 할 수 없는 인정, 두려움이었다. 따지고 들었을 때 민호가 정말 그렇다고 할까봐... 그런 상황에서 민호에게 지현부의 유언장까지 작성돼 버리면 인정은 지현부가 죽을 때까지 민호의 여자가 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지금 민호의 여자로 나설 수도 없다, 그럼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므로...
한편 지현은 새로운 결심을 한다. 내가 잘못 살아서... 날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는가?... 49일이 다해서 죽을 때 죽더라도 아빠한테 민호와 인정의 계획을 알리는데 남은 시간을 쓰기로 결심하는 지현. 민호의 금고 안에 비밀 서류들이 들어 있을 것... 그 금고를 열어야 하고 열기 위해서는 민호 집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민호와 가까워져야 한다.
그동안 끊임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호를 경멸하며 거부하기만 했던 지현이었다. 그런데 거부하면 할수록 더 다가오고 싶어 하는 민호... 민호 캐릭터를 파악한 지현은 민호를 유혹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이경과의 신경전에서 점점 갈증을 느끼는 민호, 점점 끌려 들어온다.
그런 이경과 민호를 보면서 열불이 나는 건 인정과 한강.
네 사람의 신경전이 팽팽하게 계속 되던 중...
아직 바를 오픈하기 전, 혼자 2층 작업실에서 민호가 의뢰한 단독 섬 휴양지 안의 리조트 A단지 설계를 하던 한강은 어디선가 들리는 피아노 소리를 듣다가 벌떡 일어선다. 소리를 따라 바로 가는 한강, 안에서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하던 이경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가요를 모두 단조를 사용해서 슬픈 느낌으로 연주하고 있는 이경을 보고 쿵!!!... 하는 한강.
9년 전... 말괄량이 계집아이에서 해맑은 소녀로 그의 가슴에 각인 되었던 그 순간 지현이 쳤던 그 연주였다... 이경에게 다가가는 한강.
지현은 한강이 오는 줄도 모르고 연주를 하고 있는데...
“너 누구야?” 한강의 목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돌아보는 지현에게 “너... 지현이니?” 묻는 한강의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지현. 얼른 아니라고 부인하는데 눈빛이 흔들린다. 무슨 이상한 소릴 하냐며 피아노 이렇게 치는 거 피아노 좀 치는 사람은 다 하는 거라고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청소를 하는 지현을 계속 보고 있는 한강, 이경이 아니라고 하는데 더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마음은 지현이라고 하는데 머리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이 느낌... 자신이 미친 거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그냥 있을 수 없는 느낌에 지현 병실도 찾아가 보고 스님도 만나보는 한강.
자신을 알아보는 한강에게 ‘그래 나 맞아, 내가 지현이야’ 라는 말을 하고 싶은걸 꾹 눌러 참았던 지현은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내가 나라는 걸 알았을까... 그동안 지현이 견딜 수 있었던 건 옆에 한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뚝뚝하면서도 툭툭 챙겨주는 게 속 깊고 따뜻한 남자, 한강... 내 첫사랑이었던 아이... 민호의 도우미 사건 이후 점점 느껴졌던 한강의 마음. 그리고 점점 이끌렸던 자신의 마음...
하지만 한강은 계속 지현이라는 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송이경의 뒷조사를 시작하고...
그리고 그 시간, 민호의 또 다른 계략에 넘어간 지현부는 결국 유언장에 도장을 찍는데... <이하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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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님이올려도된다해서요^^
지현모 말들 많으신데
이거 기획안쓰신분이 지현이랑 인정이 성이같아서그런가? 헷갈리셨나봐요
그래서 잘못쓰신거같아요
오타임^^
첫댓글 그 정일우가 이요원 동상?
삭제된 댓글 입니다.
헐 뭐? 팬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절할게업어 팬픽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팬픽무시하는건아니고뭐랄까;;;하여간에 ㅜㅜ)
헐팬픽??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목뭔데??보구싶어ㅠㅠ
아 그나저나 ㅋㅋ 송이수 컬러링 어디서 다운 못받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ㅋㅋㅋㅋㅋㅋㅋ난저승사자가 아니얔ㅋㅋㅋ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그거 중독성 쩔ㅋㅋㅋㅋ
그니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당누받고싶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그거잇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저승사자가 아냐~ 스케주울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난 저승사자가아니야 스케쥬울러
대박 나 처음에 정일우랑 이요원이랑 옛날에 연인사이였다고 생각했었는데 맞았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일우는전에자기가살아잇엇을때삶을기억못해ㅜ
기억을 지웠다고 했나?ㅋㅋ
근데 마음은 어쩌고저쩌고 남아있다고..하던데
머리속기억은지웠는데 마음속엔 남아있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일우 잘생겻어...ㅋㅋㅋㅋㅋㅋㅋㅋ
이요원이랑 정일우랑예전에사겻던사이아닌가???헐
다읽엇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헐이젠내용을다알아버렷엌ㅋㅋ
ㅋㅋㅋ딱봐도 알겠드라..
49일재밋음ㅋㅋㅋㅋㅋㅋ아기다려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9일 우리동네에서찍엇다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스포돋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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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짱이당 다음주꺼까지다나와잇넹ㅋㅋ
아대박 수요일까지 어케 기다리냐
멍미 결국은 남규리위주다 요거임?? 그나저나 진짜 송이커플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연인이였네 ㅋㅋㅋㅋㅋㅋ
한강이랑 송이경이랑 이어지는거아니엿음? 한강이랑 신지현이랑 이어지나?ㅠㅠ
와 ㅠㅠ스토리 짱 ㅠㅠㅠ 역시 송이수가 정일우였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기대돼 다음편@!!!!점점 흥미진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