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레파는 온갖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숲에서 삼매에 흠뻑 젖었다.
그때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굉장히 소란스러운 소리가 일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까지 이곳은 명상하기 참 좋은 장소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는 동굴을 나와 커다란 바위에 앉아 끝없는 자비심에
빠져 있었다. 오래지 않아 점이 많은 검은 사슴이 지독히 겁에 질린 채 달려왔다.
이것을 보자 그에게 참을 수 없는 동정심이 솟아났다. 그는 생각했다.
"이 사슴이 이렇게 가엾은 형상으로 태어난 것은 과거에 그가 저지른 나쁜 짓
때문이다. 비록 이승에서는 어떤 나쁜 짓도 하지 않았지만 커다란 시련을
겪어야만 한다. 참으로 가엾도다! 나는 그에게 대승의 법을 가르쳐서
영원한 기쁨으로 그를 이끌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사슴에게 노래를 불렀다.
마르파의 발 아래 머리 숙여 절하며 비오니,
모든 것들의 고통을 덜어 주소서.
너 날카롭게 뻗어나간 뿔을 가진 사슴아,
내 말을 들으라!
너는 바깥 세계의 어떤 것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기 때문에,
내적인 눈멂과 망상으로부터
너를 해방시킬 기회가 없느니라.
후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너의 마음과 육체를 잊어버려라.
네가 너 자신의 눈멂과 망상을
포기해야 할 때가 왔느니라.
계속 쌓인 업은 무섭고도 강력한 것.
그대는 그로부터 도망치려 하나,
어떻게 이 미혹된 육체를 가지고서
탈출할 수 있을까?
네가 원하는 바가 탈출이라면,
마음의 본체 안으로 숨으라.
네가 달아나고 싶다면
깨달음이라는 곳으로 도망가라.
그 밖의 다른 어떤 안전도
피난처도 없다.
너의 마음에서 모든 혼란을 뿌리뽑고,
나와 함께 여기서 머물며
고요히 휴식하라.
바로 이 순간 죽음의 공포가
너를 가득 채우고 있구나.
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언덕 너머 저 먼 곳이 안전한 곳이다.
여기 이대로 있으면
나는 잡힐 것이다."
네가 윤회하며 헤매는 것은
이런 두려움과 희망 때문이다.
이제 너에게
나로파의 여섯 가지 요가를 가르쳐서
마하무드라를 행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
이렇게 밀라레파는 신(神)처럼 매혹적인 가락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를 듣는 누구라도 넋을 잃고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자비심에
감동하여, 사슴은 잡힐지도 모른다는 고통스런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잠시 뒤 사납고 무섭게 생긴 암캐가 달려왔다. 그것은 사냥개였는데,
혀를 불타는 리본처럼 날름거리며 으르렁거렸다. 밀라레파는 생각했다.
"이 사슴을 쫓던 개가 바로 이놈이구나. 이 개는 증오로 가득차 있구나.
이 개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 증오를 진정시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밀라레파는 그 사냥개에 대한 커다란 동정심이 일었다. 그는 연민에
가득차서 노래를 불렀다.
마르파의 발 아래 머리 숙여 절하며 비오니,
모든 중생들의 증오를 잠재워 주소서.
너, 이리의 얼굴을 지니 암캐야,
이 밀라레파의 노래를 들어 보아라!
너는 무엇을 보든지
그것을 너의 적으로 생각한다.
너의 마음은 증오와
나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너의 악한 업 때문에
너는 암캐로 태어나서
항상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격정으로 몸부림친다.
네가 네 안에 있는 마음을
잡지 않고,
바깥에서 먹이를 잡는 것이
무슨 소용이라는 말인가?
자, 네 마음을 잡아야 할 때가 왔다.
이제는 너의 분노를 버리고
나와 함께 여기에 평화롭게
앉아야 할 때이다.
너의 마음은 탐욕과 분노로
가득차서 생각한다.
"만약 내가 이 길로 가면
그놈을 놓칠 것이다.
그러나 저쪽으로 달려가면
그놈을 잡을 것이다."
너는 바로 이 희망과 공포로 인하여
윤회하며 헤매는 것이다!
이제 너에게 나로파의 여섯 요가를 가르쳐서,
네가 마하무드라를
행할 수 있도록 하마.
천상의 목소리로 무한한 연민의 정을 가지고 부른 이 노래를 듣고서,
그 개는 커다란 감동을 받아 분노가 가라앉았다. 개는 주둥이를
두 앞발에 얹고 그의 앞에 엎드렸다. 개는 눈물을 흘리며, 사슴과
함께 평화롭게 앉아 있었다.
오래지 않아 매우 거만하고 난폭해 보이는 사냥꾼이 나타났다. 한 손에는
활과 화살을 들고 다른 손에는 긴 올가미를 들고 있었다. 그는 거친 숨을
씩씩거리며 달려왔는데, 얼굴은 땀이 시내를 이루어 흐르고 있었다.
사슴과 사냥개를, 마치 두 아들을 가진 어머니처럼 양 옆에 거느리고 앉아
있는 밀라레파를 보고, 그 사냥꾼은 생각했다.
“아니, 이 사슴과 사냥개가 모두 이 수행자에게 홀렸단 말인가?”
그는 화가 나서 밀라레파에게 소리쳤다.
"너희 수행자 같은 놈 한둘 죽여도 아무 상관없다. 너는 내 개와 사슴을
붙잡을 힘이 있는지는 몰라도, 네 옷이 내 화살을 피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밀라레파는 생각했다. “무지한 동물들도 나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
이 사냥꾼 또한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말했다.
"서둘러 나를 쏠 필요는 없네. 앞으로도 시간은 많이 있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나의 노래를 들어 보게.”
그러고 나서 그는 신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치라와 귄보 도르제'라는 이름의
이 사냥꾼에게 노래를 들려 주었다.
모든 완성된 이들에게
기도를 드리며
또 그대가
다섯 가지 해독을 없애기를 기도하노라.
그대 사람 몸에
악마의 얼굴을 한 인간이여,
나에게 귀를 기울이라.
밀라레파의 노래를 들어보라!
인간의 몸은 보석처럼 소중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대에게는 소중한 것이 아무것도 없네.
이 악마의 모습을 한 죄많은 인간아,
비록 너는 이승의 쾌락을 희구하지만,
너의 죄 때문에 결코 쾌락을 얻을 수 없으리라.
그러나 네 안의 욕망을 버린다면
너는 위대한 완성을 얻으리라.
아무리 바깥 세계를 정복한다 해도,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것만큼 어려우랴!
이제 너 자신의 자아인 마음을 정복하라.
비록 이 사슴을 죽인다 할지라도
너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너의 안에 있는
다섯 가지 해독을 죽인다면
너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다.
바깥세상의 적을 정복하려 한다면
그것은 셀 수 없이 늘어나리라.
네 속에 있는 자아인 마음을 정복한다면
너의 모든 적은 곧 사라지리라.
죄많은 일을 하느라
너의 인생을 소모하지 말라.
신성한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
너에게 좋으리라.
나는 이제 너에게
나로파의 여섯 요가를 가르쳐서
네가 마하무드라를 행하게 하겠노라.
밀라레파의 이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사냥꾼의 마음속에
지순한 믿음이 솟아났다. 그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밀라레파의
발앞에 머리 숙여 절하면서 외쳤다.
"오, 존자여! 이제 당신에게 나의 사슴, 나의 개, 나의 활과 화살, 그리고
올가미 밧줄을 바칩니다. 나와 내 개는 많은 죄를 범했습니다. 부디 나의 개
'붉은 번개 아가씨'를 자유롭게 하여 육도(六道)의 더 높은 영역으로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이 검은 사슴을 지고한 행복의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그리고 사냥꾼인 나, 치라와 귄보 도르제에게 법의 가르침을 베풀어
해탈의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 사냥꾼은 노래했다.
눈처럼 하얀 뿔을 가진 사슴이
내 오른쪽에 앉아 있네.
그의 입 둘레의 반점들은 그의 장식품.
내가 그를 잡는다면, 내 게걸스러운 식성은
이레 동안 만족하겠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필요치 않으니 당신께 드립니다.
부디 이 검은 사슴을 인도해 주십시오, 지고한 행복의 길로.
부디 붉은번개 아가씨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부디 나 귄보 도르제를 해탈의 길로 데려가 주십시오.
금속 고리가 달린 이 검은 밧줄은
북쪽의 대평원에 있는 야생 야크를 잡기에 알맞습니다.
이제 이것도 필요치 않으니 당신께 드립니다.
부디 이 검은 사슴을 인도해 주십시오, 지고한 행복의 길로.
부디 붉은번개 아가씨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부디 나 귄보 도르제를 해탈의 길로 데려가 주십시오.
이 점이 박힌 염소 가죽옷은
아무리 높은 산에서도 사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이제 이것도 필요치 않으니 당신께 드립니다.
부디 이 검은 사슴을 인도해 주십시오, 지고한 행복의 길로.
부디 붉은번개 아가씨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부디 나 귄보 도르제를 해탈의 길로 데려가 주십시오.
내 손에는 화살이 있습니다.
그 살마다 네 개의 깃털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내가 픽하고 그 화살을 쏘면
항상 퍽하고 목표물을 명중시킵니다.
이제 이것도 필요치 않으니 당신께 드립니다.
부디 이 검은 사슴을 인도해 주십시오, 지고한 행복의 길로.
부디 붉은번개 아가씨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부디 나 귄보 도르제를 해탈의 길로 데려가 주십시오.
나의 왼손에 있는 이 화려한 흰색 활은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그 활을 구부리면 하늘의 용도
두려워서 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이제 이것도 필요치 않으니 당신께 드립니다.
부디 이 검은 사슴을 인도해 주십시오, 지고한 행복의 길로.
부디 붉은번개 아가씨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부디 나 귄보 도르제를 해탈의 길로 데려가 주십시오.
이렇게 하여 사냥꾼 치라와 귄보 도르제는 사슴과 그의 개와
그가 가진 것을 모두 밀라레파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당신은 정말 경이롭고 예사롭지 않은 수행자이십니다.
저도 당신을 따라 법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내가 수행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식량을 얻어가지고 오겠습니다. 곧 돌아오겠으니
그때까지 부디 여기 계셔 주십시오.”
이에 밀라레파가 노래를 불러 대답했다.
들어보시오, 사냥꾼이여, 들어보시오!
비록 천둥이 요란하게 진동한다 해도
그것은 다만 텅 빈 소리에 불과하오.
비록 무지개의 빛깔이 현란하다 해도
그것은 곧 사라져 버리고 말 것에 불과하오.
이승의 쾌락은 꿈속의 광경과도 같소.
사람들이 쾌락을 즐긴다 해도, 그것은 죄악의 근원이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영원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모두 산산이 흩어져 사라질 그런 것이오.
어제 비록 충분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것을 소유했다 해도
오늘 그 모든 것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소.
작년에 살았던 사람이 올해는 죽었소.
훌륭하던 음식이 유해한 것으로 판명되고,
사랑하던 동료가 적으로 변합니다.
고약한 말과 불평 불만이
선의와 은혜에 대한 보답입니다.
그대의 죄는 다름아닌 그대 자신을 해칩니다.
열 개의 손가락 가운데 어느 것을 베어도 아픕니다.
그대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바로 그대 자신입니다.
이제 그대 자신을 그대가 도와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인생은 재빨리 달아나 버립니다.
그리고 죽음이 곧 당신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므로 수행에 헌신하기를 미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사랑하는 친척들이라도
당신을 윤회에로 동댕이치는 일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이후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당신이 스승에게 의지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법을 실천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 노래를 듣고 치라와 귄보 도르제는 밀라레파 아래에서 법을 닦기로
결심하였다. 밀라레파는 치라와 귄보 도르제에게 완전한 입문과 가르침을
전수해 주었다. 이것을 실행함으로써 마침내 그 사냥꾼은 밀라레파의 마음의
아들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