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춘자(47세)씨는 중학생 자녀 둘을 대안학교에 보낸 대안학교 신봉자다. 큰아들 장현기(중3)는 제천 간디학교에, 둘째 딸 현정(중2)이는 남양주 산돌학교에 보냈다.
“아이를 1등으로 키우는 것보다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배워야 할 게 공부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떤 교육을 받는 게 좋을지 어릴 때부터 고민했고 그 결과 기존의 교육으로는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유씨는 1996년 우리나라에 첫 대안학교인 간디학교가 생겼을 때부터 아이가 크면 꼭 대안학교를 보내리라 결심했다. 획일화된 학교 교육으로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줘 조금 더 가치 있는 교육을 받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 큰아이가 5살 때였지만 유씨는 그때부터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졌다. 간디학교를 일 년에 서너 차례 방문해 교사들과 상담을 하는 것은 물론, 재학 중인 학생의 학부모를 만나 궁금증을 해소해나갔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자 대안학교 캠프나 축제에 보내 아이를 서서히 적응시켜나갔다.
“그사이 아이 교육에 대해 남편과 갈등이 있었어요. 남편은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면 강남의 유명 학교에 보내길 원했죠. 남자는 일류대를 나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너무 확고하게 나오니 남편도 결국 수긍을 하더군요.”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해서 다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도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 역시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된다. 다행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대안학교를 경험하게 해서인지 아이는 6학년이 되자 자연스럽게 대안학교로 눈을 돌렸다. 스스로 대한학교에 대한 자료를 찾고 궁금증이 생기면 유씨에게 물어봤다. 대안학교에 대한 기대감도 최대치였다. 남편과의 갈등은 아이 스스로 확고한 결심을 보이는 것으로 모두 사그라졌다.
“아이를 기숙사에 내려주고 집에 올라왔는데 처음 일주일간은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아이를 믿긴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요. 근데 의외로 아이는 제가 서운할 정도로 엄마 없는 생활에 잘 적응해나갔습니다.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아이에게 ‘왜 이리 전화를 안 하니’라며 전화를 먼저 걸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엄마 미안, 형들하고 얘기하다가 잠들어버려서…’ 이러더라고요.”
아이는 학교생활을 무척 즐거워했다. 당연히 대안학교의 수업 내용은 일반 학교와 전혀 다르다. 대안학교의 수업은 철학, 농사, 손으로 작업하는 목공 등의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내에서의 수업보다는 사실 외부 수업이 더 많다. 일명 ‘움직이는 학교’라고 불리는데 학년마다 그 기간이 다르다고. 보통 제주도로 도보 역사여행을 떠나거나 1박3일간의 템플 스테이, 일주일간 다른 공동체나 대안학교 경험하기 등으로 프로그램이 짜인다.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지 집으로 올 수 있지만 보통 ‘놀토’에 집에 오고, 한 학기에 두 번 정도는 가정학습기간으로 약 1주일간 집에서 생활한다.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1학년 땐 새로운 생활이 마냥 즐겁고, 2학년 올라가면서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요.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친구관계가 얽히면 제일 힘들죠. 물론 그 안에서 왕따는 없지만, 잘 섞이지 못하면 힘들어요. 그리고 똑같은 아이들끼리 같이 배우고, 먹고 자다 보면 답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학교생활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성격이나, 자아, 자신의 꿈 등 여러 가지 면이 변한다고. 현기 역시 대안학교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변했다. 아마 체험학습과 칭찬, 부모를 벗어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경험의 영향이 큰 듯하다. 원래 현기는 아빠한테 혼나도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고스란히 당하기만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현기는 우리 학교에서 제일 착한 아이예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요즘 현기는 아버지에게나 친구들에게도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춘자씨가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다.
부모와 아이,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
성적 향상에 대한 지나친 부모의 욕심만 접을 수 있다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조금은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유씨는 확신한다.
“사실 어떤 학부모들은 ‘다른 아이들은 밤 12시가 넘도록 공부를 하는데, 만약 나중에 그런 아이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그렇게 공부해서는 소위 명문대를 가기는 어렵죠. 하지만 일류대만 포기하면 아이가 나중에 스스로 공부하고 싶을 때 하게 해도 늦지 않잖아요?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그때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남편과 가끔 갈등하게 되는 것도 아이 공부 문제 때문이다. 평소에는 학교의 교육 철학과 방식에 동의하지만 방학 동안 아이가 집에 있으면 슬슬 불안해하면서 ‘학원에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것. 그래도 잘 이해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아이와 엄마 서로의 학교에 대한 철학이 공유되지 않으면 분명히 부모에 의해서 아이가 학교를 그만둘 확률이 높아요. 아이가 계속 다니고 싶어 해도 부모가 용납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 입학할 때는 심층 서류전형을 하고 개별 면접도 20분씩 보죠. 경쟁률도 높아서 떨어지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그런데도 학교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대안교육에 대한 환상과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 아이를 보냈지만 실제로 들어가서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면 조금씩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이 스스로 공동체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해 휴학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자라는 과정이라 혼자서 많은 갈등을 해요. 당연한 순리인데,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는 더 혼란스러워하죠. 그럴 때는 아이를 믿고 스스로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현기의 경험을 통해 둘째 현정이도 대안학교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현정이는 간디학교에 떨어져 또 다른 대안학교인 산돌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 유춘자씨는 자신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대안학교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 대안학교 꿈꾸는 엄마들을 위한 유춘자씨의 어드바이스
대안학교 진학과정은 일반 학교와는 전혀 다르고, 학교마다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신입생 모집은 보통 10월부터 시작되지만, 학교 설명회나 학부모 교실, 계절학교 등이 입학 전형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모집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보기 힘들어요. 학교별로 학부모가 준비해야 할 서류와 면담 내용도 천차만별이죠. 그러나 전형 과정에서 학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고유한 성격과 교육철학을 이해하고 기꺼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학교의 교육철학과 학부모의 교육방침에 괴리가 있다면 절대로 아이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제시하는 모든 교육활동을 학부모가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참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