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홍어찜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치고 상을 찡그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홍어찜의 지독한 냄새는 암모니아기체 때문이다.
사실 암모니아는 심한 냄새와 자극성 뿐만 아니라 독성이 큰 기체이다.
진한 암모니아 기체를 오랫동안 흡입하면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알코올에 녹여 호흡자극제로 사용하는 유용한 기체이기도 한다.
도대체 왜 발효시키면 홍어가 유독 다른 물고기보다 암모니아를 많이 만들까?
우선 화초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면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잘 자라기는커녕 오히려 화초가 시들어 죽는다.
뿌리 주위 흙에 너무 영양분이 짙으면 화초가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화초 몸속의 물이
흙으로 빠져나가는 삼투(渗透)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현상이 물고기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즉 염분이 많은 바닷물 속에서 물고기가 살아남으려면 체내 수분이 바닷물로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내에 여러 가지 화합물이 충분히 녹아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물고기 체내와 바닷물이 비슷한 농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바닷물고기는 모두 나름대로 그런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홍어는 그러한 진화의 방법으로
삼투압 조절을 위하여 살 속에 요소와 요소 전구(前軀)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요소는 비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오줌 속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홍어를 2∼3일 실온에 방치하거나 퇴비속에 1∼2일 묻어두면 우리가 즐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발효되며 이때 요소가 분해되어 암모니아를 듬뿍 만든다.
발효된 홍어를 뜨겁게 찜을 만들면 아직 분해가 되지 않은 요소와 암모니아가 함께 우리 코를 콱 자극한다.
사실 이때 우리 코를 자극하는 암모니아의 양은 소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암모니아의 독성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진한 암모니아수는 우리의 피부를 상하게 한다. 별로 뜨겁지 않은데도 홍어찜을 먹다가 입천장을 데는
사고가 생기는 것도 이 암모니아 때문에 입안의 피부가 상하는 것이다.
아무튼 홍어찜 뿐 아니라 모든 발효음식은 공통적 특성을 갖고 있다.
한번 맛을 들이면 도저히 끊지 못하고 중독(?)되게 만든다는 점이다.
김치가 그렇고 된장이 그렇다. 치즈와 요구르트도 그렇다. 물론 술도 그렇다.
어쨌든 요소가 무엇인지 알기 전부터, 또 요소가 분해되면 암모니아가 된다는 화학을 알기 전부터 홍어를 선택해 발효찜을
해 먹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