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2학년 유현욱 입니다!
마지막 들살이인 올해는 모둠 들살이가 합류하게 되어 저는 모둠 들살이 3일, 개인 들살이 3일은 부산에서, 전체 들살이 1박 2일은 대전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여정이라 조금 길게 느껴지실 수는 있지만 천천히 읽으시면 그리 길지 않을거에요! 하하
그럼 지금부터 7박 8일간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모둠 들살이 목적글
평소 악기를 연주해 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을 하고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중에도 나는 악기심화를 통해 다뤄온 젬베를 시작으로 타악기에 흥미를 느꼈다. 정말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별것도 아닌 게 참 재미있었다. 하지만 모든 악기가 그러하듯 자신감이 가장 중요했는데 나는 그것까지 함께 챙기지 못했다.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음악을 즐기며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닌 검사를 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밴드는 에너지가 절반이기에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과의 충돌이 더욱 크게 다가왔고, 그 이후에도 무언가를 함께 할 때면 신경은 곤두서있었다. 혼자 하는 연습 때는 잘 해도 막상 맞춰보면 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혼자 할 때 즐길 수 있기에가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그 상태에서도 그럭저럭 맞았기에 어영부영 지나왔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더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여러 눈치를 보게 하는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 그 순간에 집중을 할 수 있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끼리 즐기기 위한 그런 밴드를 만들어 보려 한다. 소위 말하는 밴드악기가 아닌 생소할 수 있는 합의 악기를 이용해 맞춰가는 과정을 함께해보려 한다.
- 09/04(월) 들살이 첫날!
새벽에 버스에 올라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버스 시동이 꺼지더니 한동안 정상적으로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여유롭게 나오긴 했으나 점점 늦어지자, 머릿속은 불안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혼자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기에,,, 다행히 기차 출발시간보다는 일찍 도착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물론 여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 플랫폼까지 내리 달려서야 기차에 겨우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다리던 친구들보다 먼저 탔다는 것,,?!) 아무튼 평범하지만은 않은 들살이 첫날 아침이었다.
시간 절약보다 예산 절약을 택한 우리는 무궁화호의 종착역까지 함께해야 했다. 영화 두세 편은 거뜬히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어쩜, 시간은 가지 않았다. 새벽에 많이 자지 못했기에 가장 먼저 눈을 붙였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도 남은 시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져온 책도 꺼내어 읽고 밖 풍경을 구경했는데, 그리하니 아무것도 보지 않을 때보다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던 것 같다. 창밖 풍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속도로의 풍경이다. 라라랜드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정체로, 20분가량을 달렸음에도 고가 위에서 움직이는 차량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기에 여러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다)부산역에 도착해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30분가량을 이동해 환승을 위해 하차한 뒤에서야 내 휴대폰을 어딘가에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하긴 했지만, 주변의 도움 덕분인지, 그냥 감인지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한 분이 분실물센터에 맡겨두시겠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분 덕에 뒤숭숭한 세상에서 인류애를 느낄 수 있어 감사했지만, 연락처나 성별, 나이대까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감사는 마음속으로 전했다. 감사하기도 미안하기도 한 마음과 함께 '역시 이런 사건사고가 있어야 나의 들살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숙소로 합류했고, 미안한 마음은 뒤로한 채 활동을 위해 해운대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자 조금은 설렜을 지도..?) 그러나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래 위에, 물속에 고루고루 퍼져있었다. 여기서 연주해야 한다니!? 대충 사람이 없는(가장 더운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곳에 자리를 펴고, 색색의 손수건으로 해를 막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경 쓰였으나 나중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실로폰을 10번도 쳐보기 전에 야외 공연이라니! 합이 잘 맞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이니까 차차 좋아지겠지~~ 하며 즐겼다. 저녁을 먹은 뒤 숙소 근처에서 장을 봤고 지금은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아침부터 여러 사건이 있었음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인지 아직 들살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서로의 하루를 알고 있기에 조금은 조용히 마무리하던 중 솔이는 이만 꿈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내일도 잘해보시죠~~
- 09/05(화) 들살이 둘째 날!!
오늘 아침은 잼빵이었다. 솔이가 아침부터 소리소문없이 일어나 열심히 준비했다. 먹다 보니 양이 조금 부족한 듯했지만 다 먹고 나니 또 잘 모르겠더라. 준비를 마친 뒤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시간이 흘러 삼락생태공원에 도착했는데 그냥 어딘가 익숙한 공원이었다. (자전거 들살이에 지나치지 않았냐는 이야기~.)나무들은 조금 앙상했고 푸르른 잔디와 높은 풀이 펼쳐져 있었다. 그늘이 있고 샤랄라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것 같은데 눈 부신 해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영상을 찍기 위해 흩어져 장소를 찾아보기로 하고 쭉 걸었다. 10년은 사용하지 않은 듯한 야구장과 여러 비의 흔적이 남아있는 땅을 지났다.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었는데 채원이의 연락 덕분에 낙동강이 보이는 곳으로 모였다. 낙동강과 버드나무를 뒤에 두고 따뜻한 해를 쬐며 영상을 찍었다. 점점 잘해지는 것은 모르겠으나 사람이 없어서인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공원 초입으로 옮겨와 한 번 더 연주했는데 어딘가로 진격하는 듯하기도, 다른 세상인 것만 같기도 했다.
점심을 위해서는 30분을 걸어 이동했다. 힘들다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너무 먼 음식점을 찾았나..!’ 살짝 찔렸지만 결국 맛과 가격 모두를 챙길 수 있었다. 다행이구먼:) 흰여울 문화마을과의 거리가 계획보다 가까웠기에 그냥 가기로 했다. 버스를 환승해서 영도대교를 건널 때,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배들과 함께 바다가 보이자, 영화’ 밀수’가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항구의 분주함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흰여울 마을에 도착해서 보니 색감이 생각보다 좋았다. 그리스의 분위기가 나는 것도 좋았지만 그사이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있었기에 더 좋지 않았나 한다.
마을은 해가 중천이라 뜨끈뜨끈했음에도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았다. (평일인데 이 정도라니!) 영상은 계단과 터널 등에서 한 번씩만 찍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그런지 조금은 부끄러웠다. 해 아래 있으면 덥지만 그늘 안에 있으면 션해서 좋았다.
저녁을 위해 찾은 식당도 멀어서 걱정이었다. 다행히 잘 도착했고 현지 냄새를 풍기던 식당도 맛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늘 밥, 성공했을지도? 솔아 좋았다~🫡)
- 09/06(수) 모둠 들살이 마지막 날!!!
오늘은 아침으로 누룽지를 끓였다. 양도 양이지만 아무것도 없이 흰 누룽지라니! 먹다 보니 나름 맛이 있어 계속 먹었지만 한동안 누룽지는 생각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흰 누룽지로 배를 채우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이제는 3일이나 돼서 그런지 부산이라는 도시와 지하철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만큼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도착한 곳은 몰운대였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도 산인 것은 모른 듯했지만, 그대로 몰운대를 오르게 되었다. 초반에는 시원하기도 하고 첫 일정이다 보니 힘이 넘쳤는데 갈수록 길이 험해지고 해는 중천을 향해 달려가자 땀이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간간이 보이는 전망 포인트의 풍경은 좋았다. 연주를 위해 계속 걸었고 신비한 분위기에 햇살이 더해져서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점심은 칼국수! 지난 들살이부터 느끼는 거지만 솔이와 함께라면 밥을 평소의 배로 먹게 된다. (그래서 싫은 건 아님;;) 아무튼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가 정말 쨍했지만 그만큼 많은 구름이 해를 가려줘서 시원하기도 했다.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는 예뻤고 마지막 기념 물속에서 영상을 찍기로 했다. 물속에서 연주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파도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괜히 기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파도가 걷어 올린 바지까지 적셨지만 나름 재미있었다:)잠시 남는 시간은 바다에서 보내기로 해서 애들이 노는 동안 방해되지 않게 바다를 보며 있었다. 발을 담그고 바다를 보고 있자니 풍-덩 하고 싶은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이 어려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전체적인 색감과 사람이 살고 있다는 여러 흔적들이 있어 좋았다. 하지만 걸을수록 여기서 연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커져갔다. 마을 주민 분들이 거주하고 계시는 공간이 훨씬 많았고 작은 소리도 잘 전달이 될 것 같았다. 관광지화 된 지역이라 특히 소음에 민감하실까 봐 걱정이 됐다. 시끄럽게 연주하기도,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한복판에서 연주하기도 꺼져졌기에 큰길을 따라 산(마을)을 올랐다. 한 곳에서 찍고 나니 다음 곳을 찾아 나서는데 너무 덥기도 하고 지친 모습이다 보니 나도 함께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다.
겨우겨우 마을이 보이는 큰길 하나를 찾아 마지막 영상을 찍었다. '정말 이렇게 끝인가?' 싶은 모둠 들살이의 마지막 영상이었다. 마지막까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았나 싶다. 영상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고 공식 모둠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저녁에는 솔이가 나간다고 했던 산책에 동참했다. 잠시 숙소인근을 돌다 오는 것을 상상했으나 아니었다. 달리기는 시작되었고, 속으로는 ‘어이구야~’ 하면서도 열심히 달렸다. 달리다 보니 또 상쾌하고 머리가 맑아졌다.(물론 초반에만) 점점 힘이 빠져갔지만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으며, 서로 멈추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멈춰서 돌아오는 길에 얘기해 보니 서로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얘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ㅋㅋㅋㅋ 역시 달리기를 하려면 누군가와 같이 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꼭 들살이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
- 돌아보기
시작할 때는 무언가 극복하는 것 또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선을 극복 한 다기보다는 합을 맞추며 즐기는 시간이던 것 같다. 소통하는 것에 있어서 살짝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함께하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이번 들살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계획수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 복잡한 와중에도 큰 차질 없이 모둠 들살이를 마무리하느라 수고 많았다!! 마지막으로 들살이동안 길 찾느라 수고한 보민이, 총무로 매 끼니때마다 바빴던 채원이, 영상 찍을 때마다 뛰어다닌 PD수연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빵을 구워준 솔이, 같이 영상 편집할 소운이 에게 감사를 전한다! *_*
- 09/07(목) 개인 들살이 첫 날!
겨우겨우 일어나 아침을 먹고 금정산마을로 출발했다. 중간 환승 포인트에서 김밥을 포장해 버스를 타고 금정산성 입구까지 향했다. 가다 보니 조금은 걷고 싶어 져 마을에 도착하기 서 너 정류장 전에 내렸다. 얼마 가지 않았을 때 걷고 싶게 생긴 등산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걸으면 산성마을로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길에 들어섰는데... 이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길은 쌍계봉과 파리봉으로(금정산의 일부.) 연결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무슨 수가 있나, 돌아가기엔 이미 멀리 와버렸다.
계속 금정산을 올랐다. 금정산성의 남문을 지나자 경사는 점점 더 높아졌다. 본격적으로 오르는 중간중간 탁 트인 바위가 나올 때면 올라가 풍경을 즐겼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고 저기가 초량이고.. 저기는? 사직이고... 하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해는 뜨거웠다. 돌 위에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와 정수리가 실시간으로 익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산은 좋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도 결국에는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파리봉 바위에 앉아 잠시 쉴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김밥 두 개는 이미 내 뱃속에 들어있었다. 역시 몸이 많이 약해진 게 분명했다.(운동이 필요해..)
밥을 다 먹으니 좀 쉬라며 거대한 구름과 함께 태풍과도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좀 전까지는 더워서 땀이 났다면, 이제는 바람을 막기 위해 옷을 껴입었다. 바위에 누워 바람을 즐기다 보니 까마귀가 바람을 타고 노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쉽게 상승하고 방향전환으로 빠르게 이동한 뒤에 다시 돌아왔다. 까마귀를 보고 있자니 나도 뛰어내려 날고 싶었다.
그리 까마귀를 구경하다 하산을 시작했고, 누울 수 있는 바위가 보일 때면 어디에 있던지 앉아서 쉬다가 출발했다. 산을 즐기며 내려가다 보니 원래 목적지였던 산성마을에 가는 것보다 그냥 산에 있고 싶었다. 역시 바위에 누워있는 게 너무 편했던 것인가! 산의 힘은 놀라웠다.
산성마을은 말 그대로의 마을이었다. 주민 분들의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돌아다니며 스케치를 짧게 했다. 한 바퀴 도는 것을 목표로 걷기 시작해 반절을 돌았을 즈음에 한 미술관이 나와 관람을 했다. 소나무가 인상적이었으나 사실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것 같다.
한 할아버지의 집을 지나고 나니 오래되어 보이는 절 하나가 나타났다. 그 절의 아래 있는 마당은 토토로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알고 보니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절! 막상 올라가 보면 단촐한 건물 서 너개 뿐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절을 보고 내려오다가 마주친 버스에 올라타 그대로 마을을 빠져나오게 되었다. 산에 있다가 부산시내로 나오니 너무 정신이 없었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느낌? 그렇다. 나에겐 낯선 이 도시가 다른 누군가에겐 일상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한동안 멍 하며 광안리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걷다 보면 높은 빌딩들 사이로는 ‘부산!’하면 상상되는 바다가 보인다. 바다 뒤로 나있는 산책로를 잠시 걸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신경이 쓰였기에 금방 모레로 내려와 바다 옆을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자리에 주저앉아 해가 지며 붉어지는 구름을 잠시 바라보았다. 세상이 어두워진 뒤 광안대교와 고층 빌딩들의 불빛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밥을 빠르게 먹고 돌아와 다시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다. 친구와 온 동네 학생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레사장을 걷는 사람들을 빠르게 스케치해 보았다. 짧게 그리는 것이 좀 더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쫓아오는 아이와 놀아주며 도망가는 아버지를 그린 것을 마지막으로 지하철에 올라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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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살이의 첫날이다. 처음에는 함께 다니는 것이 어색했는데, 혼자 다니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산에서 자연인인양 앉고 누워 무언가를 털어내고 온 것만 같다. 혼자 다니는 것으로 조금 더 자유로워졌기 때문일까? 편하게 집중을 할 수 있었지만 생각이 그만큼 많아지며 멍 때리듯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걷다 지치면 멍- 하며 생각. 내일은 조금 더 생각을 활용해 볼 수 있길.. 파이팅!
- 09/08(금) 개인 들살이 둘째 날!!
겨란빵을 아침으로 먹고 나와 모둠 들살이 때 잠시 들렀던 감천 문화마을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이 모두 오래된 건물들이어서 구경하며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간간히 밖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 어르신들의 사투리가 들려올 때면 속으로 해석을 해봤는데, 대부분 맞았다고 생각한다. (사투리 좀 잘하는 듯..) 그렇게 혼자 만족하며 언덕을 걷다 보니 감천문화마을에 도착했다.
힘이 조금 빠져있었는데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엄청난 인파를 마주쳤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을 피해 골목골목을 다니며 집들을 구경했다. 오르내리며 짧은 스케치와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유심히 보지 않았던, 감천문화마을에서의 삶의 형태를 볼 수 있었다.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그늘 아래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지쳐버린 장소에 앉아 마을 건물들 스케치를 몇 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원래 떡볶이를 생각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기도 했으며, 실컷 걷고 왔는데 또 서있는 것이 싫어 시장에 있는 순두부집에 들어갔다. 갑자기 들어간 집인데도 맛이 있었다! 알고 보니 동네 맛집인 듯? 이후에는 시장에서 기록할 생각으로 돌아다녔는데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바삐 돌아가는 시장 속에서 가만히 서있으면 민폐가 될까, 빠르게 휴대폰으로 사진만 몇 장 남길 수밖에 없었다. 붐비지 않는 거리의 경우에는 반대로 가게주인 분들의 눈치가 보였다. 실컷 서서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그냥 가버리자니 눈치가 보여 또다시 걸어 다녔다. 어색하지 않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 한 분이 길을 가로막았다. ‘아저씨 나 배고파, 떡 하나만 사주고 가이소-’ 사드릴까… 아니 말아야지를 짧은 찰나에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결국 “죄송합니다, 저도 돈이 없어서요..”라고 말씀을 드리며 빠져나왔다. 아저씨라는 호칭이 한몫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거절을 하고 나니 걷는 내내 그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들살이리 예민했다고는 해도 떡 하나인데..? 괜히 죄송해졌다. (물론 아저씨라는 호칭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못했다 )
두어 시간이 흘러서야 걷는 것을 멈췄.. 아니 잠시 쉬었고, 보수동으로 걸어 올라갔다. 거리는 내 생각보다 고요했어서 책방들을 돌아다니며 잠시 책을 읽었다. (사실 조금 지쳐서 건물에서 쉬고 싶었다는… ) 많이 낡아 보이는 책들 중 제목이 끌리면 펼쳐봤었는데 역시? 흥미로운 내용의 책이 많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책방거리에서 오래 쉬면 안 된다는 게 머릿속을 맴돌아서, 서성이는 것을 멈추고 계단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도 계속해서 계단이 나왔고 결국 정상을 앞에 두고서야 올라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곳에서 걷다 보면 오른쪽 건물들 사이사이로 해운대와 감천항이 보였다. 계단 덕에 건물이 없을 수 있었고 그래서 보일 수 있던 바다는 더 특별해 보였다. 높이 올라오니 하루종일 답답했던 그 무언가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윗동네에서 바다와 오래된 건물을 함께 보며 한동안 걷다가 다시 계단따라 내려갔다. 그냥저냥 내려가다가 끌리면 멈춰서 스케치 짧게 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 쭉~~ 내려가고 있었는데 할머니들의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수한 사투리와 웃음소리에 이끌려 따라가다 보니 오래된 아파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남들은 좋다고 하지 못할 동네일 수 있지만 이곳에는 이곳만의 행복이 있었고 나 또한 그게 좋아 보였다. 아파트는 페인트칠이 다 볏겨 져 시멘트와 벽돌이 드러나다 못해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창문에 새워놓은 창살은 다 녹이 슬어 적갈색으로 바래있었으며 대부분의 창문은 열려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널려있는 빨래들, 창밖으로 나오는 식물과 연기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마치 버려진 아파트단지에 오랜만에 사람이 들어온 것 만 같은 풍경이었다. 아파트가 더 궁금해 주변을 맴돌다 보니 한 아파트 앞에는 아무도 나와계시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가갔을 때, 옆 계단으로 내려오시는 아주머니와 할머니를 마주쳐버렸다. 이런! 빨리 아파트 옆 화단에 심어져 있는 꽃을 보는 시늉을 했다. 그럼에도 아주머니께서는 친절하게 꽃 이름을 알려주고 가셨다. 이름을 듣고 보니 괜히 꽃은 더 예뻐 보였고 진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중에 들었던 이름을 찾아보았더니 잘 모르겠더라, 사투리 잘한다 했던 거 취소. 표준어도 잘 못한다. 아주머니가 가신 후에야 아파트를 밖에서 둘러본 뒤(그리 낡지는 않았었다) 천천히 내려왔다.
차이나타운은 관광객이 많고 정신이 없어 패스. 시장의 해물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더니 역시는 역시, 돌아오자마자 내 몸은 몇 배로 불어 오른 듯했다. 텅텅 비어 멍해서 그런지, 후반에 봤던 아파트와 꽃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다른 것은 쉽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참, 다시 생각해도 아저씨라니.. 벌써 그런 나이란 말인가?!?!!
- 09/09(토) 개인 들살이 마지막 날!!!
원래 일찍 나가서 일출을 보는 계획이었는데, 무리일 것 같아 해가 뜬 뒤에 움직이기로 했다. 주말이라 게하에서 나오는 조식을 먹고 조금 일찍 기장으로 출발했다. 개인들살이에서는 부산을 다 꾀고 있다는 조금의 오기가 생겨 폰으로 길 찾기는 지양하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자꾸만 길을 찾아보게 되었다. 심지어는 송정항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 정류장에서 메모하던 노트를 놓고 타는 바람에 기사님이 잠시 기다려 주시기도 했다.
소문난 관광지인 죽성드림세트장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직 해가 다 뜨기 전이라 그런지 바다는 더욱 빛났고 윤슬은 아름다웠다. 잠시 건물을 둘러본 뒤, 파도를 사진 찍으며 멍 때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이 너무 많이 있었다. 조용한 것을 원했기에 한 산학회팀 단체사진을 찍어주고 본격적인 항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바다에서 배 하나와 그 뒤에 따라오는 어떤 커다란 덩어리를 발견했는데, 항구 가까이 와서야 한 배가 크레인이 설치된 무언가를 끌고 오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덩어리에 연결돼 있는 크레인은 테트라포드(방파제에 있는 삼각 원기둥 콘크리트를 말한다고 한다)를 하나씩 갑판? 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자니 마치 하나의 괴물같이 보였기도, 색감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조용한 항구를 예상했었는데 일을 하시다 보니 시끌벅적했고 나름 재밌었다.
아래로 내려와서야 배를 볼 수 있었다. 조그마한 어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배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일을 하고 계신 배는 별로 없어, 이번에는 또 고요하게 느껴졌다. 항구에 앉아 끄적이며 배를 봤다. 참 평화로운 풍경에 크레인 소리만 울려 퍼졌다.
잠시 낚시하는 사람을 관찰하다가 대변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옆으로 계속 보이는 바다가 마음에 들어 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는데 서서히 바다가 익숙해졌다. 항구에서 노을을 만났고, 영도대교 도개를 보기 위해 영도로 향했다.
하지만.. 이런, 10분을 늦는 바람에 도개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배가 고팠기에 깊은 상심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자갈치 시장으로 향해 늦은 점심을 먹고 시장을 걸었다. 역시 시장은 수산물 시장이 가장 바쁜가 보다. 여기저기 시끌벅적했고 손질하는 소리와 손님들의 말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지나갈 때면 느껴지는 따가운 눈초리. 하나를 사야 할 것 만 같았다. 그럼에 계속 날것의 시장을 둘러보았다. 갇혀있고, 죽어있고, 죽어가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장이 끝나자 부두가 보였다. 조금 조용한 곳이 필요했는데, 다행히도 배들이 모여 있는 곳은 사람이 없었다. 가끔 부두에 앉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 끄적끄적 기록을 하며 잠시 걸었다.
영도대교를 보며 멍을 때리다가 다리에 올라 건넜다. 하지만 열리지 않을 때면 그냥 평범한 대교였고, 오히려 일하는 배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보통 오후시간의 배들은 정리를 하고 있다 보니 새벽의 항구가 궁금해졌다.
위에서 보면 조금 다를까? 다리 인근의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몰에 올랐다. 아래서는 치열해 보였던 항구가 건물 위에서 보니 평화로워 보였다. 한동안 서서 지는 해를 봤다. 이렇게나 고요할 수 있다니, 사람이 많이 있음에도 시장, 항구와 대비되는 모습이 신기했다. 노을을 보러 다대포에 가려했으나, 조금 늦는 바람에 숙소에서 가까운 해운대로 향했다.(주말이라는 것을 잊은 채..) 사람은 서울의 어느 번화가보다도 많았고 버스킹을 하는 분들 덕에 거리는 더욱 붐볐다. 그래도 바다는..!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향했다. 슬프게도 바다 뒤에서 마술을 하고 있어 환호성소리는 끊이지 않았지만 노래를 들으며 생각을 끄적이다 보니 나름 괜찮았다. 평화로운 밤바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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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들살이는 내가 느끼는 것을 온전히 기록해 보려 했었다. 기록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은 그냥 기록이었다. 머릿속에 ‘기록’이 맴도는 상태에서 활동을 하니 오히려 무엇도 남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온전히 느끼고 그것을 수집한다고 생각했더니 훨씬 편해졌던 것 같다. 그림이라는 것으로 기록을 하려면 조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짧은 스케치로만 끝나게 되었던 것이 오히려 좋았다. 순간 기록을 위해 길지 않게 그리다 보니 더 많은 관찰과 생략을 해야 했다.
나도 다 그리기 전까지는 뭘 그리고 있었는지 모른 적도 있었다. 근래에는 혼자 있을 일이 없어 내가 희미해지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번 들살이를 통해 혼자일 때의 나의 모습을 조금 되찾을 수 있지 않았다 한다.
- 09/10(일) 부산 떠나는 날!
아침에 일어나 짐을 모두 정리해서 출발했다. 나는 11시에 부산에서 출발할 생각으로 오전에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소운이가 그렇게 되면 버스를 놓쳐 절대 휴양림에 도착을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것에 넘어가 당연히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갑자기 ‘내가 버스를 못 타게 된다면..?’ 배차간격이 1시간 가까이 되는 버스 한 대뿐이었기에, 급하게 기차를 8시 50분으로 바꾸었다. 부산 안녕~~
부산역은 오늘도 사람이 많았다. 주말이라 더욱 붐비는 것일지 몰라도 언제나 사람이 많다. 아무튼 무궁화호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기차에서는 3시간 반 가량의 긴 시간이었기에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들살이를 돌아보다 보니 이미 절반 이상을 달려와 있어, 그때부터 부랴부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 긴 책이 아닌 짧은 에세이 집임에도 끝을 보기 전에 도착해 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갑작스러운 기차변경으로 남게 된 시간이라 처음에는 역에서 사람이나 구경하며 앉아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골목을 거닐며 잠시 동네구경을 하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시간을 보니 기차를 바꾸지 않아도 여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역시 뚝심을 지켜야-.-)
배차간격이 긴 버스였기에 다른 띵콘 친구들과 합류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는 장을 보고 오시는 새와 규도 만나게 되었다. 가는 내내 비몽사몽 한 상태였고 도착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휴양림은 생각했던 조용한 분위기가 아닌 동네의 큰 공원과 같은 분위기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가방을 메고 산 위쪽에 있는 숙소를 향해 걸었다.
오랜만에 동물친구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일주일이 뭐라고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 생각해 보니 들살이 기간이 새삼 길게 느껴진다. 어색함을 풀어주기 위한(?) 공동체놀이 덕에 전체들살이를 즐겨볼 수 있었다. 놀이를 통해 저녁밥을 담당하게 된 나는 성준이 민서 소운이와 함께 카레와 감자를 만들었는데, 꽤 힘들고 눈이 매웠다.
밥을 먹은 뒤에는 돌아보기를 해야 했는데 우리 모둠은 지난 부산에서 마무리해 버리는 바람에 여러 회의..? 아닌 회의를 했다. 짧게 공유 후에 별을 보러 나갔는데,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캠핑을 잘 가지 않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문뜩 도시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 전부였는데 많은 별을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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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들살이가 끝나간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후련하다. 내 시선을 관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느꼈고 내가 보는 게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그림 이라기보다는 가볍고 빠른 스케치, 그렇다고 싫거나 집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시도할 것이라고 나를 믿어본다..
- 09/11(월) 들살이 마지막 날
자연휴양림에서 함께 준비를 해서 나왔다. 오랜만에 휴양림을 걸었는데 부산이 너무 대도시였기에 그런지 휴양림을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던 것 같다. 나무야 반갑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다들 재밌게 놀았다. 미끄럼틀에 누워 하늘을, 나무를 보며 멍을 때렸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다들 떠난 뒤, 나와 채원이와 연우만 남아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해 가방을 보관하고 거리로 나왔다. 밥을 가볍게 먹고, 번화가에 해당하는 대전역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대전인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을 구경하며 거리를 걷다가 한 책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1층에는 여름과 관련된 책들이 점령을 하고 있어, 아직 여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책방에 오게 되면 평소 도서관이라면 찾아보지 않을 책들조차 표지를 보고 펼쳐보게 되는 것 같아 좋다. 후반에는 독립출판물을 주로 찾아봤는데 이렇게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한 것 같다.
기차시간이 되어갈 즈음 책방을 나와서 동네를 걷다가, 서대전역으로 향했다. 무궁화호에 올라 어찌 저찌 용산역에 떨어졌다. 하지만 퇴근시간에 사람만한 가방을 들고 경의선에 오를 수는 없었기에 잠시 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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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이렇게 끝났다. 시원섭섭하다. 나의 들살이는 항상 몸을 움직이고 엄청난 힘을 들였기에 마지막 들살이만은 많이 움직이기보다는 한곳에 집중해 보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걸었다. 나는 움직이는 사람인가 보다. 몸으로 경험하고 느껴야지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나 보다. 덕분에 들살이들은 잊히지 않을 수 있었다.
여러 말이 떠오르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들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들살이에서 스케치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의 일부와 함께 마칠까 한다. ‘당연한 사실이 갑자기 느껴졌다. 보는 것과 기록하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보고 있다가도 기록하는 순간이 되면 그것에서 눈을 떼게 되며 결국 기억에 의존해서 기록하게 된다는 것.’ 매 순간 변한다.
첫댓글 사진과 글을 따라 가면서 함께 여행하는 착각에 빠졌네요. 까마귀와 함께 나는 상상에 빠지기도 하고, 바다 내음이 코를 찌르기도 하고, 아저씨라는 말이 계속 멤돌았다는 말에 함께 웃기도 하면서^^ 여행 에세이 한편 읽은 듯한 기분이여요~~
<라라랜드> <밀수> …영화로운 형님은 그림자마저 깊이있게 사진에 담아내는 놀라운 감수성 소유자~ 그 옆엔 잠(대체로 먼저 꿈나라행~) 밥(같이 먹으면 두배로 먹게 만드는~)달리기(산책인줄 알고 나섰는데 걍 뛰는) 본능충실 동생님이라니~~~참 자.유.로운 학교 ㅎㅎㅎ
현욱이의 마지막 들살이는 버스 정체와 휴대폰 분실, 아저씨 소리 듣기 등 참으로 기억이 많이 나겠구나..
그래도 멋진 여행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