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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의 공포에 떠는 ‘선택받지 못한’ 이민자들 | ||||||
‘유럽주권주의’ 정치적 구호에 담긴 이민자 구분짓기 이민 문제 해결을 막는 ‘선택적 이민자 수용’의 허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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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불법 체류자 추방과 마찬가지로, 칼레의 ‘정글’이라 불리는 불법 이민자 집단 주거지의 철거 작업 또한 프랑스에서 이민 ‘문제’가 정부에는 너무나도 ‘편리한’ 해법이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 이민 통제는 프랑스 정부의 한 가지 우선 과제가 되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으로 이민자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 안 되며,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을 실어 주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힘있는 정부 연설은 이민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이 ‘문제’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으면서 이를 이용하는 자들에게 정치적 이득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민 문제에 관한 대중운동연합(UMP) 전당대회를 주재하면서, 2005년 6월 9일 니콜라 사르코지는 굉장한 성공이 보장된 정치 신조어를 시험해본다. “나는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에서 ‘선택적 이민자 수용’으로의 이행을 바란다.” 물론 취업이민의 역사가 이 연설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취업이민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정의를 부여받게 되었다. 재정 지원을 받아 들어오는 ‘자발적’ 귀화가 아니라면 그 선택권이 이민자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닌 국가에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이라는 말은 새로이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르코지는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명한다. “누가 자국의 영토에 정착할 수 있고, 누가 그럴 수 없는지에 대한 결정권은 프랑스가 가지는 최소한의 권리다.”(1) 이로써 그가 제시한 대안은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 모두에 걸친 이민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처럼 보였다. 이민자 수용의 원칙 자체를 폐기하려는 게 아니었다(반대로, 사람들은 프랑스가 인종 혼합의 장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큰 목소리로 주장했다). 사르코지의 이민정책은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고 정치적 단호함을 보여주며 눈에 띄는 갈등 없이 경제적·정치적 요구를 한꺼번에 해소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국경의 문을 여는 데 찬성하는 극좌파 사람들과 이민 결사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파 사람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하는 방법이며, 더욱이 사회주의 좌파 세력이 좋아하는 정치적 입지, 즉 극좌와 극우 사이의 ‘중도적’ 태도를 이들에게서 빼앗아버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선택적 이민자 수용’과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을 나누는 것에는 근본적으로 모순이 존재해 그 의미가 소실된다. 이같은 정치 화법은 논리적 일관성도 없고 경험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2) 사실 ‘선택적 이민’이란 그 정의상 취업이민을 의미한다. 반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이민의 경우는 특히 가족이민을 가리킨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둘의 분리는 불가능하다. 일단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가족을 이루려는 성향이 있고, 이들의 행동은 경제적 이득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 게다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가족을 이루며 산다고 해서 그게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이는 인간적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성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족과 일이 아무 상관도 없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즉, 사르코지가 추천하는 해법은 이민 문제에 대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선택적’ 이민자 수용을 장려하고 그와 동시에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을 저지하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민 통제 갈수록 가중 아마도 프랑스 정부는 이 둘의 균형 회복을 꾀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가족이민은 취업이민보다 (대략) 9배 정도가 더 많지 않던가? 2007년 7월 9일, 브리스 오르트푀 이민부 장관이 받은 발령서에는 정부의 그러한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입되는 전체 이민 인구에서 경제적 이민 비중 50%를 목표로 하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민 통제에 관한 각부 공동위원회 연례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 가족이민을 줄이는 반면 취업이민을 월등히 늘리라는 것이다.(3) 제3국에서 유입된 장기 이민 인구 가운데 취업이민 인구의 상대적 비중은 11.3%에서 14%로, 확실히 2006년에 비해 2007년에 더 증가되긴 했다. 하지만 이는 가족이민의 체류증 발급이 감소된 ‘덕분’에 생긴 일이었다.(4) ‘구인난’으로 인해 이민자에게 개방된 ‘요주의 직업군’ 180개 직종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수치는 정부의 공식 발언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2008년 1~3분기 동안 발급된 ‘능력과 재능’ 체류증은 오직 160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적’ 이민을 포기한 건 경제위기의 영향이 아니었다. 외려 이미 수치에서 실제 현실과 다르게 나타났던 부분이 추후 경기 상황을 통해 확인된 셈이었다. 2009년 3월 31일 에리크 베송 신임 이민부 장관이 받은 발령서 상단에는 이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프랑스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업무 복귀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 발령서가 언론에 공개된 뒤, “따라서 적법한 신분의 외국인을 업무 복귀시키는 것이 이민부 장관의 관할 업무다”라는 내용의 마지막 문장이 공식 문서에서 은밀히 사라진 건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5) 이는 곧 정부가 선호 대상 이민자를 선택하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선택적이든 아니든 이민은 아직도 여전히 하나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운 이민법이 늘 더욱 엄격하게 재차 시행될 수 있겠는가? 이미 2003년과 2006년 사르코지의 이민법이 발효됐고, 이어 2007년 오르트푀법이 시행됐는데, 앞으로 베송표 이민법 또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사르코지의 수사학은 문제 해결을 그 목표로 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의 미사여구들이 추구하는 바는 문제를 현상 유지하는 것이다. 2005년 6월 9일의 사르코지 발언과 그 전날 그의 정적인 도미니크 드빌팽 당시 신임 총리가 국회에서 했던 정책 기조연설을 비교해보면 문제는 명확해진다. 빌팽 총리는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은 말하지 않았어도) ‘선택적’ 이민자 수용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선택적 이민’이란 불법 이민과 사기 이민에 대한 반대 개념일 뿐이었다. 라이벌인 사르코지보다 지략이 부족한 (혹은 더 열등감이 적은) 빌팽 총리는 가족이민을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사르코지는 스스로 구사한 어휘 덕분에 두 가지 경우의 이민자에 대한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불법 이민 퇴출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그때까지만 해도 ‘적법’한 이민으로 통했던 ‘무조건적 이민’ 또한 이제는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불법 이민자의 강제 추방 문제는 정부 보고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불법 이민자 수는 이민 문제를 주요 사안으로 만들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에 참여할 수 없는 불법 이민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과는 반대로, 인구 6천만 명 이상의 프랑스에서 수십만 명을 차지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중 토론을 개최하는 건 굉장한 정치적 작업이다. ‘이민 문제’는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제기되는 한에서만 문제가 될 뿐이며, 오로지 유지되고 되풀이되기 때문에 지속될 뿐이다. 합법적 이민의 까다로운 조건 2005년 사르코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족으로서 삶을 꾸려나갈 권리를 존중해주는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가치 중 하나이며, 사회 통합의 한 조건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가족 재결합 규정에 따른 이민자 가족 동반은 이민자 유입의 균형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허위 결혼·강제 결혼·위장 전입 등) 수많은 사기 이민의 근원이 되고 있다.” 으레 ‘사기 이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은 ‘균형’을 맞추려는 정책적 의지의 발현인가? 그 의지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과감히 다른 방식으로 토론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 가족 동반 제도는 물론 하나의 권리다. 그러나 다른 규정들을 무조건적으로 외면하면서까지 행해질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그래도 말이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사기 이민 척결 문제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빨리 권리 그 자체에 대한 재정의의 문제로 넘어갔다. “따라서 소득 및 주거 조건, 가족 재결합 이전의 사회 통합 요건 등에 대한 평가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 가족을 이루는 건 이제 더 이상 ‘사회 통합 조건’이 되지 못한다. 반대로 사회 통합이 ‘가족 재결합의 사전 조건’이 돼버렸다. 가족생활에 대한 권리는 프랑스에서 헌법상 보장된 가치이며, 유럽 인권협약 제8조에서도 각 개인에게 ‘사생활 및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새 이민 정책의 합헌성에 관한 ‘마조드’ 위원회의 보고서는 2008년 7월 완곡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생활 및 가족생활이 하나의 권리일지라도, 권리 행사를 위한 조건들의 취합은 한층 강화된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 통제 내용은 헌법위원회나 EU법원에 의해 승인된 형태로 가능하다.” 그리고 이어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을 저지하기 위한 계획들이 상세히 소개된다. “두 사람이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는 경우, 사실혼 여부와 지속적으로 함께 지내왔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할 것, 자녀 동반의 경우 소득 및 주거 조건을 침착하게 평가할 것, 한 외국인에게 프랑스 내국인 자녀 혹은 영주권자 자녀 대우의 특권을 주기 전 친자관계 및 교육 내역을 더 까다롭게 확인할 것, 호적 서류를 더 신중히 검토할 것, 일부다처 가족 동반은 실질적으로 완강히 거부할 것, 외국인 입국·체류법 및 망명법이 현지 가족 재결합 규정의 상위에 있는 사생활 및 개인 생활 존중 규정에 대해 ‘과도하게’ 침해하는 부분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것” 등이다. 이민 쿼터제와 관련한 대통령령에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유명했던 이 위원회는, 그러나 가족이민을 이처럼 줄여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6년과 2007년 이민법 및 2006년 혼인 유효성 통제법은 최소 2003년부터 적용돼오던 가족생활 권리의 제한에 대한 이중 논리를 강화했다. 일단 사기 이민으로 의심하고, 사전 조건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가족 재결합 수와 국제결혼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 2006∼2007년 가족 구성에 따른 체류증 발급 수는 10.6% 줄어들었다. 앞서 언급된 각부 공동위원회 보고서에서는 “하락폭이 너무 커서 실로 이민자 유입 중단이 의심될 정도였다”고 만족스레 지적한다. 유럽 주권주의의 인종차별성 ‘무조건적 이민자 수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이민 문제를 다시 거론한 진의는 무엇이며, 왜 하필 2005년 6월이었을까? 새 정부는 유럽 헌법이 국민투표로 부결된 직후에 구성됐다. “5월 29일 프랑스인들이 보여준 투표의 의미”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던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 총재는 헌법 반대자들에게 이처럼 이중적 해법을 제시하기로 결정한다. 하나는 문화·경제적으로 위협이 되는 외부인은 프랑스에 돈을 벌러 온 ‘폴란드 배관공’이라기보다 대개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임을 부각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토록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몰수당하길 거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택적 이민’과 ‘무조건적 이민’ 사이의 대립이라는 극명한 대비가 생겨났다. 하여 사르코지는 ‘반유럽 주권주의’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럽 주권주의’를 내놓는다. 파리를 유럽에서 멀리 떨어뜨려놓지 않는 이 논리 덕분에 프랑스는 EU의 주도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제 프랑스가 유럽에서 동시대의 쟁점에 걸맞은 이민정책을 수립·제시하는 선봉 국가가 되길 바란다.” 2008년 10월 16일 프랑스 주재하에 유럽회의가 채택한 유럽 이민 및 망명 협정안은 오래전부터 발동이 걸려온 추진력 하나를 완성하게 된다. ‘이민 문제’가 EU 차원에서 논의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유럽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외교적 성공은 다른 문제, 더 엄밀히 말하면 투표소에서 표출되던 국민적 불만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들을 외면하고 다른 해법을 회피하는 대신 이민을 문제시하는 전략의 선거적 유효성에 기인한다. 글·에리크 파생 Eric Fassin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각주> (1) <르몽드>, 2005년 7월 13일. (2) <Cette France-l? 2006.05.2007-30.06.2008>, La Découverte 배포, 파리, 2009, 특히 389~394 참고. (3) 이민 통제에 관한 각부 공동위원회 비서실, <이민정책의 방향-2008년 12월>, La Documentation française, 파리, 2009. (4) 2006년, 제3국으로부터의 합법 이민인 경우 취업이민자 1만713명만이 장기 체류를 위한 입국 허가증을 발급받았으며, 이는 난민 및 망명 신청자(1만205명)에 근접하는 수치다. 반면 가족이민은 9만5973건이다. 2006∼2007년 가족이민이 1만 명 이상 줄어든 것은 정확하게 전체 이민자 수의 감소 비중과 일치한다(18만3261명에서 17만1222명으로 감소). 이 수치는 앞의 책 <이민정책의 방향> 내용을 참조한 것이다. (5) 프랑스 이민 및 사회 통합국 홈페이지에 가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이민국은 복사가 가능한 웹페이지상에는 원본 내용을 그대로 두었으면서 다운로드 파일 버전에서만 이 내용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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