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때고 사연이 없는 풀코스 완주는 없지만 이번은 그야말로 외줄타기를 한 느낌이다. 마라톤을 앞으로도 할 수가 있느냐 아니면 이걸로 막을 내려야 되느냐...
삼일절 30Km대회 막판 고관절에 저림을 동반한 이상증상이 오면서 힘이 쭉 빠지는 경험을 했는데 지난주 일요일 새벽훈련땐 채 6Km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유사한 상태가 됐으니 당연히 비상이 걸릴수 밖에 없었다.
대회 이틀전, 참가 자체를 포기하고 마음을 비웠는데 토요일 아침에 말리와 산책을 나갔던 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전날 꿈에서도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괜찮아 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부상으로 대회 참가를 못하게 된 두철이 그래도 서울은 가봐야 되겠다고 가서 구경이라도 하고 내려오자는 제안을 했던 것.
그렇쟎아도 전주천을 달리는 어떤 사람이 동아대회 피니셔 자켓을 입고 있는 것이 마음을 자극해 심경의 변화가 올똥말똥 하던 참이었는데... 말리야 아빠 서울 올라갔다 와야 되겠다.
작년 JTBC대회때와 비슷한 방법으로 새벽3시에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해 잠실까지~ 비가 내리기도 하고 날씨 또한 마음처럼 뒤숭숭~ 하지만 기온은 그리 낮진 않고 예보처럼 바람이 거세지는 않은 듯하여 그나마 다행이다.
왼쪽 다리는 엉덩이에서부터 종아리까지 테이핑으로 단단히 잡아 뒀으니 그걸 믿어보기로 하고 C조 출발선에 선다.
목표는 무사완주. 하프 무렵까지는 대열에서 밀리며 달리고 그 이후에는 대열과 속도를 맞춰 달리는 전략. 결과적으로 이 목표대로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다만 수많은 런너들도 일종의 패턴이 비슷하다보니 전반보다 후반이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밀리는 페이스였고 나또한 당연히 그렇게 된다.
몸은 당연히 힘들지만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마성에 빠져 그렇게 그렇게 대열을 따라 흘러가고 결국 결승선을 밟게 되었다.
시간은 아에 들여다보지도 않았었는데 나중에 기록이 나온걸 보니 섬뜩하게도 서브4에 달랑달랑 걸쳤다. 3:59:48
파워젤도 3개나 먹었고 평소 먹지 않았던 바나나를 4쪼가리나 챙기며 부디 몸에 문제가 생기지만 않길 간절히 바랐는데 하늘이 도와서인지 쥐가 나지 않았고 고관절에서 이상 증상도 나오지 않았다.
하프 무렵부터 잠깐씩 움찔움찔 뭔가가 나올똥 말똥 할 때마다 속도를 극단적으로 낮추며 관리를 한 덕일수도 있을 듯.
그리고 급수대에선 맨 마지막 40Km 지점을 제외하곤 빠짐없이 이온음료와 먹거리를 챙겼고 그 즈음엔 굳이 달리지를 않고 속보로 전환해서 먹고 마시며 나름 관리를 해줬다.
지난 70번의 완주기록 보다 확실히 높은 최고기록을 만들었지만 그 어느때와도 비길수 없는 아찔함이 남았다. 난 앞으로도 더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