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99〉
■ 감장새 작다하고 (이택, 1651~1719)
감장새 작다 하고 대붕(大鵬)아 웃지 마라
구만리 장천(長天)을 너도 날고 저도 난다
두어라 일반 비조(飛鳥)니 너나 그나 다르랴.
- 조선 정조 재위 당시(1776~1800) 편찬된 <병와가곡집> 수록
*시골에 정주하여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강점과 취약점이 혼재합니다만 행복을 배가시키는 것 중 하나는 매일 초롱초롱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따사한 5월경 절정을 이루는데, 아침 일찍 창문을 열면 뭇새들의 영롱하고 청아하게 제재대는 울음소리가 정원에 가득하여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이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그렇게 많고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는지를 여기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참새만큼 작은 멧새, 딱새, 직박구리, 종달새, 오목눈이, 박새, 동박새, 곤줄박이 등 자주 보아서 익숙한 작은 산새를 비롯 부엉이, 뻐꾹이, 산까치, 휘파람새, 호랑지빠귀, 소쩍새, 딱따구리, 쑥독새, 꾀꼬리, 산비둘기, 까마귀 등등 소리를 들어 알만한 새들은 물론이지만 비슷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훨씬 많더군요. 11월 들어 찬바람이 불면서는 새 울음소리가 뜸~ 합니다만.
중학교 교과서에서 인용한 이 시조는,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오만한 사람을 풍자한 작품입니다. 여기의 ‘감장새’는 까무테테하고 몸집이 작은 ‘굴뚝새’를 가리키고, ‘붕새’는 매우 크고 단숨에 9만 리를 난다는 상상의 새를 말합니다.
이 詩를 읽으면, 감장새와 대붕이 외형상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차이를 지녔지만, 하늘을 나는 새(飛鳥)라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에 있어서도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근본적인 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무신 출신인 저자는, 문신 우위에 빠졌던 당시의 사회 풍조나 동인이니, 서인이니 하고 자기파의 주장만 옹호하고 남을 비난하던 시대 상황에서, 실은 서로가 동등한데 왜들 그리 싸우냐고 꾸짖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약 400년 전 당시 상황을 비판한 이 詩가, 묘하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서로 비난만 일삼고 남 탓만 하는 정치 상황을 꾸짖는 듯하네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