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그동안 못나눴던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도 교환하고 다 함께 즐겁게 지내는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삶이다.
그런데, 난 언제부터 이러한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아내와 사별한 2년 전부터 난 직장과 집을 쳇바퀴돌듯 왕래하는 생활을 반복해왔다.
밤늦게 퇴근하여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휑한 거실의 전등을 켜고나선
한꺼번에 밀려오는 피곤함과 공허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소파에 몸을 던지곤 했다.
어제는 추석이라고 송파의 큰집에서 형제끼리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오후 늦게서야 일산집으로 향했다.
강변북로, 자유로를 거쳐 집으로 오는 도로는 차로 꽉 막혀 거의 주차장 수준이었다.
시속 20킬로도 안되는 속도로 엑셀을 밟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했고
지금의 나에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집으로 돌아온 난 바로 다음카페를 검색했고,
사오십대 친목의 제일 상단에 위치한 이 카페에 충동적으로 가입을 했다.
명절연휴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만에 정회원으로 등업이 되었고,
나는 시간이 날 때 '삶의 이야기' 코너부터 글을 써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개 명절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외식으로 민생고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마침 문을 연 인근 식당에 저녁식사 나갔다가 우리 카페를 검색해보니
마침 내일 종로에서 와인벙개가 있단다.
목요일부터는 업무량이 많아져서 거의 2개월을 숨쉴 틈 없이 일해야하는데
같은 처지의 회원들을 만나는 많지않은 기회 중 하나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내용을 확인해보니 전에 분당에 살 적에 아내와 자주 가던 에슐리에서의 모임이다.
모임 정원이 16명인데, 마침 앞서 신청한 회원분이 개인사유로 신청을 철회하여
총 16명 벙개에 딱 한 명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충동적으로, 그리고 약간은 돌발적인 심정으로 참석 신청을 하였다.
마치 딱 한 장 남은 로또복권을 다른 사람이 사가기 전에 얼른 채가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ㅜㅜ
벙주인 쿨쿨자님이 바로 댓글을 안올리는 약 두 시간동안 참석댓글을 지우고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런데 막상 인원이 확정되고 보니 한편으론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같은 설레임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깊숙히 숨겨두었던 내 내면의 우울을 들..키..고..말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다시 옛날의 유쾌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잔꾀(?)가 필요하다.
처음 만나는 회원간의 머쓱함을 줄이기 위해서 난 참석회원들의 닉분석을 하기로 했다.
아마 나 혼자만 그런 상상을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어색한 감정을 줄이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한편으론 차암 할 일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늘 저녁엔 시간도 많이 있고, 이왕 이리 된 김에 아예 깊이 빠져버리자..하는 심정이다.
너무 단순무식(?)한 분석이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을 가린다.
다행스런 것은 이 회원분들은 내일 반갑게 만날 사이이니 그냥 싱거운 사람 보듯 웃고 넘어가주셨으면 좋겠다..
(그럼 참석대상인 회원님들의 닉 분석을 한번 시작해보겠다..)
1. 쿨쿨자님
이번 벙개모임을 주선한 고마운 분이다.
우린 여기에서 일차원적인 분석을 배제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잠을 좋아하는 기면증 증상을 가진 회원님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제 생각엔 cool + cool + (녀)자의 약어가 아닌가 한다.
얼마나 쿠울하시면 쿨을 두개나 붙이실지 참 기대가 많다.
2. 마오님
처음엔 마오쩌뚱이란 중국의 유명한 정치인이 생각났는데 이렇게 단순한 의미같지는 않다.
아마 마오타이주(酒)를 좋아하시거나, 아사다 마오의 광펜이 아니신가 한다.
마오쩌뚱처럼 잘생기고 넉넉한 이미지일지, 아사다 마오처럼 날씬한 분일지 자못 기대가 된다.
3. 동짜몽님
어릴 적에 봤던 일본 만화영화의 캐릭터인 것 같다.
아마 늘 웃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었나 기억되는데 긴가민가 가물거린다.
4. 초신성님
이전에 일본에 이 이름으로 유명한 가수 겸 영화배우가 있지 않았나싶다.
유명한 우리나라의 남자 아이돌가수에도 이 이름이 있는데 어떤 분일지 참 궁금하다..
5. 지원이님
그냥 하지원이 생각난다.
무술 잘하는 이쁜 여주인공 역할로 딱인 회원님이다.
6. 발커님
여기서도 우리는 일차원적인 해석을 절때로 경계해야 한다.
아마 외국식 이름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하는데, 모임 때 이 독창적인 닉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겠다.
7. 쿠폰님
주유소 갔다가 세차쿠폰 받으면 웬지 비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이번 모임에서 사랑의 쿠폰을 마구마구 나눠주실지도 모르겠다.
8. 수안님
이 회원님 역시 평범한 생각으로 본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여기면 큰 오산이다.
손 수(手) 자 + 얼굴 안(顔)자의 의미로 손과 용모가 특히 아름다운 회원분이시다.
9. 에덴님
영화 에덴의 동쪽 주인공인 제임스 딘의 광펜인 회원분이다.
내일 우리 모임을 에덴동산으로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10. 협력자님
최근 자(者) 자로 끝나는 영화제목이 (응징자, 무적자, 용의자..) 유독 많은데, 센스쟁이 회원님이다.
내일 우리 모임에서도 늘 협력하고 배려해주시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11. 사계절행복님
욕심이 참 많은 회원님(?)인데 사계절동안 행복해지는 비결을 내일 꼭 전수받고 싶다.
나는 이번 가을만이라도 꼭 행복해지고싶다.
12. 꽃씨님
이 회원님은 그동안 꽃씨를 많이 뿌려두어서 이번 가을에는 풍성한 만개가 기대된다.
혹시 사랑의 꽃씨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모임때 꼭 얻어와야겠다.
13. 봄내음님
봄의 내음은 초원 너머에서 가물거리는 아지랑이와 함께 시작된다.
꽃바구니 옆에 끼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봄처녀가 연상된다.
14. 히로인님
딱 무대체질이신 회원분이다.
노래방가면 주위 남자회원님들이 템버린 들고 꼭 흥을 돋구어야 할 의무가 있다. ㅎㅎ
15. 피렌체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면 피렌체의 아름다운 영상이 나온다.
아주 낭만적인 회원님으로 문학가적인 소질이 다분한 회원님이다.
16. 솔리드 (본인)
단순한 걸 좋아해서 옷도 솔리드(무지) 계통이 많다.
발음상 간결하고, '솔로'라는 단어와 같은 어원에서 출발한 것 같아 이 닉을 택했다.
(2차 모임 참석 회원님)
1. 워킹맨님
위에서 분석했던 발커님의 친구분은 절대 아니다.
아마 일을 무척 좋아하는 워커홀릭 회원님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2. 빨간 우산님
빨간 우체통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이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정열적인 빨간 우산 속에서 함께 할 그 분이 잠시 부러워진다.
3. 윤하님
음악 공부하러 일본에 혈혈단신으로 갔던 가수 윤하의 도전정신을 좋아한다.
퇴근길에 윤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프로를 들으며 젊은 사람과 소통하는 건 내게 큰 도전이다.
4. 씬디님
신디 클로포트는 유명 모델이고, 신디 로퍼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인데
'she bab' 노래를 좋아하는 쾌활한 회원분이라는데 한 표 던진다.
5. 올라가용님
참으로 난해한 닉이다. ㅜㅜ
함께가용, 같이가영 등 닉을 같이 만들어두었다가 닉중복시 써도 되지만
워낙 독창적이라 카피의 위험성이 전혀 없을 것 같다.
(후기)
옛날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의 광고카피를 본 적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결혼이 미친 짓이 아니라 연애감정이 미친 짓이다.
결혼은 일상이고, 연애는 끈임없는 감정의 줄다리기 즉, 밀땅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배려해주는 커플에게는 물론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이쯤 되어서는 고백을 해야할 것 같다.
어설프게 시작했던 이 닉분석은 정말 미친 짓이 아니었나 한다. ㅜㅜ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다시 사람을 만난다는 마음을 먹었을까 싶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찬 바람에 이제는 슬슬 가을옷을 준비해놓아야 할 것 같다..
@솔리드 그렇습니까?
그럼 계속 그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녁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협력자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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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지하철을 타고 모임장소에 가고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네요. ㅜ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제사 집에 들어왔어요.
오늘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너무 많이 생각해도 안되는군요. ㅋ
기발한 글 잘 봤어요~^^ 요즘은 도라에몽이라고 하죠~^^ 모르시는 분들도 많던데 알아주시니 반갑네요~^^
동짜몽과 도라에몽이 동일한 캐릭터군요.^^ 아마 70년대에 봤던 만화 같은데, 이젠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네요~
도라에몽을 떠올리면 동짜몽님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