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토리도 변주 줘야 관객 몰려든다" | |||||||||||||
기돈 크래머 대구공연 성공비결
비발디 사계 + 피아졸라 사계
亞공연 유일 레퍼토리 '팔계'에
전국적 관심 1300석 팔려나가
클래식도 대박 가능 시사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래머 공연이 지난 23일 대구에서 열렸다.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현악의 밤을 선사했다. 그러나 대구음악계 일부에서는 기돈 크래머가 남긴 진정한 선물은 따로 있다는 입장이다. 기돈 크래머와 대구지역 클래식,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이번 공연이 열리기 전 주최측은 사뭇 비장한 각오였다. 지난 몇 년간 갖가지 공연을 기획하며, 클래식 저변확대에 노력해온 기획사측은 "이번 공연마저 실패하면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사무실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였다. 그만큼 어렵고, 진지하게 추진된 공연, 성적은 어떠했을까. 주최측이 밝히는 이번 공연의 성적표는 대략 이렇다. 학생문화센터 1천440석 중에서 1천300석의 좌석이 팔려나갔다. 여느 공연에 비해 초대좌석의 비율은 꼭 필요한 분야에 한해 최소한으로 책정됐다. 마니아들이 몰리는 2층 좌석은 공연 5일 전에 매진됐고, 최고 15만원에 이르는 1층 VIP 좌석만 부분적으로 남았다. 기돈 크래머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그 동안 현악연주회에 냉담했던 대구지역 정서상 놀랄만한 수치다. 최근 대구지역 클래식 공연계는
이런 가운데 열린 기돈 크래머 공연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주최측은 이번 공연을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의 중간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연주자와 연락해 공연을 성사시키고, 레퍼토리를 확정했다. 이번에 큰 박수를 받은 '팔계'(비발디 사계+피아졸라 사계)를 연주한 곳은 기돈 크래머의 아시아 8개 도시 순회공연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관람객의 발길을 불러모았다. 서울, 부산, 창원 등 곳곳에서 음악마니아들이 단체 관람을 해왔으며, 한 음악 평론가는 자청해서 음악회 안내문을 작성해 보내올 정도였다. AM예술기획 전대호 대표는 "클래식을 전공한 나조차도 클래식의 미래에 회의를 하며 준비했는데, 관객들이 화답을 해줘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하고 "좋은 공연을 올려도 관객들이 몰라준다고 섭섭해할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공연을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 기돈 크래머의 진정한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