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노르떼 (12) - 구에메스 알베르게 -

[청 람]

         5월 23일 2015년

               라레도-구에메스      26.9 km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짐 싸고 아침 먹고 7시 30분에 출발했다.

   살베 해변의 아름다운 바닷길을 5 km 가량 즐겁게 걸어 한 시간 만에 푼탈에 도착했다.

여기서 배를 타고 건너편 산토냐 까지 가서 다시 걸어야 한다.

   표 파는 곳도 없고, 안내표시판만 하나 붙어있고, 건너편에 산토냐 인 듯한

도시가 건너다 보일뿐, 물어볼 사람도 없고, 가이드북에는 그냥 백사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건너편에서 배가 온다고 돼 있는데.....

   백사장으로 걸어 들어가 물가에 자리 펴고 앉아 한참 기다리고 있으니 순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십여 명 모였을까, 건너편에서 정말 작은 배 한척이

통통거리며 오기 시작하더니, 십여 분 만에 건너편에 내려놓는다.

   배를 내리자 갑자기 길표시가 없어져 7-8명이 함께 몰려다니며 길을

찾아 움직였다. 간신히 엘 두에소 형무소 돌담 옆으로 지나는 길을 찾아냈다.

   여기서부터 아름다운 베리야 해변을 지나, 급경사인 미헤도 산 중턱 절벽을

끼고돌아, 넓고 긴 노하 해변을 따라 한없이 걸어갔다.

  16 km 지점의 카스티요에서 카페에 들어가 생맥주 한잔씩 하고(4.80 유로) 다시 가려는데

바위솔님이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난다고.....좀 쉬었는데도 잘 풀리질 않고....

   인포센타에 가서 물어보니 버스는 없고 택시를 타야 된다는데....

전화번호는 가르쳐 주는데, 전화를 좀 걸어 달라고 하니 그건 못해준다고...

도대체 왜 못해주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할 수 없이 산탄데르은행 옆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더니 5분쯤 지나니 택시가 한 대 온다. 우리 스페인어 실력에 그래도 전화 걸어

택시를 불렀으니... 바위솔님 스페인어 실력이 수준급 인지.... 급하면 통하는 것 인지....

   여기까지 와서 북쪽 길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구에메스 알베르게를 안 가볼 수 있나...

택시타고 (택시비 22유로)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13시 20분, 조금 미안한 마음에

저 밑에서 내려, 슬슬 걸어 올라갔다.

   현관에 도착하니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마중 나오고, 예쁘게 생긴 동양아가씨가

물을 한잔 들고 그 옆에 서 있다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북쪽 길 들어서, 처음 만난 한국사람 이었다.

   할아버지는 숙소를 운영하시는 그 유명한 에르네스토 부스티오 신부님이시고

아가씨는 포항공대 4년 재학 중, 앞으로의 인생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어 까미노길 , 프랑스길로 나섰다가, 바다가 보고 싶은 마음에 북쪽 길로

버스타고 왔는데, 산길이 너무 많고 힘들어 다시 프랑스길로 돌아가야겠다는

울산 아가씨,

   방명록에 인적사항을 적는데 신부님이 옆에 섰다가 씩 웃으며 작년 봄에 80세 된

한국 할아버지가 다녀가셨는데....아주 건강하고 잘 걸으셨다고 ...내가 뭐랬나....

이번 주에는 당신이 제일 연장자라고 말씀하신다.

   신부님은 올해 76세 이신데 중남미관련 많은 프로젝트에 관여하시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셨다는데...이상한 것은 영어는 한마디도 못해, 옆에 통역하는

프랑스 여자가 한명 붙어있다. 그밖에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신부님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두시부터 점심식사 시간인데 같이 하겠느냐고... 물론 해야죠...

방 배정 밭고 샤워하고 내려가니 일찍 도착한 십여 명이 둘러앉아있다.

상석에는 물론 신부님이 앉아 있고....

막 식사를 하려는데 일본 아저씨와 함께 일본 할아버지도 한분 들어오고,

나중에 들어보니 전에 일 년간 포항공대에 교환교수로 있었다고 ....

우리말도 몇 마디하고, 발음은 나쁘지만 아저씨와는 달리 영어로 곧잘

어울린다....

   점심식사로, 스프 또르띠야 야채샐러드 포도주 등 실컷 먹고

도서실에 가서 와이 파이하며 쉬었다.

   7 시 30 분에 다시 도서실에 모여 신부님이 알베르게의 역사와 내일 걸을

길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고 , 물론 옆에서 여자 분이 통역을 해 주셨고....

이곳은 외부 기관의 도움 없이 순례자들의 기부만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시고...

   알베르게는 상당히 큰 규모로 침대가 60개나 되는데 이날 거의 40 여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북쪽 길을 걸으면서 하루에 평균 10여명의 순례자를 만나는 걸

생각하면, 오늘 이곳에는 북쪽 길을 걷고 있는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모인 것 같다.

   8 시 반부터 저녁식사 , 스프와 빠에야 빵 포도주등 맛있게 먹고...

신부님이 돌아다니시며 포도주도 직접 딸아 주시고......

집 떠나고 12일 만에 제일 맛있고 배부르고, 따뜻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도네이션을 20유로 밖에 하지 못하여 마음에 걸린다.

주머니에 100유로짜리 밖에 없었으니....)

   구름이 많이 낀 날씨, 서늘하다.

  살베 해변 산책로 길을 5km 정도 ,한 시간가량 걸었다.

 산토냐 가는 배를 타는 푼탈 표지판이 나온다.

성수기에는 여기서 표를 파는 모양인데....  아무도 없다.

 백사장에 내려가 자리 깔고 앉아 십여분 기다렸다.

  순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십여명이 넘었을 무렵...

  통통배가 하나 도착하더니 십여분만에 건너편 산토냐에 내려줬다.

  길을 못 찾아 잠시 헤매다가 교도소 돌담길에서 노란 화살표를 찾아냈다....

  아름다운 베리야 해변...

 가파른 미헤도산 중턱 절벽을 끼고 돌아....

  모래사장도 걷고....

  노하 해변을 두어시간 신나게 걸어 16 km 지점 카스티요에서 카페에 들어가 까냐(생맥주) 한잔하고....

   산탄데르 은행 옆에서 택시를 타고....

 버스 택시 렌페 골고루 찾아타고 길찾아 다니는게 내가 생각해도 신통하다.

  구에메스 알베르게  , 외관도 멋있고 내부도 매우 깨끗했다.

 과연 소문대로 모든것이 까미노길 최고의 알베르게 임에 틀림없었다.

  왼쪽부터 일본할아버지 , 아저씨, 울산아가씨 ....

 네 팔자가 제일이다, 까미노 길에서 만난 제일 순둥이 ....

   망중한, 늘어지게 쉬고 있네....

  개 팔자나, 그녀 팔자나....

 바위솔님의 깨알같은 메모,  나는 메모한게 별로 없어서 쓸것도 별로 없는데....

  창밑이 내자리인데....히타위에 아주 중요한 것을 놓고 왔다....

 깨알같이 메모해간 스페인어 수첩을....그것만 아니었어도 공부가 한참 나아갔을텐데....

  알베르게를 세우신 신부님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란다.

  여기가 도서실...와이 파이도 잘터지고....

  날씨가 그늘에서는 가벼운 파카를 입어야 할 정도로 싸늘하고 걸을 때도 17-8 도의 쾌적한 날씨였는데

 끝나고 마드리드에 나오니 36 도가 넘어가는 폭염이....

[도보행복]

청람님, 칠순 기념으로 바위솔님과 걸으신 길
편안하게 방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귀한 후기 보며
못가 본 길
가 보고싶은 길
힘들이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공짜로 즐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 람]

도보행복님은 이웃마실님 칠순 기다리지 마시고
바로 떠나세요...우리길도 좋지만 그쪽은 자연그대로의
길이 많아서 너무 걷기가 좋아요....

[티나]

여기까지 공부하며 부러워하며 잘 보았습니다
다음글 기대하며 두분 늘 건강하시기 빕니다^^

[하빈]

눈으로 걷고 마음으로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