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자동차, GPS와 필요한 숙박시설 예약까지 완료했다면 중요한 여행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틈틈이 유럽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유럽관광지에 대한 지식을 쌓는 일과 물품을 준비하는 일이다.
1. 일정표 짜기
여행 계획에 대한 구상이 다 되었으면 그것을 표로 만들어 정리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엑셀 문서로 일정 계획표를 짜는데, 어떤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일정표만 A4용지 7~8장이 될 만큼 치밀하게 계획을 짜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매일 들어갈 야영장 주소, 각 경유지 사이의 이동거리와 소요시간, 주차요금....까지 모든 일정이 다 기록되어 있고 소요시간도 분 단위까지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먼 나라에서의 여행일정을 그렇게 치밀하게 짤 수 있다는 ‘정보력’이 놀라울 정도다.
그렇지만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치밀하게 짠 계획은 현지에 가면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높다. 그날그날의 도로사정이 다르고 그날그날 일행들의 몸 상태와 기분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숙박예약’ 부분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지만, 모든 계획이 철저하게 짜여질수록 여행은 그에 비례해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소용될만한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과 실행할 계획표를 철저하게 짜는 것은 다르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겠지만 계획은 느슨할수록 좋다. 특히나 자동차 여행에서는 그런 느슨한 여유가 꼭 필요하다.
나는 장기간 유럽 여행을 갈 때도 일정 계획표라는 것이 A4용지 한 장을 넘지 않는다.
그저 어느 날 어디를 간다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현지에 가서 돌아다니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다니다보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중간 부분을 건너뛰거나 뒤에 잡아두었던 곳은 포기하고 돌아오는 게 대부분이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도 큰 의미는 없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곳도 내게는 별로일 수 있고, 남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곳이 내겐 잊지 못할 명소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일정표를 너무 치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칫 그 일정표 때문에 여행 내내 피곤해지는, 자기 함정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크다. 자동차여행의 본질은 “여유” 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24
25
26
27
출국 프랑크푸르트 (펜션1박)
28
암스테르담 답사 (포뮬1 1박)
29
암스텔담 답사후 빠리 도착 (민박 1박)
30
빠리답사 (민박 1박)
31
빠리답사 (민박 1박)
1
빠리근교 답사후 바셀로나행 (민박 1박)
2
바셀로나 답사 (민박 1박)
3
바셀로나 답사 (민박 1박)
4
니스 모나코 (칸느 1박)
5
밀라노 (민박 1박)
6
피사/피렌체 경유 로마 도착 (민박 1박)
7
로마 답사 (민박 1박)
8
로마답사 (민박 1박)
9
나폴리 답사 (로마 민박 1박)
10
베네치아 답사후 뮌헨헹 (아파트 1박)
11
짤쯔부르크 답사
12
휘센 답사후 인터라켄행 (1박)
13
인터라켄 답사
14
프랑크푸르트 (아파트 1박)
15
귀국
16
17
18
19
20
월
화
수
목
금
토
일
24
25
26
27
출국 프랑크푸르트 (에탑호텔1박)
28
룩셈부르크
(캉파닐호텔 1박)
29
빠리 도착 (민박 1박)
30
베르사유궁전 (에탑호텔)
31
빠리답사 (에탑호텔)
1
빠리근교 답사후 바셀로나행 (에탑호텔)
2
하루종일 주행 (에탑호텔)
3
바르셀로나 답사 (일반호텔)
4
칸느까지 주행 (노보텔)
5
니스-모나코 (일반 호텔)
6
피사/피렌체 경유 로마 도착 (민박 1박)
7
로마 답사 (민박 1박)
8
로마답사 (일반호텔)
9
폼페이 아시시 (일반호텔)
10
베네치아 (일반호텔)
11
체르마트 (일반호텔)
12
휘센 (에탑호텔)
13
로텐부르크 (호텔 원)
14
귀국 비행기
15
인천도착
16
17
18
19
20
2. 물품구입 모든 준비가 다 끝났으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물품에 따라서는 미리 사 두는 것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출발 1주일 전쯤부터 구입하면 별 문제는 없다.
* 한국에서 꼭 가져가야 하는 것
전기밥솥(강조:필수품)
- 짧은 일정이라면 햇반같은 것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전자렌지가 없으면 햇반을 데우는 일도 간단치는 않고 햇반은 부피도 많이 나가므로 가능하면 전기밥솥을 가져가는 게 좋다.
전기밥솥도 유럽에서는 사기가 어렵다. 유럽 사람들은 쌀밥을 먹는 사람들이 아니므로 이런 것을 파는 마트도 별로 없고, 파리나 프랑크푸르트같은 대도시의 한국식품점 같은 데에 가야 살 수 있지만 값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밥솥은 크기에 따라서 무게나 부피에 차이가 많으므로 가능하면 적은 것으로 가져간다. 2사람이 간다면 2~3인용, 4~5명이 간다면 4~5인용 밥솥을 준비한다. 아침에 먹을 밥은 아침에 하고 낮에 먹을 밥은 아침밥 먹는 동안에 할 수 있으므로 작은 솥으로도 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4인용 밥솥은 3~4만원이면 쓸만한 것을 살 수 있다.
멀티전원플러그
-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한국의 전기제품을 쓸 수 있지만 프랑스나 영국 이탈리아 등지는 다른 나라와 플러그의 모양이 달라서 전기제품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에 대비하여 나온 물건이 멀티 전원 플러그(만능플러그)다. 크기도 작고 요긴하게 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준비해 가야하는데, 유럽에서도 찾아보면 이런 물건을 구할 수 있지만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으므로 미리 가져가는 것이 좋다. 가격은 1만원 이하로 살 수 있다.스위스에서는 캠핑장에서 플러그를 판매한다.
코펠
- 유럽의 주방용품점에는 한국사람들에게 적당한 냄비나 국그릇 같은 것이 별로 없고 있다 해도 종류별로 짝을 맞춰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코펠 하나면 여러 사람 식기는 모두 해결되는데, 한국에서 흔히 쓰는 것과 같은 종류의 코펠은 유럽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 등산용품점에 가면 있겠지만 그런 데에서 파는 물건은 값이 매우 비싸다. 따라서 코펠도 한국에서 꼭 가지고 가야하는 품목이다.
코펠도 2~4인용부터 7인용 이상까지 여러 종류가 있지만 2인용이나 7인용이나 구성품이나 내용물, 사이즈도 비슷하고 가격도 별 차이가 없으므로 큰 것을 사는 게 좋다. 여행 다니면서 밥을 해먹으려면 취사시설이 마땅치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엔 큰 냄비 하나 더 있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가격비교 쇼핑몰 바로가기)
반찬
- 유럽에도 한국식품점이 있다.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로마같은 대도시에는 한국식품점이 있고 식품의 종류도 없는 것 없이 다 있지만 값이 매우 비싸다. 한국 가격보다 최소 2배, 3배 되기도 하고 더 비싼 것도 있다.
유럽에서 먹을 반찬은 100%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쌀도 유럽의 슈퍼에서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으므로 짐에 여유가 있으면 여기서 먹던 쌀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전기담요(필수품)
- 야영을 할 경우 한여름에 간다 해도 하나쯤 가져가는 것이 좋다. 유럽의 기후는 해마다 차이가 심해서 여름 내내 폭염이 이어질 때도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몹시 썰렁할 수도 있다.
평균적으로 유럽의 여름기온은 한국보다 4~5도는 낮다. 특히 알프스 산악지방에서 야영을 할 때는 옷을 입고 담요를 덮고 자도 냉냉한 기운이 바닥에서 올라와서 자고나도 개운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전기담요를 깔고 뜨끈하게 지지면서 자면 좋다. 전기담요가 있으면 이불이나 에어매트리스같은 것도 필요 없으므로 짐의 양도 줄일 수 있다. 전기담요는 유럽에서는 살 수 없으므로 한국에서 준비해 가야하는데,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은 2만원 내외다. 비닐로 되어있는 전기장판은 딱딱하고 두꺼워서 가지고 갈 수 없으므로 반드시 천으로 된 전기담요를 사도록 한다. 사이즈는 1인용~3인용이 있는데, 가격차이도 거의 없고 접었을 때 부피의 차이도 별로 없으므로 가장 큰 것으로 사도록 한다.
수세미와 퐁퐁
- 유럽의 주방용품 코너에 가도 수세미나 세제가 있지만 용량이나 크기가 매우 커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하고 돈도 낭비가 된다. 한달동안 쓸 세제라고 해야 작은 병 하나 정도면 충분하므로 이런 것도 한국에서 가져가는 게 좋다.
커피믹스
- 유럽에도 다양한 종류의 커피들이 있다. 그렇지만 맛이 어떤지는 먹어보기 전에 알 수가 없고, 잘못하면 입맛에 맞지 않는 이상한 커피를 사서 짐만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흔히 먹던 커피믹스같은 종류는 유럽에 없다.
물론 거기 가서 커피 따로 설탕 따로... 사서 타 먹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부피도 많이 차지하고 매번 여러 개의 병을 꺼내고 넣고 하는 것이 매우 번거롭다. 커피믹스도 필요한 분량을 한국에서 모두 가지고 가야한다.
* 유럽에 가서 사야하는 것
가스버너
- 가스버너는 유럽에서도 나라마다 여러 종류가 있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부루스타’같은 종류도 유럽에 있다고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등산용 고압가스(가스통 위에 나사가 있어 돌려 끼우도록 돼 있는 것)도 나사의 모양이 여러 가지다. 한국에서 쓰던 등산용 가스버너를 유럽에 가져간다 해도 거기 가스통과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실제로 끼워서 맞춰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국제규격으로 한가지가 딱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맞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유럽의 큰 마트에 가면 레저용품 코너가 다 있고 거기가면 여러 종류의 가스버너와 가스가 있으므로 거기서 짝을 맞춰 사는 것이 좋다. 값도 한국 마트의 가격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야영장비
- 텐트나 깔개같은 야영장비도 한국에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 유럽의 대형마트마다 있는 레저용품코너에 가면 싸고 쓸만한 텐트나 야영장비들이 여러 종류 있고 값도 싸다. 전문적인 산악등반이 아니라면 이런 정도의 야영장비로도 충분히 여행다닐 수 있고 쓰고 난 다음 도로 가져오든지 거기서 누구에게 주고와도 된다.
캠핑장 전기 어댑터
- 야영장 배전반은 캠핑카 용도로 맞춰져 있다. 전압은 230볼트이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는 플러그는 여기에 맞지가 않는다. 그래서 배전반 콘센트에 꽂아서 일반 가정용 플러그를 꽂을 수 있도록 해주는 어댑터가 필요하다.
이 어댑터는 카르푸나 월마트 처럼 규모 큰 슈퍼마켓의 전기용품 코너 또는 레저용품 코너에 가면 살 수 있다.
야영장에서는 이 어댑터를 무료로 또는 약간의 사용료를 받고 빌려주기도 하는데, 매번 빌려쓰는 것보다 하나 사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 있으면 가지고 가고 없으면 유럽에 가서 사는 게 좋은 것들 멀티탭
- 일반 호텔에서도 이것이 있으면 편리하고, 야영장에서는 필수적으로 있어야한다. 야영장의 전기는 몇 자리에 한군데씩 배전반이 있는데, 배전반과 텐트 치는 자리가 10m 이상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긴 것으로 준비해 간다.
전기포트
- 무선주전자도 호텔에서든 야영장에서든 필수품이다. 이것 하나로 라면도 끓이고 즉석국도 해 먹을 수 있고 커피도 타 먹을 수 있고 햇반도 데워 먹을 수 있다. 유럽의 슈퍼에 가도 갖가지 무선주전자들이 다 있고 가격도 한국에서와 비슷하므로 거기 가서 사도 된다.
침낭
- 유럽의 대형슈퍼 레저용품 코너에 가면 적당히 사용할만한 침낭 종류들이 있다. 요즘 어지간한 공산품들이 다 그렇듯이 이런 물품도 대부분 중국제품으로 가격도 한국이나 유럽이나 비슷하다. 한국에서 일부러 사갈 필요는 없다.
침낭은 자루형으로 된 것은 답답하고 지퍼식으로 되어있어서 펼치면 담요나 이불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이 좋다.
3. 체크리스트 작성 모든 준비가 다 끝나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하나 하나 챙기면서 가방을 꾸린다. 내가 여행갈 때 작성했던 체크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간단해보이지만, 이 정도 물건만 준비해 가도 충분하다. 다니다가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땐 거기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값은 여기나 거기나 비슷하다.
야영을 할 것이 아니므로 야영장비는 준비하지 않았다.
[서류] 여권. 한국면허증. 국제면허증. 자동차예약확인서
[사진] 카메라 : 필름카메라(배터리 여분1). 표준~망원렌즈. 광각렌즈. 디지털카메라와 필요 악세사리. 캠코더. 삼각대. 필름(iso64 15롤. 200 20롤). 6mm테입(5개). 노트북 : 노트북. 공cd 20장. 카드리더기. 프로그램 백업시디. 시디케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