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5코스, 6코스 반

[마사최선]

●아자~ 신나는 여행.

2010년 5월 5일 수욜.

제주가는 뱅기안에서 혼자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어케 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22km의 3코스를 션찮은 컨디션으로 완보하기는 무리일 것 같다고.

(왜냐면 2일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 보러간다고 설 댕겨왔지, 또 4일 운동회까장 했더니 심신이 피로굴절^^:;)

23코스보다 1km 더긴 4코스도 무리이고....... 그람 우짠담?

올레안내서를 뒤적뒤적...... 오케이~~가는 거야^^

15km 밖에(?) 되지 않는 5코스로 행선지를 정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내 사정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도 묘미 중의 하나^^ (으흐흐~~ 욜케 자위함셔^^)

5코스가 시작되는 남원리 행 버스표를 끊고 7번 홈에서 달랑 버스를 탄다.

남원포구엔 11시에 도착한다.

남원포구는 쪼꾸만 어항같다. 마치 부산의 청사포처럼^^

도착지점의 스탬프 찍는 곳을 찾아 헤매다 11시15분 고고씽~~!!

내가 부산의 다대포 바닷가에 살아서 그럴까?

인공적인 맛이 가득한 풍경이나 밋밋한 해안도로는 별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대는 크고^^

걸어가면서 만나는 바닷가의 모래는 검고, 현무암으로 완전무장한 바위들은 굴곡지다.

 

그 바위들 앞에 이런 글귀들을 빼곡이 새겨 붙여놓았다.

현무암 돌덩이에 애달프게 붙어있는 모습이 불안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  곳에 적힌 많은 글귀들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궁~ 우짜면 이리도 나랑 꼭 맞는 말들을 일케 새겨놓았담?'하면서 한 컷^^

<자라는 식물과 대화하는 사람과 만나라.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될 것이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사람을만나라. 온 주위를 따뜻하게 할 것이다.>

<아무리 작은 일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만나라, 가슴 따뜻한 이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바로 나라고 믿으며^^*

제일 먼저 만나는 큰엉 경승지.

여기서 '엉'은 바닷가나 절벽에 뚫린 바위그늘(언덕)을 뜻하는 제주어다.

셀카를 완전히 익힌덕분에 이런 장면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셀카초보라 구도도 잘 맞지않고 휑한 공간이 많아도....... 혼자 해내는 즐거움.  기뿌다~~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껏 걸어본 해안가 길 중에 최고인 것 같다.

파도소리를 친구삼으며 돈나무 보얀꽃의 향그러운 냄새와 엉겅퀴의 보랏빛 색깔에 황홀해지는 길.

저 절벽아래 하얀 포말로 부서지면서(흑~ 이 식상한 표현이라니 ㅡㅡ;;) 션한 생맥주가 마구 떠오르던 그 산책로는.......

선책받은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큰엉을지나 위미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울 아파트에서 위미밀감을 사 먹어 본 적이 있는터라 이름은 생소하지 않다.

제주도 토종 동백나무군락지를 만난다. 

길가 저어기 끝까지  서서 나를 반긴다.

방가~~~ 겨울엔 얼마나 멋진 꽃들이 이 길을 수놓을까? 보고자파라~~~

상상속의 동백꽃잎을 헤아리며 아름드리 동백나무 그늘을 걸어간다.

헉?  길가 담장에서 만난 사보텐.

어린 시절 울 집 대문안쪽에 무지무지 자라던 기억....... 그 억센 가시ㅡㅡ;;

해안올레가 계속된다.

어느 곳에선 차라리 뛰는 것이 더 쉽다.

오렌지 마라톤 클럽의 지호님 말처럼 걷는 것이 더 힘들다고......

경주 신라의 달밤을 걷고 온 후 그랬던가?  100% 왕왕 공감한다.

위미라는 곳을 지나가다 사회책에 나오는 제주도의 집모양을 그대로 빼다 박은 집이 있어 발걸음을 멈춘다.

흘깃흘깃 기웃기웃~~~~~

옆으로 들어가보니 이쁜 마당에 노란꽃이 눈에 띈다.

방방 울리는 음악도 굿이고^^

얼굴이 동실동실한 처이사장이 내 놓은 션한 물과 따끈한 약초차로 한 동안 휴식을 취한다.

사진도 찍으면서,  그냥 지나가면 죽도록 후회할 것같아서 들어왔다고 방명록에 남기기도 하면서^^

발가락이 슬그머니 웃는다.

차와 음악이 그리고 담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너무 맘에 든다고.

 

사진 잘 찍는 처이사장이 찍어줬다.

생긋 웃으며 우아하게 폼 잡고 있지만 저 목수건과  흰옷은 땀범벅이고 발가락은 불타고 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처이사장에게 물어본다.

"이런 집 가지려면 수~~억들지요?"

"그렇죠^^"

넓은 대청같은 거실과 작은 방 하나, 주방 하나.......그리고 안보이는 화장실이 있을뿐인데......

이런 단촐한 실내구조가 너무 맘에 든다.

하지만 오늘의 제주도는 너무 습하다.

하~~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은 탓에 발걸음이 가볍다.

플러스 알파로 무난한 주로^^ 아니 올레길.

그래선지 푸른 화살표를 따라 혼자 걷는 사람은 물론이오 가족들과 걸어가는 사람, 언니동생하며 걸어가는 자매, 부부동반, 무더기 노부부동반자들이 눈에 띈다.

날은 습하고 덥지만 다들 밝은 얼굴과  높은 목소리로 재잘거린다. 제주도의 많은 새들처럼.

그 와중에 몇몇이 길을 물어오고^^

내 얼굴엔 '길 가르쳐 드림'이라는 말이 씌여있나 보다.

시내를 나가도, 서울에 올라가도, 세계 어딜가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크으~~ 아마도 내 인상이 그리 험악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아니면 그들이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란 걸 귀신같이 알고 있거나^^;;

5코스~~  참 매력적이다.

큰엉 경승지 해안길과 난대림으로 숲터널을 이루는 소로와 동글동글 돌멩이가 누워웃는 바닷길.

또 바닷물과 접한 해안바위는 들쑥날쑥한 것이....... 마치 쥬라기에 거쳐 백악기까지 살았던 공룡들의 놀이터를 축소시켜놓은 듯한 상상도 불러일으킨다.

엄청 굵은 갯강구가 앞질러 가는 통에 진저리를 치기도 하지만 뿌드득거리며 돌멩이를 밟고 지나가는 즐거움이 더 크나니.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 길을 걷는다면 숲에서 무조건 쓰러지라고 귓속말로 조언해 줄 것이로다.^^;;

더우기 이 5코스는 남원읍 사람과 해병대 93대대의 도움을 받아 사라지고 묻혀진 바당(바다)올레를 복원한 곳이라고 한다.

숲을 지나면 바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특별한 묘미가 가득한 곳이다.

신작로를 걷고, 오르막 마을길을 걷고, 다시 숲덩굴 속을 걷고.......

오로지 걷는 일에만 열중한다.

사소한 일들이랑 다 팽개쳐두고.......

그렇구나,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한 비움의 의미를 올레에서 찾나보구나.

엇, 내 걸음이 빨랐나?

쉬어 온 덕분인가 보다.

벌써 쇠소깍다리를 만난다.

다리너머 몇 백미터의 우레탄 길을 신나게 달려보기도 한다.

쇠소깍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수하면서 만들어낸 절경이다. 물빛이 참 곱다.

흔들리는 테우가 여유있어 뵈고.

오늘 계획은 테우를 타고 느리게 느리게 50분을 즐기려고 했는데...... 테우를 타는 사람이 안보인다.

나 혼자론 무리일 것같고.

나무 쉼터를 찾아 부산서 공수해 간 토마토조각을 먹는다. 그리고 특산물이라는 꿀빵을 다 못먹고 남긴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추천해선 안될 특산품이라 궁시렁 거리며 5코스 완보 스탬프 쾅~~~^^;;

그리고 잠시 생각한다.

우짠담?

6코스를 완보하긴 어렵고...... 그 절반인 칼HTL 까지만  가는 걸로.

거기서 리무진을 타고  제주공항을 가면 시간이 넉넉할 것같다.

지난 번, 2코스를 완보하고 온평리에서 시간에 쫓겼던 걸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동당거린다.

소금막을 지나고 토마토로 원기를 회복한 다리는 씩씩도 하다.

해안경찰이 지키는 초소를 꺾어질러 이어지는 아름다운 소로도 신나게 걸어간다.

센 바람에 옆으로 누워자라는 나무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제지기오름도 오르고, 섶섬을 눈으로 끼고 돌면서 보목항구도 지나고, 적도지방의 무성한 우림같은 곳을 지난다.

가끔  혼자 걷는 일이 우짜면 이리도 적성에 맞는지 감탄도 하면서, 숲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아름다운 리조트도 지나고^^

어느 틈에 칼HTL 도착.  촌시러운 기념 사진 한방~~찰칵^^

20킬로를 걷는 것이 내게 딱 맞군^^ 대략 나눠보니 한 시간당 5킬로정도다.

떠나려는 리무진을 잡아타고....... 중문단지의 온갖 호텔문전을 다 스쳐서 공항으로.

뒷자리에 다리펴고 앉아서 '마구 주무르기댄스'에 열중한다.

오늘,

좋군.

다음 코스를  생각한다.

6월 2일엔 오늘 걷지못한 3코스, 중산간길을 신나게 걸으리니.

내겐 해안길보다 산길이 훨~~ 더 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니......

또 어떤 것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만땅이다

[엄지전인재]

다 걷고 나시면 오렌지용 올레길 가이드북 하나 만들어 주세요...

[채채 김만수]

하하 안녕하세요. 올레홈페이지에서 인사 드렸는데 홈페이지가 개편 되어서 여기까지 찾아왔네요.
저는 부산 런클에 있었고 지금은 통영에 있어요. 들개형님이 잘 아신다고 하시더군요.
이번 다대포 대회 첫 하프라 시간 좀 걸릴듯 한데;; 끝나고 잠시 들려서 인사 드리고 가겠습니다.

덧,
3코스 통오름, 김영갑갤러리, 바다목장 좋아요!
갤러리 내 카페도 분위기 있고...
우물안개구리에서 식사를 하신다면, 작년 기준으로는 철판낙지 볶음밥이 진리였습니다. (스파게티 보다는)
우물안개구리에서 종점까지 1시간 정도 걸리니 조금 참으셨다가 춘자국수 가시는 것도 좋아요.
춘자국수는 다들 강추하더군요.

[마사최선]

엉? 마사의 기억엔 제주올레홈피서 어리버리라던 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3코스도 기대가 큽니다.
하프연주하시고 오렌지천막으로 오세요^^ 매취순 한 잔 권하오리다~~~

[엄지전인재]

저도 통영에 사는데...미수동...

[채채 김만수]

마사님 // 네 어리버리 맞아요! 하프 끝나고 걸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매취순 한잔 얻어 먹으러 꼭 가겠습니다!

엄지님 // 헉 옆동네 사시네요. 통영도서관 앞에 트랙이나, 마리나리조트 뒤를 달리고 있어요. 평일 저녁 8시 전후해서 파란 머리띠 두르고 달리는 사람 보시면 한번 불러주세요!

[우짜주연]

조와요 조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