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환영회 연설문
존경하는 동경 지역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와 우리 일행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 동포 여러분을 만나 뵈니까 제 마음이 참 뭉클합니다.
저와 우리 한나라당 일행은 그저께 일본에 도착한 후에, 이곳 민단본부에 와서 많은 분들을 만나뵈었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선출되신 하병옥 단장님과 김광승 중앙의장님, 김창식 감찰위원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여러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재일청년학도 의용군들의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참배드리고
동포 여러분의 애환이 기록된 역사자료관도 함께 둘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동포 여러분을 한분한분 뵈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게 됩니다.
제가 2년 전에 한나라당 대표가 된 후 작년에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였고, 이번에 일본에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우리 동포들이 온갖 고생을 이겨내고, 그 사회의 중심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찡하고 한민족으로서 한없는 긍지를 느꼈습니다.
이곳 일본의 동포들을 뵙는 마음은 미국과 중국의 동포들을 뵙는 것과 또 다른 감동을 느낍니다.
이곳 일본의 동포들은 지난 100년간 고난과 격동의 우리 민족사를 온몸에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1세대 동포들이 일본에 건너온 과정과 해방 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 그리고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민족의 긍지를 잃지 않고 오늘의 위치에 선 재일동포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이자 위대한 역사였습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재일동포 여러분들은 조국의 일이라고 하면 발 벗고 나서신 것,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재일동포 여러분들은 우리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칠 때, 오로지 조국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 하나로 힘들게 모은 소중한 재산을 아낌없이 조국에 투자했습니다.
1970년대에 재일동포 여러분의 투자는 당시의 외국인투자 총액보다 더 많았습니다.
한국의 산업화와 고도성장은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애국심 하나로 투자했던 여러분의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것입니다.
1988년엔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민단과 부인회가 모금운동을 벌이고 거액을 보낸 일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1998년에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휘청거릴 때 또다시 한결같은 마음으로 조국을 도운 분들도 바로 동포 여러분이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이름을 알리지 않고 조국과 고향에 선행을 베푼 수많은 동포들과 일본사회와 세계를 무대로 한국인의 긍지를 드높이고 있는 재일 기업인, 문인, 예술인, 스포츠인들의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재일동포 여러분은 고국의 저희들에게는 정말 큰 자랑입니다.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최근 한국에서는 재일동포의 인권과 지위향상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故 김경득 변호사의 유언장 내용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재일동포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문날인 거부와 일본군 위안부 보상 소송, 그리고 국민연금 소송과 참정권 운동 등 고인의 삶은 재일동포들의 고난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것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는 비단 고인만이 그런 삶을 사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동포 여러분 모두가 일본 속에서 고난과 싸우고 차별의 벽을 허물고, 조국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역사의 주인공들이십니다.
동포 여러분!
여러분의 조국 한국과, 삶의 터전인 일본은 지리적으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최근 양국간 경제․문화교류는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양국간 무역 규모는 700억불을 넘어섰고, 올해는 500만명이 교류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보아와 욘사마처럼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이 높아지고,
한국의 젊은이들도 일본문화를 더 쉽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한-일 양국의 정치․외교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를 포함해서 한-일간 FTA 체결 등 양국이 함께 협력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지금 두 나라는 과거사에 얽매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동포 여러분의 걱정이 누구보다 크실 것입니다.
저는 지난 3일 동안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서 21세기 한일관계가 정말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 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역사에서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일본은 이웃 나라 국민들의 정서를 배려하고, 이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희가 비록 야당이지만, 한일관계가 언제까지나 이렇게 가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고, 한일관계가 잘 풀려서, 동포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을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존경하는 재일동포 여러분!
저는 그동안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어머니와 같은 무한한 사랑을 조국에 보내온 재일동포 여러분에게 이제는 조국이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재일동포 여러분의 숙원인 참정권 운동을 돕기 위해, 지난 2월에 우리 한나라당 주도로 ‘일본 거주 한국인·조선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촉구결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저는 이번에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지도자들에게 지방 참정권 문제를 적극 제기했고, 재일동포는 단순히 이민 온 사람들이 아니라 역사적인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와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서 반드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재일 한인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민단에 대한 정부지원금 감축문제나 민족금융기관 재건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여러분의 우려를 덜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저는 지난 1998년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당시는 IMF 사태로 나라가 큰 위기에 처해 있을 때였습니다.
그 엄청난 위기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세우고 지켜온 나라인데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제 작은 한 몸을 바쳐서 “흔들리는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결심으로 정치에 나섰습니다.
저의 꿈은 자랑스러운 선진한국을 우리 손으로 건설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이 대한민국이 조국인 것을 자랑스럽고 당당해 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10년 내에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세계 8위의 선진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나라가 많이 어렵기 때문에 과연 그게 가능할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조국을 지켜보는 동포 여러분도 걱정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한나라당은 할 수 있습니다.
빈부와 지역과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여러분과 같은 전 세계 한민족의 힘을 결집해내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과감한 개혁을 해서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체질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가장 깨끗하고 부패가 없는 나라, 지도층이 솔선수범 하는 나라,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재일동포 여러분께서도 글로벌시대에 한국과 일본 양쪽을 잘 아는 장점을 가지고 우리 한민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구심점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비록 살고 있는 위치는 서로 다르지만 우리 모두 힘을 모아서 21세기를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로 만들어 갑시다.
오늘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항상 여러분의 조국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