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저런 말
한 번쯤 언어 습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심코 내뱉거나 그냥 웃자고 한 말이 뜻밖에 상대방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서요. 말이 가진 뜻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그런 나 자신 아는 새 모르는 새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염려도 됩니다. 세상의 모든 말에 귀를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겠지만 씁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어느 시인이 말했죠. “말은 유령처럼 떠돌다 나를, 당신을 노린다.”
“난 잘 모르겠어.”
남은 이렇고 저렇고 아는 지식을 동원해 구구절절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기껏 나오는 상대방의 반응이라니! 이 말은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무관심의 표현입니다. 겸손함의 탈을 쓴 채 자신의 무지를 내보이고 싶지 않은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이렇게 반문하고 싶군요. “도대체 뭘 모르는데? 난 네가 뭘 모르는지를 모르겠다고." 그러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면 어떨는지요. “정말? 그래, 네 이야기 잘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그런 후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TV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나옴 직한 막장 말이라고요? 그런데 이 말이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것이 문제지요. 가족 사이, 그러니까, 부부간이나,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당신은(너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이어지는 말은 “그러니까 이 모양 이 꼴로 살지.” 이런 유의 말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부부 사이에서도 금기어일 거예요. 안 그랬다간 황혼열차(디지털열차 아님!) 탑니다. 졸혼이나 노년 이혼으로 직행하는 급행열차. 본디 여성의 용모나 남성의 능력을 폄하하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어서요. 남을 탓하거나 불만을 나타내는, 그렇고 그런 뉘앙스를 가진 말을 좀 더 찾아볼까요?
"넌 언제 철들래?“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 반대의 경우도 있죠.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냐?” 친구 간에 주로 오가는 말. 그런 저는 또 어떻고?
“신경 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수험생인가요? 울울답답.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상관 말고 구경이나 해!” 근데 내가 바로 그 상관있는 사람이라고요!
“죽으면 다 나을 병인데, 뭘. 힘내!” 병문안 가서 그같이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도 얼결에 혹시?
“지난번 영안실에서 뵙고 또 뵙네요.” 친지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으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에요. 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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