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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1년 한 기업의 의뢰를 받아 당시 시장에 나왔던 해태 타이거즈의 가치 평가 작업을 했다. 보고서를 받은 기업의 결론은 ‘인수 불가’였다. 필자는 1983년 OB 베어스에 기록원으로 입사해 1997년까지 근무하면서 홍보팀장과 운영팀장을 맡았다. 야구에 젊음을 바친 사람으로서 프로야구단이 줄어들고 선수와 구단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의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마침 SPORTS2.0의 요청이 있어 당시 해태 타이거즈 가치 평가를 가감없이 소개한다.
가치 평가 방법
기업의 가치는 특정기업이 창출하는 현금 흐름의 기대치를 적절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구한 현재 가치를 의미한다. 가치 평가에서는 ‘기업의 존속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년간 사업체를 운영한다면 그 기간에 발생할 이익이나 손실의 합계가 가치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프로구단도 같은 방식으로 가치평가가 가능하다. 단 프로 구단은 ‘스포츠사업체’라는 특성 때문에 프로구단 소유기업 또는 구단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스포츠사업체의 특성으로 인한 프로구단의 가치를 크게 구분하자면 단순한 ‘스포츠사업체로서의 가치’와 구단주 계열 사업의 ‘마케팅 도구로서의 가치’로 나눌 수 있다.
스포츠사업체로서의 가치는 현재 시점에서 가치와 리그 사업구조 개선 등으로 인한 잠재적 가치로 다시 나눌 수 있다. 마케팅 도구로서의 가치는 국내외 신규시장 진입수단, 기업이미지 개선 및 인지도 제고, 시장점유율 확보 및 방어수단 등으로 활용될 때 발생한다. 이 가치는 구단운영으로 인해 모기업 계열사에 발생하는 추가이익을 근거로 산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근거자료의 수집이 불가능하다. 또한 구단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명쾌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국내에서 프로구단이 모기업의 마케팅 도구나 홍보수단으로 성공적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일부 있다. 럭키금성 그룹이 이름을 LG로 변경할 즈음 MBC 청룡 구단을 사들였다. LG라는 이름을 앞세운 트윈스 야구단은 우승까지 거머쥐며 막대한 홍보비용 절감효과를 낳았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 골드뱅크도 프로농구단 매입을 통해 ‘골드뱅크’라는 이름이 삼성, 현대, SK 등과 언론에 나란히 보도되는 홍보효과를 얻었다. 축구의 경우 세계적인 종목이라는 이점을 누린다. 국내 프로축구단이 동남아, 중동 지역 구단과 경기를 가질 때 방계 현지법인의 단기매출액 증가 및 시장점유율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
사업체로서 프로구단의 가치는 순수한 스포츠사업으로 발생하는 매출 및 보유자산 등의 총가치다. 구단 차원의 주요수입원은 입장권 판매수입, 구장수입, 광고 및 스폰서십 수입 등이 있다. 그리고 미디어 콘텐츠로서 프로 구단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 등 뉴 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급부상한 가치이다. 특히 미디어그룹이 프로구단을 소유할 경우 이 가치가 중요하다. 미디어그룹에게는 방송중계권료의 인하나 안정적인 방송프로그램의 확보 등으로 이 가치가 실현되고 미디어를 보유하지 않은 구단에게는 방송중계권 수입의 증가로 실현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체로 프로구단의 이익 혹은 손실을 유발하는 요인은 팀, 조직, 시장 관련 요인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팀 관련 요인이란 구단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팀 성적(혹은 전력), 감독, 스타 플레이어 등 선수단과 관련된 요인을 말한다. 구단조직 관련 요인이란 구단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구단의 명성과 전통, 소속리그의 수준, 경기 외적인 볼거리, 경기장의 입지조건 등 구단조직이 보유한 총체적 역량과 관련된 요인을 말한다. 시장 관련 요인이란 구단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언론보도범위, 구단이 위치한 연고지의 인구 수, 구장 규모 및 디자인, 연고지 내의 경쟁 요인, 홈 팀에 대한 팬들의 지지도 등을 의미한다.
팀 관련 요인 가운데 팀 전력은 구단수입의 증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원정경기 입장수입이 홈 경기수입보다 많은 구단은 특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직관련 요인 중에서는 구장시설이 중요하다. 경기장 좌석규모, 최신시설 여부 등은 입장수입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낙후된 시설을 보유한 구단은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시장 관련요인 요인에는 언론보도범위 및 빈도, 연고도시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연고도시 내의 경쟁 요인, 팬 지지도 등이 포함되고 이는 연고지의 가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대도시 구단과 소도시 구단은 관중동원 및 스폰서유치 잠재력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가치 형성 요인들을 종합한 뒤 구단 존속기간의 수입과 비용을 추정해 사업체로서의 구단가치 평가가 가능하다. 그리고 여기에 마케팅 도구로서의 가치가 발생한다면 이를 더한 값이 구단가치라고 할 수 있다. 즉 앞으로 20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입장수입 및 TV 방송권 수입, 특별석 이용료, 구장광고, 매점, 기념품 판매수입, 주차수입, 임대수입, 광고효과 및 계열사 매출증대 등 간접수입 등 20여 종의 직간접 수입과 선수단 연봉 및 구장임대료 등 제반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스포츠사업체로서 해태 타이거즈의 가치
1) 팀 관련 요인
국내 프로구단이 순수한 스포츠사업에서 얻는 사업 수입 가운데 70% 이상은 관중 입장 수입이다. 관중 입장의 증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적, 즉 팀 전력에 있다고 판단했다. 약체 팀이 상위권 전력을 갖추려면 3~5년 동안 꾸준히 전력 보강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즉 이미 상위권에 있는 구단에 비해 비용발생요인이 추가된다. 해태는 2000년 57승 72패4무로 드림리그 4위였다. 평가를 한 2001년 6월 당시에는 전력을 6위 이하로 평가했다. 6위 팀이 최소 3단계 순위 상승을 하려면 전력 강화비용 10억 원을 3년 동안 투자해야 한다.
2) 조직 관련 요인
여기에서는 구장 시설만을 평가에 반영했다. 해태의 홈구장인 광주구장은 최대 수용능력 1만5천200명으로 소규모다. 그보다도 1965년 개장한 노후시설이어서 보수가 시급했다. 광주광역시 인구 규모로 볼 때 2만 5천~3만 명 수용 규모 구장이 적당했다. 4만 2,880석 규모의 광주월드컵경기장 건설비용인 1,116억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시설 투자비가 약 650억~780억 원이 소요된다. 경기장 수명을 20년으로 가정한다면 매년 발생하는 비용이 30억~40억 원으로 볼 수 있고 이 가운데 일부를 구단에서 부담해야 했다. 그래야만 구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업권을 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시장 관련 요인
과거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연고지 평가 연구에서 관중 수요 유발에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는 ‘전년도 관중수’로 나타났다. 즉 인구가 많은 연고지일수록 꾸준히 많은 관중을 유치하고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 결론은 프로야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역대 광주 관중 수를 시장 관련 요인으로 삼았다.
4) 현금 흐름 예측을 위한 지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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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 및 입장수입
해태는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원정경기 수입이 홈 경기 수입을 웃도는 구단이었다. 2000년의 경우 홈 관중 수입이 전체 입장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였다. 따라서 홈 관중수의 정확한 예측은 큰 의미가 없었다. 입장 수입 추정을 위해서는 몇 가지 수치를 근거로 삼았다. 해태의 역대 최다 경기당 평균관중은 1983년의 7,559명, 시즌 최다 총관중은 1996년의 46만 8,922명, 최다 입장수입은 1997년의 18억 6,900만 원이었다. 다만 새 구장이 들어설 경우 입장료 인상률 3%와 추가 수입 4억 6,350만 원이 발생한다고 예측됐다.
* TV 방송권 수입
2001년 현재 방송중계권 수입은 70억 원이었다. 여기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예산 45억 원(추정치)을 뺀 금액의 8분의 1인 3억 1천만 원이 해태의 몫이었다. 당시에는 선진국의 예에 비추어 중계권 수입이 매년 10% 인상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르면 2006년 중계권료는 112억 7천만 원이지만 실제로는 90억 원이다.
* 특별석 이용료
새 구장이 지어질 경우 특별석 판매 수입은 평균 입장료의 2배 가격에 100석 판매로 가정한 뒤 최고 1천 석 판매를 한계치로 정했다.
* 구장 광고
구장 광고는 TV 중계빈도와 관중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며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광주구장의 구장광고 수입은 잠실야구장 총 광고 수입(2001년 현재 15억 원)의 1/5, 새 구장 완공 시 1/3로 가정했다.
* 매점, 기념품 판매 수입
매점 사업은 경기장을 건설한 지방자치단체와 홈 구단이 분배하는 수입이다. 현재는 자치단체가 권리를 갖고 있지만 협상에 따라 구단 소유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광주구장 시설에서 이 수입은 낙찰가격, 새 구장 완공 뒤에는 ‘관중 수 * 3,000원 * 매출 이익률 0.3’으로 가정한 뒤 매년 증가율을 3%로 설정했다.
* 주차, 임대, 기타 수입
* 새 구장 개장 뒤 발생할 주차 수입은 승용차 이용 관중 비율, 예상주차료, 최대주차능력을 가정한 뒤 산출했다. 경기 외 구장 임대 수입도 연간 일정 금액을 가정했다.
* 창단가입금 배당금
한국프로야구 최대 구단 수를 10개로 추정했고 10년 안에 2개 구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새 구단이 가입할 경우 창단가입금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금액은 일본프로야구에서 규정한 금액을 원화 기준으로 적용했으며 분배 수입은 5년 뒤 제9구단 창설 시 가입금의 1/9, 10년 뒤 제10구단 창설 시 1/10로 가정했다.
* 광고 효과 및 계열사 매출 증대 등 간접 수입
간접 수입은 구체적인 금액을 추정하기 어렵다. 주로 언론 노출을 광고비로 환산하는 방법을 쓴다. 광고 효과를 얼마로 평가할 것인지는 매우 어렵지만 TV 중계에서 노출되는 선수 유니폼, 헬멧에 부착된 상표만을 광고 효과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가정했다. 광고 단가는 토막광고 금액의 광고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1경기 해태 관련 상표 노출 시간을 근거로 했다. 신문기사 노출은 사진 기사의 상표 표출 면적을 돌출광고 금액의 광고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중앙일간지 14개의 6일치 해태 관련 상표 노출 면적을 근거로 했다.
* 구장 임대료
시설 문제는 프로구단 운영에 가장 큰 재정적 부담이다. 따라서 프로구단 사업의 성공 여부는 연고지 자치단체나 정부의 보조와 직결된다. 광주 구장 임대료는 당시 임대료로 잡고 새 구장은 잠실구장 임대조건과 비교해 적정 금액을 가정했다.
* 기타 비용
임대료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2001년 해태 타이거즈 예산에서 매년 일정 비율씩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가치 평가 결과
1) 스포츠사업체로서의 가치
운영 기간을 20년으로 잡고 누적 적자를 2001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총 62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비용 절감 및 사업 구조 개선을 통해 적자폭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수입원이나 관중 수가 당시 추세를 유지하면 620억 원의 적자는 불가피했다. 따라서 독립사업체로서의 가치가 발생하려면 선수 수를 절반으로 감축하거나 중계권 수입의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했다.
2) 마케팅 도구로서의 가치
마케팅 도구로서의 가치를 추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발생할 계열사 이익을 추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계열사에 발생하는 이익금을 가정하여 구단가치를 역산했다. 인수 첫해 구단 운영으로 인한 계열사 이익이 X억 원 발생하고 구단 운영기간 20년 동안 매년 3%씩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2001년 현재 가치로 누계한 금액은 다음과 같다.
첫해 계열사 이익 50억 원 : -136억 원
첫해 계열사 이익 60억 원 : -40억 원
첫해 계열사 이익 70억 원 : 구단가치 57억 원
첫해 계열사 이익 80억 원 : 구단가치 154억 원
첫해 계열사 이익 90억 원 : 구단가치 251억 원
첫해 계열사 이익 100억 원 : 구단가치 348억 원
따라서 해태 타이거즈가 가치있는 사업체로 인정되려면 구단 운영으로 인해 계열사에 발생하는 유∙무형 이익이 최고 70억 원 이상이어야 했다. 또는 적어도 그 정도 금액을 스포츠에 투자하더라도 계열기업 전체 광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야 했다. 기업 이미지 제고나 신규시장 진입에 강력한 홍보수단이 필요할 경우 한시적으로 프로구단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때는 인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봤다.
농협의 현대 인수가 추진되던 때 “인수가 불발되면 7개 구단 체제로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그리 놀랄 만한 사건은 아니다. 세계 최대의 프로스포츠 시장인 미국의 경우 구단뿐만 아니라 리그나 연맹 자체가 망하거나 흡수 통합되는 과정을 수없이 거쳤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구단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면 보다 넓은 시장을 찾아 이리저리 연고지를 옮기다가 여의치 않으면 문을 닫았다. 초창기 29개 구단 가운데 72%에 달하는 21개 구단이 도산했는데 기간 중 연간 도산율은 3% 정도로 현재 미국의 중소기업 도산율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프로농구의 경우 1925년에 결성된 ABL은 대공황을 맞아 문을 닫았다. 그리고 1937년에 결성된 NBL의 13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은 그 이듬해 바로 문을 닫았고 한 구단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문을 닫았다. 2차 대전 뒤 11개 구단이 참가하는 새로운 리그가 창설돼 2개 리그가 경쟁을 벌였는데 양 리그가 모두 망하고 1949년 지금의 NBA가 17개 구단으로 창설됐다. 그리고 15년 뒤인 1963~64시즌까지 출범 당시의 연고지에 버티고 있었던 구단은 보스턴 셀틱스와 뉴욕 닉스 단 두 구단밖에 없었다.
지금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NFL 역시 6차례나 리그가 중단된 적이 있다. 1950년 이전의 적자 시절 리그에 참가했던 구단 중에서 아직 NFL에 남아있는 구단은 2개밖에 없다. 미국 프로리그 100년 역사에서 돈을 벌지 못한 구단은 문을 닫았고 살아남은 구단은 가치가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까지 호가하고 있다.
국내 프로구단의 경우 종목을 막론하고 모기업의 지원금 없이는 구단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여건에서 20년간의 현금흐름표를 추정해 현재 가치를 산출해 보면 독립사업체로서 국내구단의 가치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구단 운영비용 증가 속도가 수입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현재 여건 때문이다.
SPORTS2.0 제 36호(발행일 01월 29일) 기사
첫댓글 다 읽는라 죽는줄 알았네...그니깐 결론이 머여? 결국 적자구단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