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전문대를 졸업한 장광현씨(26)는 취업을 아예 포기했다.
당구 장 아르바이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매월 5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 다.
졸업 직후 중소기업체에서 연봉 1000만원(월 83만원)을 주겠다며 손 짓하는 바람에 취직했다가 두달만에 그만뒀다. 출퇴근 시간만 2시간 이 넘고 장래성도 없어 보였다.
번듯한 취직자리가 없는 한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텨볼 생각이다.
남동공단 소재 도금업체인 조양금속. 사람을 구한 지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일손부족에 시달린다.
공업고교나 전문대 졸업 생을 구했으면 좋겠지만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외국인 근로자라도 무조건 OK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고민이다.
남동공단에는 조양금속 같은 업체가 수두룩하다.
노는 사람은 많다는데, 정작 와서 일할 사 람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실업(잠깐용어 참조)문제가 갈수록 심각하다.
뚜렷한 직업없이 빈둥거리는 젊은 층은 모두 27만6000명. 실업률 6.2%로 전체 실업률 2.7%의 두 배가 넘는다.
(6월 말 현재) IMF 이전의 4%대를 훨씬 넘어 선다.
더 큰 문제는 전체실업률과의 격차다.
99년에는 청년실업률이 11.0% 로 청년실업률 전체실업률 6.3%의 1.7배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00년에는 1.8배, 2001년 2.0배에 이어 지난 6월에는 2.3배까지 커 졌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전체 실업률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데 비해 청년실업률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한 결과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선임연 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를 꼽는다.
대졸자는 자꾸만 늘어나는데 기업체에서 정작 필요로 하는 인력은 사 무직원이 아니라 기름때를 묻혀야 하는 생산직이다.
이는 통계를 봐도 금방 드러난다.
대학 졸업자수는 지난 95년 32만40 00명에서 2001년 47만3000명으로 15만명이나 늘어났다.
더구나 대학 진학률이 급증하는 추세. 일반계 고교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85%로 95 년의 72%보다 13%포인트가 늘어났다.
실업계 고교의 경우는 지난해 절반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만큼 학력 인플레가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 세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금융기관, 공기업, 30대 재벌기업 등 이른 바 괜찮은 일자리는 최근 4년 동안 150만개에서 120만개로 30만개나 줄어들었다.
한때 대졸자들의 숨통을 터줬던 벤처기업 일자리는 최근 1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신규 대졸자를 뽑던 기업들의 채용관행도 바뀌었다.
경력자 채용이나 수시채용이 주류다.
SK그룹은 지난해 그룹 전체 채용인원 1300명 가 운데 경력직 사원이 700명이나 된다.
대졸 신규졸업자보다 더 많은 숫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뽑은 2100명 가운데 600명을 경력자로 채 웠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많은 경력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주요 기업의 경력자 채용은 96년 35%에서 5년만에 74%까지 늘어났다.
“재 교육을 시키지 않고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게 경력자 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젊은 층, 특히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취업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이 모자라 절 절매는 곳도 많다.
현재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 체들이다.
이들은 사무직보다는 생산직을 선호한다.
하반기에만 사무 직 1명당 생산직 4명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 물론 대졸자들이 “어떤 자리라도 땀흘려 일하겠다”는 마음만 가지 면 문제가 풀린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다.
중소기업체에 들어 갔다가도 체면 때문에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손에 기름때를 묻히 느니 아예 놀겠다”는 대졸자가 수두룩하다.
지난 6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실업자의 43%인 10만5000명은 취 업제의를 받았지만 “월급이 적다, 장래성이 안보인다”는 이유를 들 어 거부했다.
장경세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젊은 층들의 직장 기 대수준이 높은 편”이라 말했다.
직업훈련을 실시한다든가, 노동시장 의 경직성을 해소한다든가 하는 방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년실업률 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영란 기자>
<매경ECONOMY 제1174호>
[청년실업] 대안 없나 - 1
청년실업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여러가지다.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의 정도와 교육의 괴리, 즉 지식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문인 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은 기 업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인력의 질적인 수급 불균 형이 심화되고 있다.
또 청년층의 쉽고 편한 직업선호 경향으로 일자 리는 있지만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과 장래성, 근무환경, 지리적 위 치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취업하지 않는 이른바 ‘눈높이 실업자 ’가 증가하고 있는 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그에 대한 기대도 불투명해짐으 로써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경력자 위주의 수시 채용을 늘려나 가고 있어 노동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대학 졸업자를 비롯한 청년실 업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도 한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지난해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300명 모집에 5만 2000명의 지원자가 몰려 17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서도 잘 알 수가 있다.
그간 인턴사원제 도입 등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고,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산업인력양성 전문기관에서도 고학력 청년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IT 전문인력과 첨단산업직종에 10 ∼20대 연령의 기능인력을 양성, 국내 기업과 일본의 관련업체에 취 업알선을 하는 등 청년 실업해소에 한 축을 담당해왔다.
장차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을 비롯한 실업문제가 상시화 또는 구조화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OECD 회원국들도 1980년대 이후 부터 저성장, 고실업의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선례들을 참고, 미봉책이 아닌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표실업률보다 체감실업률을 낮춰야 하며 실업의 질적 문 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표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을 동 시에 발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실업자 수를 최소화하면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향상을 도 모해 나가야 한다.
아무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기업환경 개선 등의 다 양한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청년실업을 비롯한 실업문제가 상시화 내지는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은 21세기에는 직업교육훈련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에서도 순수 학문적 교육과 함께 기업 의 니즈(needs)에 맞는 인적자원 양성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의 인재양성은 창의력 중심의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 춰야 하므로 직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도 국제화시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인적자원의 중 요성과 산학협력체제 구축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 재학중 일정기간 기업현장 수업을 교육과정으로 이수하도록 하거나 전공분야 자격을 취득, 취업과 연계’하도록 하는 등 동반자적인 상 호협력관계를 유기적으로 강화해나가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실업 해소를 위한 정부·기업·교육훈련기관 간의 협력체제 구축과 함께 노동시장의 동향과 규모 등을 감안해 직업교육훈련 및 취업 등 고용관련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형성함으로써 모든 실업자 들에게 동등한 기회와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잠깐 용어】 -청년실업:15∼2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의 실업. 통계청은 매년 전체 실업률과 별도로 청년실업률을 발표한다.
지난 6월 현재 청년층 인구 는 978만명이며 이중 남자는 469만명, 여자는 508만명이다.
최근 3년간 청년층 실업추이를 볼 때 금융위기 시인 1999년 1분기의 14%를 정점으로 실업률이 계속 감소돼 왔으며 금년 2분기에도 실업률 6.4%로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체 연령계층의 실업률과 비교해 볼 때 청년층 실업률이 전 체 실업률의 2배를 보이고 있으며 청년층 실업의 문제가 졸업시즌에 일어나는 계절적 일과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라는 점에서 원인분석과 대안에 대한 관심이 사회의 주요 이슈로 제 기된다.
청년층 실업문제는 다음의 세가지 문제로 크게 대별된다. 첫째, 대학학력 청년층의 수급불균형 문제다.
먼저 공급측면을 보면,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자수가 1995년에 32만4000명이었으나 2001년 초 에는47만 3000명으로서 6년 동안 15만명(46%) 증가했고 대학진학률은 인문계고등학교가 85%, 실업계 고등학교가 50%로 전체 고등학교졸업 자의 65%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반면 수요측면을 보면, 금융 위기후 구조조정의 결과로 30대 재벌, 공기업, 금융산업 등 소위 괜 찮은 일자리 수는 최근 4년 동안 150만개에서 120만개로 30만개나 줄 어들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 경향도 뚜렷해 졸업시즌에 취업하기가 힘들다.
신규 학교졸업자 채용이 1996년에는 65%이었으나 2000년에는 26%에 불과하다.
둘째,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이행 비원활 문제가 있다.
노동패널 청년 층 부가조사자료를 분석해보면, 교육종료 후 1년 이내에 취업하지 못 한 자의 비중이 30.4%, 3년이 경과해도 취업하지 못한 자의 비중은 1 8.0%로 나타난다.
교육종료 후 미취업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며, 첫 직장진입에 걸린 기간이 길수록 임금 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졸업 후 첫 취업에 걸리는 기간을 단 축시키는 정책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셋째, 청년층이 취업하고자 하는 중견기업수가 너무 적다.
규모별 취 업자수를 보면, 중견기업규모라고 할 수 있는 30인 이상 499인 이하 사업장의 취업자 규모가 전체의 29.1%에 불과해 구조조정으로 격감된 ‘괜찮은 일자리’를 대체할 일자리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30인 이 하 사업체의 일자리는 전체의 57.6%로 절반이상을 차지하지만,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이 열악해 청년층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다.
청년층 실업문제는 구조적 문제이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이 수 행돼야 할 것이다.
대책으로는 첫째, 대학 학과별 취업률을 공개해야 한다.
학생들이 취업률을 알게 함으로써 대학 교육에 대한 비용과 이 익을 고려한 진학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취업률 정보의 공개는 학교 및 직업훈련기관으로 하여금 시장수요에 맞춰 커리큘럼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이점이 있다.
둘째, 산업수요에 부응한 교육과정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 해서는 단위학교에 자율을 이양함으로써 경쟁기능을 강화하고 교육기 관의 다양화, 특성화를 추진할 것이며, 산업체와 교육기관이 교육과 정을 협력해 편성 운영해나가는 방안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비진학·학교중도 탈락자에 대한 인적정보와 진로 및 직업훈련 수요가 조사 데이터화돼야 하며, 심층면접을 강화해 진로상담과 직업 훈련을 연계시켜줘야 하며 동행면접을 확대함으로써 취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넷째, 우수 중소기업 발굴과 중소기업 지원시책의 홍보 등 중소기업 에 대한 정보제공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