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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1학년 진솔입니다. 9월 4일부터 9월 11일까지 총 7일 동안의 들살이 과정을 나눠보고자 그동안 쓴 일지를 올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모둠들살이 목적글
: 나는 박치다. 그런데 박치라도 밴드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꼭 잘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의 눈을 크게 신경 써본 적은 없지만 목적대로 조금 더 자유롭게 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일단 한번 해보자.
1일차
오늘 아침은 상당히 바빴다. 들살이 첫날 아침에 안 바쁜 사람이 없기야 하겠지만. 4시에 일어나 밥을 볶아 먹고 나갈 준비를 하고 나니 벌써 5시가 넘어 있었다. 부랴부랴 역으로 달려갔는데 서울역으로 가는 첫 차는 놓치고 팔당행 열차를 갈아타 서울역으로 왔다. 어머니는 태워주시면서 늦으면 어떡하냐고 계속 걱정하셨다. 늦지는 않아서 서울역에 30분정도 앉아있었다. 촌놈으로서 말하건대 서울역의 에스컬레이터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람 두명 서 있기도 빠듯한 공간에 여러명이 줄줄이 서 있어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상상을 했다. 나는 그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계단으로 올라갔다. 서울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도 않고 피곤했기 때문에 얌전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 참 많아서 화장실도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들 것 같아서 벤치로 돌아왔다.
기차에 타서는 서울 구경을 하고 우아하게 책을 읽으려다 자버렸다. 자다 깨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부산역에 도착해 있었다. 점심은 순두부를 먹을 예정이었는데 순두부집에 가 보니 아무도 순두부를 먹지 않고 소바나 우동같은 면 요리를 먹었지만 나는 꿋꿋하게 제육을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숙소에 체크인하러 갔는데 30분쯤 갔더니 현욱이형이 핸드폰을 두고 왔다고 부산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사물함도 있었고 화장실도 좋았다. 도미토리지만 아직 우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에어컨을 틀어보자마자 먼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너무 더웠기에 그냥 틀기로 했다.
소운이누나랑 현욱이형이 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놀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이 없을 줄은 또 몰랐다. 연주도 좀 하고 놀기도 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근데 들어가 보니 대놓고 술집이었다. 밥을 먹고 마트에 들렸다가 잠을 자기로 했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연주하는 것이 좀 부끄러웠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기는 했는데 좀 무안했다. 나는 정말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인상깊었던 것 같다. 오늘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악기 연주 자체는 엉성했지만 재미있었다. 탬버린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잘 몰라 조심히 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좀 작을 것 같아서 크게도 쳐봤다.
2일차
오늘 아침은 내 담당이었다. 늦게 일어날까 걱정이었는데 알람 없이도 빨리 일어났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아침 메뉴는 잼빵이었다. 양이 약간 아쉬웠다. 양치까지 하고 나가서 버스를 탔다. 부산 운전이 엄청나다더니 옛말인가 보다. 어쩌면 택시가 아니라 버스를 타서 부산운전의 진면목을 알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버스를 타는 내내 자서 못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자다 깨니 삼락생태공원이었다. 장소를 찾아서 연주를 했다. 사람은 없었다. 연주는 내 생각에는 계속 발전하는 것 같았다. 어제보다는 엉성한 느낌이 적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어제 찍은 영상은 좀 어수선하고 위축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그런 느낌이 좀 덜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재미있었다. 영상을 찍으며 삼각대에 문제가 생겼는지 수연이 핸드폰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점심은 금자국수라는 국숫집이었는데 양이 좀 많아 애들은 먹다가 좀 남겼다. 그러면서도 디저트 먹을 곳을 찾아보자는 말에는 반색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자면서 흰여울 문화마을로 갔다. 사진 찍는 사람이 참 많았다. 마을이 예뻤다. 건물이 대체로 하얀색이라 그리스 느낌이 들었다. 피아노 계단이라고 계단을 피아노 모양으로 칠해놓았는데 솔직히 그다지 피아노 같지는 않았다. 사진 명소인 모양인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영상을 찍을 때도 약간 눈치가 보였다. 계단을 내려가면 옆에 터널을 뚫어 놓았는데 안이 굉장히 시원했다. 잘 꾸며 놓아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끝은 바다로 통해서 영상을 찍을 때 눈치가 보였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길 막고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영상은 예쁠 것 같아서 좋았다.
바다도 대낮에 보니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햇빛이 너무나도 강하고 남쪽이라서 그런지 9월 초인데도 엄청 더웠다. 너무 더운 나머지 썬크림을 다시 발랐다. 하지만 너무 많이 짠 것인지 아무리 펴발라도 얼굴이 가부키 배우처럼 되어 버렸다. 그 상태로 밖에서 좀 연주를 하다가 너무 더워서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세수를 했지만 이미 폼클렌징 없이는 지울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가만히 있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들살이 치고는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불안했다. 동물의 왕국을 하려 했는데 누군가 내가 끼면 동물의 왕국을 빨리 진행하지 못한다고 음해했다. 억울해서 해보니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피곤해서 창 밖을 보면서 가만히 있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식당으로 이동해 밥을 먹었다. 멸치볶음인 줄 알았던 것이 어린 청어 볶음이래서 놀랐다. 그리고 숙소로 출발했다. 버스를 다시 타고서도 엄청난 속도감은 느낄 수 없었다. 붓싼 운전은 역시 옛말인 것 같다. 그래서 잠이나 자다 보니 다시 잘 시간이 되었다.
3일차
오늘 아침은 누룽지 죽이었다. 끓일 때는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해 놓고 보니 차고 넘쳤다. 밑반찬도 따로 없고 누룽지가 아주 맛있지도 않아서 당분간은 누룽지 죽만 봐도 치가 떨릴 정도로 힘들게 먹었다. 아침을 먹고는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타고 보니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서 혼자 내려 화장실에 들렸다 다음 기차를 탔다. 조금 졸다 보니 도착해 있었다. 혼자 다닐 때는 앉아서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대포에 있는 몰운대가 오늘의 첫 목적지였다. 무슨 전망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길이 다소 가팔랐다. 슬리퍼를 신고 간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산길은 예쁘긴 했다. 전망대가 있지는 않았지만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장소 선정에 굉장히 개방적인 편이라서 가끔씩은 유튜브 쇼츠에 나오는 민폐 챌린지마냥 비치지 않을까 싶은 장소에서도 영상을 찍었다.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 한 가운데라던가.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진 않았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악기 연주 때문에 눈치가 보였던 것은 아니다. 그냥 길목에 서 있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도 많아서 눈치가 좀 보였다. 악기 연주는 내 생각에는 점점 발전해나가는 것 같았다. 가사를 반 정도 절어서 거진 흥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기는 했지만 조금 긴장을 풀고 할 수 있었다. 근데 가사를 좀 더 잘 외웠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다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점심은 해물칼국수였다. 점심을 먹고는 몰운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올해 처음으로 바다에 발을 담가 보았는데 상당히 좋았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모랫바닥은 상당히 뜨거웠다. 밟는 느낌은 좋았다. 영상을 찍는데 악보에 코를 박고 있으면 그림이 좋을 것 같지 않아서 악보를 치우고 찍었다. 서서 찍어야 되서 그런 것도 있었다. 덕분에 가사는 더 절었다. 어쨌든 재미있었으면 된 거 아닐까? 영상을 찍고도 좀 놀다가 감천문화마을로 갔다. 감천문화마을은 정말로 엄청난 달동네였다. 나는 살면서 그렇게 복잡하고 가파른 마을은 처음 보았다. 관광지라 사람이 좀 많았다. 외국인들도 있었다. 골빈 소리지만 예쁜 외국인 누나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찍는 것을 보던 소운이누나가 왜 그렇게 어정쩡하게 찍느냐 물어봤고 나는 인스타 감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공리를 위해 소운이누나한테 핸드폰을 넘겼다. 관광지여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길은 정말로 가팔랐다. 거주민들의 하체 근력을 조사해 본다면 분명 한국 안에서는 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굉장히 예쁜 지역이었지만 살고 싶지는 않았다. 계단이 정말로 엄청났다...
심지어는 고양이도 많았다. 계단을 좀 올라가니 다들 탈진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찌 장소를 찾아서 연주를 하고 나니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었다. 장소를 몇 곳 더 찾아봤지만 아주 좋진 않았다. 다들 더 피곤해질 무렵에야 마지막 장소에서 연주를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물론 가사를 절었다. 저녁은 화반이라는 체인점이었다. 다만 벌레가 좀 많았다. 나오니까 어깨에 무슨 벌레가 앉아 있더라. 저녁을 먹고 들어오니 피곤했다. 산책을 좀 하다가 자기로 했다. 현욱이형이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참 고마웠다. 뛸 생각이었는데 슬리퍼를 신고 나오더라. 그리고서는 달렸다. 별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까불지 말아야겠다.
오늘로 모둠들살이는 마지막이었다. 일단은 조금 더 열심히 해 보는 것이 목표이기는 했지만 친애하는 친구가 내가 글로캔슈필을 치지 못할 것 같다고 긁는 바람에 반짝 열심히 하다가 너무 못하고 연습량도 떨어져서 던졌다. 탬버린도 잘 치진 못하고 가사도 좀 많이 절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재미있기는 했다. 목적글에 쓴 대로 엄청 열심히 하고, 남의 시선에서 크게 자유로워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반 정도는 이룬 것 같아 다행이다. 3일동안 반 정도 이뤘으면 잘한 것 아닐까? 아주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열심히 임했고,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지는 않더라도 앞에 사람이 많이 있든, 없든 좀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정도면 다행인 것 같다.
개인들살이 목적글
나는 썩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요즘 그것이 크게 느껴져서 힘들다. 조금 더 열심히, 계획적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시장과 경매장 같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 가서 그 분들을 뵙고 나 자신도 좀 더 바쁘게 살아보고 싶다.
4일차
오늘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원래의 토요일과 일정이 바뀌었다. 원래는 공동어 시장 가는 날이었는데 느지막이 국제시장과 깡통시장. 부평진시장과 장태산에 가게 되었다. 8시까지 자다 일어나서 나갔다. 오늘 아침은 계란빵이었다. 소금과 계란이 있었는데 소금을 넣어 먹었다. 아침을 먹고는 씻고 준비해서 나갔다. 첫 목적지는 국제시장이었다.
10시 좀 안되어서 도착했는데 조금 일러서 그런지 몇몇 점포들은 안 열려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국제시장 자체는 그다지 관광지답지는 않았다. 그냥 철물이나 잡화. 옷을 파는 상가였는데 여행와서 보러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근처가 엄청나게 옷을 많이 팔아서 관광지같기는 했다. 국제시장의 3면이 옷가게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실 난 옷가게가 관광지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상가 가운데쯤에 절이 있었다. 왠지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사실 시장통 분위기는 아니고 별로 바쁜 것 같지도 않아서 날을 잘못 잡았나 생각하고 있던 도중에 사람이 많이 오기 시작했다. 근데 바쁘게 지내겠다고 결심한 주제에 계획을 시장에서 배회하는 것으로 짠 것이 약간 이상하게 느껴졌다. 남이 바쁜 것은 알겠는데 그걸 보고만 있어도 되는 것일까? 조금 기다리니 점심때가 되어서 사람이 정말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깡통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거기는 횔씬 더 관광지 같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이 많은데도 한산한 가게는 있었다. 핸드폰을 보시기도 하고 정리를 하시기도 하셔서 봤는데 시장의 바쁨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를 것 같았다. 나는 단순히 바쁜 곳에 가자-경매장에 가보자-시장에 가자 같은 의식의 흐름으로 왔다. 근데 시장은 그냥 바쁜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매상 때문에 힘들 것 같았다. 쉬는 것이 쉬는 게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그렇게 배회하다가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떡볶이와 어묵을 먹었는데 가격이 좀 그랬다. 속물처럼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랬는지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밥을 다 먹고는 부산진시장에 갔다. 가보고야 느낀 것이지만 얼마나 바쁜 장소든 계속 배회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면서 조바심이 좀 들기는 했다. 부산진시장은 엄청난 옷가게였다. 다 옷이었다. 근데 구경하기에는 좋지 않았다.돌아다니다보니 눈총이 점점 따가워졌지만 그 정도로는 나를 어떻게 찔리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있다 나가서 장태산에 갔다. 버스에서 좀 졸았는데 다행히 제대로 내렸다. 옥녀봉으로 해서 다른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올라가다 갈림길이 나와서 이정표를 찾아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갔다가 길을 잃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런데 올라가다 보니 3시 이후에는 못 올라간대서 다시 다른 쪽으로 올라가볼려 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거진 떨어지고 옥녀봉과 내가 올라온 자리가 똑같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올라오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려서 옥녀봉까지 가서 돌아서 내려오는 것은 도저히 무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내려오는데 핸드폰이 방전되어 뛰어내려왔더니 내려오는데에는 4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5일차
오늘은 자갈치 시장에 아침부터 경매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공연히 배회하는 것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젯밤부터 인터뷰 준비를 어느정도 하고 갔다. 들살이 전에 준비하는 것을 들살이 동안 했더니 죽을 맛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준비하다 보니 정신도 없고 졸렸다. 시간이 늦어져 정신도 없고 피곤했다. 노을도 한시간밖에 안 주무시고 도와주셨고 나도 조금밖에 자지 못했다. 원래는 4시 40분에 출발해야 했지만 일어나보니 4시 50분이었다.
다행히 버스 배차시간이 짧아서 아주 늦지는 않았다. 계획 잘 지키자는 목적을 가지고 늦게 일어난 것은 아쉬웠지만 아주 늦지는 않아서 바로 나갔다. 원래 계획은 자갈치시장에 경매를 보러 갔다가 장태산에 가는 것이었지만 자갈치시장 경매 시간을 알아보니 원래 알던 것과 달라서 공동어시장에 갔다가 다른 시장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가는 버스 안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목적과는 좀 많이 다른 행동양식이었던 것 같았다. 반성해야겠다. 공동어시장에 도착해서 들어갈려고 했는데 직원분이 앞에서 왜 왔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구경하러 왔다고 했는데 사진은 찍지 말라 하셔서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관광지 말고 날것의 장소를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공동어시장은 과하게 날것의 장소였다. 아침에 나오신 분들도 계시고 밤부터 일하신 분들도 계셔서 무서워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노을도 한 여섯 걸음 뒤에서 지켜보고 계셔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겁이 나서 좀 돌아다니다가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사투리가 무서웠다. 그래도 몇번 하다 보니 요령이 쌓였다. 영상을 찍는 것은 꿈도 못 꿨고 녹취라고 표현하다가 몇번 거절당하고 기록이라고 바꾸니 그제서야 좀 성공률이 높아졌다. 그리고 고양을 잘 모르셔서 경기도에서 왔다고 해야 잘 아셨다. 가끔은 물어보지 않은 것도 말씀해주셔서 좋았다. 처음에는 노을이 등 뒤에 계셨는데 어떻게 비칠지 알 수 없어서 나 혼자 해보겠다고 부탁드리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렇게 첫 장소에서 5분을 채우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고등어 향기에 속이 뒤집어져서 아침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배가 고파져서 충무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걸어서 국제시장으로 갔는데 기운도 다 빠지고 인터뷰 요청드리는 것도 겁이 나서 도착은 10시에 했는데 12시까지 걸어다녔다. 그런데 12시쯤에 너무 졸려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조금 쉬었더니 컨디션이 좋아져서 인터뷰 요청을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분 정도에게 인터뷰하고 돌아다니니 한 분이 도대체 오전 내내 여기서 뭐 하냐고 물어보셔서 차마 사실대로 대답하지는 못하고 도망나왔다. 그리고 책방 골목으로 피신해 인터뷰 요청을 드리다가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에게 시장해서 일하시는 분이라는 말을 하는 실수를 해서 사과드리고 깡통시장으로 갔지만 도저히 인터뷰를 할 상황이 아니라서 부산진시장으로 도망쳤다.
나는 신경줄이 굉장히 굵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아니였다. 거절 당하는 것은 편한 줄 알았는데 눈살 찌푸리시는 게 그렇게 눈치가 보일 수가 없더라. 그렇게 부산진시장에 들어갔는데 불경기라 그런지 나를 보시는 눈초리가 그다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좀 무례해지기로 결심한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인원을 채우기 위해서 인터뷰 요청을 계속 드렸는데 대체로 거절당했다. 나도 좀 조바심이 들어서 뭔가 문답이 좀 기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대답 적당히 듣고 인터뷰 요청 하고. 내 생각에는 그게 부연설명이 충분하지 못해서 너무 기계적인 설문조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조금 더 유기적인 대화가 하고 싶었다. 근데 그것을 바라기에는 준비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확신이면 충분했다. 그 시간 전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확실히 열심히 했다. 그게 어디냐고 만족할 생각은 없지만 또 자책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다.
끝나고 숙소에 들어와서는 잠깐 보람이 느껴졌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냥 끝이 나서 기뻐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인터뷰 과정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부담스러웠다. 난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더 보는 사람이었다. 돌아와서 인터뷰 내용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좀 기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급하게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더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일단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인터뷰 요청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불쾌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목적으로 이것을 하고 있는지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어필하는 방법은 질문과 인터뷰 요청에서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또 목적을 분명히 하는 데에는 분명히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에는 업보기는 하다. 준비를 더 오래 해야 했다. 다음에는 양심의 가책을 조금 덜 느끼고 인터뷰 요청을 좀 더 원활히 하기 위해서 인터뷰 장소를 바꿔보아야겠다. 바쁜 장소라 그런지 눈치가 보여 질문을 더 길게 이어갈 수가 없었다.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사이비 같아 보일까봐 할 수 없었다.
6일차
오늘은 계획을 제대로 짜놓지 않은 업보로 오전 중에는 계획을 짰다. 사실 좀 막막하기도 했다. 어제 계획을 짜자고 생각해놓고 생각만 하다 잔 것이 큰 것 같았다. 그래서 오전동안 후기 쓰기와 반성회를 조금 해 보았다. 나는 분명히 열심히 사는 분들을 뵙고, 자극을 받고 나 자신도 열심히 살아보기로 하고 여기에 왔다. 첫날은 시장 구경을 하는 데 사용했지만 시장 광경은 내가 생각했던 시장의 광경과는 약간 다르기도 했고 막상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이일차에는 인터뷰를 해 보기로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 분들의 분주함에 영향을 받아 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나 자신도 인터뷰를 열심히 하는 것은 산책보다 더 좋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였지만 인터뷰를 하고도 오늘 안 쫓겨난 것이나 혹은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이 순전히 운 덕분이라는 비현실적인 공포에 빠진 나는 3일차에는 시장 말고 두려움이 덜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를 옮겨서 인터뷰 빈도를 늘려 보자고 생각했다. 질문도 좀 더 길게 해보고.
그래서 오늘은 봉래산에 들려 한 바퀴를 돌면서 조금 더 대화 자체를 길게 이어가려는 시도를 해 보고 시간에 쫓겨서 질문 3개 하고 딱 이동하는 기계적 인터뷰 말고 조금 더 인간미있는 회화의 현장을 꿈꾸었다. 하지만 봉래산에 가 보니 그것은 착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주차장 쪽으로 살짝 빠져서 둘레길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없었다. 길 자체는 좋아서 걸으면서 생각 정리를 했는데 시장에서 하루 중 가장 피곤한 시간이 언제인지 여쭤보는 것과 산에서 여쭤보는 것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사이비 같을 것 같았다. 그래서 보일 때마다 요청드리는 것을 굉장히 주저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어젯밤 인터뷰를 끝내고 기뻐했던 이유도 인터뷰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인터뷰가 끝났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었지만 장소를 바꾸고 싶어했던 것도 어느 정도의 도피성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한 바퀴를 금새 다 돌았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5명은 인터뷰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천마산으로 올라갔다. 천마산은 트래킹코스로 감천문화마을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조각공원이 있어서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였다. 산이 상당히 외지고 근처 편의시설도 부족해서 산책나오신 어르신들이 계셔서 내 질문을 어떤 건강보험이나 의료 조사의 일환으로 이해하시고 본인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어서 표본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장의 형식이 상당히 간략해서 나 환자야라는 한마디만 하셨다. 나는 아프니까 다른 데 가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이후의 맥락을 해석하고나서야 전자의 뜻임을 알았다. 부산 사람들은 은근히 친절한 것 같다. 다른 방식으로 질문해 볼까 했는데 질문을 좀 바꿔서 요즘 힘든 일 있으시냐고 여쭤보거나 비슷한 맥락으로 여쭤본다면 너무 사이비같이 보일 것 같았다. 그나마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조각공원에 올라가 보니 사람들이 있기는커녕 조각을 치우고 있어서 다른 길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길에도 한분 만나 부탁드려봤는데 무슨 고양에서 와서 이런걸 하고 있냐는 말을 들었다. 썩 친절하지 않으시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긴 했다. 그렇게 내려가서도 몇몇 가게에 들어가 봤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하나같이 인상적이었다. 항상 피곤하며 힘든 시기는 정의하기가 힘들고 하루에 먹고살려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친절하시게도 물이 다 떨어진 것을 보시더니 생수 한 병을 주셨다!) 요청을 드리자마자 하루 종일 손님 없이 이렇게 앉아 있다는 사실을 상당히 강경하게 주장하는 분도 계셨다. 내가 첫 손님이 되어드렸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몇몇 곳을 더 돌아다니다가 다 비슷한 분위기라 돌아왔다. 저녁은 순대국밥이었다.
그래서 이번 들살이 3일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물론 부담이 더 크긴 했지만 그것은 내 준비 부족에 의한 것이다. 다만 결과물을 어찌 만들어야 할지가 좀 걱정된다. 작년에도 글을 쓰겠다고 했다가 상당한 고생을 했던 것 같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했던 활동은 아니지만. 인터뷰하는 데 사용했던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결과물도 중요할 것 같다. 들살이 기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고 인터뷰를 하기는 했다. 근데 계획을 잘 짰다면 이런 일도 없지 않았을까... 다 업보기는 하다. 그래도 계획대로 3일동안은 하루에 20키로씩 걸어가며 발이 빠져라 움직였던 것 같다. 인터뷰도 나름 열심히 했고. 계획만 잘 짰다면...
7일차
오늘은 개인들살이 마지막 날이었다. 원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동만 할 계획이었으나 어제 위축되어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조금 아쉬워서 자갈치시장과 그 근처 낚시 포인트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현욱이형이 낚시하는 사람들이 잡담을 잘 받아주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쁜 사람들보다 바쁘지 않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잘 받아 주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어서 그 근처에 낚시 포인트가 있는 것을 확인한 후 계획을 짰다. 낚시하면 좀 여유롭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조금 늦게 깨서 7시 살짝 지나서 지하철을 타고 자갈치시장으로 갔다. 구경을 조금 하면서 한바퀴를 돌았다. 너무 오래 돌아다니다가 의심받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인터뷰를 부탁드리려고 했지만 겁이 났기 때문에 낚시하는 분들께 인터뷰를 부탁드리려고 영도로 통하는 다리 밑에 가 보았다. 다행히도 몇 분 계셔서 인터뷰를 부탁드렸는데 첫번째 분은 옆 분께 가보라고 하셨고, 그 다음 분도 똑같은 말을 하셨으며 마지막 분은 낚시하는 중이기 때문에 인터뷰하기 힘들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큰 충격을 받고 자갈치시장에 가서 인터뷰를 부탁드렸지만 아침에 시장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일단 인터뷰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고, 큰 가방을 가지고 있다거나 한창 가게를 준비하실 시간이라서 말씀드리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다 되어 김밥을 사들고 기차에 타서 이동했다. 좀 자고 일어나니 대전이었다. 내려서 버스를 탔다. 숙소까지 올라가는 길은 반쯤 산길이었다. 며칠 전에 쥐가 났던 발목이 약간 아팠다. 올라와서 일단 짐을 풀고 좀 쉬었다. 놀면서 역할을 나누었다. 좀비놀이와 까막잡기를 결합한 무언가를 했는데 어떤 가능성을 본 것 같았다. 다 같이 눈을 가리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좀 더 놀다가 다들 저녁을 할 적에 나는 할 것이 없어서 근처 산책을 했다. 와서 저녁을 보니 굉장히 고급스러워서 감동했다. 카레도 맛있었는데 남는 감자를 활용한 튀김 유사품이 아주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정리를 하고 나서는 돌아보기를 했다. 들살이 과정에 대한 돌아보기는 어제 끝냈기 때문에 결과물과 일지 공유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결과물은 인터뷰 모음을 좀 더 참고해보고 다른 방식을 고려해보기로 했다.
8일차
오늘은 들살이 마지막 날이었다. 활동도 하지 않아서 크게 쓸 것은 없다. 나는 오늘 아침 당번이었다. 아침은 누룽지였는데 하다 보니 양이 좀 많은 것 같아서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도 반찬과 간장이 있어서 크게 괴롭지는 않았다. 밥을 먹고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나왔다. 빨리 나와서 휴양림 근처를 조금 돌아보기로 했다. 산책을 좀 하다가 근처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서 앉아있었는데 시소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놀이터의 크기는 어린이 용이었는데 어린이가 자의로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 근처에서 좀 쉬다가 버스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점심을 원재형과 먹고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 타고 좀 자다 보니 도착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장태산과 비슷한 우리 집 교통편에 한숨이 나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몸무게를 재 봤는데 딱 1키로가 빠졌다. 들살이 때 나름 걸었던 것 같은데... 아마 들살이 결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저번에도 들살이를 하고 나서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자면 그다지 달라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길게 보면 뭔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실제로 아예 안 달라진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저번보다는 조금 더 변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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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쫄지마~ 기죽지 마~ 하고 싶은 거 해~
(숙제도 제때 해~ 잠도 제때 자면 덜 졸지 않으려나~)
사람들 만나고 말 걸고 (거절도 당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쉽지 않은 노릇인데 애썼네~~~토닥토닥 응원응원
(박치가 밴드하면 어떻게 되려나? 궁금궁금 ㅎㅎㅎ)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놀라움과 해방감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타인의 시선에 나를 가두고 살았던 것은 나였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조금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달까? ㅎ 진솔군의 경험에서 나를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