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에서 1029까지 함께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10월 경주 동아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여유있게 완주할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오삼칠, 삼공팔, 풀코스, 서브-3, 하프코스 주자들에 비하면 아주 약소하지만 심장이 약해서 동네에 있는 자그만 산을 오르는데도 너무 힘이 든 나로서는 대단한 완주가 아닐 수 없다. 4개월여 동안 힘든 일,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동호회 가족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하느님과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소중한 날들이었다.
가입을 앞두고
김정우 요한 지도 신부님의 “나의 삶과 마라톤”을 감명 깊게 읽고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내 자신을 너무 잘 아는 터라 선뜻 가입은 못하고 “대구가톨릭마라톤동호회(이하 대가마)"홈페이지만 들락거리고 있었다.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들의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서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자꾸 더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 6월 어느 날 “장애우 돕기 국토 종단 마라톤”이 눈에 번쩍 들어 왔다. “처음부터 잘 달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봉사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배우면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6월 29일 열 다섯 분께서 사제 서품을 받던 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같이 달려 보아야지”하고는 들뜬 마음으로 가입을 했다.
대가마의 문을 두드리며
7월 첫째 주 토요일, 비가 조금씩 내리는 궂은 날씨였는데 아무도 이끄는 이 없이 혼자서 동인 성당으로 향했다. 조금 서먹하긴 했지만 아는 분들이 더러 있고 모두 반갑게 맞아 주셔서 참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월례회후 미사를 드리면서 앞으로 달려 가야 할 길을 주님께서 잘 인도해 주십사고 기도를 드렸다. 본명이 헝가리의 왕비이자 빵 집의 수호성인인 엘리사벳이다. 둘째 주 토요일, 처음으로 토요일 달리기(이하 토달)에 나가는데 만들 줄 아는 거라곤 영양빵뿐이라 정성껏 만들어 가고 싶었다. 빵 굽는 냄새를 맡고는 안젤라가 걱정을 한다. 병원에 가서 마라톤을 해도 되는 지 진단부터 받아 보라고... 10여명의 회원님들이 참석하셨는데 비가 조금 내려서 이현희 프란치스카 자매님과 우산을 쓰고 경북대학교(이하 경대) 교정을 거닐었는데 옛날 학창 시절 생각이 나면서 주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하시다 했다, 오늘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그 분만이 아셨겠지. 맛있는 빵과 수박을 먹으면서 “국토 종단”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15일 태종대에서 06:00에 출발한 후 100CP에 응원 간다는 소리에 “방학이라서 갈 수 있겠구나! 가야지.” 마음을 먹고는 진짜로 과감하게 형제님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났다. 꼭 가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장애우 돕기 국토 종단 마라톤”과 함께 하며
무지 더운 날씨에 달려 오는 유수상 안드레아 형제님을 생각하면 콧등이 시큰해졌다. 묵주기도를 계속해 가며 상동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울트라 전사들이 한 명씩 들어 올 때마다 환호 열기가 대단했다. 걷기도 겨우 하는 사람이 “초대형급 울트라” 응원까지 한다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권동진 바오로 부회장님께서 주자에게 근육 마사지를 해 주는데 참 신기하고 잘도 하신다 싶었다. 휴식을 취한 뒤 200CP를 향하는 총무님을 보낸 후 마무리를 하고 대구로 향하는 길에 청도 다리쯤에서 만나는데 “자두 없나? 자두 없나?” 달리면서 김근중 프란치스코 형제님에게 묻는데 챙기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출발 한 지 4일째인 7월 18일, 봉사부장님과 재무부장님께서 먼 길을 떠나며 현장 중계를 부탁하신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학이라도 학교는 계속 나가야 하지만 컴퓨터와 쉽게 접할 수 있으니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였다. 전화로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나름대로 생생하게 전하려고 노력했고 봉사부장님 목소리에 따라서 나의 기분도 좌우되었고 꼭 내가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자판을 두드리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가입을 하고 5.37km도 제대로 못 달렸는데 537km를 마음으로 다 달렸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걸음마부터
7월 넷째 주 토달, 처음으로 경대 교정을 약 1km를 달렸는데 숨이 차 온다. 쉬고 있으니 손재현 라이문도 훈련부장님께서 “걷기라도 하세요.” 격려해 주심에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아~ 힘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하지? 형제님들은 씩씩하게 잘도 달리시네. 괜히 가입한 것은 아닐까?” 유수상님께서 “나도 처음엔 100m도 못 달렸어요”하시며 걱정을 덜어 주신다. 마지막 토달은 가족 휴가로 빠지고 너무 달리기에 소홀하다 싶어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달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집 앞 둑에 있는 농구장을 돌기 시작했다. 대충 거리를 계산해 보니 70바퀴를 돌아야 10km가 되었다. 분위기를 보니 자매님들은 대부분 “10월 경주 동아 마라톤 대회”에 도전할 것 같아서 나도 가능하면 뻐꾸기로라도 참가하고 싶었다. 10바퀴부터 시작해 한 주에 10바퀴씩 늘려 가면 10월말까지는 목표에 도달할 것 같았다.
겉은 하하호호 속은 주룩주룩
8월 1일 친정 어머니께서 큰 사고로 파티마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눈에 콩깍지가 덮여 일찌기 남편(박 야고보)을 따라 가는 바람에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해 드리고 항상 곁에서 안젤라와 안드레아를 애지중지 키워 주신 분이라 하늘이 내려앉는 것 같았고 마음이 말로 다할 수 없이 아팠다. 간병인이 있고 동생들도 있지만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면 좋아하시는 것 준비해서 병원으로 향하기 바빴다. 겉으로는 “하하호호” 웃었지만 마음은 항상 울면서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었고 달리기는 자꾸 멀어지고 있었다. “네가 너무 힘이 들다. 매일 오지 마라. 괜찮다.” 하셨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8월 둘째 주 토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착한 현희가 눈치를 채고는 “토달 다녀오세요. 할머니께는 제가 갈께요.” 하며 계란 거품을 내어 빵 굽는 일을 도와 준다. 중 고등학교때는 투정도 부리고 내 마음도 몰라주는 철 없는 딸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내 마음 잘 알아주고 집안일도 알아서 도와주는 딸이 너무 자랑스럽다.
기도하며 달린 시간들
어느 날 “3일에 한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은 달려야 그 이전 상태로 돌아 가지 않는다”는 글을 접한다. 어머니께서는 장기간 입원하셔야 할 것 같고, 없는 시간 억지로라도 내어 달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새벽에 일어나 농구장을 35바퀴 (8분 페이스)돌면 40분 정도 걸렸다. 힘도 부족했고 시간 때문에 더 달릴 수 도 없었다.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새벽에 달리고 오후에는 병원 가고 하는 생활이 반복 되다 보니 이때껏 영양제, 보약 잘 먹지 않고 피곤하면 잠이 해결하곤 했는데 겁이 나서 의식적으로 영양제도 챙겨 먹고 했다. 수업 중에 행여 힘이 없고 학생들에게 지장을 줄 까 염려가 되어서... 가끔은 남편과 같이 금호강변 화랑교에서 동서마을 끝까지 왕복 4km를 호흡 맞춰 달리기도 했는데 9월 말쯤 안젤라와 세 명이서 달리는데 두 사람 모두 입을 벌리며 놀란다. 토달에서 연습 효과가 있어서인지 쉬지 않고 왕복 두번 약 8km를 달리니 “와~ 울 엄마 잘 달린다.” “여보! 많이 늘었다.”하며 좋아 한다. 가까운 토달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목요일 달리기(이하 목달)는 제3대리구의 대표이신 이재근 하롤드 형제님의 열정에 “꼭 한 번은 같이 달려 보아야지”하고 갔는데 기사 딸린 지하철도 좋고 푹신푹신 우레탄 트랙도 좋고 동호회 가족들도 너무 좋아서 다시 가고 싶은 마음 꿀떡 같았으나 솔직히 시간 때문에 아쉽게 접어야 했다. “동호회”가 좋은 것이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초보 달림이들에게는 꼭 가입하기를 권하고 싶다. 9월 24일, 대구 가톨릭 대학교에서 LSD가 있었다. 목표가 3바퀴 약10km였으나 난 코스, 오르막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중도에 포기했는데 내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10월 15일, "제 4회 달구벌 마라톤 대회"에 도전은 못 했지만 그 뜨거운 열기에 놀랐고 “화이팅!”을 외치며 신나게 봉사하면서 다가 올 “경주 동아”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10월 셋째 주 토달에 5바퀴를 예상하고 갔는데 사정상 다 달리지 못하고 경대 최고 4바퀴(약 8km), 금호강변 8km를 달리고는 도전을 해야 했다. 대회 3일전 10월 26일, 둑을 4km정도 걸으면서 “10km 다 못 달리면 어떡해요?” 하니 “못 달리면 걸어서 가면 되지.”하고 안심시키는 남편이 고맙다. 대회 하루 전 28일 홈페이지에서 총무님이 “푹 잘 자야 된다”고 했는데 잠이 안 온다. 10km를 한 번도 못 달려 본 것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든든한 남편이 같이 달려 주지만 업혀서 들어 오면 어떡하나 싶다.
10km 첫 도전
드디어 29일 대회 당일이다. 동호회 가족들과 스트레칭을 한 후 지도 신부님께서 달림이들의 무사완주를 위해 기도를 해 주셨는데 가슴이 찡했다. 대회장으로 향하는데 열기가 대단하다. 풀코스, 하프 코스 먼저 보내고 세 자매님들과 함께 출발하는데 행여 나로 인해 방해가 될 까봐 각자 알아서 가라고 했다. 완주가 목표라 했지만 첫 도전이고 나름대로는 좋은 기록을 내고 싶었다. 평소 페이스대로 하면 65분에서 70분이면 완주 할 것 같았다. 출발하면서 너무 욕심내지 말고 페이스 유지하자고 다짐했다. 달리기에는 적당한 날씨에 코스도 무난해 반환점까지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아침에 버스 안에서 치자향기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7km까지는 숨이 차지 않도록 달리다가 2~3km 남겨 두고 속력을 내라.” 그러다가 “숨 넘어 가면 어떡해?” 혼자 생각했다. 반환점 돌아 서니 남편이 물을 챙겨 준다. 이제 5km 남았다 생각하니 “경대 2바퀴네. 가볍네.” 앞에서 경북대 병원 팀들이 가는데 7분 페이스로 간다고 같이 달리는 이가 이야기한다. 저 팀 따라 가다가 마지막에 조금 힘을 내면 70분내에는 골인하겠다 싶어 여유 있게 달린다. 든든한 이가 같이 달려 주어서인지 염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가벼웠다. 속력을 더 낼 까 하다가 8km이후가 겁이 났다. 8km 지점에서 스폰지로 입을 적시고 이제 "경대 한 바퀴“ 하며 달리는데 1km 남겨 두고 하롤드 형제님께서 멀리서 대가마 정장을 알아 보시고 엄청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치는데 정신이 번쩍 들며 힘이 난다. 조금 더 속력을 내니 다리는 빨리 나아가는데 심장이 요동을 치며 붙잡는다. 운동장 쪽으로 들어 서니 자매님들 응원 소리에 신이 난다. 첫 도전이라 칩을 어디서 체크하는 지도 모르고 똑같은 페이스로 골인한다. 카메라가 있는 줄 알았다면 폼이라도 멋지게 잡을 걸... 처음부터 겁을 먹고 여유 있게 달려서인지 더 달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10km를 완주했다는 생각에 억수로 기분이 좋다. 좌우명이 “하면 된다”이다. 그러나 약한 심장 때문에 마라톤만은 상당히 자신이 없었고 또 다른 이유는 황영조 선수나 이봉주 선수처럼 잘 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10월 중순쯤 어머니께서도 퇴원하셨고 멀게만 느껴졌던 10km 첫 도전도 나름대로는 양호한 기록(01:06:47)으로 완주했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
가입하고 4개월여 동안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사랑이신 하느님, 사랑하는 가족들(토달에 나가서 열심히 달리고 오라고 격려해 준 남편 야고보,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충분치 않을 텐데 바쁜 엄마를 위해 집안일을 도와주며 걱정해 준 딸 안젤라, “대가마 아줌마”하면서 은근히 잘 달리기를 바란 아들 안드레아), “나의 삶과 마라톤”으로 마라토너의 길을 걷게 해 주신 존경하는 지도 신부님, 목달, 토달, 홈페이지에서 많이 격려해 주시고 자극을 주신 대구가톨릭 마라톤 동호회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모든 분들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년 봄 하프를 꿈꾸며 이제부터 시작이야!
“달려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 홧팅~!!!
하하호호^^정영애 엘리사벳
첫댓글 2006년 6월 29일 대구가톨릭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그해 10월 29일 경주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완주한 참가수기입니다.
부끄...부끄~
아!! 대단하시네요. 항상 대충 읽는 습관땜에 '대가마'란 글을 보며
완주하신 분들을 위해 가마솥에 밥하나보다 라고 생각하는 먹보를 용서하세요.
그동안 카페에 눈팅도 잘 못했더니 오늘은 너무 기쁜 소식이네요...축하드려요!!
금요일 오전에 일주일 일정이 거의 마무리 되는 시간이라
오후는 주님의 날을 기다리며 기분이 좋아지는 때에
테오필라님께서 또 이렇게 웃음보가 터지게 합니다.
대가마란?
가마솥에 밥하다...호호
근데 어쩌면 맞는 표현일지도 몰라요.
달린 후엔 언제나 뒤풀이가 기다리고 있고
단체로 대회 참가시에도 한솥밥을 먹으니까요.
항상 웃음을 주시는 님...
복 많이 받으세용^^
추억은 아름답다...
신부님의 완주글을 올리며 예전에 쓴 글이 생각났어요.
어머나 대박!!!
수사모님이 달리기를 하신줄은 몰랐었네요.
그 바쁜 와중에....
새삼 요사이 천고마비 계절에 늘어나는 체중과 식욕 때문에 고민인데 정말 저도 정신 차려야 겠어요.
정말 내일은 비가 오든말든 땀나도록 운동을 할까봐요.
달리기가 즐거워 정신없이 달릴 때가 있었지요.
주위에서 슬림해진 비결...활기찬 비결을 물어왔지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지고 복음도 전할 수 있고...
마라톤의 대가 신부님께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멈추지 않으시지요.
실내 러닝머신으로 땀을 흘리시지요^^
근데요... 사실은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 저입니다.
땀흘리고 난 후의 뒤풀이와 친교의 시간~
@수사모 호호호, 원래 수학선생님을 좋아하면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좋지요, 뭐. 동기야 어떤든 수학도 잘하게 되고....건강도 챙기고...
어떨때 저도 문득..."예수님을 만나러 성당에 가야하는데,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러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경각심을 갖고 저에게 물을 때가 있답니다.
@양사비나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인데요.
그 과목을 좋아하려면 담당선생님부터 좋아하려고 장점만을 찾으려고 노력하라고...
숨어계신 예수님은 잘 보이지 않지만 강론속의 주님은 바로 곁에서 말씀하시지요.
수사모님의 마라톤 수기를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계속 파이팅 하시길요~~^^
감사합니다^^
이제사 사실이며 진실을 알았네요.^^~
이얘기들이 뭔말들인지 ? 누구의마라톤인지? ^^~
참 대단합니다..참 부럽고 . 씩씩한 내면에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열심히 사는 그대에게 축하를 ...덕분에.기분 상쾌해짐에.감사를..^^~~♡~~^^
감사합니다.
기다림이 있음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림을 기다리고 성탄을 기다리고 국내수도원순례를 기다리며
만사 주님께 봉헌하며 좀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