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曖昧)한 한자풀이
부고장을 쓴답시고 쓴 것이 "유유정정화화(柳柳井井花花)"여서 이게 뭐냐고 했더니
"버들버들(부들부들) 떨다가 우물우물하더니 꽃꽃(꼿꼿)이 죽었다"고
대답했다는 것은 본래 원저자가 누구인지 모를 희작시이나 어느 틈에
김삿갓의 일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유사한 글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세시(戒世詩 : 세상을 조심하고 주의하는 글)
세사웅웅사(世事熊熊思) 세상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비호호시(此非虎虎時) 이 범범한 때가 아니다.
인개궁궁거(人皆弓弓去) 남들은 모두 다 활활 가는데
아독시시래(我獨矢矢來) 나는 홀로 살살 오는도다.
심가화화수(心可花花守) 마음은 꼿꼿이 지킴이 옳고
언하초초위(言何草草爲) 말은 어찌 풀풀이 하랴,
아심봉봉전(我心蜂蜂戰) 내 마음은 벌벌 떨기만 하는데
세사죽죽위(世事竹竹爲) 세상일은 데데하기 그지없도다.
기죽기죽거(其竹其竹居) 그대로 그대로 살면
전로송송개(前路松松開) 앞길이 솔솔 열리리라.
※ 한문만으로 이 글을 읽으려 하면 결코 읽을 수 없습니다. 제대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웅웅(熊熊)을 곰곰으로, 호호(虎虎)를 범범으로, 궁궁(弓弓)을 활활로,
시시(矢矢)를 살살로,화화(花花)를 꽃꽃(꼿꼿)으로, 초초(草草)를 풀풀로,
봉봉(蜂蜂)을 벌벌로, 죽죽(竹竹)을 대대(데데)로, 송송(松松)을 솔솔로 읽는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유희가 아닐 수 없습니다.
熊-곰웅, 虎-범호, 弓-활궁, 矢-화살시, 花-꽃화, 草-풀초, 蜂-벌봉, 竹-대죽, 松-솔송
2. 재미있는글
입산조애갱(入山鳥艾羹) 산속에 들어가니 새가 쑥국하고, 애(艾:쑥애) 갱(羹:국갱)
관해어초병(觀海魚草餠) 바다를 보니 고기가 풀떡뛴다. 초(草:풀초) 병(餠:떡병)
조비화이월(鳥飛花二月) 새가 날으니 꽃이 한달한달 (한들한들,그래서 이월)
풍취엽팔푼(風吹葉八分) 바람이 부니 나뭇잎이 너푼너푼 (너불너불,그래서 팔푼)
- 서당에서 -
구식케케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동두뫼님, 마초진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웃기고 교묘한 글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간추려 봤습니다.
서당에서 배운 글이 더러 인터넷에 있었는데 정확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수정도 하고 묻기도 하고 했으니 한문의 심오함의 인식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첫댓글 감삿갓 시인의 한자를 이용한 양반들 놀려대는 문장은 유명하지요 한자만의 장점일 것입니다. 아무튼 형님도 대단하십니다.
웃음 많은 저는 오밤중에 한바탕 대소했습니다^^ 나는 홀로 살살 오는 도다. 제 게으름에 대한 책망으로 받습니다. 선생님의 번역도 고맙습니다.풍취엽팔분은 제겐 시적으로 와 닿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