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훨훨훨 >은 제목부터 흥미를 자아내는 곡입니다. 그래서 < 훨훨훨 >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 곡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훨훨훨 >은 본래 이영희 님이 2004년 발표한 음반의 타이틀 곡으로 수록됐던 곡이지요. 그러나 이영희 님은 건강상 더 이상 가수 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곡은 불교 방송 등에서 가끔 들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 훨훨훨 >은 2009년 리메이크곡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영희 님의 아들인 정무룡 님이 < 트로트의 민족 >이라는 프로에 출연하여 “어머니의 못 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뤄드리고 싶다”고 토로하며 < 훨훨훨 >을 열창하여 깊은 감동을 선사한 바 있지요.
< 훨훨훨 >의 원곡 가수인 이영희 님의 앨범
< 훨훨훨 >은 고려 후기에 활동했던 고승 나옹 선사 ( 懶翁 禪師 )의 < 청산가 >( 靑山歌 )를 소재로 만든 곡입니다. 나옹 선사는 중국에 건너가 인도 불교를 수학한 뒤 귀국하여 오대산. 용문산, 금강산 등지를 순회하며 고려 불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분입니다. 공민왕은 명망이 자자한 나옹 선사를 왕사에 봉합니다. 나옹 선사는 충청북도 단양군의 황정산(959m) 정상에 소재한 원통암(圓通庵)을 창건한 뒤 근처의 토굴에서 수행에 정진합니다. 원통암은 산 입구에서 가파른 길 1km를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험지로서,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여기 계시는 스님은 원통암을 극락이라 생각하고 있고, 존경하는 나옹 선사의 < 청산가 > 를 즐겨 읇조린다고 합니다.
< 청산가 >는 다음과 같습니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청산가 >가 태어난 충청북도 소재 황정산의 모습
나옹 선사는 원통암에서 수행하던 중 < 청산가 >를 지었습니다. 이 시에는 탁트인 산 정상에 펼쳐지는 푸른 산(청산), 푸른 하늘(창공)이 등장하지요. 푸른 산, 푸른 하늘은 불변하는 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산 아래에 펼쳐지는 인간 세상에서는 사랑, 미움, 성냄, 탐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장애를 주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3가지 번뇌라고 지목하고, 이들에서 벗어나야 해탈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나옹 선사는 이같은 것들을 티끌로 보고, 이 티끌을 씻어내야 도에 이를 수 있다고 호소합니다. 그에 나옹 선사는 < 청산가 >를 지어 미움, 성냄, 탐욕에서 벗어나서, 흘러가는 물처럼 순리대로 살라고 권유한 것 같습니다.
< 훨훨훨 >은 < 청산가 >의 본래 의미를 잘 살린 노래로 보입니다. 아울러 현대적 감각을 적절히 가미하여 운치있는 노래를 만든 것으로 여겨집니다.
< 훨훨훨 >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
사랑도 미움도 버려라 벗어라 훨훨훨
아 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2.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
탐욕도 성냄도 버려라 벗어라 훨훨훨
아 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 훨훨훨 >의 주제는 < 청산가 >와 같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미움, 성냄, 탐욕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지요. < 훨훨훨 >은 이같은 주제를 강조하고자 < 청산가 >의 3번째 연들, 즉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를 노래 맨 앞에 배치시킵니다. 그것도 모자라 중간에 이 구절을 다시 한번 반복시킵니다. 또 < 훨훨훨 >은 대중가요의 현대적 운율을 살리고자 < 청산가 >에 없는 ‘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을 추가로 집어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엄숙한 시가 활기찬 노래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 훨훨훨 >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훨훨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곡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훨훨이라는 용어 때문으로 보입니다. 훨훨은 사전적으로 보면 크게 여섯 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새가 하늘에서 높이 느릿느릿 크게 날개를 치며 시원스럽게 나는 자태, 둘째, 홀가분한 기분으로 다니는 모습, 셋째, 옷을 거침없이 벗어던지는 모습, 넷째,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는 광경, 다섯째, 부채 등으로 천천히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 여섯째, 물건을 시원스럽게 내던지는 모습입니다.
< 훨훨훨 >에 나오는 훨훨의 의미는 이 중에서 거추장한 옷을 거침없이 벗어던지는 모습을 뜻하지요. < 청산가 >의 ‘벗어놓고’가 < 훨훨훨 >에서는 ‘버려라 벗어라 훨훨’이라고 바뀌는 대목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이 곡에서 훨훨은 새가 날개짓하며 날아가는 자태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이 곡은 거추장한 짐을 벗어던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같은 상쾌함을 안겨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https://youtu.be/KgitJrGDV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