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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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고, 인간만이 가지는 욕망이 있다. 인간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앞이 보이는 않는 세계에 홀로 서 있다는 고독감과 무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언젠가는 내가 죽고 모든게 끝나버린다는 허무함에 빠지기도 한다.
인간은 이런 고독, 무력함, 허무함에서 벗어나 활기 있게 살기위해 다른 인간, 사물, 세계와 결합하고 싶어 한다. 인간은 이 세계가 단순히 생존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깊은 의미로 충만한 곳이기를 바란다. 이런 욕망은 인간에게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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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종교적인 욕망도 갖고 있다. 어떤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하고 헌신함으로써 불안감을 없애고 영원성을 가지려고 한다. 이 때문에 선전, 선동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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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욕망은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배고픔이나 성욕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사랑, 명예, 권력, 복수심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은 많다.
한국전쟁 직후에 사람들은 생활고에 허덕였지만 그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요즘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열등감, 무력감, 고독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식욕, 성욕만으로 인간의 욕망을 다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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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무력함을 이겨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사랑’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건 이기심일 뿐이다. 자신의 독립성, 자율성을 지키는 가운데 다른 사람, 모든 인류, 생명, 자연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이성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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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욕망이 갈등하는 것이 아니다.
이성적이고 생산적인 욕망과 비이성적이고 비생산적인 욕망이 내 안에서 싸우는 것이다.
욕망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욕망이 어떻게 분출되느냐가 문제다. 우리 인간은 욕망이 좋은 쪽으로 발현할 가능성과 그렇지 못할 가능성을 함께 갖고 있다. 욕망이 좋은 쪽으로 발현되면 사랑, 친절, 연대, 진리 탐구로 나타나지만, 욕망이 병적으로 발현되면 탐욕스러운 인간, 명예에 집착하거나 스토킹하는 인간, 심지어 광신자가 될 수도 있다. 알코올, 마약에 중독될 수도 있다.
욕망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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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의지를 부정하고 ‘무’로 돌아가는 것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했지만, 욕망 자체를 부정하고 세상에서 도피하는 것은 욕망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니다. 욕망을 제거하면 인간의 창조력은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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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을 뿐, 천성적으로 선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다. 욕망이 좋게 실현되면 사람들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도 있고, 욕망을 잘못 추구하면 탐욕과 권력에 취해 사람을 괴롭히고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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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욕망을 이성적이고 생산적으로 실현해야 하며,
이를 도와주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 박찬국 외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요약
욕망이 반드시 고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짐멜의 입장과 비슷한데,
욕망 자체가 나쁜게 아니고,
욕망이 어떻게 분출되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에리히 프롬은 욕망의 사회성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