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근(이하 송) 저는 송경근이고, 이쪽부터 조민수, 박승원, 강선일 이렇게 4명이 다 친굽니다.
한스타일(이하 한) 97년도에 결성되었으니, 벌써 십년이 넘었습니다. 멤버 소개글을 미리 찾아보니까 다들 같은 학교 출신이던데……결성할 때 이야기부터 좀 해주시죠.
송 97년에 다들 복학을 했는데 학교 정기연주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새로운 창작곡을 올리는 기회가 있었는데 ‘공명’이라는 제목의 타악 연주곡을 만들어서 연주를 했지요. 그게 아예 팀 이름이 돼서 ‘공명’이라는 팀을 결성한거죠. 처음에는 6명이었는데, 저희 3명(송경근, 조민수 박승원)만 변동이 없고 나머지 멤버들은 조금씩 변동이 있다가 2002년에 여기 선일씨를 영입하고 나서 지금의 4인조로 고정이 됐습니다. 선일씨는 ‘노름마치’라는 사물놀이 단체에서 활동을 하다가 어차피 다 같이 친구들이니까 같이 한번 잘해보자, 해서 같이 하게 됐죠. 작년이 10년인가? 올해가 십년인가? (멤버 중 한명이 작년이 10년이라고 말해주자) 응, 그렇게 작년에 10주년이 되어서 기념공연도 하고 그랬습니다.
두 명 정도만 나올 것이라는 기획사 직원의 말과 달리 모든 멤버가 자리한 탓에 누구한테 질문을 해야 할 지 누구한테 집중을 해야 할 지 도통 판단이 서질 않았다. 당황하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인 듯 질문을 던지면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답이 돌아오는 과정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언젠가 동네 공원에 찾아온 ‘공명’의 공연을 우연히 봤던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면서 당신들 팬이라며, 어떻게든 이 어색함과 산만함을 극복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그리 성공적이진 않은 듯 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럴 땐, 되든 말든 질문공세를 퍼부어 보는 수밖에.
한 전통악기만을 사용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서 퓨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겠지만, 현대적인 악기나 멜로디를 어떤 식으로 접목하고 현대적인 것들과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멤버 모두 알기 쉽게라……
‘알기 쉽게’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오히려 그 말이 부담스러웠는지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송 질문은 어려운데 답은 편하게 하라니……난감하네요.
어색한 웃음, 그리고 침묵. 좀 더 풀어 설명해도 답은 나오지 않고, 차라리 다른 질문을 던져볼까 싶은데……
강선일(이하 강) 우선 전달을 해줘야 되잖아요. 우리도 전통음악이 좋아요. 근데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거든요. 전달하려는 우리도 부담스럽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우기는 걸로 밖에 안 들릴텐데……그냥 받아들이세요, 그러면 우습잖아요. 그래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과정에서 현대적인 것을 가미하다보니까 차츰 자연스럽게 접목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사실은 순수 전통적인 것만으로 전달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거지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 전통적인 문화가 많이 살아있는 상태라면 전달이 쉬웠을텐데 지금은 서양적인 것이 지배적이다 보니까 쉽지가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비록 서양적인 것들을 수용하고 함께 조화를 시켜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것을 전달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난기 가득한 악동 같은 이미지의 강선일씨가 첫인상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투로 설명을 해주었다. 어렵게 답이 돌아온 만큼 마음이 급했다. 리듬이 끊기기 전에 어서 다음 질문, 다음 질문.
한 그렇다면 팀 결성 초기부터 그렇게 컨셉을 잡고 시작을 하셨던 건가요?
송 처음부터 기존에 있는 순수 전통음악을 재연할 생각은 별로 없었구요. 창작음악을 하려고 한거죠. 아무래도 창작음악에 대한 욕구가 강했으니까요. 꼭 돈이 되지 않더라도 창작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가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지요. (멤버들이 반응이 없자) 나만 그런가?
조민수 (이하 조) 맞아 그랬었지.
송 야, 그랬었지라고 그러니까 웃기잖아. 그럼 지금은?
웃음. 큰, 웃음. 비로소 4명의 멤버들이 모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그럼 그렇게 현대적인 부분을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전통악기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즉 전통악기라서 좋은 점이 있고 전통악기라서 불편한 점이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좀 쉽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지금껏 대화를 주도했던 송경근씨가 질문을 잘 못 들었다며 슬그머니 발을 뺏다. 잠시 질문의 요지에 대한 설왕설래.
조 어려운 점이 있었었죠.
송 별로 안 어려웠는데?
잠시의 농담과 웃음. 어설픈 질문이 오히려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다니.
삐질, 땀을 흘리면서도 최대한 크게 웃음 맞장구
송 일단은요, 국악기는 악기를 하나만 다루는 것도 굉장히 어렵거든요. 말로써 설명 안 되는,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 많은 수련을 해야 하는 그런 걸 느꼈거든요. 왜냐하면 국악기는 자연에서 찾아낸 소리이기 때문에 서양악기와 틀리게 과학화나 규격화 된 게 아니거든요. 그럼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그 소리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데……왜 득음이라고 하죠? 한마디로 하자면 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국악기예요.
근데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려면 소리를 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주를 잘 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일단은 이 악기, 저 악기 다 잘해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서 연주를 시작한 게 아니라, 어떤 모티브가 있으면 계속 연주를 해보면서 여기 이 부분엔 이 악기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결정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부족하지만 그 악기 연습을 해서 자신만의 연주법을 터득을 하는 거죠. 그렇게 곡이 계속 변형이 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곡이 만들어졌던 거예요.
4명이서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데 4명이 그걸 다 연주할 순 없으니까, 이 부분에서 누가 연주를 해줬으면 좋겠는데……손이 모자라니까 그게 어려웠던 거죠……그렇지만 그 어려웠던 점이 오히려……
박 딴 얘긴거 같은데……
송 이거 아니야? 장단점 얘기하라며?
강 그걸 물어본 게 아닌데……현대악기와 전통악기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물어보신 거잖아.
조 포괄적으로는 다 맞는 얘기지 뭐.
송 아아, 악기를 일부러 억지로 접목시키고 그러는 건 아니예요. 전공한 악기는 전통악기니까요. 그러나 저희들도 그렇고 대중들도 그렇고 익숙하고 쉬운 것은 서양악기니까……표현하는 과정에서 차용을 하게 되는 것이고 곡을 만들고 연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부분에서는 서양약기가 더 맞고 전달이 더 잘되겠다 싶으면 그 악기를 사용하는 것뿐이죠.
개인적인 욕심은 여전히 전통악기로만 하고 싶은데, 말씀드렸듯이 손과 발이 모자라니까, 혼자서 장구 치면서 가야금 연주하고 그럴 순 없잖아요. 국악기는 그만큼 연주가 어려우니까요.
순수한 감정 표현에서는 국악기가 훨씬 편하고 좋아요. 전달하고 받아들이게 하는데는 서양악기가 편한 점이 또 있구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목시키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음색 조화로운 음색을 찾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죠.
한 특별히 퓨전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시나봐요?
송 사람들이 편리하게 퓨전이라고 나누어 버리니까 그렇게 불리게 된 것 같은데……저희는 특별히 장르를 생각하진 않아요. 그 당시에는 월드뮤직이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지금은 월드뮤직이라는 장르가 확고해졌으니까……저희 음악을 굳이 규정해아 한다면 아무래도 월드뮤직 쪽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멤버들을 둘러보며) 왜 자꾸 저한테만 물어보세요. 이제 저쪽 보고 좀 질문해주세요.
한 (저쪽을 보며) 음악을 직접 들어보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편하고 느리게 시작을 하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굉장히 강해지면서 대단한 힘이 느껴지더라구요. 이것이 한곡 한곡의 분위기 차이가 아니라 한곡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화, 즉 한곡 안에서의 기승전결이 그러한 것 같은데 이것이 이 부분에서는 피리, 이 부분에서는 장구를 쓰니까, 처럼 단순한 악기의 차이라기보다는 곡 자체를 만드실 때나 연주를 하실 때 안배를 하시고 변형을 이루는 것 같은데……
이러한 부분들이 국악 자체의 특징일 수도 있고, 공명이라는 팀 자체의 특징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좀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 또 잠시의 침묵과 어이없다는 표정의 웃음들.
박 근데……대체 이 질문들은 누가 준비하신 거예요?
그러게 말이다. 대체 왜 이런 질문을 준비한 걸까.
박 (웃으며) 오해는 마세요. 굉장히 공감가고 예리한 질문이라서 여쭤 본 겁니다.
강 맞아. 송곳 같고 바늘 같은 질문이지.
빈 말인지는 몰라도, 순간 진지해지는 멤버들의 얼굴을 보니 다행히도 비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돌아올 답이 기대되는 순간.
박 매번 우리 음악의 불만은 뭐냐면, 아니 불만까진 아니고 공연상의 아쉬움은 뭐나면 처음에 인트로가 느리게 시작됐다가 중간에 세졌다가 나중에 폭발하고 그렇게 전개가 한번 싸악 올라갔다가 끝나는 음악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곡들마다 음악의 형태가 닮아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음악을 구성해놓고 시작하지 않고, 모든 멤버들이 다 같이 반복해서 연습하다가 보태고 보태서 어느 지점까지 끌어올리다가 멈추는 느낌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많아서 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줄곧 그런 식으로 작업해왔던 것들이 어느새 우리만의 방식으로 굳어져서 모든 곳에서 그렇게 반복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한 곡을 연주하다보면 멤버들 중에 쉬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내 부분이 끝나면 얼른 또 다른 악기를 써서라도 바로 받쳐주고 그러다보니까 숨 쉴 틈 조차 없을 때가 많은거죠. 한곡 안에서 워낙 가파르게 몰아치듯 연주가 계속되다보니까, 그럴 수밖에요.
그래서 콘서트 할 때는 이러한 음악적 스타일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관객들은 계속 신나게 달려주길 원하는데, 한곡이 끝나고 새로운 곡이 시작되면 앞 곡에서 어렵게 올려놓은 걸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니까.
곡 자체로써는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공연에서는 계속 흥을 돋구어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봐야 하지 않은가 라는 고민이 계속 들더라구요.
말을 마친 박승원씨 뿐 아니라 멤버들 모두 진심으로 고민이 되는 부분인 듯 했다. 아무래도 방에 앉아서 감상하는 음악이 아닌,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고 관객들과 함께 숨 쉬며 소통하는 음악이다 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가만, 그러고 보니 활동한 지 10년인데 고작 음반이 3장 뿐이다. 너무 공연만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음반도 좀 더 자주내고 텔레비전에도 출연하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 우리가 생각하는 거랑 밖에서 보는 거랑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대중화를 위해 힘쓴다는 생각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거나 그러지 못하니까 대중적인 방향에서 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안한 것처럼 보이나 봐요. 더 자주 더 큰 곳에서 공연도 많이 하고 앨범도 더 자주내서 사람들이 좀 더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은 물론 있습니다.
한 그럼 일 년을 기준으로 공연을 얼마나 자주 하시는 거죠?
송 단독 콘서트는 일년에 5~6회, 두 달에 한번 꼴이고……작은 공연들은 셀수가 없을 정도죠.
박 작년 같은 경우는 해외콘서트가 많아서 콘서트 횟수만 10번 가까이 됐었죠. 지방공연이나 초청공연들이 워낙 많아서 일 년 내내 공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죠. 그래서 음악을 만들 시간도 별로 없고 연습을 자주 할 시간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한 앨범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3집이 나온 거잖아요. 근데도 오프라인에서 앨범을 구하기가 쉽지 않던데요.
멤버들은 나온 지 얼마 안 된 앨범을 찾기 어렵다는 말에 당황한 듯 했다. 아무래도 기획사(공명엔터테인먼트)가 따로 있다 보니 유통과 수익에 관련된 부분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디서 팔고 있느냐며, 왜 유통구조를 넓힐 수 없는지에 대해서 잠시 의견을 나누는 멤버들.
역시 음반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량생산 대량유통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음반을 자주 발매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국악 쪽에서는 그 지명도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공명’이 이 정도니 다른 국악인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리라.
송 텔레비전 같은 경우에도 얼굴을 비출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한정되다 보니까 초창기에는 그래도 출연을 했었는데, 나가봤자 계속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하니까 나중에는 잘 안 나가게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우리가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웃으며) 물론 불러주지도 않겠지만요.
한 외국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한국에서와 외국에서의 반응이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외국에서 공연하면, 반응이 나쁜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좋아해주시고, 극소수지만 팬도 생기고. 대중적이어서 막 빨려드는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독특한 매력을 느끼긴 하는 거 같아요.
근데 외국인들에게 퓨전이라는 것이 얼마만큼 이해가 될지 모르겠어요. 서양적인 악기활용과 믹스가 새롭기 때문에 이해하는거지, 연주력이나 연주방식이나 그런 것에 초점을 두고 보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러니까 창작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고 좋아해주는 거구나. 독특한 연주행위나 퍼포먼스를 보고 좋아해주는구나.
그랬을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창작음악을 만들어 가는 건데, 한국적 음악형식에 바탕을 두고 팀원들이 함께 협력해서 연주하는 게, 즉 개인 연주자의 능력이 발산되는 재즈와는 다르게 그냥 공동으로 하나의 느낌을 가져가면서 극적인 전개를 가지고 어느 부분에서 폭발을 하고 그러는 느낌들이 외국인들이 저희 음악을 감상하는 포인트 인거 같아요. 그래서 그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서 외국 사람들과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려면 새로운 악기를 개발하거나 그런 것들이 무대 안에서 새로운 공연형식으로 발현되면서 ‘공명’이라는 이름으로 구별된 공연형식과 음악을 완성했을 때 국내외에서 모두 보편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인거 같아요.
후배들이나 다른 국악하시는 분들 보면 한국에서는 퓨전요소를 부각시키고 외국에서는 전통적인 걸 더 추가해서 독특함을 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국내나 국외나 똑같은 형식으로 공연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만의 색깔로 승부를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의무인거 같아요.
한국에서는 퓨전하고 외국에서는 전통음악을 하는 것은 너무 편의적이고 진정한 국악의 세계화에 오히려 방해가 될 거 같아요. 당장은 힘들더라도, 보여주고 싶은 색깔에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여서 외국에 나가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꼭 서양악기 전통악기 구분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악기들 중 어떻게 어떤 악기를 써야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잘 전달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음악을 만들어서 들려주는 것이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인거 같아요.
또 만담이 시작되었다. 질문이 그게 아니다, 왜 또 이상한 답변만 하느냐, 내가 질문과 좀 다른 대답일지도 모른다고 미리 얘기했잖아, 이러다간 인터뷰 안 실린다, 산업화와 세계화에 대해서 물었는데 왜 딴 소리냐, 산업화? 산업화가 뭔데? 산업화도 모르냐? 넌 알아? 그럼 니가 대답하면 되겠네.
강 많은 뒷받침을 해주면 돼요. 민간차원에서는 힘들고 국가차원에서 해주셔야 돼요. 작년에 미국에 공연을 갔었는데 한 분께서 중국이나 일본에는 관심이 많은데 한국은 전혀 홍보도 안 되고 잘 모른다는 거지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경극으로 하는 오페라가 있는데 홍보도 많이 되고 관심도 많아요. 일본도 미술, 특히 원색의 화려하고 일본무사들도 나오는 일본의 색이나 선들이 잘 살아있는 전시를 많이 하고 외국인들도 관심이 많죠,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문화적으로 뒤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잘 모르니까, 존재 자체를 모르니까 한국문화를 산업화 하는 게 어려울 수 밖에 없죠.
한국도 그런 상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포장하고 지원해줘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들어주어야지요. <난타>나 <점프>가 그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한국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명성왕후> 같은 경우에도 가능성은 있었지만, 성황리에 끝났다는 미국 공연 같은 경우에도 그 실상은 우리 한국교민들이 관객의 대부분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것 말고 진정으로 마음이 동해서 찾아오는 상품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 한국문화가 짬뽕문화라, (우리 음악도 물론 그렇지만) 그래서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차라리 백남준 선생님처럼 그렇게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인거 같기도 하구요.
이쯤에서 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다른 멤버들. 잘 나가다가 왜 또 이상한 방향으로 가느냐, 우리 문화가 짬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전통음악만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현대음악을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러지, 됐어 됐어, 내가 정리한다.
송 사실 외국 공연이라는 것이 교민들을 위한 공연이 많았어요. 이런 공연은 진정한 세계화라고 하기 힘들죠.
우리가 최근에 힘들게 외국공연을 하면서 의미를 찾아 가는 것이 아트마켓이라는게 있어요. 세계 각국에서 문화상품을 가져와서 판매도 하고 구입도 하고 그러는 거죠. 그래서 그런 식으로 몇 군데 아트마켓에 참여를 했어요. 출신 나라를 떠나서 우리 음악의 독창성만으로 평가를 받는 거잖아요. 그게 바로 개런티인거 같아요.
그래서 지난번에는, 물론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당당하게 개런티를 받고 호주 시드니 페스티벌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뿐이 아니라 다른 팀들도 해외에 나갈 때는 정당하게 개런티를 받고 나가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예를 들면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라는 공연이 한번 진행이 되려면 300명의 인력이 움직인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사실 연주하는 인원보다 기획하고 지원해주는 인력이 몇 배는 되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안 되니까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아트마켓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오면 국내에서 잘 연계가 돼서 해외루트가 개척이 되고 그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강 문화홍보 라는 것이 외국에 알리는데 굉장히 소극적인 것 같아요.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홍보해서 동양을 알려면 한국을 알아야 한다, 한국을 봐야한다고 해야 하는데……뭔지를 모르니까 그전부터 한국을 알던 사람들만 와서 보고 마는 거죠.
송 이제 그러한 노력들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긴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거 같아요.
이렇게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으면서 아까는 어떻게들 참고 있었는지. 마지막으로 후배들에 대해 물었다. 잘 나가는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나갈 수 있는지를. 북 치고 장구 치고 그것도 모자라 기타까지 치는 선배, ‘공명’처럼.
박 염려가 되는 것은 퓨전이라는 시장, 예전에는 퓨전 이라는 게 거리에서나 가게에서 듣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대중가요나 사극 드라마에서 많이 혼합되고 사용되면서 시장이 넓어진 건 사실이예요.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고 즐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한국시장과 세계시장에 접근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다른 점이 있잖아요.
힘들게 만들어 가기 보다는 어떤 작곡가가 만들어서 곡을 주면 마치 아이돌 가수처럼 연주만 하고 노래만 하는 팀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지속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벤트성 공연이라던지, 행사들을 쫓아다니다보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기 십상입니다.
팀으로써의 색깔을 가지기 보다는 누군가가 기획하고 만들어주는 것에 휩쓸려서 가다보면 정말로 흘러가야 하는 물로 흘러가지 않고 잠깐 산업화의 한복판에서 반짝 하고는 사라질까봐 걱정스러운 거예요.
자신들이 갖고 싶은 색깔을 갖도록 꾸준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공연, 행사에만 집착하지 말고……오래도록 중심 잃지 말고 우리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진정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 말이예요.
첫댓글 공명이 이렇게 탄생되었군요? 아직도 젊은 총각들처럼 보이는데.. 그 대금 불던 오빠는 이름이 뭘까요? ㅎㅎ
'송경근' 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