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찾은, 대전 중구 침산동 만성교(萬姓橋)를 건너 위치한 뿌리공원은 우리 민족 전통의 효(孝) 사상을 고취하고 뿌리를 찾는 산 교육장으로, 1997년 대전광역시 중구에서 조성한 전국 유일의 ‘효 테마 공원’이다. 10여 만㎡ 부지 위에 족보박물관과 성씨 조형물이 총 244기가 설치되어 있다.
해평길(吉)씨 조형물 번호 35번은 길홍랑 조각가의 작품이다. 고구려에 정착한 8학사의 역사성과 길씨 가문의 상징인 가문(家紋) 가헌(家憲) 종규(宗規) 가범(家範) 가훈(家訓)의 뜻과 고려 충신 길재(吉再) 선생의 불사이군 충의정신 삼은과 도학사림파 비조로서 선비정신의 등불로 후세 영원불멸의 사표를 상징했다.
길(吉)씨의 먼 조상인 길당(吉塘)공은 당나라에서 초빙된 8학사 한 분으로 당나라에서 열경 벼슬을 지낸 후, 경상도 선산 해평백을 제수받고 정당문학 벼슬과 문정공 시호를 받아 본관을 해평으로 삼았다. 그 후 사적이 소실되어 족보상 시조는 성균 생원 길시우(吉時遇) 공이 되고, 증손자 야은 길재(吉再) 선생이 중시조가 되어 항렬이 밝혀지고 있다.
야은은 고려말 선산에서 태어나 학덕을 도야한 후 벼슬길에 나섰다. 나라의 운명이 기울자 불사이군의 정신으로 부귀공명을 마다하고 고향 금호산에 돌아와 곧은 선비의 길을 걸었다. 후학들이 그 학행을 흠모하여 사림파의 형성을 보게 되고, 조선 도학의 적통을 이은 사림의 비조로서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와 같은 훌륭한 학자들이 도학의 학통을 확립하게 되었다.
선생의 충의는 세종원년(1419) 67세로 돌아가신 전후부터 숭모 현창되었다. 세종대왕은 삼강행실도, 용비어천가 등에 올려 신자(臣子)의 귀감을 삼았으며, 중종 이후 포은과 함께 나라에서 묘지수호 제사를 계속하고, 숙종 어필시 등 역대왕의 찬시와 각가지 자손 후대의 은전이 베풀어졌다.
포은, 목은과 더불어 조선유교사회 전통적 삼은으로 상징화되고 서원과 삼은각, 백세청풍비, 지주중류비 등이 세워져 영원한 정신적 지주로서 추앙되고 있다. ‘고려 5백년 교화와 조선조 억만년 강상의 근본이 한 몸에 터 잡힌’ 야은선생의 유학사상 위상은 높고 컸다. 23,000여 명 후손들은 높은 기상을 이어받아 권력이나 재물을 탐하지 말며, 의로움으로 선조들의 은덕에 보답할지어다. <구항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