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시 :
사람이 산다는 것은 (4편)
1) 애환의 교향곡
즐거운 웃음소리 거친 숨소리
그 속에선 또한 아이들의 지껄임
찬찬히 음미하면 교항곡처럼 들린다
큰 딸 아이 고자질
-아빠, 은별이가 내 연필을 또 가져갔어요.
-은별이, 너 정말... 언니 연필 또 가져갔니?
유치원 낮은 반 작은 딸애는
막무가내 떼쓰고 울음 터뜨리고
또다시 시끄러워진 이 시간
아침 출근 시간
우리 집은 늘 그랬었다
그때는,
그 날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내는 두 딸의 엄마가 되고
나도 그렇게 아빠가 되고
철없는 젊은 부부 꾸며 가는 우리 집은
애환의 교향곡 창작실이었다.
2) 로산의 쓴 물
내가 처음 만난 한국인 사장님
-한국엔 음... 고객이 왕 이다!라는 말이 있어.
그때서야 흔들리던 마음 다 잡고
한국으로 가 길 결심하는데...
솔직한 정성과 노력을 바쳐
얻는 만큼 만족하며 욕심 없이 살리라
나는 그 곳으로 가야만 한다.
일 년 반 쯤 지난 어느 날
그들은 한 밤에 야반도주 했고
중국의 공안들이 회사에 들이 닥쳐
도망자들 찾으며 야단 법석
깜짝 놀랐다
하-아, 그들을 통해 한국을 그렸었고
가야만 한다고 그 곳으로
나 홀로 아픔을 참고 견뎠었는데
그런 그들이 한 밤 중에 야반도주라니...
아 하, 로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청도의 유명한 맥주 맛이라지만
로산의 물맛은 단 맛과 쓴 맛
이 두 맛이 어우러져 쓴 맛이 더했다.
3) 피할 수 없는 여정
사람이 정말 더 무섭다
지도 위에 표식도 없는
그 곳에 내가 있다 아니 가고 있다
힘겹게 걷고 있다
한 아름도 넘고 사오십 미터도 더 돼 뵈는
대나무들 빼곡하고, 쓰러져 있기도 하고
처음 보는 온갖 넝쿨들을 헤치고
가시밭길을 헤매며
나는 홀로 가고 있다
그 곳을 향해
목숨까지도 걸어놓고
그 먼 곳을 향해
사람이 정말 더 무섭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공황 속에서
발길질에 채이고 또 넘어지고
가슴과 온 몸 통이 짓밟히고 찢겨져도
참는다 참는다
참을 수밖에 없다
그 험난한 여정 위에 한 나그네
물결 세찬 메콩 강도 단숨에 건너뛴다
무서운 국경의 지뢰밭도 용케 빠져간다
사람이 정말 더 무섭다
그렇게 어디로
자꾸만 어디로
4) 꿈속의 환상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고
들리기도 하고 들리지 않기도 하고
나는 매일 낮과 밤 힘들다
아내와 딸들 생각
그 앞엔 변명조차 허락 받지 못했다
-아빠, 그 곳은 정말 살기가 좋아요?
-아빠, 언니랑 나.. 처녀가 됐어요!
-그래, 알구 말구... 내가 왜 모르겠니.
헌데 딱히 할 말이 없다
가진 것이 없다
모든 것 다 잃고 다 빼앗기고....
그렇게 표현해도 무방하다면 말이다.
나는 이렇게 꿈속의 환상과 매일 다투는데
현실에선
사랑이 굶어 죽었나 생이별 했나
메말라 갈라터진 저수지 바닥처럼
상처 자국 흉물스러운 내 모습
안쓰러운 그 사랑 너무나 슬프다
그래서 사랑이 도리어 불쌍하다
아, 그런 나의 아픈 행복이여!
2013. 4. 15.
* 이 담시는 남달리 궁금한 것이 많은 깨시오님, JH1051님, 그리고 공개 방송 때 뵐 수 없는 꽃다님을 위해 올립니다.
어제 저의 수필을 읽으시고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우선 먼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어제 댓 글 중에 "그 영화 제목이 뭐예요?"(깨시오님)에 드리는 대답입니다.
그때 영화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시도 보여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이미 투자자가 나선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내용 보충? 아님 수정 작업? 같은 것을 부탁했습니다.
제가 출연한 연극의 여배우 한 명이 이미 캐스팅되였었는데 그 친구가 저를 감독님께 알렸다네요.
우리 단편영화는 제목이 "은아" 였습니다.
2017년 여름,
국내에서 서너 번 상영 되였었는데 그 중 한번이 "제17회 인천여성영화제" 였습니다.
당시 영화제 주제가 바로 디아스포라였습니다.
국내 상영은 그렇게 이념적인(?) 색채에 휘말리지 않을 만한 곳에서만 상영 된 듯 싶습니다.
이 담시도 읽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첫댓글 여기가 어딘지 어둠속에서 그저 별만 바라보며 가시덤불을 헤쳐갔을 스포라님....가슴이 아려옵니다.
꿈속의 환상과 다툰다는 내용을 반의반도 이해 못하지만 아픔만은 알 것 같습니다.
가능한 밥 많이 먹고 우리 더 열심히 삽시다.
넵! 씩씩하게 ... ㅎㅎ
어제 디아스포라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제 친구에게도 읽게해줬습니다.(참고로 카페회원) 글중 젊은이와의 소통이 기성시대의 책무라는 부분이 느끼는 바가 크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아이~ 고, 고맙습니다.
글을 읽으며 먹먹해진 가슴을 한참 쓸어내립니다. 디아스포라님의 아픈 행복에 가만히 마음으로 손잡아드립니다.
제가 공개 방송 뒷풀이에서 얘기하면 꿏다지님은 못 듣잖아요.
제 맘 아시죠? ㅋㅋ
@디아스포라 뒷풀이 참석 가능하시다는 말씀?~
@깨시오 하이 ~고, 이 촉 좀 보소.
어렵구요, 그렇단 말입니다요. ㅎㅎ
@디아스포라 ㅎㅎㅎㅎㅎ알겠어요
@디아스포라 작품이 뼈가 저립니다
님의 글을 보면 나중에 잘 엮으면 좋은 대서사시로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늦게 들어와 보니 좋은 글들이 많이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여기서 만큼은 제가 침 흘리는 어린 아이가 되겠습니다.
헤헤~~
예쁜 누나면 좋겠당!
이별,,,,낯선이들과 낯선 곳의 삶...그리고 그리움...
힘내세유...
아닌데 ... 나한테는 와이퍼를 척척 갈아 넣는 난이양이라는 여친이 있어요~~! 절 뭘루 보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