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있어야 부자(富者)일까. 이게 궁금하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최근 모 방송에선 부자에 대한 미국인과 한국인 간의 차이를 소개했습니다. 미국인들 생각으론 빚을 빼고 남는 순자산이 220만 달러, 우리 돈 28억 원 정도면 부자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부유하다고 느끼는 기준은 이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증권사 찰스 슈왑이 지난 3월 21세 이상 성인 1천200명 대상으로 물어봤을 땐 부동산을 뺀 금융자산이 평균 56만 달러, 즉 7억 원이면 부자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엔 나중에 받을 퇴직금도 포함됐는데, 미국인들은 퇴직금을 스스로 관리해서 지금까지 얼마나 쌓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 돈까지 포함해서 대답한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엔 어떨까요? 최근 금융자산이 10억 원 넘는 ‘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들은 100억 원 이상은 있어야 부자라고 했습니다. 물론 미국과는 표본이 다릅니다. 이보다 앞서 2020년 잡코리아가 2천20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한 게 있는데, 46억 정도의 자산이 있어야 부자라고 했습니다. 이때는 자산과 순자산을 딱 구분하지 않았는데, 자산이라고 하면 빚을 제외한 순자산을 생각하게 되니 적어도 미국인보다 부자에 대한 기준이 더 높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1인당 소득과 구매력을 고려한 비교했을 때, 미국인들은 평균 43% 정도를 더 법니다. 그런데 부자의 기준은 우리가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나 정도면 부유한 편이라고 응답했던 미국과 달리 우리는 1.1%만이 스스로 부유층이라고 답했습니다. 60% 정도는 자신이 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통계는 어떨까요? 상위 10%를 부자의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작년도 우리나라 통계청 집계를 기준으로 가구당 순자산이 약 11억 원이고, 미국인 상위 10%의 순자산은 연방준비제도 집계로 가구당 122만 달러, 우리 돈 16억 원 정도이니 두 나라 국민의 소득 격차와 대략 일치합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부자의 기준이 더 높을까요? 이유가 많겠지만,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너무 높고 그 가격이 불안정하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 사람들의 자산은 7대 3 정도로 금융자산이 더 많은데, 우리는 80% 정도가 부동산입니다. 깔고 앉은 부동산값이 불안정하고 현금화가 쉽지 않으니 안전한 재산이 아닌 겁니다.
그러면 아파트는 자산일까, 부채일까. 현금흐름(cash flow)으로 보면, 미국이건 한국이건 부동산은 자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집을 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걸 보유한 이유로 세금을 냅니다. 내 지갑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 자산인데, 집은 사는 순간부터 지갑에서 돈을 빼갑니다. 아파트가 때론 투자의 대상이 되고 회계적으로는 자산이지만 실제론 부채가 맞습니다. 아래의 왼쪽 그림처럼 자산으로 수입을 만들어내는 게 바람직한 현금흐름인데, 오른쪽 그림처럼 자동차나 아파트는 보유하는 순간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면 이건 부채의 현금흐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