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루카11,20)
'손가락'에 해당하는 '닥튈로'(daktylo; the finger)인데, '하느님의 손가락'은 하느님 자신을 가리키는 구약적 표현이며(탈출8,19; 31,8; 신명9,10), 특히 하느님의 능력을 의미한다(시편8,4).
그러나 하느님의 능력을 표시하기 위해서 더 흔하게 '하느님의 손'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탈출7,4.5; 9,3).
루카 복음 11장 20절과 병행되는 마태오 복음 12장 28절에는 '하느님의 영'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루카3,22; 4,1.18참조).
구약의 표현에 있어서 '하느님의 손'과 '하느님의 영'이 의미상 거의 동일하게 사용되었음을 볼 때(1역대28,12), 루카와 마태오 복음사가는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미 ~와 있는 것이다'로 번역된 '엡타센'(ephthasen; has come)은 '도달하다', '앞서오다'는 뜻이 있는 '프타노'(phthano)의 부정과거형이다.
따라서 이것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마귀들을 쫓아내는 그 시점에 이미 하느님의 권세가 사탄의 권세를 물리쳤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사탄의 지배 아래 있는 세상(에페2,2) 가운데 하느님의 지배가 시작되었음을 증거해 주는 것이라면, 여기서 종말론적인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성취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석이 기능한 또하나의 이유는 '너희에게'에 해당하는 '에프 휘마스'(eph' hymas; to you)라는 표현이 미래의 청중이 아니라 지금 예수님 앞에 있는 군중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신 사건은 단순한 구마 기적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종말론적인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된 상징적 사건 중의 하나이다.
p.s.
영은 영이 알아보죠.
복음 안에서 마귀가 예수님께 당신의 하느님의 거룩한 아들이시라고
마치 신앙을 고백하듯 말하는 대목이 있고, 또한 마귀들이 쫓겨나기 싫어서
예수님께 왜 우리를 간섭하느냐?고 말하는 구절들이 나오죠.
미켈란제로의 '천지창조'의 그림에 나오는 '하느님의 손가락'이 떠오릅니다.
'빛이 생겨라'~하시는 한 말씀에 빛이 생기는 그 분의 그 손가락 말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손가락' 즉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죄로 말미암아 사람에게 들어온 마귀들을 쫓아내심으로 구원을 위해
인간을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임언기 신부님 복음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