仲父諱日憶從弟周範駿基鼎基時在咸北(중부(휘 일억) 사촌동생 주범(준기), 정기(그 당시 함북 거주))
天涯地角兩遲音 / 아득히 멀리 떨어져 서로 소식이 뜸하니,
每歲今宵永慕深 / 해마다 오늘 밤은 늦도록 그리움 깊어지네.
眉睫森森長在目 / 눈썹과 눈이 빽빽하게 긴 것을 보니,
儀容歷歷矧關心 / 용모로 보아 분명하고 잇몸이 마음을 끄는구나.
風霜異域君應老 / 낯선 지역 고생으로 그대는 당연히 늙었는데,
花竹平川我獨棲 / 화죽(花竹) 있는 평천(平川)에 나 홀로 사는구나.
那日同叅具奠酌 / 언제나 함께 참여하여 제사를 지낼까,
看雲回首淚難禁 / 고개 돌려 구름 보며 눈물을 그치기 어렵구나.
* 천애지각(天涯地角): 하늘 끝과 땅의 귀퉁이의 뜻으로,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음을 말함.
* 지음(遲音): 소식이 늦다.
* 미첩(眉睫): 눈썹과 눈.
* 의용(儀容): 용모로 헤아려 봄.
* 신(矧): 잇몸.
* 전작(奠酌): 제사지내다.
除夕(제석)
殘燈守歲坐還剪 / 희미한 등불로 그믐밤 지새며 둘러 앉아,
夜寂寒窓淡掃埃 / 고요한 밤 쓸쓸한 창 먼지를 깨끗이 하네.
栢葉酒傾忘歲去 / 백엽주(栢葉酒) 기울려 가는 세월을 잊고,
椒花頌獻覺春來 / 초화송(椒花頌) 바쳐 오는 봄을 깨닫는구나.
知應鷄唱迓時福 / 새벽 닭 울음소리가 늘 복을 맞이한다지만,
推想鍾鳴送舊災 / 앞일을 생각해 쇠북 울려 묶은 재앙 보내는구나.
却恨明朝添一齒 / 한(恨)을 물리치고 내일 아침 한 살을 더하고,
悠悠萬慮己成灰 / 오래도록 온갖 근심이 재가 되게 하소서.
* 잔등(殘燈): 희미한 등불.
* 수세(守歲): 음력 섣달그믐 날 밤에 집안 구석구석을 밝히고 가족이 둘러 앉아 온 밤을 새우는 풍습.
* 한창(寒窓): 쓸쓸한 창.
* 백엽주(栢葉酒): 설날에 어른에게 새배를 드리며 사기(邪氣)를 쫓기 위해 가족들이 돌려 가며 마시던 술로, 잣나무의 새순으로 빚은 술.
* 초화송(椒花頌): 진(晉) 나라 유진(劉臻)의 처 진씨(陳氏)가 조정에 바친 신년 축하 시를 말하는데, “하늘이 한 바퀴 돌아, 이제 정월 초하루. 봄날의 광휘(光輝) 흩뿌려지며, 맑은 경물(景物) 새로워라. 빼어나게 아름다운 신령스런 꽃, 따다가 조정에 바치옵니다. 성상의 기용(氣容) 이 꽃에 조응(照應)하여, 길이 만년토록 사시옵소서.(旋穹周廻 三朝肇建 靑陽散輝 澄景載煥 標美靈葩 爰採爰獻 聖容映之 永壽於萬)”라는 내용으로 전해짐. 『진서(晉書) 열녀전(列女傳) 유진처진씨(劉臻妻陳氏)』
* 계창(鷄唱): 새벽에 우는 닭의 울음.
* 추상(推想): 앞으로 올 일을 미루어 생각함. 또는, 그 생각.
敬呈誓山函丈東燮乞斤敎(서산(동섭) 선생님께 올려 삼가 가르침을 청하다)
魚肥稻熟暇閑時 / 고기 살찌고 벼 익어 한가한 시기에,
杖屨消遙枉僻陲 / 지팡이 짚고 발끝 가는대로 부질없이 변방을 떠도네.
宿霧皓歸秋水壁 / 짙은 안개 하얗게 돌아와 가을 수벽이 되고,
殘陽紅在夕蟬枝 / 지는 해 붉은 빛이 저녁 매미 다리에 남는구나.
衰秦苛法人倫沒 / 약해진 진나라 가혹한 법이 인륜을 없앴으니,
古魯遺書孰誦知 / 옛 노나라가 남긴 기록은 누가 외워서 알거나.
廣闢緇帷仙袂奉 / 치유(緇帷)를 널리 열어 신선의 소매를 받드는데,
那堪寫出別離詩 / 어찌 그대로 베껴 쓴 이별시를 즐기랴.
* 장구(杖屨): 지팡이와 신발. ‘여행 장비’ 또는 ‘도사나 중’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임.
* 왕(枉): 부질없이.
* 벽수(僻陲): 후미진 변방.
* 숙무(宿霧): 전날 밤부터 낀 안개.
* 가법(苛法): 진나라 시황제가 시행한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일컬어지는 가혹한 법을 말함.
* 광벽(廣闢): 널리 열다.
* 치유(緇帷): 검은 휘장, 유림(緇林)과 같은 말로 학문을 닦는 곳,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던 곳이 검은 휘장을 친 것처럼 숲이 무성했다는 행단(杏壇)의 고사에서 나온 말.
* 사출(寫出): (글씨나 그림 따위를) 그대로 베끼어 냄.
敬次鶴皐函丈東夏老處子韻(삼가 학고(동하)선생 노처자(老處子) 시를 차운함)
七實摽梅己有三 / 떨어진 매화 열매는 일곱, 셋만 남아있는데,
蛾眉半老倚閨南 / 반 쯤 나이 든 미인은 안방 남쪽에 기대는구나.
羞人出戶巾遮面 / 남부끄러워 집 나서며 수건으로 얼굴 가리고,
拜月開簾夜澣潭 / 주렴을 열어 달을 보며 밤 냇물에 발을 씻는다.
桃頰瘦衰沾雨蘂 / 발그레한 뺨 파리하게 여위어 빗물이 고이고,
柳腰句屈偃風籃 / 가는 허리를 구부리니 대바구니 바람에 쏠리네.
求吾庶士今何晩 / 나를 찾는 님은 어찌 이리도 늦는지,
寤寐思之夢不甘 / 자나 깨나 님 생각해 달갑지 않은 꿈꾸는구나.
* 표매(摽梅): 잘 익어서 떨어진 매실이라는 뜻으로, 혼기가 지난 여자를 이르는 말. 중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매화시 《시경》의 〈표유매(摽有梅)〉란 작품으로부터 따온 어휘.
* 아미(蛾眉): 누에나방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가늘고 길게 곡선을 그린 고운 눈썹, 즉 미인을 비유하는 말.
* 차면(遮面): 얼굴을 가림.
* 배월(拜月): 달을 보며 기도하다.
* 도협(桃頰): 발그레한 뺨.
* 수쇠(瘦衰): 파리하게 여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