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만년 2위’ 는 삼성전자에게 붙은 별명이었죠. 점유율 60%에 달아하는 압도적 1위 대만 TSMC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점유율을 좁히기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바로 눈 앞에 챔피언만 이길 수 있다면 1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었습니다.
헌데 이번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파운드리 업을 시작한 이후 줄곧 지켜왔던 2위 자리가 다른 기업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뉴스입니다.
매출 집계 방식 바꾸는 ‘인텔’ 내년도 2위 자신
새롭게 2위 자리가 유력해진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인텔입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부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1분기부터 자체 생산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자사 파운드리 수익으로 집계합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CFO(수석 부사장)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대상 웨비나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반도체 사업 비용 최적화를 위해 내부 파운드리 모델 도입을 본격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텔은 반도체 사업 부문을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로 분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부적으로 반도체 생산 주문을 파운드리 사업부가 수주받아 생산에 나서는 방식이 되고, 자사 칩 생산 실적이 파운드리 매출로도 잡히게 됩니다.
데이비드 CFO는 “2024년에는 내부 물량을 기준으로 200억달러 이상의 제조 매출을 기록해 파운드리 2위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20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인텔의 2위 사업자 선언이 실현될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 보입니다.
이 같은 매출 집계 방식은 실제로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현 2위인 삼성전자가 그랬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도 삼성전자 제품을 별도의 고객 매출로 잡기 시작하면서 매출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됐습니다. 인텔도 내년부터 단숨에 글로벌 파운드리 빅3 업체로 몸집을 키우면서 세를 과시하고 외부적으로 홍보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위 선언 후 오히려 주가가 6% 폭락?!
헌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시장 2위 선언이라는 야심찬 대대적 선언이 무색하게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6% 급락한 32.90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발표 내용이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다는 얘기죠.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한 뒤 투자자들이 전망한 것은 신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외부 물량 대량 수주였습니다. 헌데 인텔이 내부 회계 방식 변화로 ‘2위’를 하겠다는 전략을 밝히자 이를 ‘꼼수’라고 생각한 겁니다.
로이터 통신은 “인텔의 발표는 역설적이게도 투자자들에게 인텔의 현재 제조 규모가 소규모이며 당분간 이 수준이 유지될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텔은 즉각 수습에 나섰습니다. 인텔은 “외부 수주 물량 기준으로도 2030년까지 2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막대한 투자 규모는 분명 견제할 수준
하지만 인텔의 이 같은 전략을 단순 ‘꼼수’로만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인텔은 본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지난 18일 250억달러를 들여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지난 16일에도 46억달러(약 6조원)를 들여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같은 후공정 라인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170억유로), 아일랜드 레이슬립(120억유로)에도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합니다.
지난 4월 인텔은 ARM과 함께 인텔의 18A(옹스트롬) 공정을 활용한 모바일용 SoC(시스템온칩)를 생산한다고 밝하기도 했습니다. 인텔의 18A 공정은 1.8나노(㎚)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