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다음날인 2월 5일 일요일, 후린님이 오케스트라를 초대한 곳은 용인 태교의 숲에서 정광산 임도를 따라 용인자연휴양림에서 마치는 구간이었습니다. 이 구간은 지난 2018년 5월에 이어 10월, 1년 안에 같은 길을 두 번 깃발을 들지 않는다는 후린님이 원칙을 깰 만큼 인기가 많은 길이었습니다. 2018년 두 번이나 인연이 닿지 않아 가지 못한 길, 5년만에 가는 길, 감회가 새로운 길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용인자연휴양림은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린 2020년 11월 14일 오케스트라에서 찾아간 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용인 외국어대글로벌캠퍼스 부근에서 정광산 임도 따라 용인자연휴양림까지 가는 길, 반가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후린님의 용인 길이 특히 반가웠던 것은 용인 외대 부근 조선시대 여성으로 태교의 중요성을 집대성한 이사주당 선생의 묘소가 있고, 그 주변을 태교의 숲으로 잘 조성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최초로 태교 관련 저술을 남긴 여성실학자 이사주당(李師朱堂 1739~1821) 선생은 목천현감이었던 유한규의 네 번째 부인으로 혼인, 부부 금실이 좋았는지 1남 3녀를 낳아 모현면 일산리와 매산리 일대에서 한평생을 보내며 아들 유희 등 자식들을 훌륭하게 길러냈습니다.
이사주당은 유언으로 ‘태교신기’ 이외의 모든 글을 불사르도록 했는데, 여기에는 사주당이 읽은 경서와 사서 및 의서에서 태교 관련 이야기를 뽑아 정리하고, 몸소 네 명의 자식을 낳아 기른 경험을 토대로 저술했다고 전해집니다. 본래 한문으로 돼 있었는데 사주당의 아들 유희가 한글로 번역하고 발문을 써서 1801년에 완성했다. 세상에 널리 알린 이는 위당 정인보 선생입니다. 1936년 정인보 선생이 경남 예천의 소장본을 얻어 보고 해제를 작성해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이죠. 이 책은 태교의 이념과 원리에서부터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담고 있는 태교 전문서라는 점에서 다른 임신 위주의 한방서적과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죠.
이름인 사주당도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후에 주자로 존숭, 유학의 성인반열에 오른 분)를 스승으로 모신다는 의미로 지을만큼 유학에 조예가 깊은 분이고, 아들인 유희 선생은 한글을 깊이 연구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이사주당 선생 가문은 청주 출신이지만, 유한규와 결혼 이후 용인에서 평생을 보냅니다. 재미난 것은 이사주당 선생의 ‘태교신기’가 널리 알려지자, 청주와 용인 간에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죠. 청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교육도시, 당연히 이사주당 선생을 모셔서 교육브랜드를 높일려고 했고, 용인은 ‘사거용인’ 뿐 아니라 ‘태교의 도시’라는 스토리텔링과 브랜드에 적합, 양보할 일이 전혀 없죠. 두 지자체 간에 쟁탈전이 벌어졌는데 상황은 용인에 유리합니다. 이사주당 선생이 혼인 이후 평생 기거한 곳이고, 부부의 합장묘가 있기 때문이죠.
용인 외대 정문 옆 주차장에 모여 걷기 시작합니다. 이사주당 묘소와 쉼터는 용인 외대 부근에 있어서 거기를 들리냐고 했더니, 그쪽 코스가 아니라 안간다고 합니다. 이런.... 아쉬웠는데 후린님 공지에 겨울에는 풍경이 안좋아 여름에 재방문 하신다고 하니 그때를 기대하면서 ‘태교의 숲길’로 힘차게 출발합니다.
태교의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입춘도 지났고, 따뜻한 봄날의 연속이었는데 눈길이 쫙 깔려 있더군요. 살짝 긴장했습니다. 함께 가신 보라미님이나 니키타님이나 낙화는 아이젠은 생각도 안했는데... 햇볕드는 쪽은 녹았지만 음지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더군요.
잘 정비된 태교의 숲길을 나와 왕산리 임도, 정광산 둘레길을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갑니다. 햇볕 가득한 곳은 눈이 하나도 없고, 음지쪽은 여전히 눈이 쌓인 곳, 황량하기도 하지만 색다른 풍경을 눈에 담고 여름 혹은 가을날 다시 올 것을 기대합니다. 한참 걷다보니 어느새 용인자연휴양림 표지가 보이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임도를 걸을 후린님이 아니죠. 곧바로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운영하는 활공장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후린님이 지난 2018년 10월에 진행한 금어리에서 출발한 그 코스, 패러글라이딩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올라가니 왼발은 용인, 오른발은 광주의 경계, 많은 산들이 쭈욱 이어진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활공장 정상에서 내려와 용인자연휴양림 숲길을 통해 입구까지 내려옵니다. 지난 2020년 11월 오케스트라에서 호암미술관, 유실저수지, 용인자연휴양림 등을 방문했을 때 당연히 입장료를 다 냈죠. 방문 끝나고 낙화와 니키타님 피피사랑님 등이 용인에 계시는 후린님을 만났을 때 입장료를 왜 내고 들어갔냐고 호통(?)을 치신 일이 기억나는데, 이번에는 그 일을 증명이나 하듯 정광산 임도로 해서 후문으로 입장료를 안내고(?) 들어갔습니다. 용인자연휴양림 다시 가니 옛 생각도 나고 반갑더군요.
용인 일대 오지임도를 깊이 연구, ‘용인여지도’의 완성자인 후린님은 용인과 광주, 성남 일대의 좋은 길들을 많이 개척하신 분, 이번 용인외대 태교의 숲길에서 정광산 임도, 용인자연휴양림은 그 일부이지만, 여러 다양한, 역사문화적으로도 풍부한 곳이기도 합니다. 일년안에 갔던 길을 다시 깃발 드는 일이 없는 후린님이 풍경 좋은 여름 이후 재방문을 약속하신 곳, 가을날 방문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소수의 인원으로 오붓하게 다녀왔는데, 뒷풀이를 거하게 마련해주신 니키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후린님 자료사진, 이사주당과 유한규 합장묘 안내문
부부의 합장묘 (후린님 사진)
용인 외대 정문 옆 주차장에서 출발. 다음 후린님 길을 기대하세요. 용인 외대글로벌캠퍼스 가을에 가면 멋집니다.
시작하자 마자 눈길이라 바짝 긴장.
입춘이 지났고, 따뜻한 날들이 연속이었는데... 용인은 아직도 얼음왕국?
눈길에 긴장도 없이~~ 니키타님 뒤에 건물들이 용인 외대 캠퍼스
용인 태교의 숲 안내판... 니키타님 배낭에 가려졌지만 배를 안고있는 임산부가 이채롭습니다.
태교의 숲길 데크길
돈(?)이 많은 용인시, 잘 꾸며 놓았습니다.
임신에 관한 10개의 안내문... 조선시대 전문적인 임신 안내책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태교의 숲길 반대방향으로 갔으니 마지막이 첫번째달 안내문
난개발의 용인답게 데크길도 새롭게 보강공사 중
단 4명이 참가, 장비는 안가져 가고 간식으로만,...
용인 외대 캠퍼스가 보이고...
산도 많고 길도 많고 표지판도 많고.... 여기가 왕산리.. 건너산 벌덕산 구만이산 배우개뒷산 등 재미난 지명이 많습니다.
언덕 위 소나무 사이로 길을 걸으니 도연명의 사시(四時)가 떠오르네요.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봄물은 사방 못마다 가득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기이한 산봉우리에 가득하네.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드높이 밝게 비추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겨울 영마루 소나무 하나 빼어나네
용인여지도의 완성자 후린님
슬쩍 사유지로 길을 단축하고... 이른바 개구멍으로 갑니다.
사진 가운데가 노고봉인데, 노고봉 넘으면 곤지암 화담숲... 이렇게 가까웠는지...
용인외대에서 용인자연휴양림이 6.5km? 후린님 길인데 그럴리가 없죠~~
정광산 임도로 느긋하고 여유롭게...
저 멀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보이죠... 잠시 후에 활공장 정상으로...
이 데크길 오르막은 가지 않습니다.
양 옆으로 메타세콰이어가 있는 길.... 잘 정비된 길이라 용인자연휴양림 후문 같은 곳...
이곳이 생각나서 보라미님과 니키타님 사진을 찍었죠.
2020년 11월 14일 호암미술관, 유실저수지, 그리고 여기와서 인증샷 찍었죠.
용인자연휴양림입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 고등학생들이 짚라인을 타더군요.
여기가 정상인줄 알고, 더 안올라가는 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찍었는데...
활공장 운반차량이 다니는 길, 음지에 눈이 쌓여 있어서 자연휴양림 길을 이용하더군요.
마락산 마구산 가는 길...
2018년 10월 후린님이 금어리에서 출발했죠. 아마 다음 용인 길은 금어리에서 출발할 것 같습니다.
활공장 정상에서... 전면이 용인쪽, 반대쪽이 광주입니다.
용인자연휴양림에서 운영하는 곳
이번에는 4분이지만, 다음 후린님 진행할 때는 많은 분들의 참가를 기대합니다.
[참고] 2018년 10월21일(일) 용인 태교의 숲, 마락산/마구산 임도길, 용인 자연휴양림. (후린님 후기)
https://cafe.daum.net/orchestraro/hM2A/1232
판타스틱 용인 : 호암미술관, 유실저수지, 용인자연휴양림의 풍경(2020. 11. 14 낙화후기)
https://cafe.daum.net/orchestraro/hM2A/2443
첫댓글 서울 옆 용인에 그리 다양한 길들이 많을 줄이야~
후린님따라 용인의 길들을 제법 걸었다~
생각했는데 태교의 길은 처음 걸었네요.
마치 오지 임도를 걷는 듯
구비구비 깊은 길을 걷다가,
잘 정비된 데크길로 편안하게 걷다가...
후린님 덕분에 오랜만에 단촐한 인원으로
호젓하고 편안한 길 행복하게 걸었어요.^^
전 날 많은 인원 인솔 리딩하시느라
힘들었을텐데 힘듦이 무색하게 유난히
활달발랄하셨던 낙화님~ 감사합니다.^^
아마도 푸르른 계절에 태교의 숲길을 걷게된다면 알고 걷는 길이라 친근감 엄청날듯요^^ 오붓하게 걸으시는 뒤를 따라 걸은 듯 저도 잘 다녀왔습니다.
아침부터 저 너른 산을 걸으니 건강하고 힘차게 오늘을 보내겠죠^^ 오늘도 낙화님덕분에 스마일입니다.
항상 멋진 후기를 남기기 위해 수고가 많으신 낙화님 ~엄청 많이 감사합니다 전혀 흔들림이 없이 죽~ 꼿꼿하게 걸으시는 후린님 ~ 감사했습니다~ 처음 참가였지만 소문은 무수히 ~ 역시 소문대로 좋은길을 편하게 ~ 이리저리 ~ 그 감사함을 나의 부족한 표현으론 감당할 수 없어서 유감이지만 진심으로 모두 감사합니다
요리조리 구불구불 ~~
따라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맛있는 간식과 레몬차 한잔으로 한겨을에도 펄펄 기운이 솟습니다. ^^
감사합니다 ~~
벌덕산 정상 ~~ ^^ *
서울을 종주하시고 다음날 연짱으로 고생하셨습니다.
가을에 가볼만한 멋진길로 영원히 남아있어야 할텐데 살짝 걱정이내요 ~~
낙화님 후기 이따 밤새워 다시 읽어야겠어요.
분량이 장난 아니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