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아파트 경비원 일기 초장에 얼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하고 뭐를 할까 공상하고 고민을 했다.
쇠똥벌레가 쇠똥을 굴리듯 아사리 밭 삼 십리를 기다가 결국은 아파트 경비원을 생각해 냈다.
아파트 경비원을 하기로 작정하고 여기 저기 알아보던 중 모 아파트에서 모집을 한다기에 이력서를 냈다.
혹시나 미역국을 들이키면 어쩌나 하고 기다리던 고대하던 끝에 마침내 연락이 왔다.
관문이 또 있는데 면접이 끝나고 합격이라는 과정을 거처 본격적인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나는 아파트 경비라는 게 누워서 팥떡 먹기처럼 홀가분한 직업으로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땡볕속에서 서늘한 그늘이라도 들어가 쥘부채를 쥐고 신선놀음이나 하는 직업인 줄로 착각을 했다.
그런데 근무를 하면서 겪는 일들이 사람을 달달 볶아대고 온통 스트레스를 받는 따라지 직업인 줄은 진정 몰랐었다.
우선은 경비원 하면 사람들이 똥개처럼 천하고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다.
내가 왜 천하단 말인가?
그래도 공기업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먹고 살만큼 벌어놓았는데 무엇이 천하단 말인가?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들 중엔 과거가 화려한 사람들도 있다.
대학교 행정과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전직 과장
시청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전직 과장
금융조합에서 근무하던 전직 조합장
전직 경찰 고위 간부
전직 교사
사업하다 접은 전직 사장
등등의 화려한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근무하는 엘리트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경비원들을 우습 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은 어찌 할 방도가 없다.
“여기부터 저쪽까지 청소를 깨끗이 하시오” 라고 하며 일을 시키는 관리 사무소장의 지시에 그저 쩔쩔 매며 청소를 한다.
“취약지구를 잘 순찰하고 이상 유무를 보고하시오” 라고 하면 그저 예예 하면서 순찰을 돈다.
“폐기물 분리 잘하고 주변 정리정돈을 잘하시오.”
“예 여지가 있습니까? 분부대로 하지요.”
그런데 밤 11시가 넘어서 순찰을 도는데 학생들이 음침한 골목에서 속닥거리고 있다.
“너희들 헤어져야지 안 되겠다.”
“너는 남자이고 크니까 저쪽으로 가고, 너는 여자이니까 이쪽 넓은 길로 가거라.”
그들을 떼어놓고 한참 순찰을 도는데 아 그놈덜이 후미진 뒷골목에서 다시 붙어가지고 속닥거리고 있다.
“야 이놈들아 너희들이 집으로 가라고 했더니 다시 붙어서 뭐하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여기서 무슨 짓을 하냐 그래”
“빨랑 집에 가”
“세상에 호적초본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녀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아파트 구석진 곳에서 엉뚱한 짓거리들을 하고 있네 그랴”
그러나 저러나 아파트 경비원 10여년을 하면서 겪은 흥미진진한 일들을 졸필로 계속해서 연재 할 테니 많이 애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