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품 안의 자식일 줄 알았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다. 모처럼 여유가 생긴 엄마의 고민이 시작된다. 직장생활을 다시 하자니 엄두가 안 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자니 아깝기만 하다. 이런 주부들에게 홈클래스는 더없이 매력적인 대안이다. 주부로서 새롭게 발견한 재능을 살려 돈도 벌고, 집에서 일할 수 있으니 살림과 육아 걱정도 뚝! 우리 시대 ‘선생님’으로 변신한 주부들의 클래스를 엿본다. ‘달’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황윤숙 씨(35세)는 일주일에 한 번 홍대 인근에 있는 예쁜 카페로 출근한다. 카페 내 작은 공간에서 바느질 클래스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손바느질로 직접 만들었다는 가방에서 패브릭 작품 패키지, 반짇고리, 직접 만든 샘플 작품, 천을 손질할 때 쓰는 다리미와 분무기를 꺼내놓는 것으로 수업 준비는 끝. 그리고 수강생들이 하나둘 모여들면 반가운 미소로 그들을 맞는다. 6년 전 일찌감치 홈클래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여유는 없었다. 천으로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 꼼지락꼼지락 막연하게 시작한 손바느질이었다. 취미 삼아 작품을 만들었고, 그것들을 블로그에 올렸다. “감각 있다”, “실력 좋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에 신이 나서 작품을 더욱 열심히 만들었다. 그러다가 프리마켓에도 나가보고, 작품을 패키지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도 했다.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문의하는 사람들도 하나둘 생겼다. 마침내 클래스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한편으론 자신이 과연 다른 사람을 가르칠 만한 실력이 있는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런 불안감에, 소심한 성격으로 낯선 사람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끌어안고 첫 수업을 진행했다. 더듬더듬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사이 수업이 끝나버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수강생들에게 작품 만드는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게 되었고, 처음 찾아온 사람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분위기를 친근하게 이끄는 노하우도 생겼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기준으로 수강생들이 여러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초급, 중급, 고급 수준별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하지만 코스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취미로 배우는 사람이라면 초급 과정에서 바느질의 기초를 배운 다음, 단계와 무관하게 원하는 작품을 골라 배울 수 있다. 단, 기초 과정 수준에서 고급 단계의 작품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조율이 필요하다. 만드는 과정에서 고생만 하다가 질려버려 재미도 못 느낀 채 바느질 자체를 아예 포기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일주일에 세 번, 그녀의 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진행한다. 인천에 있는 그녀의 집까지 찾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요청이 있어 서울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섭외해 음료수 값만 내고 교실로 이용한다. 예쁜 카페에 앉아 바느질을 하는 것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 카페 입장에서도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긴 하지만, 여유로운 낮 동안 이뤄지는 수업이라 흔쾌히 수락해 카페 클래스를 열 수 있게 되었다. 한 회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은 5~8명 정도. 하지만 수강생들이 배우는 내용은 각자 다르다. 일대일로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고 작품을 봐주며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강 인원을 이보다 더 늘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강생의 연령대는 그녀 또래인 30대가 대부분이고, 20대 후반이나 40대, 50대 주부도 종종 있다. 그녀의 블로그에서 예쁜 작품을 보고 따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 바느질로 태교하려는 사람, 일상이 무료해서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은 사람, 직장이나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힐링 아이템으로 찾는 사람 등 클래스를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 홈클래스이다 보니 선생으로서의 선을 적당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몇 시간 동안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홈클래스의 강점인 만큼 고자세로 가르치기보다 부드럽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풀어진 모습이나 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 그 경계가 무너지면 수강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는 ‘집이 곧 내 직장이다’라는 생각을 갖되, 수강생들은 최소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적정 경계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data TIP 블로그에 작품 정보와 친근감을 담는다 홈클래스 시작의 발판이 되어준 블로그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자 소통의 수단이다. 방문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바느질하는 법, 작품 만드는 과정, 원단 구입 정보 등의 콘텐츠를 얻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은 곧 노하우이므로 모두 오픈할 수는 없다. 적당한 선에서 정보를 공개하되, 운영자 개인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방문자들이 친근감과 호감을 느끼도록 한다. 블로그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매개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실제 생활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거리감이 좁혀지고, 그 과정에서 친밀도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홈클래스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천연 비누 & 천연 화장품 강사 정주현 정주현 씨(34세)는 천연 비누와 천연 화장품, 양초 만들기 홈클래스를 운영한다. 수업은 오전 10시가 넘어 시작된다. 남편이 출근하고 다섯 살, 네 살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다음, 생후 8개월 된 막내를 돌보미 교사에게 맡긴 뒤다. 수업이 있는 날은 오전이 조금 분주하긴 해도, 아이들로부터 해방되는 잠깐의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다. 홈클래스 개강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전직 간호사였던 그녀는 한 살 터울로 아이 둘을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탈출구로 찾은 것이 비누 만들기였다. 천연 재료로 만드니 육아생활에 활용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만드는 일 자체가 재밌었다. 그 이후 그녀는 비누 강사 자격증을 따고 천연 화장품과 양초 만들기까지 두루 섭렵했다. 1년 수강료가 2천만 원이나 드는 모유 수유 마사지까지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비싼 취미라며 남편이 반대하고 나섰고, ‘그렇다면 내가 벌어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홈클래스를 열게 된 것이다. 강사 자격증은 천연 비누와 천연 화장품 홈클래스를 운영하는 데 플러스가 되지만 필수 조건은 아니다. 취미반이라면 필요한 아이템 대여섯 가지만 배우고 연습해 운영할 수도 있다. 그녀에게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녀의 자격증 소유 여부를 따져가며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모유 비누를 손쉽게 만드는 그녀만의 비법, 사람을 편하게 맞아주는 성격, ‘아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시작에 큰 도움이 됐다. 자격증과 강사 경험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져 플러스 요소가 됐다. data Case 3 원데이 클래스와 작품 개발로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펠트 강사 한은숙 한은숙 씨(40세)는 설과 추석 그리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린이날 등 특별한 기념일을 대비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직접 만들어 정성이 깃든 물건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시기인 만큼 시즌에 어울리는 상품을 기획해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강사로 등록되어 있는 협회 홈페이지의 작가 코너에 패키지 상품과 연계한 홈클래스를 소개해 올린다. 이렇게 해서 수강생을 모집한 다음, 일회성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펠트는 초보자도 다루기 쉽다. 올이 풀릴 염려가 없고 원하는 모양을 가위로 쓱쓱 오려 실과 바늘로 꿰매 작품을 만든다. 퀼트처럼 바느질을 촘촘하게 하지 않고 듬성듬성 해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그래서 태아의 두뇌발달을 위해 태교용으로 배우는 사람부터 아이의 장난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배우는 사람, 손주에게 줄 특별 선물을 만들면서 스스로 치매 예방까지 하려고 배우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두루 즐기는 아이템이다. 그녀 역시 태교를 하면서 펠트를 처음 접했다. 그러다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펠트 작품 20개를 후딱 만들고 자격증까지 취득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두 달 안에 끝냈다. 펠트 홈클래스를 오픈하는 것은 크게 부담되는 일이 아니다. 원단인 펠트와 실, 바늘, 가위 같은 기초 도구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펠트 원단은 비용이 저렴해 몇천 원만으로도 기본 재료를 갖출 수 있다. 작품에 따라 부자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 몇 가지 아이템을 개발해 그와 관련된 재료만 구입해 사용하거나,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한 작품이라면 아예 필요한 재료만 넣어 판매하는 패키지를 구매해 가르치면 된다. 보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도 협회에서 등록 강사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 투자비용 부담 없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 data
TIP 작품활동과 패키지 개발을 병행한다 Case 4 고급 컨셉트로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다 클래스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수업은 한식이다. 가족들이 제일 좋아하고, 식재료를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때때로 계란탕이나 계란말이 같은 기본 반찬도 수업 내용에 넣는다. 초기에는 아주 기본적인 메뉴를 돈을 받고 가르치는 게 아닐까 고민했지만, 의외로 정확한 레시피가 없어 수강생들이 반겼다. 수업은 보통 대여섯 가지 요리를 직접 시연해 보이고 그릇에 예쁘게 담아 8명 이내의 수강생들과 함께 시식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을 2시간 30분 내에 모두 마무리하기는 빠듯하기 때문에 그녀는 수업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다. 요리들 간의 조화를 생각해 메뉴를 대여섯 가지 정하고, 최고의 맛을 내는 레시피를 찾는다. 메뉴 구상을 마친 뒤에는 시장 서너 곳을 기본으로 돌며 좋은 재료만 골라 구입한다. 그러고 나면 수업 때 사용하기 좋도록 재료들을 미리 손질해둔다. 완성된 음식을 어디에 어떻게 담을지, 테이블 세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도 그녀의 몫이다. 그래서 그녀는 예쁘고 좋은 식기를 꾸준히 구입하고, 꽃꽂이를 배우기도 한다. 단순히 요리 하나만 맛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품을 팔아야만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셈이다. 그녀는 쿠킹 홈클래스는 단순 취미로 운영하기는 힘든 일이라고 조언한다. 음식 맛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 매번 새로운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해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음식 솜씨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맛 좋은 음식점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레시피를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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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분위기에 맞춰 메뉴를 구성한다 Case 5 다양한 자격증 취득으로 전문성을 확보하다 토털공예 강사 안도연 안도연 씨(39세)는 결혼 이후에 천직을 찾았다.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그때부터 가정생활과 취미생활을 병행하며 수익도 낼 수 있는 홈클래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릴 때부터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아이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쳐볼 생각으로 문화센터를 찾아가 아동미술을 배웠다. 총 60~100가지의 다양한 만들기 기법을 배우는 동안 그녀는 잊고 있던 손맛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내친 김에 아동미술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랬더니 만들기와 관련된 다른 분야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점핑클레이, 리본아트, 아로마 향초, 냅킨아트, 데쿠파주, 패션 데쿠파주 등을 두루 섭렵했고, 각 분야의 자격증을 모두 취득해 종합 지도자 자격을 갖춘 실력 있는 강사로 자리를 굳혔다. 그녀는 현재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집 거실에서 수강생 6~7명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한다. 재료도 작품도 다 제각각으로 놓인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접착력 있는 컬러 스티로폼을 주물러가며 폼클레이에 열중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컬러풀한 고운 찰흙 느낌의 점핑클레이를 열심히 밀어 모양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한쪽에서는 냅킨을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 부채에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냅킨아트라는 것인데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수업이다. 그들 사이, 명화를 붙이고 스펀지 채색을 더해 한쪽 벽면을 고급스럽게 장식한 데쿠파주도 눈길을 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그녀이다 보니 클래스에서 수용할 있는 수강생의 폭도 넓다. 수업을 진행 중에 수강생의 상태에 따라 다른 수업으로 교체도 가능해 그녀의 수업에는 언제나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제각기 다른 작품을 다루는 수강생들을 일일이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 부분도 많다. 특히 자격증을 준비하는 수강생들의 수업은 창작품을 함께 봐줘야 하므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방학을 맞아도 온전히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총 8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녀는 스스로 다양한 자격증의 덕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분야의 자격증을 무리하게 따는 것은 낭비라고 충고한다. 즐거워서 하는 사람과 억지로 하는 사람은 분명 차이가 난다는 것이 이유다. 그녀 역시 바느질을 배우다가 본인과는 이상하게 맞지 않고 힘이 들어 그만두었다. 무리한 자격증 따기는 시간뿐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낭비다. 그녀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투자한 비용은 과목당 50~60만 원 선. 재료비 등 시험을 준비하면서 드는 비용과 응시 비용까지 더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data 수시 업데이트로 클래스를 노출시킨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니, 시간 날 때마다 접속해 업데이트하는 생활 속 온라인 홍보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운영 중인 홈클래스를 찾게 마련이므로 블로그 내용을 업데이트할 때 자신이 사는 지역명도 함께 노출한다. 지역 주부들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어버이날 즈음엔 카네이션 만들기 수업 공지나 관련 작품을 올리는 것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