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애니웨어 김지연 대표
월 단위 집·숙소 계약 가능 플랫폼 만들어
월 80만원 내고 원하는 곳서 한달살기
#마당 있는 집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집
#집 밖을 나서면 푸른 숲이 우거진 집
세상에 살고 싶은 집은 많고 다양하다. 모두 한번쯤 살아보고 싶지만 거처를 아예 옮길 용기는 없다. 이미 내 생활터전이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살자고 발품 팔아 부동산 계약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한달만 계약할 수 있는 매물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리브 애니웨어’(Live Anywhere)는 한달살이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앱이다.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는 삶을 표방한다. 살고 싶은 집을 원하는 지역에서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월 80만~100만원만 내면 바다가 코 앞에 있는 제주도 오션뷰 오피스텔에서 생활할 수 있다. 전국에 아파트·오피스텔 등 여러 형태의 숙소 1700개를 확보했다.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도 월 평균 4만명에 달한다. 한달살이 서비스를 만든 그녀는 세종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전공과 여행플랫폼 업무 경험을 살려 ‘리브애니웨어’를 창업했다. 김지연(30)씨 이야기다.
리브애니웨어 김지연 대표. /리브애니웨어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어디서든 살아보는 세상을 그려나가는 리브애니웨어 대표 김지연입니다.”
-리브애니웨어는 어떤 회사인가요?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삶을 제안해요.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부엌과 세탁 시설을 갖춘 풀옵션 숙소를 개인 취향에 맞춰 추천해요. 숙소는 최소 6박부터 예약이 가능하고, 월 단위로도 계약할 수 있습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으셨다고요.
“졸업 후 여행·관광 플랫폼에서 커리어를 쌓았어요. 이 분야가 적성에 잘 맞았죠. 외국인 관광객에게 식당을 추천하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다음 직장에서 외국 현지에서 여행 상품을 들여오는 일을 했어요. 디즈니랜드 티켓이나 유레일 패스같은 투어 상품을 들여왔죠. 그렇게 인바운드(국내에서 해외로), 아웃바운드(해외에서 국내로) 서비스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전체적인 여행 사업 흐름을 알 수 있었어요.”
-어떤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나요?
“여행플랫폼에서 일하는 동안 여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트렌드를 발견했어요. 하지만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찾기는 쉽지 않죠.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는 1박에 10만원 정도를 받기 때문에 오랜 기간 투숙하기가 부담스럽거든요. 부동산 시장 자체도 전세가 줄고 월세가 많아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부동산은 거의 없었죠. 짧지도, 길지도 않은 한, 두달을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개인적인 창업 동기가 있다면, 단기간 임대 가능한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회사 근처에서 3개월 정도 머물 수 있는 집을 구하고 싶은데 그런 매물이 없었어요. 결국 비싼 보증금을 주고 1년을 계약해야 했죠. 이사하면서 복비도 두 번이나 냈어요. 비용도 부담스러운데 절차도 복잡했어요. 주거공간 임대를 일년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쪼개보면 어떨까 싶었죠. 주변에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서비스를 출시하느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창업을 준비하던 2019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가 유행했어요. 시장조사를 하러 치앙마이로 떠났죠. 현지 부동산부터 에어비앤비, 호텔까지 여러 곳을 돌아다녔어요. 마침 한달살기에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한 회사를 만나 계약까지 완료했어요.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보니 코로나가 터진거예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죠. 하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국내에서 장기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났거든요. 얼마건 원하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욕구는 코로나 전에도 있었어요. 재택근무를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코로나가 걷히고, 좀 더 자유로운 상황이 온다면 이 욕구는 더 많아지겠죠. 저는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지금은 국내에 집중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해외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리브애니웨어가 확보한 숙소들. /리브애니웨어 제공
-서비스를 고도화한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단순히 숙소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었어요. 숙소 정보 옆에 채팅 버튼을 띄워 수동으로 상담예약을 받는 식이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온전치 않은 앱에 문의 주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군요. 강원도에서 한달 살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은 집이 있느냐고 물어왔죠. 저희는 그분들 조건에 맞는 온갖 숙소를 찾아 호스트분과 연결했어요. 개미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게스트가 만족할 때까지 숙소를 계속 추천했어요. 모든 과정이 인간지능이었고, 수동이었죠. 투박하지만 편리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호스트와 게스트들의 불편 사항을 빨리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었어요.
작년 12월에는 호스트가 직접 숙소를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올해 2월에는 게스트가 예약을 넣으면 호스트가 직접 수락하는 자동예약 시스템을 만들었죠. 조금씩 서비스를 보완하면서 앱을 이용하는 고객도 많아졌어요. 현재 월 평균 4만명이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개인 취향에 맞는 집을 앱에서 바로 추천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어요.”
-기존에도 공유 숙박 서비스가 많은데,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월 단위 임대 시장에 집중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아요. 최소 6박부터 예약을 받지만 한달, 두달 원하는 만큼 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집을 많이 확보했어요. 직방이나 에어비앤비에 없는 시스템이죠. 또 집에 대한 정보를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객관적으로 집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죠. 오랜 기간 머무는 공간인 만큼 감성 사진만으로 집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거든요. 또 리브애니웨어는 자체적으로 전자계약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앱을 통해 안전하고 쉽게 임대차계약을 할 수 있죠. 월 단위 계약을 하는 경우 보증금이 소액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풀옵션 원룸 1년 계약 보증금이 1000만원이라면 저희는 한달에 20~30만원 가량의 보증금을 받습니다.”
/리브애니웨어 제공
-호스트와 게스트 입장에서 ‘리브애니웨어’를 사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호스트분들은 공실률을 낮출 수 있어요. 숙박업을 하면 주말에만 예약이 차고, 평일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는 장기간 숙소를 사용할 고객을 연결해주니 공실률을 줄일 수 있어요. 또 한달에 한 번만 고객을 응대하면 되니 숙소 운영도 한결 쉬워졌다는 평가에요. 호스트 입장에서 집을 1년, 2년 내놓는 것보다 월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소득이 큽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에서 1년 동안 월 30만원을 받는 원룸이 있다면, 저희랑 함께하는 경우 월 80만원까지 임대소득을 받기도 합니다. 단기간으로 임대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일 수 있는거죠.
게스트 입장에서는 풀옵션 숙소를 테마별로 볼 수 있어요. 오션뷰 또는 숲세권, 애견 동반 가능 여부, 여자 혼자 머물기 안전한 보안 잘 된 집 등 개인 선호에 맞게 고를 수 있는거죠. 또 전자계약서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계약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보증금도 소액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발품 팔아 현지 부동산을 다니고, 종이 계약서 쓰고, 이중 복비 내야하는 불편함이 있거든요. 저희는 카드로 간편하게 월세나 보증금을 결제할 수 있어 서비스 이용도 편리합니다.”
리브애니웨어가 확보한 숙소. /리브애니웨어 제공
-스타트업이라 앱을 홍보하고, 숙소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초창기 숙소를 확보할 때 리브애니웨어라고 하면 ‘누구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호스트 대부분이 부동산 자산을 갖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에 연령대가 높은 편이죠. 앱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낯선 스타트업이다보니 매번 회사 소개를 해야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점이 아직은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보는 발로 뛰면서 하고 있어요. 전단지를 꼽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나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숙소 호스트분들께 전화를 돌리기도 해요.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다양한 숙소를 보유한 호스트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전단지 꼽고 다닐 때는 경비아저씨한테 혼나기도 했고요. (웃음). 지금도 여전히 발로 뛰며 앱을 홍보하고, 호스트를 섭외하고 있어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호스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먼저 찾아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현재 확보한 숙소는 몇 채 인가요?
“전국 30개 지역에 1700채 가량 확보했습니다.”
-주로 어떤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하나요?
“20·30대 회사원부터 50·60대 은퇴한 분까지 다양한 고객이 서비스를 찾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연령층은 30·40대 직장인분들 입니다. 재택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죠. 다음으로 프리랜서, 주부 순으로 서비스를 많이 찾습니다. 신기하게도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에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서비스 론칭 때 처음 숙소를 공급한 호스트분 펜션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마침 옆 테이블에 저희가 보낸 게스트분이 계셨죠. 꼬마아이와 어머니였는데 저희 서비스를 최초로 이용한 고객분들이었어요. 그 어머님이 감사 인사를 전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코로나 때문에 아이가 아파트에서 답답해하고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는데 리브애니웨어 통해 좋은 숙소를 추천받았다고요. 매일 아침 바다에 나가 모래도 만지고 뛰어 놀면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 같다며 고맙다고 하셨는데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더 좋은 집을 더 많은 분께 더 빨리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리브애니웨어 팀원./ 리브애니웨어 제공
-어떤 회사로 자리매김 하고 싶나요?
“어디서든 살아보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희 비전입니다.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사는 삶이죠. 현재 부동산 계약이 1·2년 단위가 대부분이라 사는 곳을 옮기는 게 쉽지 않아요. 저희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집 자체가 자산이잖아요. 한 집에서 10~30년 동안 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거주 공간도 달라져요. 스무살에는 원룸에 살아도 좋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투룸·쓰리룸이 필요해요. 아이가 독립한 후에는 굳이 넓은 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거주공간은 우리 생애주기에 맞게 설계돼 있지 않아요. 저희는 부동산 계약을 월 단위로 쪼개 내 상황에 맞게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을 찾도록 도와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가 풀옵션 숙소를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주 공간을 자유롭게 옮기는 삶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두번째 목표예요. 월 단위 계약은 월세가 다소 비싸다는 한계가 있어요. 기존 1년 계약처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어내야하죠. 지금은 집을 무조건 사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하지만 누군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준다면,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도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출발은 한달살기로 했지만 끝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 미션은 거주 공간이 편안하도록 돕는거예요. 만약 새로운 거주 공간에서 재택 근무를 하려면 좋은 책상과 의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팀원과 함께 고민하면서 조직문화도 재택근무를 지향하고 있어요. 또 원하는 곳에서 일주일살이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리브애니웨어 온라인 사무실. /리브애니웨어 제공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전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요. 하지만 하는 일은 대부분 고정적인 일이죠. 대신 환경을 바꾸니 일상에서 리프레시를 경험해요. 서울에 근무하는 동안 홍대, 삼성동, 대치동을 약 한달 마다 옮겨다니며 생활하고 있어요. 같은 서울이라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았죠. 새로운 동네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많더군요. 많은 분들과 이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박혜원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