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17코스 전(前)편
광령1리사무소 - 무수천 - 무수천숲길 - 외도천 & 외도월대
- 내도 알작지 - 내도보리밭 - 이호테우해변 - 도두추억의거리 - 도두구름다리
제주올레17코스의 총거리는 18.4km로 얕은 도두봉 올라가는 것 이외에는 오르막도 거의 없고,
험한 바위길도 없는 비교적 걷기 편한 코스구요, 난이도는 '중'으로 분류됩니다.
제주올레17코스는 규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곳들을 지나는 코스인지라
겨울보다 봄에 걸어야 좋다는걸 알면서도
집에서 가까운 제주올레코스라서 겨울에도 한 번 걸어보기로 했는데요,
역시 17코스 전반부는 봄! 특히 벚꽃과 청보리가 예쁜 4월에 걷는게 갑!이라는
당연한 결론을 또 한번 실감한 코스였어요.
꽃피는 봄에 다시 제주올레 17코스를 걸을 수 있길 바라면서~
쉬엄쉬엄 걸어본 제주올레 17코스 전반부 포스팅을 이어가볼께요.
◆ 17코스 버스로 가는 방법 먼저 알아볼께요.
1) 제주시에서 출발할 경우 :17코스로 갈때는
제주시내에서는 한라병원 앞에서 시내버스 87번을 타면
바로 시작점인 광령1리사무소 앞에 내릴 수 있어요.
제주올레 홈페이지에는 887번이라고 적혀 있는데, 작년 9월에 87번으로 바뀌었습니다.
2) 한림 등 서부권쪽에서 출발하게 되면
700번 서일주 버스 -> 하귀초등학교앞 하차 -> 87번 승차
-> 광령1리사무소 앞 하차(버스 안내방송에서는 광령1리라고만 두 번 나올거예요.
기사님께 광령1리사무소 앞에 내리겠다고 미리 말해두세요)
3)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이나 서귀포, 중문, 화순, 모슬포 등에서 780번 또는 750번을 타고 가는 경우 :
'무수천' 정류장 하차 후 약 10분 정도 걸어서
시작점인 광령1리사무소 앞까지 가야하는데요, 갔던 길을 다시 또 걸어서 17코스 진행을 하게 되므로,
올레스템프를 꼭 찍어야 하는게 아니라면,
그냥 무수천 정류장 하차 후 보이는 다리 옆에서 올레표시를 따라서 정방향으로 진행하세요.
▼ 제주올레17코스 시작점인 광령1리사무소 정류장입니다.
같은 곳인데도, 건너편에는 그냥 광령1리라고만 쓰여 있어요.
16코스 종점이자 17코스 시점에 올레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요.
16코스 걷기 끝나고 87번 버스 기다릴때 시간이 남으면 이곳에서 쉬면 좋겠네요.
광령 길은 벚꽃으로 참 유명한 곳이었답니다.
하지만 최근에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그 오래된 벚나무를
많이 베어내버렸기 때문에 듬성듬성 이빨 빠진듯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이면 꽤 볼만해요.
17코스를 딱 걷기 시작하자마자부터
벚나무를 보면서 드는 생각...역시 봄에 걸어야 하는 코스였어...ㅋ
무수천.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없애준다는 뜻의 내(川)이름이라고 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렇게 물이 말라 있지만,
신기하게도 하류쪽으로 가면 곳곳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걸 볼 수 있는 독특한 계곡으로,
내도 알작지가 있는 바다와 만나게 됩니다.
약간 내륙에서 시작하는 제주올레17코스 초반부는 이 무수천 줄기를 따라 바다까지 이어집니다.
한동안 무수천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숲길을 걷게 됩니다.
숲길이라고는 하지만, 나무들 너머로 농경지와 감귤밭들이 대부분입니다.
숲길이 끝이나면 무수천 지류가 보이기 시작해요.
무수천 지류 곳곳에 주상절리가 형성된게 보이는군요.
제주도의 대부분 계곡과 하천은 평소에 말라 있는 건천인데,
이 무수천 지류는 곳곳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로 인해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을 꽤 볼 수 있어서 좀 놀랐어요.
연자매의 흔적도 만나보고~
다시 숲길과 농경지가 있는 길이 이어지고~
늦가을에 뿌려진 보리가 싹을 띄운 보리밭도 지납니다.
이쯤 오니 역시 제주올레17코스는 봄에 걸으면 더 좋겠구나...다시 한 번 느꼈어요.
청보리가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물결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까 상상하면서 걸었지요.
17코스 곳곳에서 만난 노란색 리본.
리본 아랫쪽에 번호가 쓰여 있지요?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입니다.
다리를 다치거나 몸이 급격하게 안좋아졌을 때 등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유용하겠어요.
처음 가보는 작고 소박한 마을도 지나고~
푸른 하늘로 막 날아갈 것 같은 멀구슬 열매에도 잠시 시선을 빼앗겨 보기도 합니다.
감귤밭 옆에 늘어서 오래된 나무들이 설 땅을 잃어 뿌리의 반을
온통 밖으로 내놓고 있는 곳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정겨운 시골길을 지나는 듯~
제주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곳인데도 이렇게 시골스러운 풍경이 많아요.
그래서 규리는 이런 곳을 도시속 촌이라고 불러요~^^
마을이 끝날 때 쯤 길이 양쪽으로 나뉘네요.
가까이가서 보니 하천을 지나야 하는데 비가 많이 내린 후
하천에 물이 흐를 수 있으니 우회하라고 쓰여 있네요.
비가 많이 내리고 난 다음날에는 꼭 우회해야겠어요.
요즘 비를 본지 너무 오래된지라 당연히 물이 흐르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바로 하천길로 고고~
중간에 흐르는 물 없이도 썩지않고 이렇게 깨끗하고 투명하다니...그저 놀라울 뿐이네요.
넓은 너럭바위도 많아서 여름에 이곳에서 작은 텐트 하나치고 피서를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
하천을 올라와서 다리를 지납니다.
이곳은 자주 차로 지나는 곳인데,
한번도 다리 아래의 하천에 관심을 둬본적이 없었더라구요.
그렇게 맑고 깨끗한 물이 있고,
상당히 조용하면서도 외지지 않은 좋은 장소가 있었는데 말이죠.
올레길을 걸으면서 의외의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구요,
이제까지 알던 제주의 속살을 새롭게 보는 것 같아서 더 좋아요.
다리를 건너 다시 농로를 걷게 됩니다.
밭 입구에 세워둔 방사탑(액운을 막아주는 탑)도 보이네요.
돌담 너머로 브로콜리의 초록잎이 풍성하고~
오후 빛을 받은 무잎과 냉이꽃이 반짝이며 발걸음을 붙잡음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간을 내줍니다.
요즘 제주도내에 창궐한 소나무재선충으로 고사해버린
아까운 소나무들이 베어져 있는 아쉬운 현장도 지납니다.
작은 새싹이 올라온 보리밭 너머로 아파트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건물들이 들어서기 전에
제주올레길 코스가 생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빛에 반짝이는 연두빛 보리싹들아~~~~
몇 달만 기다려라~~ 4월에 너희를 보러 갈테니~~^^
무수천이 거의 끝나는 지점인 '외도천'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하천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공사현장을 좀 지나야해서 불편했지만,
공사는 언젠간 끝나게 마련이고...그 공사가 끝나면 좀 수월한 길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드디어 외도천!!!
폭이 넓고 물도 맑고 주변에 오랜 수령의 나무들이 우거져서
제주시민들의 여름피서지로 사랑 받는 '외도천'
위쪽부터 쭉 걸어내려오면서 하천 곳곳에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별로 볼 수 없었는데,
하류쪽에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르는게 참 신기합니다.
외돌 월대(月臺)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오 동쪽 숲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맑은 물가에 비쳐
밝은 달그림자를 드리운 장관을 구경하며 즐기던 누대(樓臺)라는 뜻에서
달 월(月)자를 써서 '월대'라고 했답니다.
시인묵객이 나무 그늘이 드리운
월대천에 앉아 외도천을 보며 낭만을 즐기던 곳이지요.
외도천 주변 곳곳에 서있는 이 나무들의 잎이 우거지는 계절엔
쉼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요.
오랜 세월 용케 버텨내고 있는 수백년된 여러 그루의 소나무들도 외도천의 자랑거리입니다.
오후 빛을 받은 나목(裸木)과 그림자는 그 자체로 멋진 회화작품이 되어주네요.
외도천이 끝나는 지점. 바다와 만납니다.
그 위에 걸린 다리를 지나 제주도 숨은 명소인 알작지로 걸어갑니다.
'내도 알작지 해안'이 시작됩니다.
'작지'는 작은 돌을 뜻하는 제주어인데요, 동글동글하고 작은 몽돌이 잔뜩 깔린 해안입니다.
작은 배들만 접안하는 작은 포구를 지나~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알작지 해안을 걸어봅니다.
파도에 닳고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 위로 파도가 밀려왔다 나갈때
'샤그라라락~~~~' 소리를 내기 때문에 내도알작지 해안이 유명해요.
그리고 사진찍는 사람들은 썰물때 해가 질무렵이면
장노출로 사진찍을 때도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구요.
좀 허접하게 찍혔지만....어떻든 그런 느낌이에요.^^
파도와 몽돌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를 영상으로 담아봤어요.
좀 더 썰물때였으면 샤그라라락 소리가 많이 담겼을텐데,
이번엔 파도 소리가 더 많이 담긴것 같아요.ㅠㅠ
내도알작지 한쪽엔 반들반들한 몽돌인데,
바로 옆에는 마치 산맥을 연상케하는 울퉁불퉁한 암맥군(岩脈群)이 형성되어 있어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또 한 번 느끼게 합니다.
내도알작지와 더불어 청보리가 한참 피어나는 봄에 가장 많이 곳.
우리는 이 일대를 '내도 보리밭'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의 대부분 농경지에 보리를 심기 때문에 꽤 봐줄만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최근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봄이면 꼭 한 번은 찾게 되는 그런 곳이죠.
이쯤오면, 다시 한 번 생각나는 그 한마디
"역시, 제주올레17코스는 봄에 걸어야해!" ㅋㅋㅋ
내도 보리밭을 뒤로 하고 조금 걸어가면 드디어 시원한 바다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 유명한 '이호테우해변'
옛 방파제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포구도 지나구요,
초승달처럼 휜 이호테우해변을 쭉 걸어나갑니다.
아이고~~ 부지런히 걸었는데, 아직 6km밖에 못걸었어~ㅋㅋㅋ
소나무가 우거진 이호테우해변 길을 걸어요.
물빠진 해변의 원담과 이 해변의 명물이된 목마등대를 보면서 잠시 쉼을 청합니다.
여름에 이곳에서 일몰사진 찍으면 엄청 예쁘게 나와요~
이호테우해변을 뒤로 하고 이호마을 안길을 걷습니다.
이 마을엔 유독 오래된 팽나무들이 많아서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그림이 되어줍니다.
"응답하라 오바?" ^^
아직도 사용중인 듯한 확성기~
제주시내 인접 동네지만, 여전히 시골스러운 풍경이 곳곳에 남아있는 사랑스러운 마을입니다.
마을을 벗어나 다시 바다.
도두 '추억의 거리'가 이어집니다.
넓은 인도 곳곳에 추억의 놀이 장면을 재미있게 재현해 놓은 공간입니다.
오후빛에서 보니 좀 더 옛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이렇게 놀고 있으면 어머니가 밥먹으러 와라~~하면서 부르곤 했었는데 말이죠~^^
크고 작은 요트가 많이 정박해 있는 도두항 한 켠을 지나,
몇 년전에 세워진 도두항 구름다리.
생선뼈 모먕인 인상적이죠~^^
구름다리를 건너 올라야할 '도두봉'이 보입니다.
제주올레17코스에서 거의 유일한 오르막길인데요,
산책로가 옆으로 길게 나있어서 올라가는데 전혀 힘들지 않아요.
정상에 서면 전망도 좋답니다.
이렇게 제주올레17코스 전편 약 9.5km구간 포스팅을 마쳐봅니다.
처음 이 코스를 걷기 시작할때는 별로 사진 찍을게 없는 코스가 될 듯 했는데,
왠걸~~ 여느 때 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고만 코스가 됐네요. ^^
나머지 후반부는 용담해안도로와 용두암, 용연구름다리
그리고 제주시내 구시가지와 동문재래시장으로 이어지는 포스팅이 될거예요.
제주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