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설레인다.
호남정맥...'시작이 반'이라고 하더니 벌써 3번째를 맞이한다.
일요일만 되면 흐리고 비소식이더니..이번주는 다행히 토요일 비가 내리고 일요일은 약간의 황사와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맑은 날이 될거라 한다.
정맥산행은 이름있는 산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도 아니다..그러므로 오히려 더욱 자연과 동화할 수 있고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고 보다 자연의 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정맥산행을 하는 날이 오면 이리도 가슴이 뛰고 설레이는 모양이다
일요일 아침
6시 5분전 빆으로 나가니 해어저님은 늦잠을 잤다하면서도 벌써 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집에서도 30분이 당겨진 출발 시간으로 4시부터 덜그덕거리기 시작했으니 왠만큼 부지런을 떨어서는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았다.
6시가 되니 초심불가망이 뛰어오는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른다..아직은 어둠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카풀을 부탁한 김문희님을 태우기 위해 금호동으로 향한다..그곳에서 레몬과 이윤구님을 태우고 다시 매곡동을 향해서 신나게 달린다..
6시 30분이 조금 못되어 아파트에 도착하니 날은 밝아오고, 아파트 앞은 썰렁하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려하니 오춘기님이 아파트를 나온다
차를 주차하고 오니 사람들이 보이고 정확히 6시 30분이 되니, 차가 도착한다.
서구에서 온 나와 안해숙,김성종,이윤구,장승호,김문희와 오춘기님,그리고 박종철님과 오늘 카페를 통해 처음 참석하신 박종덕(쉼터)님과 김소리님이 정성껏 타주신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있을 때 도착한 박혁규님..이상 10명이 타고 6시 40분경 아파트를 출발한다.
어린이대공원 앞 해병전우회 앞에서 김유환님을 태우고..출발 시간을 7시로 잘못알고 있었던 김평환님 가족을 동광주 만남의 광장에서 태우니 최정순님과 김도경군을 합해서 14명이다.
산행하기 딱 좋은 인원이다.7시 정각 차는 다시 동광주톨게이트로 진입하여 서구리재를 향한다.
쉼터님은 창원에서 올라와 아침 일찍 오느라 버스 안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앞쪽에서 붉은 기운이 넓게 퍼지는 것이 보인다..해가 뜰려나보다..
좌측으로는 잔뜩 가스를 머금은 병풍산 자락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무등의 뒷모습이 보인다.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우측 전방에선 눈부시게 태양이 비춘다.
7시 33분 그대로 남원휴게소를 통과한다..뒷좌석에선 오랜만에 나온 초심불가망이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ㅎㅎ
다시 7시 52분 남장수톨게이트를 지나 장군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그리고 시원하게 일을 해결하고..ㅎㅎ..8시 3분 휴게소를 출발한다.
기사님은 구불구불한 길을 용케도 잘 기억하시고 바로 서구이치에 도착한다..오늘은 백구와 함께 사람도 보인다..봄이 되니 썰렁하기만 했던 집에도 인기척이 드는 것인가..
바람은 제법 쌀랑하다..하지만 날씨는 아주 맑은 날이다..간단히 준비를 하고 안해숙님이 밤새워 따끈따끈하게 덥혀온 인절미를 하나씩 먹는다..ㅎㅎ..산행도 뱃심으로 하는 것이니...
기사님께는 신광치 비포장을 올라올 수 있겠냐고 하여 허락을 받고 점심 도시락을 차에 두고가니 배낭이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8시 33분 서구이치에 도착하여 8시 45분 산행을 시작한다.
선두는 이윤구님이고 후미는 박종철님이 맡는단다.
西九耳峙 그 뜻은 알수 없지만...이제 언제 올지 알수없이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한다.
선두그룹은 이윤구,김유환,박종덕님이고, 후미그룹은 박종철 김혁,김평환,김도경군이다
손이 제법 시럽다..아직은 겨울을 못벗은 듯 하다..여기저기 잔설도 보인다
8시 58분 첫번째 980봉에 오른다..뒤로는 팔공산이 지척으로 보인다..팔공산 정상에서 봉선족발에 개성인삼주를 먹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나갔다.
앞뒤로 표현하고 있지만 팔공산은 남쪽이니 우리는 지금 북쪽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
다시 9시 8분 1060봉에 도착하고 좌우로 싸리나무와 철쭉 기타 잡목이 어지러운 길을 걷는다.
9시 40분..두개의 밴치와 데미샘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봉에 도착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섬진강의 발원이라는 데미샘을 가보고 싶었으나 ..정맥 위주의 산행이니 오늘도 그냥 지나친다...금강의 발원지라는 뜬봉샘도 보지 못했는데...
9시 47분 일명 깃대봉이라 부르는 1070봉에 도착한다..여기서 잠시 휴식하며 김성종님의 배낭에서 오렌지가 나오고..우리는 시원하고 맛있게 먹는다..1개 이상씩을...그 무거운 것을 매고 올라오다니...분명 도경이 배낭에서도 오렌지가 나온 것 같았는데 어느틈에 바닥이 났다..ㅎㅎ..너무 잘 먹는다..
이제 좌측으로는 선각산이 보이고뒤로는 아직 팔공산이 그리고 우측으로는 멀리 타관산이 보이고 지나온 호남정맥의 능선들이 구불구불 춤추고 있다.
9시 58분 와룡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해발 840m의 오계치에 도착한다.10시 16분..
五溪峙..다섯개의 계곡을 이룬다는 이름처럼 우측엔 와룡휴양림이 그리고 좌측엔 백운계곡이 있으니...그래서인지 좌측에 저만치 헬기장이 있고 그곳까지 시멘트 포장이 된 듯한 길이 이어진다...하지만 무슨 이유로 헬기장이 도로까지 동반하여 그곳에 있어야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도로가 없는 곳에 빠른 이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 헬기인데 잘 닦여진 도로끝에 헬기장이라니...
이제 이곳부터 삿갓봉까지는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이다..10시 40분 로프바위를 통과한다...그리고 10시 56분 1114미터의 삿갓봉에 도착한다..그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길을 서두른다.
11시 20분 안부에 내려서고 11시 30분 1080봉을 지난다
홍두괘치 근처에서부터는 좌측으로 푸른 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서있다..그리고 마치 불어오는 서풍으로 그 향이 가슴을 상쾌하게 한다.
洪斗卦峙 이도 분명 큰물과 관련이 있을터..근처에 분명 큰 골이 있는 모양이다.
12시 43분 시루봉과 신광치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이곳에서는 깐딱 잘못하면 직진해서 시루봉을 거쳐 덕태산으로 가는 것이니 후미를 데리고 가야한다.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는 경사가 급하고 바닥이 얼어있어 ..이윤구님은 전문가답게 로프를 꺼내 길게 연결한다..모두 그 줄을 잡고 편히 내려간다..
잠시후 박종철님과 오춘기님이 도착한다..물어보니 박혁규님이 근육통으로 힘들다고 한다..
일단은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으니 박종철님을 남기고 우리는 먼저 내려간다..마지막으로 종철이에게 로프를 걷어오라고 하고..
이때 오춘기님으로부터 기사님이 신광치로 오던 길에 웅덩이에 차가 빠져서 어렵게 반대로 올라오고 있다고 늦는다고 했다..우리도 늦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몹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농사를 시작하지않은 넓은 밭이 보이고 저만치 우리 차도 보인다..
13시 35분 드디어 차가 있는 신광치에 도착한다.
새로운 빛이 나는 언덕배기여서 新光峙인가..고냉지 채소밭은 넓기만 했다
먼저 도착한 이윤구님과 박종덕님은 차가 중간에 못올라오는 줄 알고 우리를 위해 도시락을 가지러 간다고 내려갔다고 한다..차가 반대편으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참 대단한 친구들이다..
특히 박종덕님은 쥐띠라고 하니 그렇게도 소슬대문님이 갑장갑장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소원풀이를 하는 모양이다..ㅎㅎ..그는 완전히 전문 산악인이었다..
기사님 말씀이 웅덩이에 빠져 트랙터에 5만원을 주고 차를 들어올려 반대로 오는데 길을 몰라 백운동계곡에 들렀다가 약 90킬로의 거리를 더 뛰고 도착했다고 한다..윤구는 차를 찾으러 가고 그 다음 중간팀이 도착하는 그 사이에 차도 도착한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일단은 밭 옆에 임시 숙소로 쓰고있는 하우스 안으로 옮겨 식사를 하기로 했다.
기사님의 블루스타 위에서는 찜통에 물이 끓고 종철이가 가져온 라면이 통째로 들어간다.
그리고 식탁에 상을 차리고 빙둘러 앉는다.
역시 추위에는 라면이 압권이다
고물소파긴 하지만 해어저님이 앉는 순간 와장창 무너져서 바닥에 닿는다..ㅎㅎ..그래도 감지덕지 그 위에서 식사를 한다..추위를 이기는 술도 한잔하고...
그리고 기사님이 따로 준비한 주전자에 커피물을 끓이고 부지런한 종철이가 후딱 차로 뛰어가 커피와 컵을 들고온다..한잔의 커피까지 마시고 서성일때 장승호 박혁규가 들어온다..
둘이는 도저히 오후 산행이 힘들어 남은 구간은 다음을 기약하고 남기로 했다..ㅎㅎ..그대신 진안에 가서 막걸리를 준비해 놓으라는 특명을 받고..
예상 시간보다 약 1시간 30분이 지연 됐으니 서둘러야 한다.
14시 30분..55분에 걸친 점심을 마치고 출발한다..이제 12명이 가는 것이다.
14시 57분 첫번째 910봉에 도착한다.그리고 15시 04분 초원안부에 도착한다..이곳은 억새평원이다..지난해 영화를 뒤로하고 한낮 잔재가 되어 힘없이 누워있다...이따금 그 억새 사이를 헤치고 파릇파릇한 잎이 올라오고 있다..
초원의 오르막이 끝나는 부분에서 우측으로 틀어 나간다
그리고 15시 40분 성수산에 도착한다..聖壽山..이름이 아주 훌륭한 산이다..그곳에서 다시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길을 서두른다.
아무래도 오늘은 반월재까지는 무리인 듯 하다..가름내재까지라도 날이 지기 전에 당도해야 하는데...
중간 중간에 이윤구님은 적절히 휴식을 취한다..그러니 후미와 많이 떨어질 일이 없다
16시 14분 990봉에 도착했다
이제 마이산이 귀엽게 보인다..위에서 내려다보니 꼭 말의 두 귀가 쫑긋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반월재저수지도 보인다..하지만 앞으로도 여러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 한다
다시 16시 40분 890봉을 지나 17시 25분 헬기장이 있는 709.8봉에 도착한다..그곳에서 잠깐 오렌지 두개로 후미 4명이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이제 마이산은 아까보다 더 크게 보이고 더 가까이 보인다.
17시 46분 옥산동 고개 위의 묘지를 지나 17시 50분 옥산동고개에 도착한다..그곳에 앉아 빵타임을 갖는다..종철이가 가져온 바게트와 생크림이 아주 인기가 좋았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 몇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18시 05분 491봉을 넘어 18시 23분 500봉을 넘고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18시 30분 묘 2개가 있는 소나무숲을 지나 18시 32분 드디어 가름내재 도로에 내려선다..
차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고..ㅎㅎ..우리는 땀을 흘리고 있는데 기다리던 두사람은 덜덜 떨고 있다..ㅎㅎ
그리고 장승호원장이 준비하고 박혁규원장이 돈을 지불한 막걸리를 벌떡벌떡 들이 마신다..캬~~~!!!
9시간 47분..그리고 36883보
그리고 1000미터가 넘는 봉우리 7개와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봉우리 21개를 넘어 이곳에 왔다.
긴 하루는 이렇게 조용한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18시 45분 가름재를 출발하여 새로 개발한 용봉동 국밥집에 도착하니 20시 45분 무렵이니 약 2시간이 걸렸다.
국밥집은 사람을 아주 기분좋게 했다..부족한 것도 물어 갖다주고 음료수도 서비스 하고 술국도 갖다주고..특히나 마늘도 주었다는 사실...앞으로 자주 애용하기로 했다..
9시 30분 무렵..다음주의 봄꽃산행을 기대하며 각자 뿔뿔히 동네별로 보금자리를 향해 돌아간다.
무엇인가 가슴에 가득 담아가는 기분으로..
감사합니다.
첫댓글 긴 걸음으로 김도경군과 이윤구님은 유통기한을 며칠 앞둔 아스피린을 씹어 먹기도..ㅎㅎㅎ..그래도 큰 부상없이 안전 산행에 감사드립니다..
오후 산행에서 쉼터님의 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감사합니다.
오후 산행에서 쉼터님의 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감사합니다.
다음달엔 벚꽃이 만발한 마이산 구간입니다..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혁규님의 진안 토종생막걸리 잘 마셨습니다..감사합니다..물론 한잔을 마실때마다 김치를 한젓가락씩 입에 넣어준 오춘기님도 감사했구요..ㅎㅎ
오메~~겁나게고생많이하셨습니다~애많이쓰셨네요대단하시네요
후기로 함께 합니다. 이거 글을 보니 어째 부상? 입은게 잘한거 같기도 하고 ㅎㅎㅎ 되게 겁납니다그려~~모두 수고하셨고, 글 잘 읽었습니다.
김평환님과 도경이는 한시간 자고 그긴산행을 함께 했으니 진짜 전문 산악인 입니다. 그시간에 다시 창원으로 가신쉼터(박종덕)님과 후미까지 챙기고 기록 남기 시느라 더욱 수고 많으셨습니다.
읽기만 하는데두 숨이 가프네요.뭐니 뭐니해도 문숙이 갑장이 생겼다고하니 기쁨이 천배만배~ㅋㅋ천하를 얻은듯하옵니다.(쉼터님 자주 오세용~~)긴~후기 애쓰셨네요. 감사합니다.
이젠 조금 익숙한 단어가 되버린 호남 정맥..좋은 분들과 함께한 산행 좋았습니다..정성들여 쓰신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담에 뵙겠습니다~~
벌목재까지는 갔어야 하는데 그래야 다음에는 좀 더 편하게 갈수 있는데^^....그냥 한번 해 본 소리입니다.
가름재 까지만 해도 징하드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