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묘년 시산제를 준비하며...
어느덧 혹한의 계절... 하얀 겨울이 물러 난 자리엔 봄의 기운이 완연하여 새생명이 움트는 푸릇함으로
대지의 색상과 기운를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오름짓을 시작할 때가 되었는가요?
지난 겨울 디룩디룩 찌기만 한 몸뚱이를 이끌고 바위를 오르기가 버거운 생각에 두렵기까지 한 것이
나만으로 끝나길 간절히 바라며...
첫번째 시산제는 이천 도드람 산에서 했고 두번째 시산제는 비가 내리는 판교암장에서 했습니다.
이번 시산제는 바위꾼들의 전통을 따라 인수봉에서 야간에 지내려고 했으나 고민 끝에
불암산 학도암의 한성대 암장에서 하는 것이 보다 나을 듯 싶어 어려운 가운데 그곳에서 진행키로 하였습니다.
이번 산제에는 대다수 대원들이 일이 있어 참석키가 어려우신가 봅니다.
지난 3/27(일) 정기산행때 칼바람부는 의상능선의 의상봉에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산꾼 3명이
나름 준비한 제물을 시산제를 올리기 위하여 백운대를 향하여 진설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물들은 변변찮았지만 그들의 정성과 뜻이 갸륵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고 시산제 후
막걸리라도 같이 하고픈 생각도 없잖아 있었으나 좁은 산행로에 자리를 잡은 터라 복잡하고
된바람으로 추워서 자리를 벗어 나야만 했습니다.
그들에게 시산제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삼십여년의 산악활동을 통하며 시산제, 종산제를 올리거나 초대받은 횟수가 그 얼마더냐...
무엇을 위하여 매번 쉽지 않은 산제를 올리려고 그리 애를 써야만 했을까?
나는 나를 높은 의식과 거산 거벽의 경험을 한 대단한 산악인이라고 평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산꾼이거나 산쟁이에 불과할 뿐이죠...
다만 나와 등반을 함께했던 선배, 후배, 동지들이 내게 남기고 간 결코 지울 수 없는 자일의 정...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잊혀져 가는 그들과의 그리운 순간들을 잊어선 않된다는 추모제이며
지금 함께 등반하는 동지들의 안전등반을 위한 의식이 나의 산제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신앙에 충실했을 때는 시산제를 올리는 것을 보며 별 쓰잘대 없는 행사를 한다고 생각을 했었고
시산제엔 참석을 하질 않았었습니다. 나의 유일한 신은 하느님과 성모마리아였기에...
생사고락을 함께 했거나 산을 좋아하던 주위 분들의 갑작스런 사고가 세월이 가며 점차 늘어 나면서
추모제의 참석도 많아 졌고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신앙심도 서서히 변하게 되었습니다.
경험컨대 어려운 등반활동을 통하여 먼저 가신 악우들이 남기고 간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산악이념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어떠한 경로로든 옳바른 산악활동을 위해선 유지,계승되어야
하기에 이 시산제를 형식적인 절차라고 치부하지 마시고 입산하여 산행이나 등반을 즐기려는
모든 악우들의 기본의식으로 생각해 주길 바래 봅니다.
글 재주도 없는 놈이 어려운 제문을 쓰며 자일의 동지들이 내게 주고간 소중했던 순간들을 떠 올립니다.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뻑뻑해 지고 아려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92EFD444D959CFB10)
긴만에 제문을 쓰려니 허리가 결리고 어깨가 아파 옵니다. 뭔 글을 이리도 장황하게 써서...에궁~
화선지에 한자 한자 정성을 들여 써야 하지만 조급증이 그리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
글자는 생각과는 달리 지멋대로 술 취한 발걸음처럼 삐툴거리며 화선지를 내려 갑니다. 그려...
다음 산제에는 다른 분이 쓰시길 바라며...
![](https://t1.daumcdn.net/cfile/blog/114059434D959F881E)
한참만에 축문 쓰기를 끝냈습니다. 에구~ 팔, 다리, 허리야~~~
![](https://t1.daumcdn.net/cfile/blog/12612D454D95A05A1A)
제문은 완전한 소지를 위하여 꼭 화선지를 써야 하고 인쇄 보다는 붓필로 정성을 들여 써야 하지만 걍~ 싸인펜으로...ㅠㅠ
일부 제문을 A4 용지에 인쇄하여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도 있으나 옳바른 방법이 아니므로
귀찮고 힘들더라도 화선지에 누구든지 알아 보고 읽을 수 있는 글체로 정성들여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축문을 작성하시는 분이 독축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만 작성하시는 분과 독축하시는 분이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감안하셔야 할 것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505DF504D95A7C418)
이처럼 제문은 접지 마시고 두루말이로 돌돌 말아 손상이 되지 않도록 보관통을 만들어 보관하여야 합니다.
토요일 소량의 비가 예보되어 축문이 비에 젖는 낭패를 피하기 위해 우유곽을 이용해 축문 보관집을 만들어
빗방울이 들어 오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봉했습니다.
우유통은 방수도 되고 재질이 흡족치는 않지만 약간은 단단하기에 화선지같이 약한 재질의 종이를 보관하는데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대나무 통으로 만들면 더 좋겠군요~ ㅋ~
시산제를 올리기 위해 제물을 준비하시는 대원들의 노고와 부득히 시산제에 참석치 못하시는 대원의 안타까운
모든 마음이 어우러져 올 한해도 안전하고 즐거운 등반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축문에 담아 미흡하나마
축문 작성을 마쳤습니다.
이글은 다음 축문을 준비하실 대원을 위하여 올립니다.
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