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겨 맞아야 잠을 자는 여자
天眼/김대자
옛날에는 남정네들이 여자를 두들겨 패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이 남정네들의 권위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술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두들겨 패고, 밥을 먹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두들겨 팼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혹은 친정에서 돈을 빌려오지 못한다고 두들겨 팼다.
나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우리할아버지는 화가 나면 며느리를 두들겨 팼다.
때로는 할머니가 시집살이 시키느라고 때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자라서 그런지 아버지도 술을 먹고 들어오시면 어머니를 때리는 습관이 있었다.
어릴 때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상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미웠고 아버지가 미웠다.
왜 그렇게 사람을 때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때에는 보다 못해 어머니를 대신해서 욕도 하고, 덤벼들어 상대를 밀치기도 했다.
세상에 나에게는 하나뿐인 어머니다, 어머니가 매를 맞는 모습을 보면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언제쯤이나 이런 모습을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서커서 어머니를 보호해 드리고 싶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튀밥을 튀듯이 커서 나올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커서 어머니를 보호하고 싶은 생각 뿐 이었다.
어린 나는 그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을 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절대로 여자를 때리지 않는 남자로 살아야지“ 하고 말이다.
너무나 두들겨 맞아서 그런지 어머니는 일직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았을 때다.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5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린 손자 등에 업고 마실 한 번 돌아보시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셨으니 내 가슴에 또 하나의 상처가 생겼다.
효도 한 번 해볼 기회조차 주시지 않고 세상을 떠나버린 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니 요즈음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자가 남자를 때린다는 소문이 종종 들린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때리기도 하고, 시집살이가 바뀌어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구박하거나 소리를 지른다.
심지어는 시어머니가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 며느리들이 있다하니 어찌된 세상인가?
차라리 이런 소문이 잘 못 들려오는 헛된 소문 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해 본다.
얼마 전엔 아들과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싫어서 치매기가 있는 시어머니를 관광을 시켜드린다며 외국에 가서 버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꿈에서 들었던 이야기로 잊어버리고 싶다.
요즈음 나에게도 여자를 때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도 다짐하고 다짐했던 어릴적 다짐은 어디로 갔을까?
저녁이면 아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며 나의 수면을 방해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여자가 맞아야 잠을 자려나!” 하며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아내는 “그러면 때릴 터면 때려봐”
“당신 손에 맞아 죽으면 좋겠네.”
“당신이 나를 때리면 나도 당신을 두들겨 패줄게.” 하면서 비아냥거린다.
그러면 어디선가 작은 흉기를 들고 나와 위협을 가한다.
“오늘밤 데지게 패버릴거야.”
“나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야!”
“한번 맞아볼래?” 하면서 등에서 부터 시작해서 엉덩이와 장딴지, 그리고 발목을 치켜들고 후려친다.
화가 나면 발로 밟기도 하고, 흉기를 들고 때리기도 한다.
그러면 기절을 한다. 죽은 듯이 떨어져 잠을 잔다. 이런 일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내 흉기는 근육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 하는 아내를 위해서 준비해둔 사랑의 안마 봉이다.
안마 봉으로 두들겨 패면 혈액순환이 잘되어 그런지 금방 행복한 잠으로 빠져 든다. 밤마다 두들겨 패면 얻어맞고서야 잠을 자는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