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천만관객을 넘을 것 같다는 이 영화, 보셨나요?
누가 좌파영화 보지 말라고 해서 더 유명세를 탔다던 이 영화... <파묘(破墓)>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연출했던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라고...
전 <검은 사제들>은 보고, <사바하>는 못 봤는데요, <검은 사제들>을 보고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김윤석과 강동원 같은 배우를 쓰면서 저 정도밖에...?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엑소시즘(exorcism)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도 못했다고 봤어요.
그런 영화는 그 자체가 아주 쎄지 않는 한, 분위기를 좀 타야죠, 유행 같은거...
암튼 5백만이 넘었다니 선방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영화 연출했던 감독이 <사바하>를 거쳐 또 하나의 오컬트(occult)영화를 연출했다니 관심이 가더라고요.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4인방... 최민식, 류해진, 김고은, 이도현...
최민식과 류해진, 이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사실 무게감이 있는 걸로 보여지죠...
김고은은 이 영화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평론가들이나 영화 매니아들의 평이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이 여배우가 할 몫을 해 주기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살(代殺)굿을 하면서 무당춤을 춥니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사실, 제목이 주는 긴장감 대비 조금 루즈하게 전개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부터는 집중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발로 쿵작쿵작하면서 리듬도 맞추고 그랬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좀 더 본능감을 자극하거나, 좀 더 원시 샤머니즘(shamanism)을 기억하게 하는 쪽으로 갔더라면
아주 인상에 콱!하고 박힐 수도 있었고, 그랬으면 좋았을 부분을 좀 약하게 다루고 넘긴 듯한 아쉬움이...
이 영화에는 실제로는 보기 힘든 직업적 조합도 보여줍니다.
류해진의 극중 직업은 염(殮)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기독교 장로입니다.
반면 김고은의 직업은 무당입니다. 서로 상극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팀플레이를 합니다, 보기 좋게도요...
최민식의 직업은 풍수지리(風水地理)를 보고 명당을 소개해 주는 지관(地官)입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었어요, 극중에 최민식이 흙을 입에 넣어 맛을 보고는 그 땅을 가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지관들이 그 자리를 평가하느라 흙을 맛보기도 하는지...
나중에 여기저기 알아보니,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러는 지관들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게 일반적이지는 않고,
그 방면에 아주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영화적 효과를 위한 연출인 것으로... ^^
영화를 볼 땐 몰랐지만 나중에 좀 더 찾아보니, 김상덕(최민식), 고영근(류해진), 이화림(김고은), 윤봉길(이도현) 등,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모두 실제로 독립운동에 몸을 바쳤던 분들의 이름들아었다고 하죠. 나중에야 알았네요.
사실 윤봉길 의사를 제외하고는 평소에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분들이고요.
악지(惡地)에 묻힌 원한으로 후손을 해코지하려는 친일 매국노로는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을 떠올렸지만
영화에서는 박씨(朴氏)로 나와서 아닌가 했다가...
관이 열린 후 자식들에게 해를 끼치려 하는 장면에서 며느리가 뭣에 홀린 듯 열심히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완용이 첫째 아들이 죽은 후 그 며느리와 상간관계(相奸關係)였다는 것을 저렇게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기발한 표현이잖아요? 감독의 재치가 번뜩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해설을 들어보니 실제로도 그렇다더군요,
당시 중추원 부의장으로서 후작의 작위(爵位)를 받은 사람은 이완용이 유일하다고.
영화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일단 배우들이 다 확실한 제 값들을 합니다.
극장에서 볼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해설과 자료를 보면서 더 많이 알게 된 것들도 많습니다.
감독의 고증(考證)이나 짜임새 있는 플롯(plot)의 배치 같은 것들이 눈에 띕니다.
영화를 볼 때마다 제가 중요시하는 스토리 텔링과 극의 전개방식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 공감이 안 가는 부분도 없지 않아요.
오컬트 영화 자체가 스피리츄얼(spiritual)한 거잖아요. 영혼, 정령, 귀신, 뭐 그런 것에 해당하는 것들요.
그런데 그게 물리적인 힘으로 대항이 가능한가요? 그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귀신(ghost)과 괴물(monster)은 명백히 다른 거죠.
바로 그 일본장군의 귀신이 나오면서 스토리라인이 꼬여 버렸습니다.
흔히들 이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고들 하는데, 저는 불호의 편입니다.
500년 전에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가했던 일본무사까지 등장시키려면 관객들에게 사전정보를 좀 더 줬어야죠.
갑.툭.튀.라는 생각이 들고, 관람 중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나중에 해설을 듣고서야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나름 중요한 대목이었는데, 좀 더 신경 써서 이해하기 쉽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뭐, 평소에 자주 보는 장르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럭저럭 볼만은 합니다.
최민식이 나오는 영화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선입견만 배제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점프 스캐어(Jump Scare) 라고 하죠,
가만히 있다가 불쑥 죽는 장면으로 바뀌거나, 음향이 크게 들리거나, 그래서 무섭게 만드는 효과,
그것도 몇 개는 있지만 그거 싫어서 못 볼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 안 하고 보셔도 됩니다.
어제 부로 7백5십만 관걕이 들어서 흥행에는 일단 대성공이라고 하네요. 안 보셨으면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해설과 자료 등으로 사전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보시는 것도 좋고,
먼저 보시고 나서 나중에 아,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정보와 함께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오랫만에 영화 리뷰 한 번 해 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첫댓글 장안의 화제작을 보셨군요
700만이 넘었다고 하던데...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가한 일본 무사까지 동원한걸 보면 뿌리가 깊네요
좌파 영화라고 한쪽에선 연막을 치던데
언제까지 이데올로기를 덧씌우는지 웃을 일입니다.
전에 조국 책을 올렸더니 댓글 안 다신분들도 열일 올린걸 보면 우리 카페가 우경화 되었나 싶었습니다
모 정치인의 자녀는 다빈치의 재능을 능가했다고 평하더군요 논문 발표가 다양한 분야라서.
같은 잣대로 평가해야 옳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남을 평가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해야 합니다.
학력은 높은데 지식과 지혜가 빈약해가는 현대인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봐야 겠어요 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파묘 광고는 마니 봤는데... 무서운 영화를 안 좋아해서 그냥 넘길까 하는 중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보고 제이크님 글을 다시 읽어야겠어요 ㅋ
아 ^^:; 티모시도 봐야되는데 .. 고민 되네요 ㅡㅡ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거부감도 크지 않고요.
기생 오래비 같은 티모시보다 최민식, 류해진, 김고은, 이도현이 더 낫지 않나요? ㅎㅎ...
@제이크 아니 우리 티모시를 왜 기생오래비라 하세여? 얼마나 모찐데요 잉 ㅡㅡ
잘 생겨서 샘 나시네요 제이크님 ㅋㅋ
개봉날 바로 보았는데 리뷰를 읽으니 영화를 더 이해하기도 싶고 몰랐던 부분까지 알 수 있어 너무 좋으네요!!^^ 배우들 연기는 와~~~였고 전 괜찮게 보았어요!!
네, 좋은 영화죠. 천만관객을 넘기면 좋겠습니다~~` ^^
리뷰 잘 읽었고 감사합니다..
파묘 보고싶긴 했는데... 저도 심약하여 무서운거 잘 못보는 성향이라ㅜㅜ
그런데 말입니다... 류해진 아니고 유해진이 맞는것 같습니다~^^
아고, 대댓글을 단다는 게 내 글에 댓글로 달아 버렸네요.. 대댓글은 아래 내용이었음요... ^^
두음법칙에 따라 류씨는 유로, 라씨는 나로... 그게 몇년도에 정해졌죠? 꽤 된 걸로 아는데..
근데 그 때 희망자에 한해서 본인이 원하면 류씨, 라씨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래서 금년에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는 류현진도 본인이 원해서 굳이 류현진으로 표기해 달라고 한 거고,
미디어에서 보니까 류해진으로 표기된 걸 많이 봤는데... 그 분 경우도 본인이 원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서...
뭐 대단히 중요한 건 아니고요~~~ ^^
많이 안 무서워요. 심약한 사람도 충분히 잘 보고 즐길 수 있습니다.
정 거부감 드시면 어쩔 수 없지만, 믿음직한 분 옆에 앉혀 놓고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