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맛집 100곳] 서울 강북 지역
●을지면옥(냉면)/중구 입정동
다른 냉면집에 비하면 을지면옥은 그다지 오래 된 집이 아니지만 드나드는 손님들의 나이대가 가장 높은 집일 듯하다. 그만큼 전통적인 냉면 맛을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냉면은 참으로 단순해 보이는 음식이다. 하지만 면과 국물만으로 빼어난 조합을 만들어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을지면옥의 냉면(5500원)은 이런 단순한 조합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큼직한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긴 면은 약간 위압적이다.
시각적으로 단순하다. 차가운 국물, 메밀로 뽑은 면, 그 위에 살짝 뿌려진 파와 고춧가루. 맑은 국물을 한모금, 입 안을 촉촉하게 적신 후 그 날 국물의 상태를 감안하면서 초와 겨자를 친다. 그러면 국물 맛이 화사하게 살아난다. 시원하고 개운한 쇠고기 육수의 느낌이 초와 겨자의 더해짐으로 향긋함을 지닌다. 면을 이빨 사이에 갖다 대면 메밀 특유의 투박함을 지닌 면이 약간은 꾸들꾸들한 느낌을 던지면서 툭 끊어진다. 간결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냉면 맛이다. 냉면을 먹기 전에는 제육(8000원)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원한다면 주문할 때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매콤한 양념장에 기름진 돼지고기 한 점 찍어먹으면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실제로 그렇게 혼자 드시는 이북 출신 노인분들도 많다.
▶ 찾아가는 길: 종로 3가에서 을지로 3가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대로 왼편에 간판이 보인다. 을지로 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 / 주차: 일방통행로라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 (02)2266-7052
●미스터 차우(홍콩요리)/중구 태평로
홍콩 번화가 음식점이 서울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1층 ‘미스터 차우(Mr.Chow)’. 전형적 홍콩 식당의 모양새다. 정면 유리창 뒤로 붉은 돼지고기 덩븜리, 갈색 통오리구이 등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런치세트(9000원)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일품요리 중 하나를 선택하면 볶음밥과 함께 접시에 담겨 나오고, 수프가 딸려 나온다. 일품요리는 요일별로 바뀐다.
홍콩의 대표적인 요리라고 하면 ‘차시우’(叉燒·베이징 표준어 발음으로는 차샤오·레귤러 1만1000원, 대 1만5000원)를 들 수 있다. 유리창 뒤에 걸려 있는 붉은 돼지고기가 바로 그것이다. 메뉴판에는 ‘바베큐 포크’로 적혀 있다. 돼지고기 목살에 꿀과 간장 등의 양념을 발라 구운 바비큐 요리다.
미스터 차우의 또다른 대표요리로는 ‘통오리구이’(레귤러 1만2000원, 대 1만6000원)가 있다. 감초, 월계수잎, 진피 등 13종의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고기에 잘 스미도록 재어 숙성시킨 후 통째로 오븐에 구웠다가 말리고, 다시 구웠다 말리는 과정을 두세 차례 반복한다. 25년 경력의 홍콩인 주방장 차우쉬만(周永文)씨의 특기라고 한다. 미스터 차우라는 음식점의 상호도 차우 주방장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다.
▶ 찾아가는 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1층 / 주차: 코리아나호텔 주차장 2시간 무료 이용 가능 / 카드: 가능 / 부가세 10% /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저녁 오후 5시~밤 10시 (토·일요일에는 오후에만 개점) / (02)730-5656
●하동관(곰탕)/중구 수하동
정문과 후문 양쪽에 걸려 있는 간판에는 ‘곰탕 전문 하동관’이라고 적혀 있다. 설렁탕이 대세를 잡고 곰탕은 기세가 꺾였음에도 오로지 곰탕으로 50년 넘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집이다.
메뉴는 수육과 곰탕(보통 7000원, 특 8000원)뿐이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바글거리는 사람들, 인근의 샐러리맨들은 다 몰려든 듯 넥타이 부대들도 많다.
가게 안에는 오랫동안 밴 기름진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점심시간에 합석은 기본, 자리에 앉아 식권을 내주면 누런 놋쇠대접에 담긴 곰탕을 들고 온다. 그릇이 무척 뜨거운데도 스스럼없이 손으로 들어서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많은 이들이 “가끔은 손톱 맛으로 먹는 거죠”라며 농담삼아 이야기한다. 흰 가운을 입은 남정네들이 서빙을 담당하므로 동작들이 거침이 없다.
국물에는 기름기가 동동 떠있고, 뽀얀 국물에서는 쇠고기 국물 냄새가 풍긴다. 양지머리, 내장, 뼈 등을 계속 끓여낸 진국이다. 소금 간만 하는 걸로 모자라면 ‘깍국’을 더 요청하면 된다. 깍두기 국물을 줄여 부르는 이 집만의 은어인데, 주전자에 담아와서 따라준다. 맑은 국물과 적당히 익은 깍두기 국물 맛이 잘 어울린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영업하고 오후 4시 정도면 문을 닫아 버린다. 곰탕 한 그릇 얻어먹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 찾아가는 길: 을지로입구역에서 조흥은행 본점 쪽으로 나오면 오른편에 45도 각도로 꺾어진 골목이 있다. 이 길을 따라 100m 정도 들어가면 오른쪽에 간판 / 주차: 골목안이라 어려움 / 선불을 하면 식권을 준다. 딴 데서는 보기 드문 시스템이다.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4시 / (02)776-5656
●평안도집(족발)/중구 장충동
장충동 족발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충동은 족발로 유명하고, 족발집들 또한 많다. 근처에 있는 가게들이 다 몇십 년씩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여러 집들이 오랫동안 경쟁을 벌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장충동 족발촌의 맛도 유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이 동네를 주름잡아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이북 출신이다. 돼지고기 다루는 솜씨는 이남보다 이북 쪽이 훨씬 나았던 것도 족발집들이 유명해진 이유다.
평안도집에는 오랫동안 족발을 삶아온 솥이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건 족발을 삶으면 항상 같은 맛이 나도록 유지해주는 족발 삶는 국물이다. 족발에서 빠져 나오는 기름기와 양념 맛으로 간이 유지된다. 시원스런 주인 할머니가 족발을 씩씩하게 썰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맛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썰어낸 족발은 야들야들하고, 쫄깃쫄깃하다. 겉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발그레한 족발들, 보기 좋게 가지런히 썰어낸 족발이 쟁반에 담겨 나온다. 족발 자체가 먹을 게 많고, 뼈를 잡고 뜯어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소주 한 잔 곁들여 먹기에는 참으로 푸짐한 안주거리답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식 족발을 먹다 보면 독일식의 아이스바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들에게 추천해도 경쟁력 있는 음식이 아닐까.
▶ 찾아가는 길: 장충동 족발집 촌 좁은 골목 안쪽으로 간판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1시 / (02)2279-9759
●라 컨티넨탈(프렌치 레스토랑)/중구 장충동
라 컨티넨탈은 신라호텔이 내세우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입구에서부터 고급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강조되어 있다. 동쪽으로는확 트인 경관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라호텔 꼭대기 층에서 전망을 즐기며 우아한 식사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전채로는 프와그라가 괜찮다. 차가운 쪽으로는 테린(2만 8000원)이 있으며, 따뜻한 쪽으로는 소테(2만 9500원)가 있다. 사과를 곁들인 소테는 프와그라의 기름진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캐비어나 달팽이 요리 등 전통적인 프랑스 전채 요리들이 다 준비되어 있다. 바닷가재 카푸치노 수프(1만 4500원)는 가재 향이 물씬 풍긴다. 수프뿐만 아니라 해산물 요리 중에서도 바닷가재가 인기다. 구이, 스팀, 그라탕식으로 고를 수 있는 세 가지 스타일의 바닷가재 요리가 있다.
메인으로는 샤토브리앙이 꽃이다. 쇠고기의 최고급 부위를 살짝 레어로 익힌 샤토브리앙은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 듯한 스테이크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손님들 앞에서 계절에 어울리는 과일들을 직접 팬에 익혀주는 과일 플랑베(1만 6000원)는 낭만적인 정취를 안겨다 준다. 와인을 곁들인 캔들 디너라면 어디보다도 낭만성은 더 두드러진다.
라 컨티넨탈의 가장 큰 장점은 서비스다. 확 트인 홀 전체를 움직이는 웨이터들의 동작들이 보기 좋다.
▶ 찾아가는 길: 신라호텔 23층 / 주차: 호텔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2시30분, 저녁 6시~10시 / (02)2233-3131
●아리아께(초밥)/중구 장충동
아리아께(有明)는 국내 최고의 초밥 요리사 중 한 명인 안효주 쉐프가 이끄는 신라호텔 일식당이다. 안효주의 강한 카리스마가 음식 전반에 전해지기 때문에 음식 전체에 통일성이 깊게 느껴진다. 무척 세심한 체크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멋있는 요리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요리를 만들 때다. 초밥 다이에 있을 때 안효주의 모습은 훨씬 더 빛을 발한다. 마주 앉아서 초밥을 청해보면 초밥을 잘 쥔다는 사실이 그대로 느껴진다.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건 물론, 하다 못해 손님의 입 크기를 보면서 초밥을 쥐는 사이즈를 조정하는 정도는 초밥 요리사라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식당에 비하면 밥과 회의 비율도 적당하다.
초밥용 회를 따라 섬세한 칼집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밥을 먹었을 때 입안에 전달되는 촉감은 훨씬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 계절에 따라 상차림의 변화가 무쌍한 회석요리는 일본 요리의 진수들로 엮어진다. 전채, 맑은 국, 회, 구이, 조림, 초회, 식사 등으로 이어지며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곤 한다. 도미머리조림이나 다양한 덮밥 종류, 가벼운 오차즈케까지 상당수의 메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호텔 음식점이라 비싸다는 점은 아쉽지만 일본적인 전통미를 맛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신라호텔 3층 / 주차: 호텔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2시30분, 저녁 6시~10시 / (02)2233-3131
●진까스(돈가스)/중구 명동 2가
돈가스처럼 고기를 튀긴 요리라면 비엔나 슈니첼 같은 오스트리아 음식을 원조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 튀김을, 특히 돼지고기를 돈가스라는 이름으로 경이적인 대중화를 이루어낸 건 일본인들의 솜씨다. 자고로 명동하면 유서 깊은 돈가스집이 많은 곳이다.
재일교포인 주인은 정통 일본풍의 메뉴를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호 그대로 메뉴 이름을 붙인 진까스(8800원)는 돼지고기 목살의 묵직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맛이 풍부한 목살과 잘 튀겨낸 튀김옷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남성적인 맛이다. 그에 비하면 히레까스(7800원)는 부위 자체가 부드러운 안심을 써서 바삭거리는 튀김옷과의 가벼운 조화를 이끌어내면서 여성적인 느낌을 준다. 튀김 요리다 보니 기름의 중요성이 아주 크다. 콩기름을 쓰는데 사용한 기름과 새 기름의 비율을 잘 조절함으로써 튀김 자체의 싱싱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 바삭바삭거리는 튀김옷, 질 좋은 고기, 그리고 콩기름이 잘 만나야 맛있는 튀김이 완성된다.
안심과 생선, 단호박, 오징어, 양파, 새우 튀김에 고로케까지 나오는 모듬까스(1만 2000원)면 이 집의 모든 튀김 요리들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도 있다. 지금은 거의 멸종해버린 고로케도 쇠고기, 감자, 카레 등 세 가지가 있다. 하나씩 사서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명동 사보이 호텔 뒤쪽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777-0741
●장호 왕곱창(김치찌개)/중구 순화동
김치찌개에 관한 한 이 집은 가장 많은 마니아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는 집이다. 그들이 마니아일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년 내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고 가기 때문이다.
가을로 접븜들면 이 집은 오전 11시20분부터 김치찌개 한 냄비를 먹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하려면 아침밥을 먹은 배가 꺼지기도 전인 11시20분 이전에 가야 한다. 점심식사 시간 후반에는 ‘짤라’가 다 떨어지기 때문에 단골들은 일찍 가서 ‘짤라’를 하나 주문하고 한 점씩 집어 먹어가면서 찌개가 다 끓기를 기다린다.
소 내장을 싹둑싹둑 자른 거라 짤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무척 잘 삶아서 부드러움이 넘친다. 김치찌개는 언제나 일정한 맛이다. 신김치, 돼지고기, 두부, 거기에 양파와 마늘을 넣어 만들어내는 맛은 기본적으로 항상 적당하게 익어있는 김치의 맛에서 기인한다. 맛있는 신김치가 뿜어내는 김치찌개가 참으로 개운하다. 김치찌개를 무덥게 팔팔 끓이는데도 냉방시설은 없고(그나마 작은 유리창 뿐이다), 예약도 안 되고, 신용카드도 못 쓰고, 전화도 없고, 비좁은 데서 고생을 하고 나면 옷에는 찌개 냄새가 깊이 밴다. 그래도 가는 이유가 있는 집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 찾아가는 길: 호암아트홀 건너편 고가 밑 / 주차: 어려움 / 계산은 식사 후에 현금을 받는다. / 전화는 되지 않는다.
●송원(복어)/중구 소공동
복어는 겨울을 빛내는 생선 중 하나다. 어느 일식집에서나 겨울이 오면 습관적으로 복어를 특선 요리로 낸다. 그만큼 복어에는 차가운 겨울이라는 계절 감각이 담겨있다.
복지리를 끓이면서 히레사케(복어 지느러미 술)를 마시노라면 뱃속이 뜨거워진다. 다시마와 조개 등 해산물로 낸 국물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보글보글 끓이면서 복어 몇 토막과 야채들을 집어넣는다. 표고나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파, 배추, 두부, 쑥갓 등 먼저 익는 야채부터 먹고 나면 복어가 다 익는다.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육질을 잘 느낄 수 있는 복어를 가시까지 잘 발라서 먹고 나면 죽을 끓인다. 남은 국물에 밥을 넣고 졸여가면서 쑨 복죽 한 그릇 먹고 나면 배가 듬직해진다.
송원의 주인 할아버지는 일본 시모노세키 복요리협회에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복어 요리로는 유명한 양반이다. 복 요리 전문점답게 복어 풀 코스 요리도 갖추어져 있다. 복어 수육, 회, 초회, 이리, 머리 튀김, 지리, 죽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는 호사스러운 식탁의 극치 중 하나다. 맹독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단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복어. 일본인 관광객들도 자국보다 훨씬 저렴한 복어 요리를 먹으러 많이 찾는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댓병 크기의 청주 병들이 장식되어 있다.
▶ 찾아가는 길: 플라자호텔 뒤편 골목 안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 (02)755-3979
●송죽(죽)/중구 필동1가
서울 시내에서 죽으로 유명한 식당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여의도의 대여와 충무로의 송죽이다. 죽이라는 음식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잘 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음식인 탓이다. 그만큼 정성이 반영되어야 맛있는 죽이 나온다. 죽 전문점답게 이 집의 모든 메뉴는 죽이다.
전복죽을 필두로 닭죽, 버섯굴죽, 야채죽, 인삼죽, 잣죽 등이 있다. 전복죽은 제주도처럼 진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스타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서울풍의 전복죽이다. 말끔한 맛이 강점이다. 닭죽이나 버섯굴죽도 먹어보면 속에 아무런 부담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부드럽다.
전반적으로 모든 죽들이 가볍고 산뜻하다. 이 집 죽의 특징은 계란 노른자, 김가루, 그리고 깻가루가 죽 한가운데 얹어져 나온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죽 자체의 순수함과 맛을 깰 수도 있으므로 입맛에 맞지 않는 손님은 미리 빼달라고 하는 게 낫다. 죽과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단출하다. 물김치 한 그릇과 함께 배추김치, 콩나물, 꼴뚜기 젓갈이 나온다. 죽에 비하면 반찬들은 단순한 맛이라 조금 아쉽다.
아침식사를 하는 손님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더 많다. 여기저기서 일본 말소리가 들리고, 가이드들까지 왔다갔다 하는 통에 무척이나 복잡하다.
▶ 찾아가는 길: 충무로 극동빌딩 뒤편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9시30분 / (02)2265-5129
●송죽헌(남도 밥상)/종로구 운니동
송죽헌은 전통적인 남도의 밥상을 구현하는 집이다. 전통적인 한상 차림은 아니고 풀 코스로 이어지는 스타일이지만 처음 올라오는 음식부터 마지막 음식까지 먹다 보면 남도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남도일미(南道一味)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옥상에는 장독들이 있다. 거기서 햇살을 받으며 익어 가는 장 맛이 밥상의 중심을 잡아주고, 송죽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젓갈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식사는 수수떡과 까만 깨죽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동치미와 물김치가 나온다. 편하고 부담없이 위장에 신호를 보낸 후 음식들이 제대로 이어진다. 구절판의 아홉 가지 재료를 쌈에 싸먹으면서 탱탱한 전복회가 씹히는 느낌을 즐긴다.
전과 불고기, 장어구이 등과 더불어 홍어찜이 나온다. 남도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답게 그리고 그 재료를 잘 다루는 집답게 홍어의 맛이 좋다. 하지만 예전처럼 많이 삭히지 않으므로 더 삭힌 홍어를 원하는 마니아라면 주문할 때 식성을 미리 얘기해두는 게 낫다.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밥과 반찬이다. 그 반찬이라는 것이 굴비와 무 장아찌, 그리고 무지개처럼 서로 다른 맛을 선사하는 일곱 가지 젓갈이다.
토하, 진석화, 꼴뚜기, 납새기, 전복창, 돔베젓 등 다양한 맛들은 흐르는 세월을 담고 있다. 일인당 점심 3만 5000원, 저녁 5만 5000원씩을 받는다.
▶ 찾아가는 길: 창덕궁 앞 삼환빌딩 옆 골목을 따라 70m 정도 들어감 / 주차: 골목길과 인근 주차장에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763-4234
●진할매 원조 닭집(닭 한 마리)/종로구 종로 5가
동대문시장 뒷골목은 서울 시내에 우후죽순으로 퍼진, 이른바 ‘닭 한 마리’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세숫대야에서 목욕하는 닭고기의 원조격인 동네다. 좁다란 골목 안을 비집고 들어가면 닭 한 마리 전문 식당들이 여럿 보인다. 그 중 원조가 형광등 불빛 아래서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진할매 원조 닭집이다. 커다란 양푼에는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담겨있고, 살 토막 사이에는 감자 한 쪽이 끼워져 있다. 끓어오르는 국물 위에서는 대파 몇 쪽이 부유하고 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돈을 따로 내야 한다. 가래떡이나 감자도 그렇고, 닭을 다 먹은 다음에 주문해야 하는 사리나 공기밥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닭 한 마리를 먹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닭이 푹 삶아진 후에는 직접 가위질을 해서 먹어야 한다. 손목 힘이 좋고 닭 자르는 솜씨가 좋은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가면 이 집의 맛은 더욱 좋아진다. 관절 부위에 가위를 넣고 뚝뚝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추 양념장과 간장, 식초, 겨자를 버무려 양념장도 만들어야 한다. 매운 비빔냉면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번밖에 팔아주지 않는’ 사리로 배를 채우고, 목이 마르면 물을 따라다 먹어야 한다. 셀프 서비스다. 날씨가 화창한 날보다는 비오는 날 가서 뜨끈뜨끈하게 끓여먹는 닭 한 마리는 더욱 묘미가 있다.
▶ 찾아가는 길: 종로 6가와 청계천 사이 동대문시장 안 먹자 골목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30분 / (02)2275-9666
●큰기와집(반가음식)/종로구 소격동
큰기와집은 반가(班家) 음식을 전문으로 내는 집이다. 문을 연 지 4년 정도 됐고 작년 연말에 지금의 위치로 이사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 전체에 틀이 잡혀서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은 맛을 끄집어내고 있다. 식당을 개업하기 전부터 장을 담그면서 준비하기 시작한 게 세월이 쌓일수록 우리 음식의 안정적인 맛, 깊은 맛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장을 기본으로 해서 전반적인 음식의 간을 잡아주고, 건강식이면서 우리 음식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나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급 호텔 주방에서도 일했지만 어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았다는 한영용 사장의 솜씨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자신이 어릴 때부터 먹어온 ‘청주 한씨 300년 전통 진게장 정식’이다. 하얀 청포묵과 함께 노란꽃이 나오는데, 이는 원추리꽃이다. 한씨 집안의 음식에는 항상 쓰여왔던 상징과도 같은 원추리꽃은 항상 액센트로 사용되고, 다른 재료들을 통해서는 계절감을 담아내려 한다.
게장은 산 게를 간장에 담가두어서 온몸에 간이 골고루 배게 한 후 건고추, 통마늘, 생강 등을 넣고 끓이면서 간을 맞춘다. 식탁에 오르는 게장에는 굴과 감태가 들어있어서 맛을 더한다. 김 한 장을 굽는 것도 신경을 꽤 썼다. 그런 데서 우리 음식 맛의 장점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찾아가는 길: 삼청동 길을 향해 올라가다가 정독도서관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국군수도병원 앞 / 주차: 가게 앞에 7대까지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2시~3시, 저녁 7시~9시30분 / (02)722-9024
●디마떼오(이태리 피자)/ 종로구 동숭동
디마떼오는 나폴리에 있는 유명한 피자 전문점이 이름이다. 그 이름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디마떼오는 맛있는 피자를 구경하기 힘든 강북에서 가장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화덕 앞에는 이태리에서 온 요리사들이 힘찬 동작으로 피자를 굽는다. 가까이만 가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화덕에서 직접 반죽한 도우를 넣고 구워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당긴다.
피자 메뉴는 25가지 정도가 있다. 알마이스는 모짜렐라와 옥수수, 생크림이 올라간 부드러운 스타일이며, 디아블로는 토마토와 모짜렐라에 페퍼로니 등을 얹은 매콤한 맛의 피자다. 가볍게 주문하기에 좋은 아이템들이다. 좀더 묵직한 맛을 원한다면 상호를 그대로 붙인 디마떼오는 어떨까. 토마토, 모짜렐라 외에 돼지고기와 마늘, 바실리코 등이 들어간 듬직한 맛의 피자다. 아니면 고곤졸라, 그라나 파다나, 에멘탈, 모짜렐라 등 다양한 치즈를 넣은 꽈트로 포르마지 같은 피자도 모험적인 사람들의 구미에 어울릴 것이다. 도우는 매력적이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토핑도 중요하지만 역시 피자 맛의 핵심은 도우에 있다. 피클도 나오지 않는 정통 이태리식이다. 개그맨에서 레스토랑 경영자로 성공한 이원승씨는 웃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그렇지가 못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 찾아가는 길: 마로니에 공원 뒤쪽 골목 안 / 주차: 식당 옆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747-4444
●르 생떽스(프렌치 요리)/용산구 이태원동
프렌치 요리가 사람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건 일견 딱딱해 보이는 절차와 격식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손님들에게 우아함을 요구한다면, 르 생떽스는 편한 마음으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비스트로에 가깝다.
작은 칠판에는 사흘에 한 번 정도로 바뀌는 ‘오늘의 요리’(Plat du Jour)가 적혀있다. 손님들이 메뉴에 대해 물어보면 종업원이 아예 칠판을 통째로 들고 와서 테이블 앞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주방장은 프랑스 남부 출신이다. 남불 스타일은 약간 가벼운 듯하면서도 싱싱하고 푸짐하다.
메뉴에는 그런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싱싱하고 다양한 야채 종류들을 쓰는 샐러드는 남불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애피타이저와 샐러드, 메인 디시, 그리고 디저트 중에서 자기 양에 맞춰 골라서 주문하면 된다. 메뉴 전체를 세트화 함으로써 적당한 가격임에도 괜찮은 재료로 음식을 장만할 수 있는 것이다. 과일 파이와 초콜릿 무스 등 디저트들도 몇 가지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서 자기를 선택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색적인 풍경이다. 와인 리스트도 좋다. 싸고 개성이 넘치는 와인들이 있어서 음식과 와인을 곁들여 먹어도 두 사람이 10만원 이내에 먹고 마실 수 있다. 생떽스라는 상호는 여행을 사랑했고, 꿈을 먹고 살았던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 찾아가는 길: 해밀턴호텔 바로 뒷골목 / 주차: 인근 유료주차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2시~3시, 저녁 7시~9시30분 / (02)795-2465
●일미(장어)/용산구 동자동
‘장어는 연기와 냄새로 장사를 한다’는 일본 옛말이 있다. 서울역 건너편 벽산빌딩 뒷골목을 따라 걸어 들어오다 보면 이 일본 옛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올해로 20년째 숯불에 장어를 굽고 있는 음식점 ‘일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미(一味)라는 상호처럼 이 식당의 메뉴는 달랑 ‘장어정식’(1만6000원) 하나뿐이다. 장어정식을 주문하면 각종 밑반찬과 함께 장어뼈 튀김이 나온다. 바싹 튀긴 장어뼈는 짭짤하면서도 오독오독 씹는 맛이 그만이다.
장어뼈를 씹는 동안 숯불이 테이블 가운데 놓이고 그 위로 장어가 1인당 한 마리씩 나온다. 장어뼈, 간장, 술 등을 고아 만든 양념장을 발라 굽는 것이 일반적이나, 일미에서는 소금구이뿐이다. 장어는 먹기 알맞을 정도로 미리 구워져 있다. 숯불은 장어가 식지 않도록 데워 가며 먹기 위한 것이다. 기름기가 빠지고 담백해서 추가 주문(1만6000원)으로 한 마리를 더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집에서 장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비빔밥. 장어를 한두점 먹고 있노라면 국그릇만한 사발에 밥이 담겨 나온다. 밥 위에는 장어구이 양념장이 뿌려져 있다. 여기에 장어구이를 양껏 얹고 간장에 무친 부추를 듬뿍 더한 후 비벼 먹는다. 부드러운 장어살과 양념장과 장어기름이 밥에 배어들면서 만들어내는 조화가 기막히다. 맵싸한 부추의 뒷마무리도 훌륭하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역 건너편 벽산빌딩 뒷골목 / 주차: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일요일·공휴일은 쉼) / (02)777-4380
●구성집(제육볶음)/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먹자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 구성집은 매스컴을 타기 전부터 단골이었던 집이다. 주간조선 이후에 수많은 매스컴 세례를 받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만 변화가 있다면 광우병 파동을 거치면서 해장국 메뉴가 사라진 것이 섭섭하다면 섭섭한 점이다. 많은 이들이 주문하는 건 제육볶음(5000원)과 찌개 한 가지다. 된장찌개(4000원), 청국장, 김치찌개 중 하나를 곁들이면서 싸구려 밥집의 푸근한 묘미를 느낀다. 독도 제대로 쓰면 약이 되기도 한다.
이 집 제육볶음이 대표적인 예다. 자연주의를 외치며 미원 기피증이 심한 이들도 손님 앞에서 미원을 한 스푼 집어넣는 이 집의 제육볶음을 맛있게 먹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건 미원의 느끼한 맛을 매운 고추의 맛으로 제압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한 맛을 통해 모자란 맛을 눌러버리며 좋은 맛을 창출해내는 게 요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까만 프라이팬에 돼지목살을 넣고, 양파와 갖은 양념을 넣고 센 불에 화르륵 볶아낸 제육볶음.
직접 띄운 청국장과 구수한 된장찌개는 세트로 잘 어울린다. 홍대 앞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술을 팔지 않고, 가게 문도 일찍 닫아 버린다. 배짱만큼 맛도 좋은 집이다.
▶ 찾아가는 길: 청기와 사거리에서 홍대 정문으로 올라가다가 서교쇼핑 뒤 먹자골목 안 / 주차: 어려움 / 싼 밥집이라 카드는 안 받음 /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 (02)337-9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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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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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치프리아니(파스타)/강남구 논현동
현재 강남에 문을 열고 있는 이태리 식당 주방장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하고 스타성이 강한 요리사는 일 치프리아니의 남정묵 쉐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나 비니에 이어 강남 사람들의 입맛에 대한 욕망을 사로잡았으니 말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자유롭고 편한 스타일이다. 봉골레 스파게티 하나만 봐도 이 집 음식의 특징이 드러난다. 조개 삶은 육수로 면을 한 번 더 쿠킹하기 때문에 조개 맛이 스파게티에 깊이 배어들어 있어 짙은 풍미를 낸다. 조개도 질이 좋으며 해감이 잘 되어 있다. 봉골레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에도 마늘과 고추의 사용이 과감한 편이다. 그래서 크리미한 음식들도 느끼한 맛이 거의 없이 개운해지며 맛의 균형도 잡힌다.
최근에는 세트 메뉴를 많이 보강했다. 저녁 때의 달 코스(5만 8000원)는 전체 코스에서 다 선택이 가능하다. 캐비어와 바닷가재 샐러드, 생선 라비올리 수프와 크림 수프, 오리 소스의 파스타나 깻잎 리조토, 소 안심 스테이크와 오소부코와 샤프란 리조토 등에서 고를 수 있다. 주방은 오픈 키친이라 그 열기가 고스란히 테이블로 전달된다.
전체적으로 재료가 뛰어나다. 루콜라나 로메인 상추, 그리고 치즈도 좋다. 직접 굽는 빵, 튀긴 통마늘도 입맛을 당기게 한다. 도자기에 담아 내오는 음식들이 자연스럽다.
▶ 찾아가는 길: 도산대로 도산사거리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후 6시~밤 10시 / (02)540-4646
●빠진(퓨전 중국 음식)/강남구 청담동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느껴지던 부분은 다름아닌 재료였다. 강한 불맛 때문에 신선하지 않은 재료의 맛도 적당히 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빠진의 싱싱한 재료는 중국 음식을 새로이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빠진의 메뉴들은 퓨전적이다. 중국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의 풍미를 한 그릇 안에 담아낸다. 애피타이저인 ‘해산물 샐러드’(2만 1000원)는 싱싱한 야채들과 함께 관자, 오징어, 새우가 나온다. 매콤, 새콤하며 향긋한 풍미를 던져준다. 담백한 ‘해산물 누룽지탕’(2만 9000원) 역시 신선한 재료들이 받쳐주는 맛의 힘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가장 인기 높은 메뉴는 ‘진피 향의 주방장 특선 생선튀김’(1만 9000원)이다. 가자미를 튀기고, 뼈는 옷을 입혀서 따로 튀긴다. 뼈까지 아작아작 씹어먹을 수 있도록. 귤 껍질을 말린 진피에서는 갇혀있던 귤 향기가 흘러나오며 생선 맛까지 반등시킨다.
유자와 발사믹으로 소스를 만들어 얹은 쇠안심 구이(2만 3000원)는 소스 맛으로 인해 고기 맛이 보다 부드럽게 느껴진다. 오징어 먹물로 까만색 면을 뽑고, 해산물의 맛이 그윽한 ‘해산물 수프’(9000)면 훌륭한 식사가 끝난다. 고구마 타피오카, 참깨 푸딩, 티라미수(각 5000원) 등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디저트들로 달콤한 마무리를 지으면 더 낫다.
▶ 찾아가는 길: 청담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면 첫 번째 왼쪽 골목으로 150m 정도 들어가면 왼편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후 6시~밤 10시30분 / (02)3442-0087
●시즌스(일식)/강남구 청담동
일식 요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재료다. 일식은 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리는 편이라 재료의 좋고 나쁨이 음식 맛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시즌스가 오래 가는 이유도 다른 퓨전계열의 일식당과 달리 재료의 질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청담동에 수없이 떴다 진 레스토랑처럼 쉽게 명멸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산마채 모듬알은 산마와 연어, 날치, 성게알이 어우러진 전채다. 끈끈한 산마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은 듯하다가 묘한 조합을 이루어낸다. 광어 카르파초도 생선살을 쇠고기를 저민 이탈리아의 카르파초처럼 변화를 준 메뉴다. 요리사들이 종종 일본에 가서 어떻게 하면 전통적인 일본 요리를 우리 입맛에 맞출까 공부하고 온다고 한다. 그래서 ‘시즌’에 따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선보였다가 입맛에 맞는 건 남기고 또 새로운 시도를 하기를 되풀이한다.
고소한 은대구를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졸인 은대구 니츠케는 짭짤한 맛이 강해서 밥과 같이 먹어도 좋다. 모찌 야끼는 찹쌀떡이 입 안에서 허물어지면서 툭 터지는 듯한 느낌이 특색이 있다. 덮밥이나 디저트 종류도 아이디어가 많다. 건물 2층이지만 시야가 넓다. 예약을 하는 게 낫다.
▶ 찾아가는 길: 청담동 고개 농협 뒷골목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1시30분~오후 3시, 밤 5시30분~밤 11시 / (02)517-0905
●무궁화(한우)/강남구 청담동
매일같이 남도에서 직송되는 싱싱한 한우 고기 맛을 내세우는 집이다. 오후 4시 쯤이면 막 도착한 쇠고기 뭉치를 해체하고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상급의 신선육을 쓰므로 부드러우면서도 씹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맛을 볼 수 있다.
고기를 잘 먹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언제나 출발은 생고기다. 엉덩이 쪽에 있는 박살을 회쳐서 내오면 선홍빛 색채만으로도 맛있다는 자기 표현을 한다. 역시 좋은 고기는 색깔부터 좋은 법이다. 매콤한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게 녹는다. 부드러운 육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창이나 꽃등심이 어울리고, 씹는 느낌이 두드러진 찰진 맛을 느끼려면 정반대 지평에 제비추리가 있다. 서울 사람들이 부드러운 부위를 좋아하는 탓인지 어느 날 저녁이나 안창과 꽃등심이 일찍 떨어진다. 꽃등심은 빨간 살코기와 새하얀 기름이 촘촘하게 그물망을 치고 있다. 마블링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맛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부드러움과 졸깃거림이 만난 기름진 갈빗살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부위다. 좋은 한우의 맛을 부위 별로 즐길 수 있다.
상호에 걸맞게 무궁화 그림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으며, 나머지 공간에는 연예인 사진들이 붙어있다. 먹다 보면 우연찮게 배우, 탤런트 등과 마주칠 때도 있다.
▶ 찾아가는 길: 학동사거리 구 키네마극장과 버거킹 사이 골목으로 80m 정도 안쪽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오전 6시 / (02)540-3737
●진상(샤브샤브)/강남구 청담동
진상은 샤브샤브라는 메뉴 한 가지를 특화시켜 성공한 집이다. 메뉴는 간단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음식 자체의 질, 식당의 이미지, 뛰어난 서비스가 동시에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샤브샤브 중에서도 주 메뉴는 쇠고기 안심(2만 2800원)이다. 테이블 위에 국물이 올라온 후에는 샤브샤브를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여종업원이 꾸준히 왔다갔다 하면서 서브해준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야채를 넣어 적당히 익히고 고기는 살짝 떨구었다가 금방 끄집어낸다. 너무 익으면 고기가 딱딱해지므로 끓는 물에 짧게 익혀야 맛 보전이 훨씬 잘 된다. 안심 샤브샤브는 고기의 품질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재료 선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해산물 샤브샤브는 메로, 새우, 가리비 등을 사용하고, 모듬에는 쇠고기, 닭고기, 그리고 해산물을 동시에 재료로 쓴다. 모든 메뉴 다 공히 국물이 끓는 정도와 익히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살짝 익힌 안심이나 해산물은 세 가지 소스 중 구미에 맞게 골라서 찍어먹으면 된다. 레몬, 참깨, 매운 맛을 지닌 소스들이 나온다.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서비스가 차분하고 익숙하다. 그래서 먹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 저녁 예약은 가능한 한 미리, 꼭 해야한다.
▶ 찾아가는 길: 학동사거리에서 청담사거리 방면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쪽 대로변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40분~오후 9시 / (02)540-6038
●곰바위(내장 요리)/강남구 삼성동
고기 중에서도 내장 맛은 별미다. 사자도 다른 짐승을 사냥하면 따뜻한 내장부터 먹는다고 한다. 쇠고기를 먹는 전통이 짧은 일본이나 스테이크 정도로 끝내는 미국에서는 내장을 잘 먹지 않지만 미식을 즐기는 프랑스에서는 내장으로 만든 고급 요리들이 많다.
소를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먹어온 우리나라에서도 내장 부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었던 전통이 있다. 곰바위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드럼통으로 만든 테이블들이 죽 늘어서 있다. 테이블마다 다른 부위를 주문한 탓인지 여러 가지 내장을 굽는 구수한 냄새가 강하게 퍼진다. 양(1만 7000원)은 소의 첫 번째 위장이다. 도톰하게 썰어낸다. 많이 굽지 않아야 뽀들뽀들하면서 부드럽게 감칠맛 나는 양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곱창은 굽다 보면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서서히 흘러나온다. 잘 손질해둔 곱창은 약간 잘긋하게 씹히는 맛과 다른 부위에 비하면 고소한 맛을 볼 수 있다.
대구 사람들은 막창을 많이 먹는데, 여기서는 홍창(1만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역시 씹는 맛이 살아있는 부위다. 이 외에도 안창, 토시, 우설, 등골, 염통 등 다양한 소의 특수 부위들을 준비해 두고 있다. 양곰탕, 갈비찜, 찌개 같은 식사는 점심시간에 어울린다.
▶ 찾아가는 길: 봉은사 사거리에서 봉은사쪽 뒷골목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30분 / (02)511-0068
●르 갈라(지중해풍 요리)/강남구 논현동
‘르 갈라’는 ‘지중해 요리’를 추구하는 레스토랑이다. ‘갈라(gala)’는 축제, 잔치, 사교계의 만찬 등을 의미하는 단어.
전채 요리 중에서는 오징어 먹물로 맛과 색을 낸 ‘오징어 먹물과 달팽이로 요리한 크로켓’(1만3000원)이 지중해의 ‘냄새’가 물씬 난다. 오징어 먹물과 으깬 감자를 버무려 달팽이를 감싼 후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겼다. 구수한 먹물과 얕게 깔려 있는 비네그렛 소스가 잘 어울린다. ‘니스풍의 샐러드’(1만2000원)는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선보인 샐러드로 멸치를 기름에 절인 ‘안초비’가 각종 야채와 섞여있다. 이 샐러드 역시 비네그렛 소스와 올리브기름이 흥건하다.
지중해 요리라고 하면 ‘부야베스’(2만6000원)와 ‘빠에야’(1만9000원)를 빼놓을 수 없다. 부야베스는 프랑스 남부 최대 항구도시 마르세유의 대표 음식. 흰 생선살, 오징어, 홍합 등 각종 지중해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가고 토마토와 마늘 등으로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다.
빠에야는 쌀에 흔히 새우, 흰 생선살,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을 섞고 ‘사프란’이라는 향신료로 붉게 색을 낸 스페인식 볶음밥이다.
▶ 찾아가는 길: 영동고등학교 맞은편 / 주차: 20여대 가능 / 카드: 가능 / 부가세 10%/ 영업시간: 점심 11시30분~2시30분, 저녁 5시30분~10시30분(일요일 휴무) / (02)542-2705 ●토방(전라북도식 밥상)/강남구 삼성동
잘 차린 전라북도식 밥상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남도처럼 투박하지 않으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맛도 잘 잡혀있기 때문이다.
토방은 부안 출신인 주인이 그 지역 특유의 고향 맛을 내는 곳이다. 부안 정식(2만 8000원)을 주문하면 쇠고기로는 차돌백이, 돼지고기는 제육 보쌈, 닭고기는 찜으로 나온다. 육상의 다양한 육류들을 종류별로 선보이는 것이다. 생선은 구이나 조림 혹은 찜으로 변주를 하는데 주로 나오는 건 조기나 갈치를 말린 풀치 같은 종류들이다. 여기에 매생이나 백합, 혹은 낙지로 끓인 탕이 계절에 따라 바뀌며 선보인다. 든든하게 배가 찬 것 같은 후에 백반 상이 뒤를 받친다. 손님 숫자에 맞춰 지은 가마솥 밥과 누룽지면 포만감이 든다. 토방 정식(3만 8000원)으로 가면 제육은 홍어와 잘 익은 김치가 추가되어 삼합이 되고, 버섯 요리, 수삼 튀김, 간장게장, 도라지 강정 같은 메뉴가 추가로 나오면서 한 단계 격조를 높인다.
주인은 아름다운 우리식 밥상을 차리는 게 꿈이다. 토속적인 음식들로 만들어내는 멋이 있어서 밥상 자체가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맛은 전체적으로 그윽하며 모든 음식이 다 수준급이다. 문을 연 지 이제 10년, 밥상의 틀도 잘 잡혔고 분위기도 좋다. 장충동에도 분점을 냈다.
▶ 찾아가는 길: 포스코 사거리에서 청담동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간판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1시30분~2시, 저녁 4시30분~10시 / (02)562-5972
●기소야(우동)/강남구 삼성동
서울 시내에 몇 군데의 기소야 분점들이 있지만 삼성동 본점이 가장 맛있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곤 한다.
사실 기소야의 맛은 고급스럽기보다는 편하고 대중적이다. 별다른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간편한 메뉴들이기 때문이다. 우동, 소바를 비롯해서 나베 요리나 오니기리, 가스동 등 종합선물 세트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메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기소야 정식은 기소야의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메뉴다. 밥과 우동, 생선구이, 계란말이, 연근, 우엉 같은 일본식 반찬들, 새우의 맛 자체는 아쉽지만 아무튼 손님들의 눈길을 현혹하는 새우까스나베가 올라온다. 납작한 냄비에 담긴 뜨거운 국물은 약간 짭짤하면서 들척지근하다. 소바나 우동 메뉴들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어느 걸 주문해도 면이나 국물이나 괜찮은 맛을 낸다.
한국적인 아이템들도 인기가 높다. 김치까스동이나 김치우동이 그것이다. 흰밥 위에 돈가스를 얹고 그 위에 김치를 볶아서 올려놓은 김치까스동이나 빨간 국물이 얼큰, 시원한 맛을 내는 김치우동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무척이나 잘 맞는 음식들이다. 요즘은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일본 라면집에 가더라도 김치라면이 있듯이 일본 사람들도 그 매운 맛을 많이 즐기는 듯하다. 점심은 인근의 샐러리맨들로 많이 붐비므로 기다려야 하고 저녁 때는 약간 한가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포스코빌딩 대각선 방향, 외환은행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골목 모퉁이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 (02)554-7077 ●아오야마(일식)/강남구 청담동
일식 요리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여름에는 장어, 가을에는 송이, 겨울에는 복어가 주인공으로 떠오르면 그에 따라 상차림도 약간씩 변화한다. 계절 별로 좋은 재료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식단이 짜여진다.
가을철 내내 ‘아오야마’ 안에는 송이 향이 풍긴다. 전어도 맛이 있다지만 주인공이라기보다는 가을 미각을 뒷받침해주는 조연 정도다. 겨울에는 복어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부드러운 참복어의 맛이 겨울의 미각을 유혹한다. 복어 사시미와 껍질, 구이, 샤브샤브, 지리, 마지막 복죽까지, 복어를 통해 맛볼 수 있는 최대한의 코스들이 진행된다.
요리들은 계절에 따라 바뀌지만 사시사철 초밥과 사시미는 변함없이 괜찮은 맛을 낸다. 초밥은 강남의 여느 일식집과 마찬가지로 회를 길게 잡는 편이다. 흰 살, 붉은 살 생선, 조개와 알 종류 등 다양한 재료들이 이어진다. 초밥용 초는 직접 담그고 간장도 우리 입맛에 맞게 염도를 약간 낮추어서 먹기 편하다. 양념들의 자극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초밥 본연의 맛이 남도록 하는 것이다.
손님이 많다보니 재료들의 회전율이 좋아서 언제나 싱싱하고 다양한 고급 재료들이 떨어지지 않는다. 초밥은 물론 사시미도 그런 재료의 품질 승부에서 뛰어난 편이다. 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일식당으로서의 강점은 그런 데에 있다.
▶ 찾아가는 길: 학동사거리에서 청담사거리로 10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있는 한복나라 빌딩 지하 1층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후 5시30분~오후 8시(예약손님 있을 때까지) / (02)3442-4451
●전주식당(남도 음식)/강남구 신사동
전주식당은 작지만 분주한 집이다. 가게가 여기저기 옴팍 들어가서 ‘옴팍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호는 전주식당이지만 주인 아줌마의 손맛은 남도풍이다. 고향은 광주인데 시댁이 전주라서 그렇게 간판을 달았다고 한다.
이 집에서 가장 간단하게 주문해서 먹는 메뉴는 김치전골이다. 황태로 육수를 낸 후 잘 익은 김치로 끓이기 때문에 국물에서는 시큼한 맛이 강하게 풍기면서도 개운한 느낌이 시원하게 퍼진다. 김치와 두부,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넣은 김치전골, 손님들은 대부분 라면 사리를 하나씩 집어넣지만 그 자체의 맛을 즐기려면 라면은 자제하는 게 낫다. 반찬은 이 집의 기본적인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특히 김치는 강남에서 가장 전라도다운 맛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큼직하게 나오기 때문에 직접 찢어먹어야 하는 묵은 김치는 꼬릿한 강한 향을 내며, 갓김치는 특유의 진한 냄새를 풍긴다.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전주식당의 개성이 드러나는데 다른 반찬에도 손이 골고루 간다는 게 이 집의 장점이다. 그만큼 전반적인 맛의 수준이 높다.
게장정식은 가장 고급스러운 메뉴다. 간장 위에 동동 떠다니는 노란 꽃게 알, 너무 짜지 않으면서도 간장게장의 맛을 잘 보여주는 숙성된 느낌이 좋다. 밥맛 없을 때는 ‘딱’이다. 황태탕 한 그릇도 시원하다.
▶ 찾아가는 길: 신사동에서 한남대교 방면, 남서울웨딩홀 뒤쪽 / 주차: 근처 골목에 알아서 대야 함. 차 없이 가는 게 낫다. / 카드: 아직 좀 낯설다.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543-3321 ●라미띠에양식(양식)/강남구 신사동 불어로 ‘우정’이라는 뜻을 지닌 라미띠에는 간판조차 없는 자그마한 레스토랑이다. 그래도 장안에서 미식가임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식당이다.
주방을 총괄하는 서승호 쉐프가 오너이기도 해서 모든 맛에 책임을 진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오너 쉐프인 식당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라미띠에는 상당히 예외적이자 모범적인 곳이다. 장소는 작지만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절제된 스타일의 음식들을 선보인다. 쉐프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알려진 꼬르동 블루 출신의 요리사들이 있고, 모두 다섯 명의 요리사가 열 명 내외의 손님들만 받는다. 그것도 점심은 하지 않고 저녁 때만 식사를 준비한다.
코스는 꽤 느리게 진행되며 음식은 무척 절제된 스타일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재료의 개성을 충분히 잘 살려낸다. 생선 요리를 상당히 잘 다루는 편이며 스테이크를 구워내는 타이밍도 절묘하다. 특히 레어로 구울 때 제 솜씨가 나온다. 기름진 프와그라도 제 맛을 살려서 요리하며, 다른 모든 재료들도 쉐프가 손수 구해오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을 가진다.
와인 리스트가 많지는 않으나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해서 구비해 놓고 있다. 몇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원하는 날짜에 식사를 할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압구정동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 건너편 골목 안 / 주차: 공간이 좁다. 차를 갖고 가기는 불편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후 6시~오후 9시30분(예약해야 함) / (02)546-9621 ●우리강산 시골밥상(남도밥상)/강남구 신사동
남도 밥상이 푸짐한 이유는 미리 준비해두는 젓갈이나 장아찌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저장 음식들을 갈무리해둠으로써 언제나 가짓수가 많고 푸짐한 밥상을 차릴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강산 시골밥상은 반찬 가짓수와 수준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집 중 하나다. 물론 이렇게 장점이 있다보니 언제나 사람들이 들끓어서 서비스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괜히 와서 열낼 필요가 없다. 맛없고 양이 적으면서 서비스만 좋은 식당은 많으니까. 싸구려 백반집다운 분주함을 스스로 즐기는 게 이 집에서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예전보다 1000원이 더 올라서 6000원을 받지만 그래도 밥상을 가득 채우는 서른 가지 가까운 반찬을 보면 기분부터 흐뭇해진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빨간 게장, 일 인당 굴비 한 마리, 싱싱한 겉절이 등이 밥상의 중심을 차지하고 올라오면, 그 주변으로 장아찌, 김치, 나물, 우렁이, 묵 등이 물샐틈없이 자리를 채운다. 언제나 주방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주인 아줌마 양손은 양념으로 범벅이 되어 있어서 벌겋다. 영광 출신 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항상 모든 음식을 직접 만지는 손맛이 맛의 비결이다. 서민적인 한끼 식사로 극히 충분한 곳이다.
▶ 찾아가는 길: 신사동사거리 구 그랑프리 극장 뒷골목 / 주차: 골목 안에 해야 하므로 어려움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 (02)541-0773
●뱀부 하우스(한우)/강남구 역삼동
아주 깔끔하고 정갈한 고깃집이다. 고기를 굽기 전에는 굴, 대구, 호박, 해물파전 같은 메뉴들을 권한다. 본격적으로 고기를 먹기 전에 위장에 음식이 들어간다는 신호를 미리 보내는 것도 괜찮다. 안창, 등심, 갈비 등 고기는 부위 별로 준비되어 있다.
서울 손님들은 역시 부드러운 부위를 선호한다. 안창(2만 8000원)이나 꽃살(3만원)처럼 입에 녹는 듯한 보드라운 쪽을 많이 먹는다. 마블링이 잘된 꽃등심을 이 집에서는 꽃살이라고 부른다. 김치가 나오는데 잘 익은 김치다. 처음에는 전라도식 묵은 김치인줄 알았으나 원래 경상도에서 해왔던 김치라고 한다. 젓갈에 비중을 크게 두고 작년에 맛깔나게 담가둔 것이다. 최고급 멸치젓을 넣고, 생선들도 통째로 집어넣어 시원한 맛을 낸다. 고기를 다 구우면 간장게장, 연포탕, 김치나 된장찌개 등이 기다리고 있다. 전유어부터 고기를 거쳐 식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메뉴의 짜임새나 흐름이 좋다.
전반적으로 고기의 질이 좋지만 가장 빼어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서비스다. 서빙을 하거나 고기를 굽는 솜씨가 괜찮고 손님들과 의사소통도 원활하다. 외국인들이 많은 편인데 고깃집에서 이런 고급화된 서비스나 영어나 일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듯싶다. 와인도 꽤 잘 갖추어 놓았다. 상호에 걸맞게 창문 밖에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 찾아가는 길: 역삼동 차병원사거리 코엑스 방향 100m 횡단보도 오른쪽 골목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40분~밤 10시30분 / (02)555-6390 ●옥주식당(남도음식)/강남구 역삼동
옥주식당은 전형적인 남도 맛을 내는 식당이다. 밥상만 봐도 남도의 풍미가 물씬 풍기며, 식당 안에는 꼬릿꼬릿한 자극으로 콧속을 자극하는 홍어 냄새가 배어있다.
서울의 어느 식당이나 마찬가지로 홍어회는 가격도 만만치 않고 양도 적다. 하지만 홍어 냄새는 남도의 고유한 맛이라 남도라는 지명을 내건 식당들에서는 어디서나 상징적으로 준비를 한다. 갈치조림 같은 경우는 매콤하고 얼큰한 국물에 호박, 대파, 무, 감자 등을 넣고 자박자박하게 졸인다. 하지만 주방에서 다 조리를 해서 내오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갈치 속으로 국물 맛이 잘 배어들지 않을 때가 있다. 조금 더 뜨겁게 갈치에 간이 약간 더 배도록 하면 더 맛있을 듯하다. 뚝배기에 담긴 노란 계란찜이 곁들여서 나온다.
낙지 요리는 찜, 볶음, 회무침 등이 있다. 낙지는 싱싱한 놈들을 잘 골라서 먹기 좋게 데쳤다. 낙지는 익히는 타이밍은 좋다. 낙지찜 양념은 무척 화끈하다. 강한 양념으로 맛을 자극적으로 만든 후 콩나물, 미나리 등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반찬들은 다 맵고 짜다. 남도의 진진한 맛이다. 간장게장이나 파래무침, 톳, 꼬막, 김 등은 계절에 따른 변화가 있지만 남도의 손맛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점심 때 나오는 자반조림은 무난한 가격으로 이 집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최근에 분점을 냈다.
▶ 찾아가는 길: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건너편 골목 안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1시 / (02)567-4009
●일 피오레(이태리 음식)/강남구 청담동
꽃이라는 뜻을 지닌 일 피오레는 리스토란테보다는 가벼운 트라토리아 개념의 식당이다. 그래서 무난하고 편한 분위기다. 나오는 음식들도 정겨운 면모를 보인다.
전채로는 카르파치오(1만 4000원)나 아페타토 이탈리아노(1만 4000원) 정도면 좋다. 쇠고기 안심을 얇게 저며서 내오는 카르파치오는 루콜라와 그린 비타민, 치커리 등 몇 가지 야채들을 섞고,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한데 올려 놓았다. 아페타토는 목살을 말린 코파와 프로슈토, 살라미 등과 함께 큼직한 녹색 올리브를 함께 먹는다. 양질의 햄 종류들을 맛볼 수 있다. 파스타는 면 삶는 타이밍이 좋다. 홍합과 모시조개 등 해물이 들어가고 올리브 오일과 화이트 와인 소스로 맛을 낸 스콜리오 스파게티(1만 5000원)는 신선하면서도 산뜻한 맛을 낸다.
이 집의 가장 큰 강점은 피자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주방장은 피자를 구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도우 맛이 뛰어나다. 도우 맛의 비결은 24시간 반죽을 숙성하면서 이미 결정난다. 물, 소금, 올리브 오일 등을 섞고 반죽하는데, 좋은 물을 쓰는 게 비결이라고 한다. 모짜렐라와 토마토를 베이스로 해서, 프루슈토와 파르미지아노, 루콜라가 올라간 피자 일 피오레(1만 8000원)와 우리 입맛에 어울리도록 살라미, 양송이, 블랙 올리브 앤초비 등을 토핑으로 올린 피자 디럭스(1만 6000원)의 맛은 자극적이다.
▶ 찾아가는 길: 청담동 언덕 M-net 방송국 뒤편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점심 12시~3시, 저녁 6시~9시30분 / (02)541-8541
●프로 간장게장(간장게장)/서초구 잠원동
신사동 사거리와 방배동 카페 골목은 다 아구찜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느 집이나 꽃게 요리도 한다. 모든 집들이 다 아구찜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이 집만 유난히 간장게장이라는 상호를 내세우고 있다. 프로라는 상호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많이 드나들어 붙었다지만, 음식 솜씨를 보면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다.
간장게장은 여름과 겨울의 맛이 약간 다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약간 더 짭짤하고, 겨울에는 약간 더 삼삼하다. 그런 세심한 배려가 음식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간장 맛이 잘 밴 게 껍질을 들고 탐스러운 노란 알을 적당히 먹은 다음에는 흰밥을 눌러 넣는다. 큼직한 배딱지에 밥 한 공기는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렇게 먹는 게장이 어디 밥도둑이 아닐 수 있으랴.
혼자 찾아갔다면 게알 비빔밥을 먹는 것도 좋다. 미리 담가둔 게장의 알 부위만 따로 해서 참기름과 함께 쓱쓱 비벼내는 메뉴다. 원래 이 집 상호는 주인 아주머니의 고향이 목포라 목포집이었다. 그래서 남도풍의 손맛이 살아있다. 목포는 먹갈치가 유명한 동네, 갈치조림에서는 칼칼한 맛이 넘친다. 뻘건 국물은 강하고 자극적인 매운 맛을 보여준다. 낙지에서 시원한 매생이국까지 목포다운 음식들이 메뉴로 채워져 있다. 언제 어느 때 가도 문을 열고 있는 집이다.
▶ 찾아가는 길: 신사동에서 강남역 방면 오른쪽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삼거리 모퉁이 / 주차: 발레 파킹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24시간 / (02)543-4126
●버드나무집(갈비)/서초구 서초동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전통의 고깃집 명가다. 갈비와 주물럭(3만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나머지 메뉴들로 뒤를 받친다.
갈비는 육질이 아주 좋다. 좋은 육질의 고기에 칼집을 잘 넣어서 부드러운 맛도 충분히 강조된다. 씹는 촉감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맛있는 고기를 먹는 느낌을 배가시켜 준다. 그보다 약간 질이 떨어지는 건 양념갈비로 낸다. 가벼운 양념 간은 먹기에 적당한 정도로 부드럽고 달착지근하다.
저녁 때 갈비가 맛있다는 가게의 캐릭터에 걸맞게 점심 때는 갈비탕이 최고다. 이 집 갈비탕을 먹으려면 일부러 시간을 맞추어서 찾아가야 한다. 제한된 양만 팔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가 되기도 전에 준비된 그릇 숫자가 다 나가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국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국밥만 해도 웬만한 식당의 갈비탕 이상 가는 푸짐함이 있으니까. 갈비와 더불어 인기 높은 주물럭은 약간 질긴 편이다. 고기의 무게감은 풍부하나 씹는 여운이 조금은 오래 남는다. 우설 같은 부위는 얇게 저며서 내온다. 후추로 밑간을 하기 때문에 향신료 맛이 강하게 남는다. 다 먹어보면 역시 생갈비 맛이 인상에 깊게 남는다.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약간 서두르는 듯이 느껴진다. 조금만 늦추면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날 것 같다.
▶ 찾아가는 길: 뱅뱅사거리 벤처빌딩 뒤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 (02)3473-8354 ●영변(세꼬시)/서초구 서초3동
영변도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를 극도로 회피하는 집이다. 겉으로 나서기를 꺼리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음식의 질이 좋으니 가만히 있어도 손님들은 알아서 찾아온다. 원래는 부산 송도쪽에서 유명한 집이었다고 하는데 몇년 전에 서울로 진출했다.
회를 잘 써는 부산쪽 회 맛의 강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회를 써는 스타일은 전형적으로 깔끔한 세꼬시(3만원)다. 세꼬시 한 가지지만 칼 솜씨가 뛰어나 종종 찾아가게 된다. 아주 살짝 뼈를 붙여서 회 맛에 액센트를 주는 솜씨가 빼어나다. 칼질이 섬세하게 된, 잘게 썰어서 입안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도다리 세꼬시가 눈처럼 하얗게 깔려서 나온다. 살이 부드럽게 녹으면서 뼈의 여운이 가볍게 남으며 맛의 풍부함을 만들어낸다. 양이 적어서 몇 젓가락 뜨면 금새 회가 다 떨어진다. 이 집에서 세꼬시로 배를 채우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회는 매콤새콤한 초장이나 그보다는 거친 막장 아무 것에나 찍어먹어도 잘 어울린다.
세꼬시를 먹은 후에는 식사가 나온다. 남해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미역국과 매운탕에 곁들여 밥이 나온다. 세꼬시의 맛이 강하다 보니 식사에 이르러서는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든다.
▶ 찾아가는 길: 서초역 근처 신한은행과 서초 우체국 사이 골목 안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 (02)583-1123
●진동회집(생선회)/서초구 잠원동
진동회집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떠들썩한 횟집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매일같이 직송되는 생선의 싱싱한 맛 때문일 것이다.
진동이라는 상호는 마산 근처에 있는 작은 어항의 이름이기도 하다. 남해안에서 올라오는 생선횟감들이 미각을 돋운다. 회를 생선 한 가지씩 썰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모듬이나 세꼬시를 주문하곤 한다. 세꼬시는 광어, 도다리, 가자미 등을 섞어서 회를 뜬다. 투박하게 썰어낸 듯한 회에서는 가시 씹히는 느낌이 살짝살짝 걸린다. 시골, 바닷가다운 풍미가 느껴지는 세꼬시다.
모듬에는 다양한 생선들이 올라온다. 우럭, 방어, 볼락, 감성돔, 전어, 도미, 학공치 등 다양한 생선들이 계절에 따라 바뀌면서 접시 위를 장식한다. 일식 회가 아니라 약간은 통통하게 썰어내는 우리나라식 회 모듬이다. 회를 먹을 때 나오는 국과 구이는 시원, 담백하다. 생선미역국은 개운한 맛을 내며 노릇하게 구워낸 수조기구이는 담백한 생선살 맛을 볼 수 있다. 메뉴가 1인분(2만 6000원)과 2인분(5만 2000원)으로 통일되었다. 무조건 첫 주문은 고깃집처럼 2인분씩 시작해야 한다. 예전에 ‘소‘와 ‘대’로 나뉘어져 있을 때가 그립다. 특히 2호점은 본점보다 서비스가 더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강매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찾아가는 길: 신사동에서 강남역 방면으로 가다가 한국야구르트 건물 옆 골목 안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낮 12시~밤 11시 / (02)544-2179
●산골 메밀묵(산골음식)/송파구 오금동
옥호 그대로 언제 가도 산골 마을에 가서 먹는 듯한 음식들이 나온다. 소박하지만 하나 하나 정성이 담긴 맛.
주인은 문경 출신이다. 스스로도 경상도 산골 음식의 맛을 낸다고 한다. 장식이나 치장은 되어 있지 않지만 예전부터 우리가 자연스럽게 먹어왔던 것 같은 음식들이다.
두부김치(1만원)는 두부 몇 점 뜨는 것만으로도 넉넉하다. 이 집 두부는 다른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두부와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살은 탱탱하고 딴딴하며 밀도가 아주 높다. 두부를 깨물면 입안을 가득하게 채워주는 풍부함과 두부 자체의 살아있는 듯한 탄력이 남는다. 맛의 여운이 길게 남는 두부다.
묵도 투박하지만 맛있다. 메밀묵(7000원)은 네모나게 썰어서 간장에 찍어 먹는다. 채묵(6000원)은 묵을 채처럼 썰어서 밥 위에 얹어준다. 그 위에 김치를 송송 썰고 삭힌 고추와 같이 올린다. 조선간장 조금 넣고 마지막에 김, 깨소금, 참기름에 멸치국물 육수를 넣는다. 얌전하게 먹기보다는 숟가락을 들고 큰 동작으로 팍팍 떠먹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훨씬 더 맛이 난다. 직접 띄우는 청국장에서 나는 꼬릿꼬릿한 냄새가 자연스럽다. 무와 두부를 넣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 역시 고향의 맛이다. 먹다 보면 서울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 찾아가는 길: 경찰병원 근처 가락동 대림아파트 2동 바로 앞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 (02)443-6653
●벽제갈비(한우갈비)/송파구 방이동
벽제갈비는 국내에서 갈비 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넘치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고기 자체의 맛 때문이다. 이 집에서는 자신들이 쓰는 고기에 아예 ‘설화(雪花) 한우’라는 별명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새빨간 살코기에 눈처럼 하얀 마블링이 예쁘게 펼쳐진 모양을 눈꽃이라는 서정적인 표현에 비유한 것이다.
생갈비(4만원)는 이 집의 간판 메뉴다. 부드러우면서도 씹을 때 질감이 좋은 최상품의 갈비를 쓴다. 맛있는 갈비 맛을 만들기 위해서 고기에 세세한 칼질이 가 있다. 씹는 맛이 남아있는 고기가 부드럽게 녹아드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좋은 고기와 칼질, 그리고 좋은 숯불이 만나서 극히 단순해보이지만 만들어내기 힘든 최상의 맛을 일궈내는 것이다. 양념갈비(3만원)는 생갈비에 비하면 맛은 떨어지지만 이 집 고기의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등심, 안창 등도 있으며 양지, 치맛살, 토시, 아롱사태 등을 섞어서 내오는 모듬도 있다.
고기를 먹은 후에는 간단한 냉면이면 충분하고 점심 때는 갈비탕이나 양곰탕 정도면 무난하다. 다른 한식 메뉴들도 맛을 내기 위해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아이들 도시락용으로 판매하는 쇠고기 장조림도 밥 반찬으로 먹기에는 아주 괜찮다.
▶ 찾아가는 길: 방이역에서 올림픽공원에 거의 다 다다르면 대로변 좌측 / 주차: 가능 / 카드: 가능 /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밤 10시 / (02)415-5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