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돌아온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계절의 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찾는 것이기에 심춘(尋春)이라 한다. 생각하는 마음을그리는 마음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그리운 사람을 찾는, 그리운 임을 만나는 것도 긴 인생으로 보면 가장 짧은 계절이다. 尋春詩歌를 소개해 본다.
1. 고려 말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1376)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오도송입니다.
尋春 盡日尋春不見春 : 날이 저물도록 봄을 찾아 헤매었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芒鞋踏破壟頭雲 : 짚신이 다 닳도록 언덕 위 구름만 밟고 다녔네. 歸來偶過梅花下 : 지쳐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春在枝頭已十分 : 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한껏 와 있었네. * 롱(隴): 壟과 동자, 밭두렁, 언덕, 구릉, 뫼
2. 春在枝頭已十分 / 중국 송나라 시인 戴益 頌
探春(탐춘) 盡日尋春不得春 (진일심춘부득춘) : 종일 봄 찾았으나 봄은 찾지 못하고 芒鞋踏遍隴頭雲 (망혜답편롱두운) : 짚신 끌고 언덕 위 구름 속 서성이다가 還來適過梅花下 (환래적과매화하) : 돌아오며 마침 매화 밑을 지나니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 머리 위 매화가지 이미 봄빛이 완연하네
3. 중국 송(宋)나라 때 羅大經이 지은 《鶴林玉露》무명의 비구니의 오도송
探春 盡日尋春不見春 : 날이 저물도록 봄을 찾아 헤매었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芒鞋遍踏朧頭雲 : 짚신 발로 언덕 위 구름만 밟고 다녔구나. 歸來笑拈梅花臭 : 돌아와 웃으며 매화가지 집어 향기 맡으니, 春在枝頭已十分 :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 ★ 나옹선사 고려 말의 뛰어난 고승(懶翁禪師, 1320∼1376)의 이름은 혜근(慧勤). 법호는 나옹, 호는 강월헌(江月軒). 선사의 나이 21세 때 문경 공덕산 묘적암(妙寂庵) 요연선사 (了然禪師)께 찾아가 출가. 전국의 사찰을 편력하면서 정진하다가 양주 천보산 회암사(檜巖寺) 석옹화상(石翁和尙) 회상에서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 24세 때 (1344년). 선사는 원나라 연경으로 건너가 법원사에서 인도승 지공선사(指空禪師) 의 지도를 받고 자선사 처림(處林)의 법을 잇는다. 광활한 중국을 주유하고 공민왕 7년 (1358)에 귀국. '왕사 대조계종사 선교도총섭 근수본지중흥조풍복국우세 보제존자'(王師大曹溪宗師禪敎都摠攝勸修本智重興祖風福國祐世普濟尊者)라는 긴 이름의 벼슬을 받았다. 선사가 불교중흥의 터전으로 삼은 곳은 순천 송광사였고, 마지막 원력을 펼치는 장으로 회암사를 찾았다. 여주 신륵사에서 열반에 드셨다. 나옹선사의 적극적인 현실참여, 실천하는 선으로 지혜의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앉아서 하는 수행법을 멀리하고 편력의 도정에서 중생을 만나고 제도했다. 오늘 날에도 수행의 지침으로 여기는 나옹선사의 참선곡을 소개한다 參禪曲 靑山見我 無言以生 (청산견아 무언이생)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蒼空見我 無塵以生 (창공견아 무진이생)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解脫嗔怒 解脫貪慾 (해탈진노 해탈탐욕) 성냄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 如山如水 生涯以去 (여산여수 생애이거) 산 같이 물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靑山兮要 我以無語 (청산혜요 아이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 我以無垢 (창공혜요 아이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이무석혜)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출처 : 가사문학총람)
해지도록 봄을 찾아헤멨으나 봄은 어디 있나요 짚신끌고 능선 위 구름 속 서성이네 돌아오다 메캐한 매화꽃 향 미소지으니 매화 등걸에 이미 봄이 가득하구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깨달음을 찾으러 다녔다. 깨달음은 누구의 것일까? 깨달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깨달음은 온전한 것일까 그림 속 매화 등걸이 너무 거창해서 깨달음도 크고 거칠고 힘쎈 놈이라고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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