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개월 사흘'의 ㅅㄹ주택(주)에 근무하고 오늘 퇴사하지만,
전철을 타자마자 내일부터는 못 보게 될 출근인연의 얼굴들을 만나면서부터는 감회가 없을 수 없다.
그리하여 마지막 하루를 기록해보고자 하였다.
07:30에 집을 나서 07:48분 교대역에서 인천1호선 지하철을 탄다.
부평역을 지나고, 원인재역을 지나, 동춘역에서 내리면 일찍 역에 도착해서 동료여사들을 눈빠져라 찾.기다리고 있는 한 아줌니를 만나게 된다. 물론 앞에 언급한 전철역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녀와 눈길을 섞지 않는다.
동춘역 4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지하도를 걷고 있노라면 헤엄치듯이 희한하게 팔다리를 휘저으며 종종걸음치는 중년남자를 보게 된다. '에구, 남자 걸음걸이가 어째 저러누 ㅉㅉ' 하면서 속내로 웃음을 베어 문다.
도마뱀이 급하게 사막을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
[ㅉ~ >.<;: 부실한 페인트 칠 좀 보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는 대게는 서서 멍때린다. 급할 게 없기 때문. 아홉시까지 출근이니까 시간은 충분하다. 고개를 들면 에스컬레이터 아크를 형성한 구조물파이프의 페인트가 제멋대로 벗겨진 모습이 눈에 띤다. 저런 현상은 애초에 주문받아 납품한 사업자가 파이프 외면을 시너로 깨끗히 닦지 않은 상태에서 페인트 칠한 때문이다. 못마땅해요, 업자시키.
출구 바깥엔 버스 간이정류장이 도로에 면해 있다.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7~8명의 군상들. 학생들은 복장이 남색 반팔 계열로 대건고생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머리칼의 현란함. 복장의 자유스러움으로 드러난 배꼽티는 이 시대 청춘의 캐릭터다. 영화의 한 컷이라해도 이상할게 없다. 모두 폰에 시선이 가 있다.
[동춘역 출구- 연수대로
저 길로 모녀가 걸어와 나와 엇갈린다]
오래되긴했지만 짜임새 있게 펼쳐진 담장길을 우측에 두고 걷는다. 연수대로다. 동춘역 출구에서부터 약 300 미터 거리의 4거리까지 걷는 도중에 한 처녀와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모녀를 만나게 된다. 가방하나를 메고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실루엣. 처녀는 독특한 표정을 짓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부끄러워 하는 듯한 표정을 보여줄 때가 있고 어느날은 또 당당하게 고개를 외로 꼰다. 어느날은 새침하고 어떤날은 날 외면한다. 나는 그녀의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은밀한 즐거움을 들킬까봐서다. 곁눈질하는 남자는 비겁해. 옳지않아요. 그녀는 무얼하는 처녈까?
오늘은 화장실엘 들러 물을 내리고ㅎ 조금 늦게 갔더니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처녀와 마주치고 말았다. 그녀는 폰에 집중하며 걷고 있다가 나를 스쳐 지났다. 나는 혹시나 해서 뒤돌아봤지만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이 갈 길을 갔다. 눈을 마주친 후 고개를 들고 생긋 웃는 표정은 잊젠 볼 수 없게 되었다.
눈 앞의 4거리를 우회전해서 400여 미터를 직진하게 되는데 이른바 '대호삼안아파트' 코스다. 이 길에도 또한 스토리가 만만찮다.
레깅스 차림으로 동춘역에서부터 내 앞을 걷던 처녀는 언제인가부터 보이지 않는다. 레깅스힢 굴곡은 벗은 뒷태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직캠하면 민망스럽긴 하다. 추측하기로 하체가 좋은걸로 봐서 테니스선수인가? 하였다. 레깅스를 착용한 여인을 남자로써 궂이 허물할 이유는 없다. 다양성은 인간사회의 사안이므로.
그러던 한달 전쯤 갑자기 가슴이 큰 처녀가 출현(그렇게 나타났다) 하여 지나쳤는데 와아~~ 눈이 크게 벌어질만한 G컵 바스트 소유자였다. 출렁출렁 상하좌우 움직임이 생동감 있고 탄력이 있었다. 새삼스럽게 놀라운 것은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커다란 사슴의 눈이었다. 거기다가 예쁜 얼개를 가진 서구적 미모를 겸비했다. 그녀는 자신의 큰 유방에 대하여 일종의 미안함을 갖는 듯한 표정을 무언중에 표출하고 있었다.
첫 대면 때 이미 나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았다. 그녀가 일렉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는 G컵의 유투버가 아닐까? 유투브에서 보았던 가슴 큰 여자의 기타 연주. 호기심이 부풀었다. 유투버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유방을 기타 베이스 상부에 자연스레 얹혀 놓았는데 더더구나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에 큼지막한 유방은 더 무게감 있게 볼륨감 최고였다. 그녀의 운지와 더불어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유방(미안^^). 뛰어난 연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선은 온통 유방으로만 쏠렸던 기억은 짜릿하게 뇌리에 남았다.
그 처녀는 몇일 전부터 나타나질 않는다. 오늘도 혹시나 하고 길의 끝까지 가면서 기대해봤지만 결국 보이지 않았다. 어떤 놈의 지대한 관심의 눈초리가 버거워서 다른 루트로 출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미안해졌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말 큰 문제다. 괴롭힘과 무엇이 다르랴!
가슴 큰 처녀여! 유방이 너무나 멋있어서 잠시 환장하게 쳐다봤던 것을 사과드리오. 가슴이 큼은 뭇남자의 사랑을 받을 일이니 부끄럽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자랑스럽고 기쁘게 받아들이고 끼를 발산하면서 사세요. 그녀의 인생이 평범하기를 염원해 본다.
그 출근하는 길에 울리는 폰. 105동 동대표다. 84세에,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경로당 청소에, 사무장 일까지 보시고 오후엔 어린이 지킴이를 3시간 일한다고 한다. 부지런히 움직여야해! 나의 건강하십니다 라는 인살 접하고서 하시는 말씀이다. 앞베란다에서 아랫층으로 백화현상인 점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제 방문했던 집주인이다.
아랫층에 예기했더니 별 피해도 없으니 그냥 실리콘이나 쏴줘요 했다나. 그 말 끝에 시간되면 실리콘 좀 쏴 줘요 한다. 시원하게 그러마고 대답드렸다. 장마 끝나고 건조할 때 전화주십시오. 서대리에게 이 예기를 전달하면 뒷탈은 없으리라.
[기전실 앞 화단엔 원추리꽃이 한창이다]
전일근무자인 강반장이 기전실에서 올라와 퇴근하려 하고 있었다. 최기사는 운전석에 앉아 있다. '정들자 이별' 입니다. 최기사도 자꾸 이동하지 말고.. 그러니까요, 이제 잘 맞들어서 한 10년 일하곤 끝내야지요.
그렇게 에이조와 영영 이별을 고했다.
[출첵하러 관리실로 이동하는 비조]
놀이터일지와 영선일지를 제출한다. 기전실 최현규 반장은 오더를 정과장과 서대리에게 수령하고 있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는 소장에게 향한다. 소장님~~ 엥? 부르는 소릴 못 들었는지 고개를 들지 않는다. 다시 보니 귀에 이어폰ㅋㅋ
잘 돌봐 주심, 덕분에 .., 고맙습니다. 이따가 오후에 따로 인사하지 않고 갈께요. 네 그러세요. 다른 곳에 가셔서는 절대 화내지 마세요. 아셨죠? 나는 풀썩 웃는다. 그녀의 얼굴은 편안해서 그런지 젊은 처자 같이 보인다. 소장으로부터 이런 소릴 두번 듣게 되었다. 입사 처음에 얘기할 때는 "사람들과 싸우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이곳은 남자들끼리 싸우고 그만두고 그런 패턴을 보이는 곳인가 보았다.
기전실. 그만두는 날이라서인지 오더가 없다. 나는 모처럼 편안하게 쇼파에 앉아 이 날의 현황을 글로 적고 있다.
[오늘을 기록하며 모처럼 편히 쉬던 장소]
막내 박진환 기사가 무언가를 묶는 타이를 찾으면서 말한다. "진짜 미치겠어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현규반장은, 하여튼지간에 일하러 가면 두번 세번 나를 심부름 시켜요." 그럼 진짜 미치지. 이젠 참지 말고 언제 직접 말해봐요. 정말 그래야 할까봐요.
현규반장은 60년생으로 나와 동갑이고 박기사는 현규반장 친구의 아들이다. 박 기사는 생초보니까 심부름할 단계에 있다.
시간이 흐른다. 바깥에는 곧 비라도 내릴 듯한 날씨. 11:20분쯤 됐을까, 폰이 울린다. 정과장이다. "여기 105동 지하 램픈데 데꾸하나 가지고 좀 와주시겠어요?" 데꾸는 지렛대를 일컬음이다. 곧 11:30이고 점심시간 다 되가는데 무슨 일일까?
자전거를 타고 갔다. 지하주차장 입구의 트랜치 덮개가 썩어, 펄이 생성되어 배수가 션찮아서 덮개를 떼어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가지고 간 데꾸로는 어림도 없었다. 영선실로 가서 튼튼하고 긴 지렛대를 가지고 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오함마를 또 들고 왔고 일이 끝났을 즈음에는 12:20분이 이미 지나고 있었다. 이 일에 정과장과 현규반장 그리고 경비아저씨 두명이 쌩고생을 했다. 나는 '허리를 다치지 말자' 며 제대 말년 병장의 언어를 떠올리며 몸을 사렸지만 이미 허리가 시큰시큰했다. 마지막 날의 힘들고 더러운 작업이 막을 내렸다.
[ 어제 순규기사가 액비를 들고 가는 모습]
럭키 기전실에서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누룽지를 끓였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점심이다.
공구를 들고 영선실로 와서 헝겁으로 공구를 닦아 정리하고 있을 때 정과장이 왔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가 미적미적 관리실로 막바로 가지 않고 영선실 앞에서 담배를 한대 꼬나 문다. 연후에 그로서는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고생을 일컫는 말이리라. 그러나 내 마음의 귀에는 이곳에 와서 고생했다는 위로의 언사로 들렸다. 그는 진경산수화를 그린 겸재 정선의 후예다. 조상을 닮아서인지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기로 정평이 있다. 그러나 좁쌀의 포용심이 그를 리더로써 그르치곤 한다. 그러나 그도 과장으로써 어쩔 수 없으리라. 일이란, 일 시키는 자리란 대개 욕 먹는 자리다. 나는 그의 포용심이 작음을 한탄할 뿐이지 그의 일 시키는 방법론에 대하여는 누구처럼 엉딴 소린 하고싶지 않다.
어제 서대리에게 금일 침 맞으러 간다고 하였고, 그가 아침에 기전실에 와서 오후에 가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두 시에 치과를 재 예약하였으므로 13: 20분에 럭키 기전실을 나왔다. 방석과 라면과 김자반 등등을 삼성 기전실로 가지고 왔다. 이슬비가 내린다. 서대리와 악수를 하고 박진환 기사와도 인사를 했다. 이어폰이 보이지 않아서 헤메었고 간신히 아침에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을 기억해 냈다. 두시가 넘어서 흰돌치과를 향했는데 택시 하나 놓치고 이윽고 차고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3동 공씨가 경비 출입문 상부가 누수 된다고 실리콘을 부탁하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최반장이 내게 3동 경비가 뵙자고 한다 해서 가보니. 그리고 회화나무 밑 부분을 전지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궂이 오늘 그만둔다고 말하지 않았다.
점심 이후 럭키 기전실을 나올 때 4동 1201호의 전화를 받았다. 아침에 누수 민원을 넣었는데 아직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전화의 주인이 누군가 생각을 해보니 내게 원두 커피를 타 주시던 입주민이었다. 내가 사정이 있어서 못 가 뵈오니 오후에 서대리가 갈 겁니다.. 하고 말하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우리는 직장에 들어갈 때 동료들에게 신입 인사를 한다. 퇴사할 때는 또한 작별인사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전혀 예고 없는 만남들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우리들 사이는 필연적인 인연은 아니라는 예기다. 먹고 사는 방편으로 인해 어렵사리 만나지는 그러한 관계라고나 할까. 경비아저씨나 청소아주머니들에게 궂이 작별인사를 하지 않은 이유다.
진달래
바람같이 스쳐
홀연 소풍 온 듯 지나간
이 풍진 세상에
사월이면
아련한 그리움으로 찾아 온
청초한 두견화
연둣빛 숲을
발그레한 소녀의 볼 같이
물들이고
뜨거운 격정으로
불타듯 사랑하다
황혼 같이
한 순간 소멸해버린
핏빛 연서를 사르고서
사라진 섬약한 몸짓아~
[어떤 이름 모를 시집에서 모셔 오다]
ㅡ끝.
첫댓글 23/12/12, 화 21:58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낀다.
6개월쯤 지나지 않았지만...
한순렬 소장의 모습은 살찐 돼지같아서 푹썩 웃음이 나온다
그 모습은 참모습이 아니다.
그녀에게도 어떤 여인의 미련이 살아 있음을 보았었다.
정과장이 마지막날 내게 인살했구나!
한순렬 소장은 퇴사한 석달이 지난 즈음에
내게 전화를 했었지.
놀이터 바닥 깔개를 혹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그녀와 이런저런 나누었던 말의 활력이 다시 그립다.
술한잔 사겠다 라는 내 약속은 그녀가 내게 준 실망감으로 퉁 쳤다.
나는 그때 몰랐지만 그녀가 내게 전화했을 즈음은
내 후임으로 왔던 영선기사가 퇴직한 후가 아닐까??
그 후로도 삼성럭키는 영선기사를 주임으로 승격시켜서 뽑았고
어느날 심심풀이로 들어가 보았더니 또 뽑고 있었다ㅎㅎ
어떤 환상요구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그곳의 생리다.
그렇지만 삼성럭키에서의 5개월은 내게 큰 경험을 안겨 준
시련의 용광로였다.
나는 지금 서해그린3차에서 주소장과 전주임과 행복하다.
오늘은 어제 사온 6t철판을 재활용장에 깔고
논슬립을 붙이고 가생이를 라운딩 쳤다.
2024/3/11, 월욜
24년 1월 말경에, 에 그러니깐두르 연말정산 서류 팩스로 보내달라고
강대리에게 전활 했었다. 어떤 남자가 전활 받았는데 낯선 목소리였다
강대리와 통화하면서 "방금 통화한 분이 누구냐?" 고 물으니
영선주임이라고 한다
어캐된거냐고 물으니 정과장과 서대리가 그만뒀다고 한다
다 나갔구나... '힘들겠구나'
민원이 너무나 개차반으로 들이치는 곳
집이 삼십년 넘었는데 다 관리실 책임인양 조지는 주민ㅋㅋㅋ
그곳은 기관실 환경도 굉장히 나쁘다
변전실의 소음, 고압을 저압으로 내릴 때 우웅~~ 소리를 듣는 건 기분 나쁘다
그것은 일종의 전자파와 비슷한 것으로 더 유해할 터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방앗간 드나들듯이 들어갔다고 나오는 곳
그런곳에서 5개월을 버틴 나는 정말 위대하다
그리고 빠져 나온 것은 악마의 계곡 탈출에 버금 간다
한 직장에 근무하다가 어느날 보면 사라진 수많은 사람사람들
그게 도시 블루칼라의 삶 아닐까?
나는 이곳에 와서 7개월이 흘렀고
그곳에서 5개월, 즉 재취업 1년이 되었으므로
실업수당 청구서를 작성하려고 오늘
관련서류가 무엇인지 북부고용센터에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