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강사는 학생들 처치만 간단히 도와주다가 일찍 퇴근했었다. 주당 겨우 12시간 근무였다. 2인 배치교 보건교사는 기간제 교사이기에 업무를 한다. 그 많았던 업무를 혼자 하다가 드디어 둘이 하게 되니 보건실 학생처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임 선생님이 워낙 야무진 보건선생님이어서 보건업무에 대한 가닥도 잘 쳐 있었다. 특히 엄청난 가닥의 미세먼지 업무를 안전부장이 담당하다 보니 공기청정기 때문에 애타는 일도 없었다. 몇 년 전 일선 학교에 공기청정기가 모두 설치되면서 매번 공기청정기 수 조사하고 공기청정기 관련 예산 파악하고 공기청정기 구입 연도 보고하고 수요조사하고 관리하는 그런 업무를 보건 쪽에서 안 하니 사소한 감정소모를 할 필요가 없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공기청정기 관련보고를 하려면 한나절 어쩔 때는 하루종일 그 업무만 매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 관련 보고 시 모든 자료가 행정실에 있어 주무관이 한가한 틈을 타 눈치 보며 이것저것 물어봐야 했다. 그럴 때마다 학생처치가 주 업무인데 학생처치가 보조업무가 되는 것 같아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속상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나도 이제 연차가 쌓여 학교업무라는 것이 딱딱 가닥 치는 것이 어려운 것인 줄 알고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나 정말 아닌 것들은 아닌다 싶다.
광주광역시 교육청에서 작년에 2인 배치교 업무분장 표준안을 만들었다. 우리는 이 표준안대로 업무를 분장했다.
보건실 약품이나 물품, 비품구입은 내가 주가 되어서 했고 동료보건선생님도 자신이 필요한 약품이나 물품, 비품은 검색해서 구입했다.
모든 업무들은 각자가 담당하는 업무를 주가 되어서 했으며 부가될 경우에는 최대한 도울 수 있을 때까지 서로 도왔다. 교직원 심폐소생술 연수의 경우 학교가 커서 이틀에 걸쳐서 했었다. 그중 하루는 옆 선생님이, 하루는 내가 담당 연수 진행 시 보조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제세동기 설치나 교내 보건관련 환경정리(게시판 등)는 함께 하였다. 보건실 침구류 세탁의 경우 내가 바쁠 때는 옆 선생님께서, 옆 선생님이 바쁠 땐 내가 했다.
보건수업은 나는 4반, 동료샘은 3반 5학년을 대상으로 17차시 했다. 옆 선생님께서 늦게 뽑히는 바람에 기본적인 계획은 내가 세웠고 내년에는 함께 수업차시를 구상할 예정이다.
참 둘이어서 또 좋아던 점은 외부강사를 불러서 성교육을 할 때마다 둘이 번갈아가며 참관했던 점이었다. 외부강사가 어떤 내용으로 교육하는지 참관하고 싶어도 보건실에 방문하는 학생들을 치료해야 했기에 그간 제대로 된 참관을 못했었다.
혼자 모든 업무를 감당하다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고 협력자가 생기니 보건교사 임용되고 오랫만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