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0일 일요일
강릉 바우길 14구간 초희길 (11km 3시간 40분 )
고속 터미널 ㅡ 용지빌딩 ㅡ 원대재 산림욕장 ㅡ 강릉 미술관 ㅡ 명륜고 정문 ㅡ
화부산 쉼터ㅡㅡ춘갑봉 ㅡ 소동산 봉수대 ㅡ허균 허난설헌 생가터 ㅡ 경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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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낭을 메고 대문을 밀어서 마주 닫아 고리를 거는데,
강아지 두마리가 집에서 나와서 길길이 뛰었다.
좌운리 구석골 집에서 나와 언덕을 다 내려올 때까지 삐돌이와 리마가 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동네 사람들이 농사일 틈틈히 심고 김을 맨 길가의 꽃밭에 백일홍이 색색으로 곱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큰길을 만나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장거리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횡성의 학담과 공근을 지났다.
비내리는 영동 고속도로 강릉 방향.
비는 우천 톨게이트에서 영동 고속 도로로 들어 설때에 가늘게 이슬비처럼 뿌리기 시작하더니
진부와 횡계를 지나면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태풍 할롱이 지나 가면서 바람까지 휘몰아치며 불었다.
차창을 때리는 빗 줄기는 점점 거세어져서 앞이 보이지 않았고,
기세 좋은 세찬 바람에 차가 휘청거렸다.
한 숨 돌리고 쉬어가기로 했다.
강릉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서 휴게소 건물 을 향해서 뛰는데
우산을 썼는데도 그 잠깐 사이에 비를 쫄딱 맞았다.
이런 날씨에 걸을 수 있을까.
추워하면서 빗줄기를 내다보고 있는 나에게 당신은 커피 한 잔을 건네 주면서
내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 주었다.
커피는 뜨겁고 향기로웠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긴장 되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마음의 그 비어진 자리에 따뜻한 기운이 부드러움과 편안함으로 서서히 차 올랐다.
쏟아지는 비와 안개속에서 앞에 가는 차가 비상등을 깜빡이며 천천히 달려 가고,
그 뒤를 따라서 우리도 비상등을 깜빡거리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대관령을 넘어갔다.
7박 8일.
인도행 여름 장기도보의 첫 날이다.
강릉 고속 터미널앞.
길을 닮은 사람들이 , 길 위의 바람 같은 사람들이 조선 팔도에서 모여 들었다.
반가움과 기대와 흥분으로 붕붕 떠 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해서 터져 나오는 우리들의 웃음 소리,
우리는 웅성거리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어슬프게 지붕을 씌운 시외버스 터미널 옆 약간의 빈터.
컨테이너 앞에서 , 인원 점검을 하고 여름 장기도보의 발대식을 하였다.
"걸어서 우리땅을 ! 걷자! 걷자! 걷자!
인도행 회이팅 !!! "
컨테이너 안에서 낮잠을 자던 아저씨가 창살 사이로 내다보며 시끄럽다며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질렀다.
오십여 명이 넘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빨갛고 파란 비옷을 입고, 더러는 노란 비옷을 입고,
어떤이는 땡땡이 무늬의 비옷을 입고,더러는 우산을 쓰고
그리고 우리모두 배낭을 메고 우루루 길을 건넜다.
길가던 강릉 사람들이 뒤를 돌아다 보았고,
휴가를 즐기러 강릉으로 온듯한 입었는지 말았는지 싶은 아주 짧은 핫팬츠를 입은
아가씨들도 자꾸 뒤를 돌아 보았다.
빌딩사이로 난 길을 지나 언덕 위의 숲으로 들어가는 모양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비옷을 펄럭거리면서, 비옷에 떨어지는 빗 소리를 들으면서 걷기 시작 했다.
빗방울은 고속 터미널 앞 횡단 보도위로 떨어지고 있었고,
방학이라 비어있는 학교 화단의 국화 잎 위에도 떨어지고 있었고,
황토 밭 두둑을 가득 덮으며 벋어나간 고구마 순위에도 떨어지고 있었고,
바람에 쓰러진 보라색 도라지꽃 위에도 떨어지고 있었다.
두두둑 두두둑 소리내어 떨어지고 있었다.
. 어느사이에 아침에 떠나온 도시를 금방 잊어버렸다.
마치 오래 전부터 이곳 솔 숲속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 되어졌다.
비옷 속에서 등 줄기로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하고 우리는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여서 또 큰 소리로 웃었다.
바람이 불고 , 비가 모자 속으로 들이 쳐서 얼굴을 때렸다.
고개를 숙이고 발끝을 내려다 보며 걸었다.
모두들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 묵묵히 걷고 있었다.
우리 길동무들은 왜 이곳에 왔을까.
운동기구가 몇개 비를 맞고 있는 산림욕장을 지나고 춘갑봉을 지났다.
산에 꽃이 많이 피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꽃이 산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화부산 (花浮山)이라 이름 지어진 낮으막한 산길을 걸었다.
숲속에는 훤칠한 키가 아름다운 적송 (赤松)이 줄지어 서 있었고
은은한 소나무 향기는 숲속에 가득했다.
소나무 아래에는 떨어진 솔잎이 푹신하게 깔려서 썩어가고 있었고,
아릿한 갈색의 버섯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소등산 봉수대 계단에 줄지어 앉아서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물 한모금을 마시고 산 아래 동네를 내려다 보았다
하늘이 휘부옇게 내려 앉아 있는 것을 배경으로
푸른 들판에 아파트가 불 규칙하게 지그재그로 서 있는 것이 보이고
그 옆으로 낮은 상가 건물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장난감같은 작은 차에서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가 내리고
차는 잠시 섰다가 창문을 올리며 떠나갔다.
소나무 숲길을 내려와서 동네로 이어지는 찻길을 만났다.
골목길로 들어 섰다가는 찻길로 나서고,
가지런히 줄지어 심은 들깨밭을 지나가고
벌초해서 깔끔해진 무덤 가를 돌아 나가기도 하였다.
제철을 만난 잡초들이 발목을 덮는 길 섶을 따라서 걸었다.
길을 따라 우리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경포 호수가로 접어 들었다.
붉은 벽돌을 깔아 놓은 자전거 길과 나란히
우레탄 탄성포장재로 시공한 푹신한 산책로가 경포 호수를 빙 돌아 만들어져 있었다.
간간히 빗 속에서 네사람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가 지나갔다.
호숫가를 따라서 세워놓은 홍길동전의 이야기.
자연 그대로 순수하였던 경포의 풍치가 그리웠다.
자연은 수준급인데 조형물이 공해라는 생각,
내가 허난설헌의 쓰개 치마를 입었더라면 , 그 치마 폭을 펴서 덮어 감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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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의 길잡이 행복이고 님. 산시조님. 청람님.
수고하신 사진을 빌려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바솔님(와송님~) 멋진 후기 감동있게 읽었습니다.
내 몸 하나 추스르기 힘든 여정에, 꼼꼼히 기록하시고 그림 그리시고~
대단한 열정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번 여름 장기도보 기획에서 집행까지 애쓰신 청산님. 총무 꽃송이님을 비롯하여 운영진 모두~
리링하면서 웃음꽃을 놓지 않으신 행복이고님~
낙오자 없이 끝까지 완주하신 우리 멋진 인도행 길벗님 모두 모두~~
감사~ 감사 또 감사합니다.
해보지 않고는 느끼지 못하는 장기도보~~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이다고 뉘가 말했던가~~
많은 것을 받아 왔습니다.
7박 8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그래서 그림 복사가 안됐군요~ 캡쳐로 사진 퍼 갑니다~ 감사 꾸~우~ 벅
지프님^^( 찌푸차님^^)
초당두부집에서 저녁을 먹고난 후,
주차장 옆에서 둥근 불판을 놓고
E마트에서 사온 빨간 양념한 오리고기와 삼겹살을 구워먹었었지요.
지프님이 계셔서 술맛이 더욱 좋았습니다.
지프님의 재치있는 말씀에 눈물이 나게 많이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프님
여정 자체가 보상이지요 !!
굳이 많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장기도보를 함께 하게되면 진한 동지애 같은 우정으로 돈독해짐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잔잔히 써내려가시는 바솔님 후기의 행간에서 길동무들의 표정이며 풍경이 따스한 그리움으로 묻어납니다
함께 걷게되어 행복하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
이심 전심이라 했던가요
작은 꽃잎님과 마주하면,
말하지 않아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알고 계실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까미노의 길고도 긴 길위에서
밀포드의 아름다운 길에서
찬찬히 다져진 작은 꽃잎님의 내공을 느낍니다.
이번 장기도보를 하면서
저는 느꼈습니다, 인도행의 힘을~!
그리고 알았습니다, 제가 그 속에 있다는 것을~!
바솔님~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또 뵙기를 청해봅니다~^*^
복숭아와 참외와 바나나와 자두와
아오리 사과 와 미수가루.
도보 전 회계에서부터 날마다의 도시락과 계란까지!
빈틈없이 준비하고 또 나누어주셨지요.
식당값을 갂아서 만원을 돌려주는 그 알뜰함까지
꽃송이님의 찬찬한 배려와 수고 덕분에 강릉 바우길이 많이 행복했습니다.
꽃송이님 ! 정말 고맙습니다.
글은 그사람의 내면세계라 하던데 ---
참 마음 맑은사람인걸 느낍니다.
또 얼마나 많은 글들을 읽었으면
이렇게 술술 쓰내려 갈 수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추소리님^^
격려의 말씀에 갑자기 먹먹해 집니다.
어느날 누군가가 " 너 힘들지 ?" 하면
별스런 일이 없는데도 갑자기 할말을 잃고 눈물부터 솟는것처럼이요